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스타코비치의 <증언>. 

이 책 얼마 전 도착해서 

당장 이것만 읽고 싶어도 어쩌다 조금씩 천천히 읽고 있는 처지인데 

책 앞에 실린, 그와의 우정을 회고하는 솔로몬 볼코프의 글에 이런 대목이 있다. 


"어느 날 그의 집에 방문했을 때 

그는 쓸쓸하고 동시에 조롱하는 듯한 ("wry" 이 단어가 쓰인다) 미소를 짓더니 

칼 맑스의 전기 영화 영화 음악을 작곡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는 손가락들로 책상을 톡톡톡톡 치기 시작했다." 


왜 웃긴지 모르겠으나 매우 웃겼던 대목. 

wry grin. 이 구절도 자체로 웃겼다. 쇼스타코비치는 음악하는 "너드"였을 것인데 

너드들의 wry grin. 그가 그의 본성에 반하여 (하고 안하고에 생사가 걸린.......) 하고 있는 

칼 맑스 전기 영화 음악 작곡. 


로버트 그린버그는 

쇼스타코비치를 깊이 사랑하는 듯해서 

(음악학자로서 그는 여러 음악가들의 전문가라고 소개되던데 

쇼스타코비치가 그 음악가들에 속할 거 같다. 가장 깊이 연구한 건 베토벤인 듯하고) 


(.....) 지금 이 곡을 이렇게 부분 절단해 들려주는 건 범죄에 속해. 

게르니카를 왼쪽 하단 손바닥만큼만 보고 보았다고 착각하는 일은 아무도 하지 않겠지. 

우리의 형식 상 이럴 수밖에 없으니 이만큼만 듣는 걸 견디도록 하자. 하지만 너는 이 곡을 전부 

들어야 한다. 이 강의가 끝나면 꼭 음반을 구입해라. 그리고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를 들어라. 

이 음악은 너의 삶을 바꿀 것이다. (.....) 


저런 말을 한다. 

"이 음악은 너의 삶을 바꿀 것이다." 이 한 문장에는 그의 삶 전부에서 합한 한숨이 들어간 거 같기도 했다. 

말이란 얼마나 제한된 수단이냐. 내가 지금 너에게 이 말밖에 하지 못함은 얼마나 애석하냐. 



강의들이 음악사에서 거인들 중에서도 거인들만 모은 강의들이다보니 

전부 (아 예외도 있다. 아직까지는 한 사람인데, 하이든. 전혀 신동이나 천재가 아니었다는. 

대기만성형이었다는. 독실한 천주교도여서 "나는 곡이 안 써지면 묵주기도를 해. 묵주 기도 하면서 

방을 몇 바퀴 돌면 곡이 써지기 시작해..."라 말했다는 하이든....) 상상을 초월하는 천재들이다. 


쇼스타코비치에게도 

초능력에 속할 여러 천재적 면모들이 있었다. 

그가 St. Petersburg 음악원 다닐 때, 그를 가르쳤던 스승이 그보다는 아니었지만 그 역시 천재였고 

해서 제자 쇼스타코비치를 잘 이해했는데, 이 스승의 음악적 천재성에 대해서 


"그의 성취는 일 단위가 아니라 시간 단위로 일어났다. He made progress not by the day but by the hour"고 

그 스승의 스승이 탄복하며 말했다고 


그린버그 교수가 전해 줌. "일 단위가 아니라 시간 단위로" 진보함. 이것 처음 듣는 얘기였다. 

그럴 수도 있구나 인간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