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 원스어폰어타임 인.... 어나더 라이프 

ta로 가르쳤던 수업에서 한 학생이 "쌤 취향 아주 좋다" 한 적이 있다. 

지금 그 말을 기억함. 주변에 놓인, 쉼없이 사들여 쌓아 놓은 책들 보면서 


그 말이 진실이라 생각함. 

뭐 전부 고전 아니면 명저 아니면 걸작 아니면 컬트 아니면 

저주받은 걸작이거나. 모두가 알고 있지만 아무도 읽지 않은 책이거나. 

"좋은 취향"의 정의를 주진 않더라도 보면 알 수 있게 할 책들. 

그런 책들이 집에 많이 있습니다. 

그리고 계속 사들입니다. 


며칠 전 도착한 그런 책으로 위의 책이 있습니다. 




"아무도 편지 쓰지 않았던 시대, 전기를 쓰지 않았던 시대의 황량함이 있다." 

도로시 오스본과 17세기를 주제로 쓰던 에세이에서 버지니아 울프의 말이다. 

"그러다 그 헐벗은 풍경이 소란과 전율로 채워진다. 그리고 우리는 위대한 책들 사이의 공간을 

서로 말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로 채울 수 있다." 


로마인들은 고대 세계가 알았던 최초의 편지 작가들이다. 아니 정확히 말한다면, 우연이 우리를 위해 

보존한 최초의 편지들이 그들의 것이다. (...) 그리스 문학은 황량함의 성격을 여전히 간직한다. 

사유의 위대한 범위와 힘이 거기 있다. 인간의 역량과 무능을 분석하는 경이로운 날카로움이 거기 있다. 

하지만 소크라테스라는 아마도 유일한 예외를 제외하고, 거기 속하는 누구도 개인의 기벽으로 후대에게 

알려지지 않았다. (....)" 


The Letters of the Younger Pliny. 

이 서한집 해제가 저런 식으로 시작한다. 

버지니아 울프의 인용은 얼마나 적절하냐고 감탄했다. 

아무도 편지 쓰지 않았던 시대의 황량함. 그러다 누가 쓴 편지가 등장할 때 일어나는 소란과 전율. 

위대한 책들 사이의 빈 공간을 채우는, 대화하는 이들의 목소리들. 


이 책과 같이 

펭귄판 <자본> 1, 2권도 구입했다. 

3권을 구입해야 다 구입한 것이 되긴 하는데 

어쨌든 1권, 2권은 구입했으니 3권 구입도 멀지 않았다. 

1권의 해제를 조금 읽었는데, 이해된다. ㅎㅎㅎㅎㅎㅎ 

어릴 때보다 (그러니까, 나이 덕분에) 더 이해되는 것들이 있기는 있다. 

시간만 확보되면 읽을 거 같다. 시간은 아마 .... 확보되지 않겠지. 아마 정신없이 1년, 5년, 10년이 가고 

<자본>도 해제만 조금 읽은 게 다인데 "내 이러다 이럴 때가 올 줄 알았다"인 때가 오겠지. 


이걸 언제 다 끝내냐 탄식하던 

채점을 (헤라클레스의 과업임) 하여튼 방금 끝내고 나서 

이제..... 읽고 싶으며 읽어야 하는 책을 읽어야지 하다가 

..... 이 공황 상태를 "좋은 취향" 자화자찬하는 포스팅을 수단으로라도 

빠져나오는 게 우선 같았다. 그래서 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