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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만 모르는 한국의 보물 - 2020년 세종도서 교양부문 선정
이만열(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고영주(고산) 지음 / 북스타(Bookstar) / 2020년 1월
평점 :
이만열(임마누엘 페트라이쉬), 고산. 이 두 분의 성함이 나란히 적힌 책을 접하는 것이 이번이 두 번째다. 고산님이 번역하신 [그리스 로마 신화에 빠진 화가들] 책은 이만열님이 적극 추천하셨고, [질문하는 미술관]을 거쳐 [한국의 보물] 까지. 이상하게 이 두 분의 이름이 적힌 책을 접할 때마다 경건한 마음이 든다. 주제도 가볍지 않은 데다, 인간에 대한 신뢰와 예의, 특히 우리나라에 대한 애정을 엿볼 수 있다고 할까. 이번 책은 두 분의 우리나라에 대한 사랑 고백이자,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조금쯤은 부끄러움을 느낄 수밖에 없게 하며, 나아가 우리가 간직한 보물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소중한 시간을 선사한다.
<들어가며> 부터 우리나라에 대한 애정이 뚝뚝 묻어나는 문장이 보인다. 경복궁을 방문한 중국인들이 자금성과 비교하면서, 자금성에 비하면 한국의 궁궐은 아주 작고 소박하다고 평가한단다.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자존심도 상하고 부끄러움도 느낀다는 한국인들이 적지 않은데, 저자는 절대 그런 기분을 느낄 필요 없다고 일침을 가한다. 왕과 왕실 중심인 자금성과 달리 한국의 궁궐은 체제나 권위보다 백성을 먼저 생각하는 태도가 엿보인다. 조선이 세워질 당시 중국은 명나라 시대였는데, 명의 황제는 무한한 권력을 휘둘렀던 반면, 조선 국왕의 권력에는 명백한 제한이 있었고, 왕과 백성의 관계에서 중국과 같은 벽도 없었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모습이 궁궐 건축에서 먼저 드러난다고 하면서 황제와 백성들의 관계에 대해서는 중국의 영락제와 우리의 세종대왕을 비교했다. 우리에게 자긍심을 심어주는 한편, 다른 나라에 우리가 가진 소중한 보물에 대해 알리는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된다고 꾸짖기도 한다. 그런 저자들이 소개한 우리의 보물들에는 과연 무엇이 있을까.
한옥이 먼저 등장한다. 땅의 모양을 닮고 시대를 닮으며 인간의 지혜를 닮은 한옥. 한옥에는 한국인의 삶의 모습과 철학이 고스란히 담겨 있으며 자연에 대한 존중도 포함되어 있다. 그런 한옥이 사라져가는 것을 안타까워하면서 한옥의 원리를 설명함과 동시에 장점을 내세운다. 토론의 장이 된 사랑방과 편안함과 소박함을 전달해주는 골목길, 인류에게 헤아릴 수 없을만큼의 선물을 안겨주는 갯벌과 자기와 직지, 차문화와 홍익인간의 이념, 선비정신과 한글, 실학에 이르기까지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보물들을 찾아 알려주고 있다.
뜻밖이었던 것은 마지막 챕터에 '도깨비'가 보물로 등장한다는 점이다. 어째서 도깨비가?! 악하지 않으면서 초월적인 힘을 가진 존재인 도깨비는 한국인의 인생에서 중요한 동반자였다고 전해진다. 힘든 시절 복을 주는 친숙한 존재로 일상 속에 파고든 도깨비는 한국의 상징 중 하나라는 것. 하지만 동화에 등장하는 피부가 붉은 도깨비는 일제강점기 때 '오니'라는 일본의 도깨비가 변형된 것이고,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는 '혹부리 영감'도 일본의 전래동화라고 한다. 왓?!! 한국 고유의 '도깨비'라는 구체적인 한글 이름과 모습은 15세기 이후의 문헌인 [석보상절]에서 등장한다. 이 문헌에 따르면 당시 사람들은 복을 비는 대상으로 도깨비를 염두에 두었음을 알 수 있다. 이 외에도 고유의 형상이 없다보니 그림으로 그려진 사례가 드물다는 점, 한국에서 최초로 도깨비가 등장하는 그림은 소치 허련의 <채씨효행도>라는 것, 한국의 도깨비가 가진 가장 큰 힘은 스토리텔링이 존재한다는 것 등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아, 정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보물처럼 읽었다. 한국인도 아닌 외국인이 이렇게 우리가 가진 보물에 대해 연구하고 알려주기 위해 노력하는데 정작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나 부끄럽기도 했다. 선진국이라 불리는 다른 나라들의 뒤꽁무니만 쫓아갈 것이 아니라 우리가 간직한 우리의 아름다움을 살려 널리 전파해야한다는 사명감이 생긴다. 이 책은 부디 많은 사람들이 읽었으면 한다. 적극 추천! 왕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