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다 쓴 형광펜들이다.
노란색 다수. 분홍색 2자루. 녹색 2자루.
저 컵에 다 차면 고무줄로 묶고 버린다.
쿠팡에서 형광펜 검색해 보니 이것도
(10자루 이상 산다면) 배송비 합하고도 문구점보다 저렴함을 알고
왕창, 와장창 주문했다. 책상 서랍 한켠에 형광펜이 가득하다.
형광펜이 있어야 해.
읽지 않고 둔 저 많은 책들을 읽으려면 형광펜이 있어야 해.
컬러링북처럼이라도 읽어야 해. 색칠하는 맛으로라도 유인해야해. (...) 이런 거였다.
그리고 이게 실제로 어느 정도는 작동한다. 다 쓰고 다 쓴 형광펜 두는 컵에 다 쓴 형광펜을 넣을 때.
이렇게 하나가 다 쓰여졌다. 한 150페이지는 넘겼으리라. 안 읽은 책이 보이면, 책장 넘기면서 형광펜 긋는 일이 상상된다. 두 자루는 사라지겠지. "liberally" 한다면 네 자루도 가능하리라. 얼른 다 쓰고 쿠팡에서 또 대량 주문하면 되지.
뒤에 있는 책은 니체 유고집인데 (요즘 새로 스탠포드 출판부에서 나오는 니체 전집판 유고집이
케임브리지에서 별 계획없이 대강 나온 걸로 짐작되는 몇 권 유고집들을 다 갈아치울 거 같다. 아무튼
지금 내게 있는 건 케임브리지 판이다)
1885년의 노트로 이런 게 있다:
"파스칼은 자기가 날씨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에 불쾌해 했다. 푸르고 고요한 하늘이 끼치는 영향.
지금 우리에게, "풍토(milieu)" 이론은 위안을 준다. 모두가 영향을 행사한다. 그 영향의 결과가 인간이다."
푸르고 고요한 하늘.
...... 을 포함해 모두가 끼치는 영향.
그것의 결과가 인간이다. : 동의하게 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