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감사히 듣는다.
책으로 사려고 했더니 비싸서
일단 오디오북 구입했다. 오디오북은 1달 2개 크레딧이 22불 정도니까
아무리 비싼 책도 11불에 살 수 있다. 1000페이지가 조금 넘는다던가 아래의 책.
여기서 맨 왼쪽 책. Fatal Discord. 루터와 에라스무스 사이의 투쟁. 서구 정신을 놓고 벌였던 그들의 싸움.
이 책도 책으로는 아마 40불? 오디오북은 11불. 36시간.
디드로는 피터 게이 <계몽시대>에서도 극히 중요하게 대접받는다.
앤드류 쿠란의 저 책은 게이의 책에서도 적지 않게 도움 받은 듯해서
어떤 대목들은 줄줄 이어지는 직접 인용처럼 들리기도 했다.
디드로. 참 매력적이다.
볼테르, 루소와 비교한다면 그들의 강점들을 모두 가졌으면서
그들의 치명적 결함들은 전혀 갖지 않은 사람. 뭐 대강 이렇게 아무렇게 일단 말해볼 수도 있을 거 같다.
도회적. 세계시민적. 세속적.
이런 것이 삶의, 도덕의 이상이라면 그걸 구현한 인물로
그가 빠지면 안될 거 같다.
오디오북을 이제 1년 넘게 들었다 보니 이 내용을
활자로 보면 어떻겠다 느낌도 전보다 명확히(아마도, 정확히) 드는 편인데
쿠란의 책은 책으로 읽어도 여러 모로 매력적일 거 같다. 디드로를 좋아하고 그의 삶을 추적하면서
디드로같지 않을 수는 없을 것이기도 하겠다. 아무튼 그의 문장들도, 도회적, 세계시민적, 세속적.
게이의 책에서 읽었던
내게 너무도 절묘했던 한 문장은, 디드로가 50대에 겪은 변화에 대한 문장이었다.
그는 무려 40대 후반까지도 (당시 40대 후반은 지금 60대 후반쯤 되는 거 아님?)
예술, 미학과 관련해서는 단순한 도덕주의를 넘어서는 견해는 갖고 있지 않았다.
그 나이까지 쓴 예술, 미학 관련 글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얄팍한 근거에 기대어 설교하는 그를 볼 수 있다.
그러다 50대에, <트리스트럼 샌디>를 읽으면서 영향 받기도 하고 아무튼 그의 예술철학에
심대한 변화가 일어나게 되는데
그 변화에 대해 게이가 쓰던 문장은
"언제나 자신에 충실했던 디드로, 아니 점점 더 그 자신이 되는 중이었던 디드로는 마침내
지금 우리가 기억하는 그 디드로로 쓰기 시작했다."
와 이게 뭐야. 뭐 이리 절묘하고 심오해.
디드로 정신의 질적 도약을 가리켜, "그는 언제나 그 자신이었으므로" "그건, 점점 더 자신이 되는 중이었다는 뜻이며..." 이렇게 말하다니. 하아. 한숨 쉬고 탄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