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그림'으로만 ('사진'이 아니라) 찾아지는 

아도르노-호르크하이머 서한집. 독일어 책이라 안그래도 그림의 책이긴 하다. 

어제 도서관 페이지에서 뭔가 검색하다가 이게 찾아졌는데, 몇 년 전 내가 구입신청했던 책이었다. 

도서관에 책이 입고되었을 때, 무거운 네 권 전부 받아와서 실물 구경 했었다. 1927년 시작하여 (아도르노 24세) 

그가 타계했던 해 1969년에 끝나는 편지들. 각 권이 7백, 8백 페이지 이럴 것이다. 무거운 책들이었다. 

표지는 회색이었고. 내용은 빽빽했다. 


정말, 어떻게 저렇게 많은 편지를 쓰지? 


35년 8월에 아도르노가 벤야민에게 

벤야민의 어느 글에 (아마 "아케이드 프로젝트" 선행 작업 원고) 세밀하게 논평하는 편지를 보냈다. 

길이가 기절할 길이. 그냥 논문 길이다. 그리고 페이지 별로 (누락되는 페이지가 거의 없는 듯. 모든 페이지에 대하여... 하나씩 하나씩) 본격적으로 논평한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이 사람 말고 이러는(이랬던) 사람이 누가 있지? 

그들은 거인이라서 이럴 수 있었는가, 아니면 이러다가 거인이 되었는가. 

........... 여러 복잡한 감정 들게 한다. 


"같이 생각한다"는 게 뭐냐를 

아주 그냥 조금의 모자람없이 시전한다. 


친구의 작업을 자기 작업만큼(때로는 더) 진지하게 여긴다는 것. 

어마어마하다. 그냥 할 말이 없어진다. 하아. 할 말이 없어져서, 없는데, 그냥 가장 피상적이고 

가장 한가하게 아무말 포스팅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신기한 건 

우리 언제 만나느냐. 12월엔 가능하냐. 1월이면 되겠느냐. 

내가 런던으로 가면 좋겠냐, 네가 파리로 오면 좋겠냐. 

널 만날 생각을 하면 가장 깊은 기쁨이 나를 휘감는다.

이 곳은 너와, 너하고만, 와야 하는 카페인데 여기서 나는 어둠 속에 앉아 너에게 편지를 쓴다 : 이런 얘기가 편지마다 반복된다는 것. 


이들이 느끼는 강도로, 이들이 느끼는 방향에서 

저런 감정을 나는 한 번도 느낀 적이 없는 거 같다. 

감정 교육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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