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남자를 죽여드립니다
엘 코시마노 지음, 김효정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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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와 엉뚱함이 가미된 명랑 미스터리!!]

 

스릴러 작가(이지만 아직은 덜 유명한) 핀레이 도너번의 상황은 그야말로 첩첩산중입니다. 미모의 부동산중개인과 바람이 나 이혼한 남편과의 양육권 전쟁, 이렇다 할 수입이 없어 전기마저 끊길 정도인 경제 상황, 조금이라도 눈을 떼면 사고를 일으키는 두 아이 육아까지! 전남편 스티븐이라는 작자는 또 얼마나 뻔뻔한지요. 자신의 바람으로 가정이 파탄났으면서도 미안해하는 모습은 조금도 찾아볼 수 없고 핀의 궁핍한 상황을 손에 쥐고 흔들면서 양육권은 놓지도 않으며 그럼에도 아이 돌보는 것은 힘겨워하는, 정말 답이 없는 그런 남자입니다. 작품 초반에 묘사된 핀의 상황을 지켜보고 있자니 정말 고구마 백만개는 삼킨 듯 숨이 막혀오더라고요.

 

그런 그녀이니 집중해서 글을 쓸 수 있을 리가 만무합니다. 계약한 작품의 초고조차 아직 쓰지 못해 에이전시에게 닦달을 당하던 중, 핀과 담당자가 나누는 대화를 엿듣던 옆자리 여자에게 살인 의뢰를 받게 됩니다. 옆자리 여자, 퍼트리샤가 죽여주길 원하는 사람은 바로 그녀의 남편 해리스예요. 이게 무슨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야, 이게 무슨 김밥 옆구리 터지는 소리야-라며 어이없어하는 것도 잠시. 그녀가 제시한 금액이 무려 5만 달러라는 것을 알고 핀은 심각한 고민에 빠집니다. 이 돈이면 밀린 공과금도 낼 수 있고, 스티븐에게 더 이상 손도 벌리지 않아도 되고, 조금은 상황이 나아질텐데. 그래, 해리스라는 남자가 어떤 사람인지 한 번 알아나보자, 대체 얼마나 나쁜 사람인가 얼굴만 보자-는 마음으로 그가 약속을 잡은 술집 '러시'로 향한 핀. 그리고 결국 그녀의 인생이 심각하게 꼬여버립니다!

 

초반의 목이 컥컥 막히는 고구마 부분을 지나니 너무나 엉뚱하면서도 스릴 있는 내용이 전개되기 시작해요. 그럴 의도가 없었음에도 해리스는 갑자기 죽어버리고, 핀은 베이비시터인 베로에게 현장을 들켜 돈을 나누는 조건으로 뒷처리를 합니다. 심지어 또 다른 청부살인 의뢰가 들어오는 상황!! 이 모든 것이 핀에게는 당황스러웠겠지만 저는 이상하게 킬킬 웃음이 나오더라고요. 아마도 이것이 현실이고 저에게 이런 일이 벌어졌다면 두렵고 공포스러웠겠지만, 핀의 세상에서는 모든 것이 잘 풀릴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인가봐요. 엉망진창인 것 같지만 또 어찌어찌 일이 잘 풀려가거든요! 웃음과 스릴과 통쾌함을 모두 맛볼 수 있는 명랑 스릴러라고 할까요!!

 

여기에 장밋빛 로맨스까지!! 술집 '러시'에서 자신에게 호감을 보인 바텐더 줄리언과 형사 닉이 등장하면서 과연 핀은 누구를 선택할 것인가 마지막까지 조마조마했어요. 닉도 매력적인 형사지만 저는 그래도 따스한 눈빛에 어쩐지 있는 그대로의 핀을 받아들여줄 것 같은 줄리언이 더 마음에 들었거든요. 물론 핀이 그 누구도 선택하지 않고 이름 있는 작가로 거듭나 베로와 아이들과 행복하게 사는 것도 멋진 결말이지만, 그래도 로맨스는 소중하니까요!!

 

잘나가는 작가를 꿈꿨지만 죽여주는 킬러가 되어버린 핀의 이야기는 현재 7권까지 계약이 연장되었다고 해요. 저 또한 이 책을 다 읽고 나니 아쉬운 기분에 시리즈가 나와주면 좋겠다 생각했는데, 책날개에 관련 소식이 적힌 것을 보고 무척 기뻤답니다. 2021년에 미국에서 1편이 출간되었으니 아마도 작년에는 2편이 출간되었을 것 같은데, 어서 빨리 국내에서도 2권을 만나게 되기를 기다려봅니다!

 

**출판사 <인플루엔셜>로부터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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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거벗은 세계사 : 경제편 - 벗겼다, 국가를 뒤흔든 흥망성쇠 벌거벗은 세계사
tvN〈벌거벗은 세계사〉제작팀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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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춰주는 재미있고 유익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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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거벗은 세계사 : 경제편 - 벗겼다, 국가를 뒤흔든 흥망성쇠 벌거벗은 세계사
tvN〈벌거벗은 세계사〉제작팀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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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보다 재미있는 세계사]

 

한국사와 세계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저도 시간날 때마다 챙겨보는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이미 아시는 분들이 많을, 바로 역사 전문 <벌거벗은 세계사>입니다. 한국사를 아는 것은 매우 중요하지만 한국사만 알아서는 넓은 시각과 통찰을 배울 수가 없어요. 우리의 역사는 세계의 역사와 맞물려 있고, 세계 역사와 우리의 역사가 무관하지 않기 때문에 당연히 세계사도 알아야 합니다. 하지만 어쩐지 '세계사'라고 하면 그 방대한 분량과 시간의 깊이 때문에 망설여지는 분들도 계실 거예요. 세계사의 재미로 이끌어줄 프로그램과 책, 바로 [벌거벗은 세계사]입니다!

