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이 시각 배고픔 때문에 

그리고 이것저것 주워다 급히 먹느라 

그러고도 변함없는 배고픔 때문에, 얼마나 힘들었나 

아직 기억하고 있다 보니 지금 배고프지 않다는 게 참으로 다행이고 축복같다. 

주워다 먹을 것이 있었기 때문에 배고팠던 건 아니냐는 생각도 든다. 아 어쨌든 

다시는 배고프지 않으리, 결심했다. 아예 늘 많이 먹겠다. 


오래 전 수업에서 한 학생이 

잊혀지지 않는 강렬함과 함께 고교 시절 다이어리에 대해 말했던 적이 있다. 

그 학생이 어느 고교 출신이라고 다른 누가 수업 중에 말해서 어느 고교 출신인가 

알고 있기도 했는데 (뭐 그 자사고 특목고.....), 그 학생이 들려준 얘기는 

매일 일기를 썼고 일기에 모두를 썼고 일기에 그 시절 나의 모두가 기록되었고 나는 

어딜 가든 일기를 가져갔고 침대에서도 일기를 쓰다 끼고 잤다는 것이었다. 지금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는 세부가 있다. "나는 일기에 모두를 고백했다"? "일기가 내 친구였고 나는 일기를 믿었다"? 같은. 

그런 세부 때문에 (당시 듣던 내가 민감하게 반응하게 한) 잊혀지지 않는 강렬함이 된. 아무튼 그 학생은 

공부로 끝장을 내야 간다는 의대 학생이었고 의예과 학생들이 사실 다 그렇게 공부로 끝장을 낸 거 같은 

느낌인 건 아니긴 한데, 그는 유독 (유독 감출 수 없이) 문장 하나를 써도 "razor sharp"한 지성, 어김없이 

느껴지게 하던 학생이었다. 말로도 일기에 대해 얘기했지만 작문으로도 했던 것 같다. 


그로 인해 내게 생겨난 일기 로망. ㅎㅎㅎㅎㅎ 

버지니아 울프의 일기를 읽으면서 받았던 것과 다르지 않았던 자극. 

그러나 나는 그렇게 일기를 지속적으로, 애착하면서 썼던 해가 없고 

그러려고 연초에 시도는 여러 번 했으나 어김없이 며칠 가지 못했다. 19년에 있었던 여러 일들과 함께 

20년엔 나도 매일 종이에 손으로 기록할 것들이 있는 데다가 기록할 힘도 있을 것 같아서, 알라딘 서재의 달인 

사은품으로 도착할 다이어리를 굉장히 기대하며 기다렸는데 


아직 도착하지 않았고 

기대했던 데일리 다이어리는 포함되지 않은 듯하다. 

그러고 보니 데일리 다이어리는 굿즈로도 나오지 않았던 듯하다. 

해서 방금 나는 이리저리 검색한 다음, 데일리 다이어리 하나 주문했다. 

매일 기록할 것들이 많을 것이다. 힘만 있으면 된다. 그러니까 늘 많이 먹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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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0-01-09 17: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기의 로망...

전 글씨가 괴발개발인지라
일기를 쓰고 싶어도 안되더라구요.

작년에 받은 노트? 다이어리도
다른 분에게 드렸어요.

몰리 2020-01-09 17:53   좋아요 0 | URL
일기 이미지들 검색해 보면
완전 악필이어도 꾸준히 오래 쓴 일기같으면 리스펙트..... 이긴 하더라고요.
저도 성공한 해가 없는데, 올해부터 시작해서 손일기 남기고 싶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