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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게 다 우울한 밤에
나카무라 후미노리 지음, 양윤옥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고아라서
다행이야 원장님을 만날 수 있었잖아.”
책
속의 구절이다.
이
책이 남긴 여운이기도 하고...
모든 동물은 양육이 중요하다.
생명을 유지해야 하니까.
그러나 본능에 해당하는 먹이 사냥 중심으로 만 양육하는 동물과는 다르게
인간은 다양한 감정과 지능이 있기에 그 양육 방식은 더욱
중요하다.
이미 가지고 온 유전자는 어떻게 할 수 없을지라도 양육과정에서 얼마든지 다르게 자라기
때문이다.
양육은 부모가 담당을 하고
아이들은 부모의 울타리 속에서 불완전한 세상에서 불안과 공포를 모르고
성장한다.
그렇다.
아이의
우주는 부모다.
우리는 모두 부모를 가지고 그 우주에 태어난다.
나도 그렇게 태어났고 다행히도 부모에게 버림받지도 타박 받지도 않고
자랐다.
그러나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다.
<모든게 다 우울한 밤에>의
주인공 ‘나’는
태어나자마자 그 우주에서 쫓겨나 고아원에서 자란다.
그래도 운이 좋은 남자라 좋은 ‘고아원
원장’
덕에
잘 컸다.
그렇지만 버림을
받았다는 그 자체로 우울한 남자다.
그
우울함은
세상에 대해 분노로 표출되고
그
때문에 직업인 교도관 생활이 위태위태하다.
그럼에도 범죄의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은 이유는
원장이 주인공 ‘나’에게
보여준 세상이 그를 떠받치고 있기 때문이다.
“자살과
범죄는 이 세상에 지는 것이라고!”
원장이 자살하려는 꼬마를 잡으며 한 말이다.
그리고 인간이란 존재를 이렇게 알려준다.
“너는
아메바 같은 거였어,
알기
쉽게 말하자면 ...”
“이건
엄청난 기적이야.
아메바와
너를 이어주는 수십억년 세월의 끈,
그
사이에는 무수한 생물과 인간이 있어 어딘가에서 그 끈이 끊겼다면,
뭔가
일이 터져서 그 연속이 끊겼다면,
지금의
너는 없어.....”
“
현재라는
건 어떤 과거도 다 이겨버리는 거야.
그
아메바와 너를 잇는 무수한 생물의 연속은,
그
수십억년의 끈이라는 엄청난 기적의 연속은,
알겠냐.
모조리
바로 지금의 너를 위해 있었단 말이야.”
또 그는
“너는
아무 것도 모르지”
“베토벤도
모르고 바흐도 몰라,
셰익스피어를
읽은 적도 없고,
카프카나
아베 고보가 얼마나 천재였는지도 알지 못해,
빌
에반스의 피아노도”
“너는
아무것도 알지 못해,
이
세상에 얼마나 멋진 것들이 많은지.
내가
방금 말한 건 전부 다 보도록 해라”
주인공
‘나’를
키운 원장의 양육 태도는
‘나’가
버림받은 것에 대한 반항으로 세상에 대해 나쁜 사람이 되고 싶은 것과 잘 살아서 세상에 지지 않으려고 하는 두 갈래 길의 방황을 끝내고
안착하도록 만든다.
**
그러나 부모가 있다고 다 행운은 아니다.
주인공 ‘나’의
친구 ‘마시타’는
아버지의 폭력에 시달리다 결국 자살을 한다.
<모든
게 다 우울한 밤에>는
인간의 문제를 가족의 문제로만 보지 않고
이
사회에 속한 모든 인간들의 문제로 본다.
주인공 ‘나’와
미시타를 통해
아이는 좋은 부모를 만나야 하겠지만 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아이를 키워내는 사회 속 구성원이 좋아야 한다는 것을 우리에게 말하고 싶어 한다.
아이를 잘 키워낼 수 있는 양육자가 훌륭한 사회 말이다.
훌륭한 사회 속에 속한 주인공 ‘나’는
원장에게 받았듯 그 받은 것을 실천한다.
두 사람을 살해한 고아이자 사형수인 18세의
’야마이’
야마이는 주인공과는 다른 양육 속에 살았다.
처음 태어날 때부터 얻어터지는,
그래서
얻어터지는 것을 피하면
또
다른 폭력이 그를 기다린다.
결국 약자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나쁘다는 인식도 못한 채 범죄의 길로 가게 되는 그런
삶.
사람들의 질타와 비난을 받은 야마이는 사형을 선고받고 그대로 죽기를
기다린다.
그런 야마이에게 ‘나’가
원장을 통해 얻은 따뜻한 인정을 건네다.
“분명
네 말이 맞아.
네가
살아 있으면 괴로워할 사람이 있어.
네가
죽는다고 해도 원래대로 돌아갈 수는 없지만,
유족들이
내기 죽기를 원한다면,
최소한
그 사람들을 더 이상 불행하게 만들 필요는 없겠지.
너는
죽는 게 마땅할 거야,
그래도,
그래도
너는 이 세상에 태어났잖아?
너는
이어져 있어.
너희
부모 따위는 아무려나 상관없어.
나도
아버지 어머니가 없어.
겨우
한세대 이전 사람에게 버림을 받았다고,
그렇다고
그런 것에 신경 쓸 필요는 없어”
**
저자는
인간의 문제를 깊은 통찰로 따뜻한 시선을 가지고 아름다운 문장으로 불행한 조건에 속해 있는 인간의
심연을 파헤쳐 우리에게 보여주었다.
그의 책에는 쓸 만한 말로 가득 차 있었다.
‘나카무라
후미노리’.
<쓰리>라는
작품에서도 볼 수 있었던
그리고 이
책 속에서도 느낀,
세상의
그늘 쪽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후미노리가 보여주는 따뜻한 사랑에 존경을 보낸다.
후미노리 덕에
우울함을 걷어내고 밝은 햇살을 만끽하는 오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