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빠진 로맨스
베스 올리리 지음, 박지선 옮김 / 모모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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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명의 여자와 한 명의 남자, 그 로맨스의 진실은??!!]

 

'조지프 카터'라는 남자 때문에 최악의 밸런타인데이를 맞이한 세 명의 여성, 시오반, 미란다, 제인. 그럴 리가 없다면서 인내심이 허락하는 한, 무너지는 자존심을 추슬러가며 그를 기다려보지만 결국 세 여자 모두에게 조지프 카터는 나타나지 않습니다. 아, 최소한 제인에게는 약속 장소에 나타나기는 했네요. 물론 한참 늦었지만요. 분명 세 여자 중 한명에게는 나타날 거라 생각했기에 어리둥절 했지만, 저에게 이 남자는 처음부터 '바람둥이'로 낙인 찍혔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한 명도 아니고 두 명도 아니고 무려 세 여자 사이에서 어장 관리를 하는 남자니 당연하지 않겠어요! 그런데 이 조지프 카터의 태도가 영 이상하단 말이죠. 뻔뻔스럽거나 능글맞지 않고 정말로 이 남자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로 보이거든요. 약속 장소에 나타나지 않은 조지프 카터를 결국 용서하고 계속 만나기로 한 세 여자. 하지만 언젠가는 이 남자의 비밀이 들통날텐데요. 대체 이 조지프 카터의 정체는 뭐고 감추고 있는 비밀은 또 뭘까요??!!

 

소설의 내용은 어쩐지 아슬아슬하게 흘러갑니다. 세 명의 여자 사이에서 갈팡질팡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조지프 카터가 언제 세 다리를 걸치고 있는 게 들통날 지 손에 땀이 날 지경이에요. 그런데 이상한 건 조지프 카터가 어느 누구에게도 소홀하지 않다는 점입니다. 세 여자 모두에게 진심, 그녀들을 전부 사랑하고 있는 것처럼 보여요. 저는 어쩌면 이 남자가 '시간여행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어떤 식으로든 얽히고 설킨 시간 속에서 세 여성들과 분명 관계가 있고, 그것이 비밀의 핵심이라는 생각을요. 결말 부분을 읽고 약간 비슷(?)하긴 했는데 아쉽다! 고 느꼈지만, 조지프 카터가 전혀 이상한 사람이 아니었음을 알고 안도했네요.

 

이 소설은 진정한 사랑을 찾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그 과정에서 누군가는 사랑을 잃고 그 슬픔에서 헤어나지 못하기도 하고, 누군가는 사랑이라는 것에 끌려들어가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기도 해요. 절대 자신이 놓치면 안 될 사람을 만나지만 사랑에 속지 않으려는 사람, 사랑에 상처받아 다시는 사랑을 믿지 않으려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모두 알고 있잖아요. 사랑이라는 것이 없었다면 우리 삶이 얼마나 팍팍했을지를. 설사 상처받고 주저앉게 되는 시간이 오더라도 그 아픔마저 추억이 되고 또 다른 사랑이 온다는 것을요.

 

저 또한 사랑에 상처받고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 의심하던 시간이 있었지만 지금은 옆지기 포함 세 곰돌이들과 알콩달콩 잘 살고 있답니다. 가끔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예전보다 사랑하고 사랑받는 것에 너무 주저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하곤 해요. 그러니 아직 선택의 기회를 가지신 분들, 많이 사랑하고 많이 사랑받으시기를요!! 나의 로맨스에서 꼭 주인공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출판사 <모모>를 통해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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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기맨을 찾아서
리처드 치즈마 지음, 이나경 옮김 / 황금가지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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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을 짓누르는 서늘하고 압도적인 공포]

 

1988년, 10대 소녀가 연달아 납치되어 살해당하는 사건으로 혼란과 두려움에 빠진 메릴랜드주 에지우드. 이 사건이 마을 주민들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이유는 그 전까지는 에지우드에서 이렇게까지 심각한 강력범죄가 발생한 적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소녀들은 집 안이나 집 앞, 혹은 평소 일상적으로 다니던 길에서 흔적도 남기지 않고 눈 깜짝 할 사이에 사라져 버렸습니다. 친근하게 지내던 이웃들이 서로가 서로를 감시하고 고발하며, 범인의 표적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헤어스타일까지 바꾸게 만들었던 전대미문의 사건.

