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겔욕, 헤겔발정에 대한 syo님 포스트를 보고 나니 

유럽사 강의에서 교수의 말이 생각남. 


"지금 알고 있는 것을 그때도 알았더라면. 

그렇게 느끼는 모든 순간에 우리는 헤겔적 순간을 사는 것이다. 

미네르바의 올빼미는 황혼이 되어서야 난다."




저게 우리 모두를 헤겔리언이 되게 하는 거라면 

다른 철학자들의 경우엔 무엇이 같은 역할을 하나 생각해 볼 수도 있겠다. 

우리 모두를 니체주의자가 되게 하는 건? 

칸트주의자가 되게 하는 건? 




지금 알고 있는 것 중에 

내가 그걸 지금 알고 있게 되리라고 

오래 전, 아주 오래 전의 나는 예상도 기대도 할 수 없었던 것들이 적지 않다. 


그 중엔 무엇보다 뭐니뭐니해도 

인간은 정말, 진정, 정녕, 다른 모두를 제치고 가장 중요하게, 정신적 동물이다. 이것. 


세상을 얻는다 해도 영혼을 잃으면 무슨 소용인가. 

이게 어떤 절박하고 현실적인 질문인 건가. 


지배는 어떻게 무엇보다 '정신'의 지배인가. 

얼마나 정교한 지배의 수단이 얼마나 보편적으로 작동하는가. 


저 아래 아래 독서대에 대해 쓴 포스팅에 등장하는 막내 삼촌이 

김장 담그던 날 무를 써는 걸 옆에서 본 적이 있다. 가장 집중한 표정으로 무 썰기. 

얼음을 자르는 철사의 힘으로, 최소의 움직임으로 최대의 효율을 거두면서 촵촵 썩썩 무 썰기. 


이어지던 김장 담그기의 다른 절차들에서도 

같은 얼굴, 같은 태세였다. 세계고(Weltschmerz), 비탄에 근접하는 무덤덤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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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19-08-19 1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양장 책빼미 저거 너무 귀엽다. 너무 귀여워서 못생긴 헤겔한테는 아깝네요.....

몰리 2019-08-19 12:48   좋아요 0 | URL
책빼미. ㅎㅎㅎㅎㅎ 숨가쁘게 책장 날개짓하면서 내 팔자야... 하는 거 같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