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열 살 쯤 되던 해에
이미 시골에 살고 있지만
진짜 그보다 더 시골일 수 없을 오지, 더더더더더 시골에 걸어서 갔던 여름.
시골에서 시골로 걸어서 감. 당시 "시내" 버스라는 게 없었다. 버스 아닌 자차? 그런 게 있을 리가.
할머니 손 잡고 걸어서 감.
그 걸어 가던 길이
영원히 기억에 남은 거 같기도 하다.
그래도 건물 있고 차도 지나가는 대로를 걷다가 어느 순간 고요한 산길을 걷기 시작함. 그리고 산길은 굽이굽이.
끝이 없을 거 같던 느낌.
끝이 났고 도착했던 곳은
먼 친척집이었다. 굽이굽이 고갯길을 (서서히 오르막길이던)
걷고 나니 네 개의 집이 있었고 아마 그 네 집 전부가 먼 친척이었다.
내겐 먼 친척. 할머니에겐 가까운 친척.
지금 고향에 가서 보면
진입 장벽은 좀 여전히 있긴 하지만 지척이다. 그 고요한 산길 부분. 이게 진입 장벽.
펜션 그런 게 생길 곳이 아니다보니. 당시 내겐 너무 멀었던 그 곳.
할머니들은 할머니들과.
애들은 애들과. 소리지르고 놀았던 그 해 여름.
처음 보는 애들과도 소리지르고 놀았던 여름. 네 집 있는 그 산골에 내또래 애들이 한 여섯이었던 거 같다.
고구마 캐고 설거지하면서 (설거지를 집 앞 냇가에서 했다. 정말 절묘하게 바로 집앞에 흐르던
작은 시내...) 설거지하고 나면 또 뭐가 재미있을까 그랬던 여름.
시골에서 시골을 가도 이런 게 추억인데
도시 아이들에겐 오죽할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