 

그 한가운데에 리처드 치즈마가 있습니다. 메릴랜드 대학교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몇 개의 단편과 기사를 낸 경력을 가진 치즈마는 <묘지의 댄스>라는 공포 및 서스펜스 잡지를 직접 출간하기로 마음 먹죠. 그리고 자신의 고향에서 일어난 이 기묘하고도 잔혹한 범죄의 기록을 모아 나름대로 조사해나가기 시작합니다. 사실 이 사건은 1986년 8월부터 1990년 초까지, 에지우드에 거주하는 여성 최소 스물다섯 명의 집에 들어가 그녀들을 추행한 남성 사건을 근거로 쓰여져 있습니다. '팬텀 폰들러'라 불리던 그 범죄자는 1993년에 체포되었는데요, [부기맨을 찾아서]의 결말은 어떻게 될까요.

 

치즈마의 눈으로 따라가는 사건의 과정은 힘겨웠습니다. 사라진 소녀들도 소녀들이지만, 그들을 애타게 기다리다가 결국 주검으로 돌아온 딸의 시신을 눈 앞에 둔 부모의 심정은 말해 무엇하겠어요. 범행 자체도 난폭하고 끔찍한데 범인에 대한 윤곽은 잡히지 않고 이대로 미제로 남게 되는 것은 아닐까, 경찰도 주민도 답답하고 공포스러웠을 겁니다. 저는 특히 희생자 한명 한명의 사진 때문에 숨이 막히는 줄 알았어요. 이렇게 환한 미소를 짓고 있던 생명이 누군가의 욕망 때문에 잔인한 방법으로 세상을 떠나야 했다니, 저 두 손 모아 기도까지 했습니다.

 

그런데 말이쥬!! <작가의 말>까지 읽고나서 저는 심한 배신감을 느꼈습니다. 저의 슬픔과 애도가 조롱당한 기분이었어요. 저처럼 깜짝 놀랄 독자 분들이 계실테니 밝힐 수는 없지만, 작가님 너무해요!!를 몇 번이나 외쳤는지 몰라요. 하지만 다른 각도로 생각해보면 그만큼 이 작품이 생생하게, 현실감을 전달한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쩌면 평소 스릴러 작가들에게 뒤통수 맞는 것을 즐거워하는 저를 위한 작품이라고 해도 좋을지도요.

 

'범죄 실화' 에 기반한 소설이지만 이 작품 안에 담긴 슬픔과 공포, 작가가 이야기한 '순수를 잃어버린' 기분은 너무나 강력하게 독자의 마음을 뒤흔들어 놓을 겁니다. 제가 사랑하는 스릴러 작가-스티븐 킹, 할런 코벤, C.J.튜더-들도 극찬한 작품!! 서늘한 정체 모를 것에 대한 깊은 어둠을 느껴보고 싶은 스릴러 독자라면 강력 추천합니다!!

 

**출판사 <황금가지>로부터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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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어리 테일 2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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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의 회색 지대를 지나오며 써내려간 희망의 이야기]

 

[페어리테일] 1권에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보디치 씨의 반려견인 레이더를 위해 기꺼이 비밀의 우물로 뛰어든 찰리. 1권의 후반 부분부터 찰리와 레이더의 모험이 시작되었는데요, 2권에서는 본격적으로 새로운 세상에서의 여정이 펼쳐집니다. 제목이 '페어리테일'인만큼 작품 곳곳에서 <럼펠스틸스킨>, <잭과 콩나무>, <오즈의 마법사>, <아기돼지 3형제> 등을 만나실 수 있을 겁니다. 저는 살짝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의 다른 버전을 만나고 있는 듯한 느낌도 들었어요. 큰 주제는 역시 '위기에 빠진 이상하고 신비한 세계를 구하는 전설의 왕자의 대모험!!'-이라고 할까요.

