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열 살 쯤 되던 해에 

이미 시골에 살고 있지만 

진짜 그보다 더 시골일 수 없을 오지, 더더더더더 시골에 걸어서 갔던 여름. 

시골에서 시골로 걸어서 감. 당시 "시내" 버스라는 게 없었다. 버스 아닌 자차? 그런 게 있을 리가.  

할머니 손 잡고 걸어서 감. 


그 걸어 가던 길이 

영원히 기억에 남은 거 같기도 하다. 

그래도 건물 있고 차도 지나가는 대로를 걷다가 어느 순간 고요한 산길을 걷기 시작함. 그리고 산길은 굽이굽이. 

끝이 없을 거 같던 느낌. 




끝이 났고 도착했던 곳은 

먼 친척집이었다. 굽이굽이 고갯길을 (서서히 오르막길이던) 

걷고 나니 네 개의 집이 있었고 아마 그 네 집 전부가 먼 친척이었다. 

내겐 먼 친척. 할머니에겐 가까운 친척. 


지금 고향에 가서 보면 

진입 장벽은 좀 여전히 있긴 하지만 지척이다. 그 고요한 산길 부분. 이게 진입 장벽. 

펜션 그런 게 생길 곳이 아니다보니. 당시 내겐 너무 멀었던 그 곳. 


할머니들은 할머니들과. 

애들은 애들과. 소리지르고 놀았던 그 해 여름. 

처음 보는 애들과도 소리지르고 놀았던 여름. 네 집 있는 그 산골에 내또래 애들이 한 여섯이었던 거 같다. 

고구마 캐고 설거지하면서 (설거지를 집 앞 냇가에서 했다. 정말 절묘하게 바로 집앞에 흐르던 

작은 시내...) 설거지하고 나면 또 뭐가 재미있을까 그랬던 여름. 


시골에서 시골을 가도 이런 게 추억인데 

도시 아이들에겐 오죽할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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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9-09-15 04: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영상 마지막 부분에 맥주, 크~ (저는 즐기지 않으면서도 그냥 탄성이 나오던데요)
동영상 보신 게 먼저이신가요, 페이퍼 글 쓰신게 먼저인가요.
어릴때 좋은 추억을 갖고 계시네요. 추억이 그냥 추억이 아니더라고요. 그게 곧 자산이고 생각의 원천이 되고 기반이 되고, 그런 것 같아요.

몰리 2019-09-15 07:51   좋아요 0 | URL
부동산 채널에 나오는 시골집들 중에 아궁이로 불때는 황토방, 찜질방 만든 집들이 많더라고요. 어찌나 한 번 가서 불때고 싶어지는지. 뜨거운 방바닥에 지지는 맛도 보고 싶지만, 아궁이 앞에 웅크리고 불 피우는 맛. 시골일상 kimi님 채널은 음악이나 편집이나 너무 깔끔해서 감탄하면서 보고 있어요. 보다가 생각났던 여름.

정말 특히 어린 시절의 하루.
하루가 일생을 결정하기도 하는 어린 시절의 하루.
어린 모두에게 3년만, 걱정없이 탐험만 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다면.
생각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