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큼 보면서 넷플릭스 회원 유지해야 되나 

진지하게 고민될 정도, 한 달에 한 40분? 90분? 찔끔찔끔 보면서 회원은 유지하고 있었다. 

정신 없고 시간 없고 

영화나 드라마나 예전처럼 재미있게 보게 하는 그 무엇도 더는 내 안에 없는 거 같고 

그렇긴 한데 지하철에서 단 5분을 보더라도 그게 또 지하철에서 5분은 중대한 5분인 것이다. 

그 사이 세 개의 역을 지날 수도 있다. 견디기 힘들게 긴 5분일 수도 있고 지나간 줄도 모르는 5분일 수도 있는 5분. 

지하철 안에서 시간 빨리 가게 하는 법으로 넷플릭스가 아직까지는 갑이다. 


몇 달 이 정도로만 넷플릭스 보다가 

<빌어먹을 세상 따위> 이거 2시즌 보면서 

도저히 멈출래야 멈출 수가 없어 

정주행, 생사를 같이 함. '생'은 몰라도 '사'를 어떻게 같이 하냐면 

작은 죽음들을 부단히 견뎌 내면서 지나가는 게 시간이고 생이 아니냐고 

..... 암튼 그 느낌 있지 않은가, 그 강렬함. 내가 여기서 살기만 한 게 아니다. 나는 여기서 다시 살았다.... 







노년이 누리는 최고의 즐거움은, 젊은 시절 사랑했던 책들을 다시 알아가는 일. 

그렇다고 애덤 스미스가 말했다던가. E. M. 포스터가 말했다던가. 


그럴 거 같다. 노년에 

최초로 읽는 책인데 재미있는 책은 

많지 않을 거 같다. 반면, 젊은 시절 사랑까지는 안했더라도 

읽고 (어렴풋이든 잘이든) 알던 책들을 다시 알아가는 일은 

정말 즐거울 거라 상상된다. 


그리고 드라마도 그럴 거 같다. 

거의 매년 마라톤 정주행 하던 <식스핏언더>. 안 본 지가 몇 년 된 거 같은데 

한 70세 되어서 보면 이걸 본 역사에서 가장 집중하고, 가장 흥분해서 울면서 볼 거 같다. 

21세기 초는 저랬었다고.... 이제 영원히 사라진 그 세계가 저거라고, 어쩌고 하면서 울 수도. 


그런데 이 드라마도 그렇다. 

이 드라마도, 노인도 사랑할 거 같은 드라마. 노인 아닌 네가 지금 이걸 사랑한다면 

노인인 너도 반드시 그걸 사랑할 드라마. 


막 엄청난 비평이 나왔을 거 같기도 하다. 

막 엄청나지는 않더라도, 이것저것 하고 싶은 말들을 재미있어서 하는 글을 내가 쓸 수 있다면 

좋겠는데 그러지는 못하므로..... (한숨). 


그 세계가 들어가 살고 싶은 세계가 전혀 아님에도 

상쾌한 공기, 바람을 느끼게 하는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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