 

1권 리뷰에서도 말씀드렸듯이 제가 이 작품을 읽으면서 가장 크게 걱정했던 부분은 새드엔딩이었어요. 스릴러의 제왕이라 불리는 스티븐 킹이 과연 해피한 동화를 쓸 수 있을까, 너무 잔혹하고 슬픈 엔딩을 들이미는 게 아닌가 지레 겁을 먹었습니다. 그래서 중간에 찰리와 레이더가 잠시 헤어졌을 때도, 모험을 끝낸 찰리가 집으로 돌아가는 마지막 장면에서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가 없었어요. 분명 어딘가 한 부분에서는 독자의 허를 찌를 것이다! 라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결말을 확인하고나서 얼마나 가슴을 쓸어내렸는지요. 여러분, 이 작품은 마음 편하게 온전히 즐기셔도 좋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물론 찰리를 생각하면 안타까운 부분이 없지 않은 건 아니지만요.

 

스티븐 킹은 코로나 시기를 지나면서 '내가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어떤 글을 써야 할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다고 합니다. 누구나 긴 터널을 통과하는 듯 답답함을 느꼈을 지난 시간들 속에서 작가라고 그런 감정을 느끼지 못했을까요? 그런 질문을 던진 이유는 분명 작가 자신도 당시의 상황에 대해 두려움과 막막함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찰리가 우물을 통과해 만난 세계는 온통 회색으로 변해가며 죽어가는 세계였습니다. 그리고 그런 세계가 찰리의 활약으로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화해가죠. 킹 작가 또한 지금은 회색의 세계지만 언젠가는 반드시 이 위기의 시대가 지나고 밝은 미래를 맞이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이 작품을 집필했던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런 믿음을 독자들에게도 전달하고 싶었던 것이라고요.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오직 레이더와 조금 더 함께하고 싶은 마음에 보디치 씨가 알려준 해시계를 찾아 떠난 여행. 그 여행이 무사히 마무리되어 정말 기쁩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아버지와 재회하는 장면은 울컥했어요. 찰리가 사라진 뒤 아버지는 얼마나 아들을 애타게 찾아헤맸을까요. 죽었을 거라 생각한 아들이 눈 앞에 서 있다면, 어우, 이 장면에서 코가 시큰해지지 않는 독자는 없을 거라 생각합니다.

 

읽는 내내 마음 졸인 터라 그 과정이 결코 쉽지는 않았지만 마지막 페이지까지 꼼꼼히 읽고 난 지금은 마치 꿈을 꾼듯한 기분입니다. 신비한 세상에 다녀온 사람이 찰리가 아니라 저인 듯한 착각도 들고요. 스티븐 킹이 선사하는 꿈같은 동화의 세계, 부디 여러분도 풍덩 빠져보시기를요!!

 

**출판사 <황금가지>로부터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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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가 쓴 소설을 모른다
기유나 토토 지음, 정선혜 옮김 / ㈜소미미디어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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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 않아. 포기하지 않아]

 

머리맡에서 울려대는 알람 소리에 눈을 뜬 기시모토 아키라는 거울에 적힌 메모를 발견하고 깜짝 놀랍니다. 'PC를 켜라. 데스크톱에 있는 '나에게'라는 텍스트 데이터를 열어, 아키라> 라는 문장 때문이었죠. 아키라는 컴퓨터에 저장되어 있는 문서를 통해 자신이 2년 전에 사고를 당했다는 것, 그 사고로 '전향성 건망증'을 앓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자고 일어나면 기억이 리셋되는 병. 하지만 그의 직업은 소설가예요. 그가 지금까지 어떻게 생활하고 있었는지는 차치하고라도, 작가로서의 길을 계속 걸어오고 있었는지 궁금하실 겁니다. 놀랍게도 아키라는 그런 상황 속에서도 소설을 계속 집필하고 있었고, 일어나면 매일 '나에게'와 그 때까지 진행된 '원고'를 읽고 그 다음을 진행해나가면서 생활을 꾸려가고 있었어요.

