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시절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를 읽었고 사랑했다.
니체의 <도덕의 계보>도 읽었으며 이 책도 내게 충격이었다.
그 책을 어쩌다 갖게 되었나는 모르겠다. 부모님은 내게, 대입 면접에서
이 책들에 대해 말하지 말라고 했다. 말한다면 나는 책벌레로 보일 거였다.
대신 스포츠에 대해 말하라고 했다. (스티븐 그린블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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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의 계보> 구글 이미지 검색하고 찾아진
그린블랫. 그가 쓴 책 중 셰익스피어의 대중적 소개(아마 전기도 아닌 것이, 비평도 아닌 것이
전기이기도 하고 비평이기도 한.... 잡담 같은?)가 목적인 책이었던 거 같은 Will in the World가 집에 있고
그의 어려운 책들은 읽은 게 없지만 이 책은 읽었다. 읽고 지금 비공개인 오래 전 블로그에서 혼자 분노했었다.
영혼 없는 셰익스피어. 셰익스피어에게서 정신을 제거하기. 그렇다고 생각했던 거 같다. 지금 다시 보면
다를 수도. 그런데 어쨌든 내게 그린블랫은
신역사주의가 문학 연구를 휩쓸게 함으로써
문학 연구의 문화 연구로의 흡수를 (해서, 몰락을) 이끈 인물.
그런데 그의 신역사주의엔 그가 고딩 시절 읽은 <도덕의 계보>도 기여했나봄.
저 인용 읽고 나서, 퍼즐의 피스 하나가 찾아진 거 같은 느낌 조금 든다.
방학 동안 한 일은 니체 다시 읽기가 거의 전부인데
지금 <도덕의 계보>에 와 있다. 이 책이 (독자들마다 다를 것이다. 내게는...) 그래도
수월한 편. 어려워서 머리 터질 거 같은 대목들이 이 책에도 있긴 있지만 그래도.
두번째 논문 11섹션에 이런 대목이 있다.
"능동적, 공격적, 오만한 인간이 수동적 인간보다 백 걸음은 더 정의 쪽에 가깝다.
전자의 인간에게는 그의 앞에 놓인 대상을 허위의, 편견에 찬 관점에서 보려는 욕구가 전혀 없다.
반면 후자, 수동적 인간은 그의 대상을 오직 허위의, 편견에 찬 관점에서만 보고 그렇게 볼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에서, 공격적 인간은 더 강하고 더 고귀하며 더 용기 있는 인간이고, 해서 어느 경우에든 "더 자유로운 눈"을 가지며 "더 당당한" 양심을 자기 편으로 갖는다."
그의 수많은 문장들이 그렇지만, 어떤 땐 별 내용 없다 느껴지다가 어떤 땐 세상에서 가장 심오하고.
오늘 아침엔 저 밑줄 문장이 그러했다. 이런 문장을 어떻게 확장, 해석, 재해석하냐가 '니체 읽기'인 건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