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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깜짝할 사이 서른셋
하유지 지음 / 다산책방 / 2019년 3월
평점 :
참고서 편집자 오영오. 작년 추석 어머니가 폐암으로 죽고 데면데면하던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그리고 새해가 지나 갑작스럽게 아버지의 유품을 찾게 된다.
아버지의 유품이라고 온 압력솥. 그리고 그 속에 담겨 있던 수첩 속에 있는 이름 셋과 연락처.
"홍강주","문옥봉","명보라"
영오는 아버지가 일하던 학교에서 수첩 속 이름의 주인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그와 함께 나머지 두 명을 찾아가면서 과거 아버지와의 인연이 닿았던 인물들을 만나게 된다. 과거엔 모든 일의 원흉이라 여겼던 아버지의 소소한 삶을 되짚어보면서 영오는 자신이 그동안 했던 잘못된 사고방식을 깨닫게 된다. 어머니의 죽음을 아버지 탓으로 돌리고자 했던 어린 시절의 마음 그리고 그런 아버지를 밀어내기만 하려 했던 어린 자신.
뭐든 깨달음은 지나고 나서야 느껴지는 것 같다. 누군가의 소중함이든 자신의 잘못된 사고방식이라든지.
하지만 그 잘못 됨을 어떻게 빨리 깨닫고 삶을 살아가는 것이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몫이 아닐까 한다.
자신의 직장에서도 뚜렷한 목표 의식이 없던 영오는 어쩌면 보통 우리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내 삶이 이렇게 된 것은 다 00때문이라는 자기 위안. 그리고 남을 향한 원망과 포기.
어려운 상황에서 어떻게 풀어가나는 것은 자신의 의지가 대부분인데 사람들은 모두 자신의 탓이 아닌 남의 탓이라는 변명을 내세우고자 한다. 어떻게든 살아가야 하는 이는 자신인데도 불구하고...
이 이야기에서는 아버지의 유품을 찾아가는 영오의 이야기 이외에 또 다른 인물이 등장을 한다.
영오와는 조금 다른 성향의 중학생 아이. 미지.
실직한 아버지와 함께 지내게 된 아파트에서 나이를 뛰어넘은 우정을 보여준 밝으면서도 행동파인 그녀.
부모님의 반대에도 고등학교 진학을 포기하려고 하는 그녀이지만 나름 삶의 철학이 확고한 아이처럼 느껴진다. 나이 들어 어떻게 살아난 영오와는 아주 딴판인 것이다. 대조적인 성격의 두 사람이지만 아슬아슬하게 이어진 그녀들의 인연이 참 재미있다고 해야 할까...
비슷한 인물들과의 접점이 있지만 다른 사고와 삶을 살고 있는 두 주인공들.
하지만 또 알게 모르게 한 행동으로 서로가 서로에게 도움을 주게 된 사연까지.
제목만 봐서는 아무 생각 없이 삶을 살았더니 서른셋이라는 유머러스한 느낌이 강했는데...
읽다 보니 나도 모르게 내 삶을 돌아보게 되었다.
"사람을 안다는 건 참 어려워
이해한다는 건 더 어렵고
그 사람이 나든 남이든 말이야."
그리고 사람을 알아간다는 것에서는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까지.
사회면 뉴스를 보면 참 각박하고 다른 사람에게 선 뜻 호의를 베풀어주기 힘든 세상이 되어버린 느낌이 든다.
하지만 또 이렇게 책 속처럼 자세하게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보면 자그마한 호의와 인사가 내 삶의 은인이 되기도 하고 목표가 되어주기도 한다. 거기에 얼굴도 모르는 사람일지라도 마음의 휴식까지 느끼게 해주기 때문에...
사람들이 살아가는 삶은 재미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귀여운 미지의 이야기와 몸만 커버린 영오의 이야기는
지친 일상으로 인해 굳어져 버린 이라면 한번 읽어주는 것으로 힐링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