 

여동생은 대학생이 되었고, 친구는 성숙한 성인이 되어 상승가도를 달리고 있는 상황 속에서 매일 아침 눈을 뜨면 2년 전과 같은 제자리 걸음. 절망하고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은 상태지만 아키라는 매일매일 조금씩 글을 써 나갑니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주변 사람 몇몇은 그의 상황을 알고 있었고, 그에 맞춰 어떻게든 생활은 이어지죠. 그렇다고 아키라가 불안해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이대로 괜찮은 걸까, 어제의 기억이 없는 나는 과연 과거의 자신과 동일인물인가에 대해 생각하며 괴로워해요. 하지만 분명한 것은 살아나갈 수밖에 없다는 것, 글을 써나갈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그런 그의 기억의 빈틈을 뚫고 들어오려는 쓰바사가 있습니다. 아키라가 단골로 드나들게 된 카페의 종업원. 순진무구한 미소와 일에 대한 열정으로 빛나는 눈을 가진 쓰바사는, 아키라에게 소설 속 등장인물의 영감을 주기도 하고 소소하게 그를 위로해주기도 하는 존재입니다. 당연히 아키라의 상태를 모를 것이라 생각했지만, 그녀에게도 한 가지 비밀이 있었으니!! 조금은 예측 가능한 그 비밀은 소설의 결말 부분에서 드러납니다.

 

아키라의 마음이 어떨지 전혀 가늠이 되지 않는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그가 '나에게'에 적어놓은 '지지 않아. 포기하지 않아'는 커다란 울림을 줍니다. 불안과 두려움을 이 문장들에 의지했을 아키라를 생각하면 나는 과연 그렇게 강하게 상황을 헤쳐나갈 수 있을까 싶어요. 그 어떤 상황 속에서도 결코 '내일'을 포기하지 않은 남자의 이야기. 소설이지만 실화라 여겨질 정도로 생생한 작품입니다!

 

**출판사 <소미미디어>로부터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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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나는 7일의 미술 수업
김영숙 지음 / 빅피시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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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풍요롭게 해 줄 7일간의 미술 여행]

 

8월 중순에 복직하고 정말 정신없이 살아온 것 같아요.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니 유치원에 다닐 때와는 달라서 직장에 있어도 아이 신경쓰랴, 일하랴, 퇴근하면 또 집안일에 아이들 챙기느라 숨 한 번 제대로 돌릴 틈이 없었습니다. 아이 키우는 집은 다 그렇겠지만 주말은 또 완전한 주말이 아니잖아요. 온전한 내 시간을 한 시간이라도 갖는 것이 왜 이리 어려운 일인지, 명절을 앞두고 되돌아보니 정말 번쩍하고 타임슬립이라도 한 듯한 기분입니다.

 

순간순간 공허함을 느꼈던 것 같아요. '같다'는 표현을 쓴 이유는 그런 감정을 느낀 순간조차 어느새 금방 사라지고 말았기 때문입니다. 당장 해결하고 정리해야 할 일들이 사라지지도 않고 쌓여있었거든요. 하지만 그 잔상은 마음 속 깊은 곳에 남아서 제 정신이 이리저리 헤매게 만들었습니다. 그러다 발견한 어떤 구절.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우리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것이 예술이라는 의미의 문장이었어요. 그래서였을까요. 일하고 육아하면서도 짬짬이 읽었던 소설들이 재미는 주었지만 마음을 채워주지는 못한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저 문장을 마주한 순간 다시 예술 관련 책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살짝 번아웃 상태의 저를 구해준 단비같은 책은 바로 [처음 만나는 7일의 미술 수업] 입니다. '예술의 중심, 이탈리아에서 시작하는 교양 미술'이라는 부제에서 짐작할 수 있는 것처럼 '일주일간의 이탈리아 미술 그랜드 투어'로 꾸며져 있습니다. 바티칸, 로마, 피렌체, 밀라노, 베네치아를 중심으로 이탈리아를 방문한 사람이라면 꼭 보고 알아두면 좋을 조각과 그림들이에요. 저는 그림 관련 책이라면 물론 대부분 선호하지만 이렇게 권장량이 정해져 있으면 더 열심히 읽게 되더라고요. 숙제인 듯 해 강박을 느끼면서도 더 꼼꼼하게 읽게 된다고 할까요.

