아도르노는 음악학자이기도 했고, 작곡가이기도 했고 

피아노 연주 실력도 뛰어났다는 듯한데, 철학 저술들에서 음악 얘기는 거의 하지 않는 편이다. 

아도르노가 자기만족이나 허영심에서 쓰는 저자가 아니었음을 여기서도 알 수 있지 않을까. 

철학 논의를 할 때, 그 사안에 (그것에만) 충실하다는 것. 이게 당연한 거 같아도 이 미덕을 일관되게 보여주는 저자는 

사실 소수다 못해 희귀한 쪽이지 않나 한다. 거의 대부분의 저자들이, 내가 이렇게 많이 알고 있다, 내가 이것도 알고 있다 방향으로 자기 주제를 이탈하면서 수시로 어떻게든 가는 거 같다. 


아무튼 그러한 아도르노가 음악 책을 쓰면 

........... 기절하게 어려운 책을 썼던 거 같음. 

대학원 시절 도서관에서 위의 책을 대출하는데 

도서관 창구에 근무하던 학부생 조교가 "오 말러다! I love him!" 활짝 웃으면서 반색하던 거 기억함. 

말러는 인기 작곡가인 것이다. 로스코가 인기 화가인 것처럼. 


지금 다시 본다면 어떨지 모르겠지만 

첫줄부터 읽을 수 없었던 거 같다. 왜 그, 들어볼까 해서 다가간 웨이트인데 

들리지 않음. 미동도 하지 않음. 그런 웨이트. 




죽음을 기다리던, 죽음 앞의 며칠 동안에도 

말러는 평생 그랬듯이 철학 책을 읽었다고 한다. 

책을 들고 있을 힘이 없으니 두세 장 찢어내어 페이지로 들고 읽었다. 

그리고 자기 없이 살아갈 쇤베르크를 걱정했다. 내가 세상을 떠나면 누가 그를 이 세상의 "mob"으로부터 보호하지? 


아내 알마 말러는 그와 결혼하면서 작곡을 포기해야 했고 

(구스타프 정도는 아니었을 수도 있지만 어쨌든 알마의 재능도 비범했다) 그것 때문만은 아니지만 

그들의 결혼은 불행한 결혼이었다. 구스타프 말러는 극히 깊이 자기중심적인 사람이었다. 

그가 세상을 떠난 다음 재혼도 하고 오랜 세월을 살게 되는 알마 말러가 그 오랜 세월 거의 내내 

그를 원망했다고 하는데, 그녀의 말에 따르면: "그는 순수히 자기 중심적인 사람이었다. 그게 자기를 중심에 두는 건 아니었다. 자기 음악을 중심에 두는 것이었다. 음악이 그에게 가장 중요했다." 


말러. 사람으로도 극히 흥미로운 사람일 것으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