 

표지에서 독자의 눈길을 사로잡는 그림은 프란체스코 하예즈의 <입맞춤>이라는 작품입니다. 19세기 중반의 이탈리아, 여전히 여러 도시국가로 나뉘어져 있던 격동의 시대에 하예즈는 밀라노의 알폰소 마리아 비스콘티 디 살리체토 백작으로부터 프랑스와 사르데냐(북서부의 사보이 왕국이 이름을 바꿈) 왕국 사이의 동맹이 가져올 '희망'을 그림에 담아달라는 의뢰를 받아요. 오스트리아와의 전쟁을 앞두고 연인을 찾아와 입맞춤으로 작별 인사를 하는 남자의 옷은 빨강, 여자의 옷은 하양과 파랑으로 그 색이 프랑스 국기를 연상시킨다고 하네요.

 


 

저는 처음에 이 그림에 흥미가 생겨 책을 읽기 시작했지만 비슷한 울림을 주는 지롤라모 인두노의 <위대한 희생>이라는 그림에 더 마음을 빼앗겨 버렸습니다. 가리발디 장군 휘하에서 통일 전쟁을 치르기 위해 길을 떠나는 아들과 그런 아들에게 작별의 입맞춤을 하는 어머니의 모습이라니!! 제가 미혼이었다면 하예즈의 그림에 더 매료됐겠지만, 저 역시 어머니인 것을요. 아침에 출근할 때마다 몇 번씩이나 '엄마 안녕! 잘 갔다와! 사랑해!'를 외치는 아이들이 떠올라 그림 속 어머니에게 깊이 감정이입하고 말았습니다. 누구라도 이 그림을 보면 가슴이 뭉클해지지 않을까요.

 


 

그림 관련 책을 많이 보신 독자라면 친숙하게 여겨질 그림 외에 제가 하나 더 소개하고 싶은 그림이 있습니다. 바로 귀도 레니의 <싸움박질하는 아기 천사들>이라는 작품인데요, 귀도 레니는 <베아트리체 첸치>라는 작품으로 유명한 그 화가입니다. <싸움박질하는 아기 천사들> 그림을 보는 순간 그 토실함에 미소가 지어지지만 천사들의 표정을 보면 곧바로 그림에 어떤 메시지가 숨겨져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드실 겁니다. 통통하고 작은 아기 천사들이 생각보다 격렬하게 싸움을 하고 있는데 자세히 보면 갈색 피부의 아기들이 일방적으로 이기고 있는 것을 발견하실 거에요. 흰 피부를 귀족, 갈색을 평민으로 보면 계층 갈등으로 볼 수도 있고, 흰 피부는 신성함, 갈색 피부늬 아가들은 세속적인 세계로 읽어 영과 속의 투쟁으로도 볼 수 있다고 합니다.

 

현실과 신화, 종교와 세속 등 다양한 소재의 그림들을 풍성하게 만나실 수 있어요. 저는 아이들이 좀 자라면 이탈리아와 프랑스를 중심으로 함께 예술 여행을 떠나려고 몰래(?) 계획하고 있는데요, 이렇게 한 나라의 작품을 중점적으로 다루는 책이 큰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삶에 치여 심신이 지친, 저같은 독자가 있다면 짬이 날 때 예술 책 한 권 어떠실까요. 우리 함께 이탈리아로 미술 여행을 떠나보아요.

 

**출판사 <빅피시>로부터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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