 

<벌거벗은 세계사> 시리즈는 이번에 읽게 된 경제편까지 총 4권이 출간되었어요. 사건, 인물, 전쟁편까지 열심히 챙겨보고 있는 책들입니다. 그런데 경제 분야에는 살짝 거리감을 느끼는 저로서는 사실 '경제편'이라고 하니 마음의 진입 장벽이 높아지더라고요! 하지만 역시 <벌거벗은 세계사>! 경제라고 하면 무조건 어렵다고 생각하는 제가 읽어도 너무 재미있을만큼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실려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경제야말로 우리 생활과 가장 밀접한 관련 있는 분야일 테니까요.

 

'벌거벗은' 이라는 수식어를 앞에 두고 메디치 가문, 노예무역, 오스만 제국, 기축통화, 산업혁명, 경제 도시 상하이, 석유 패권 전쟁, 아메리칸 마피아, 마약 카르텔, 일본 버블 경제와 관련된 이야기들이 실려 있습니다. 메디치 가문과 관련된 이야기는 예전부터 관심있게 읽어왔기 때문에 어느 정도 내용을 짐작할 수 있었지만 다시 읽어도 또 재미있더라고요. 흥망성쇠와 커피 이야기가 버무려진 오스만 제국 이야기, 산업혁명의 물결 속에서 일어난 슬럼가의 비극, 수난과 반전의 역사를 가진 상하이에 대한 내용, 유가를 움직이는 검은 손, 우리 경제와 자주 비교되곤 하는 일본의 경제 이야기까지 아는 내용은 더 깊게, 모르는 내용은 흥미와 감탄 속에서 읽어내려갔습니다.

 

전 특히 영국 노예무역 이야기가 너무 충격적이었어요. 물론 그 잔혹함과 비극적인 부분을 어느 정도는 짐작하고 있었지만, 그 실상을 이번에 제대로 들여다본 느낌이랄까요. 심지어 아프리카에서 흑인 노예를 모으고 그들을 영국에 팔아넘긴 이들이 일부 아프리카인들이었다니, 그들을 향한 원망보다 돈에 대한 탐욕 속에서 허우적거렸다는 점에 오히려 연민이 생겼습니다. 1789년 영국 의회에서 노예무역의 실태에 관해 열린 청문회에서 노예 무역상들은 자신들이 노예를 구입한 덕분에 아프리카에 남겨진 채 죽는 대신 살아남을 수 있게 됐다고 주장했다죠. 일본이 조선을 강제 병합한 것은 침략이 아니라 조선을 근대화시키기 위한 것이었다고 주장한 것과 통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힘 있는 자들이 자신들의 행위를 합리화시키기 위해 내놓는 주장이란, 그 논리조차도 얼마나 이기적인 것인지요.

 

재미도 있지만 하나하나의 이야기가 나름의 묵직함으로 다가옵니다. 국가를 뒤흔들었던 흥망성쇠의 과정을 지켜보면서 과연 우리가 걸어야 할 길이 어디인가, 그 방향을 가늠해보게 하거든요. 소설보다 더 재미있는 역사 이야기! 이제 어려워하지 말고 <벌거벗은 세계사> 시리즈로 함께 해요!


 

** 네이버 독서카페 '리뷰어스클럽'을 통해 <교보문고>로부터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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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디프, 바이 더 시 - 조이스 캐럴 오츠의 4가지 고딕 서스펜스
조이스 캐롤 오츠 지음, 이은선 옮김 / 하빌리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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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스 캐롤 오츠가 주는 작품의 분위기를 무섭게 여기기도 했지만 즐겨왔는데요, 이번에는 특히 고딕적인 분위기를 맛볼 수 있을 것 같아 기대됩니다! 게다가 가부장적인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작품들이라니, 오츠식 경고 들어보고 싶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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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엔드 에어포트
무라야마 사키 지음, 이소담 옮김 / 열림원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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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몰랑몰랑, 흐물흐물하게 만들어주는 해피한 이야기들]

 

[오후도 서점 이야기] 로 일본소설을 읽는 독자들에게 친근한 무라야마 사키가 이번에는 공항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이야기 [해피엔드 에어포트]로 찾아왔습니다. 저는 사실 공항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 그저 여행을 가거나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이용하는 공간, 그 뿐이었습니다. 굳이 떠올리자면 '해피'라는 단어보다는 허전함, 쓸쓸함 같은 것이 느껴지는 장소라고 할까요. 누구나 훌쩍 떠나버리고 머무르는 사람은 없으니까요. 그런데 이 [해피엔드 에어포트]를 읽다보니 공항이란 장소가 이렇게 포근하고 따뜻한 곳이 될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꿈을 포기하려는 만화가 료지, 공항의 서점을 지키는 직원 유메코, 33년만에 재회한 단짝 메구미와 마유리, 세계를 유랑하는 마녀 사치코의 이야기가 실려 있습니다. 혹시 '마녀'라는 단어에 '엥?'하지 않으셨나요??!! 전 '오잉? 진짜?' 라며 제 눈을 의심했거든요. 하지만 무라야마 사키의 작품 중에는 [마녀는 꿈을 지킨다] 처럼 마녀를 소재로 한 작품도 있으니, 진짜 마녀에 대한 이야기라는 것을 믿으셔도 됩니다. 네 편의 이야기는 연작소설들로 앞서 등장한 인물이 뒤에 등장하고, 뒷 이야기에서도 앞에 나왔던 인물이 언급되기도 하는 형식이에요. 이렇게 보면 우리 인생의 신비함이 다시 느껴지는 것 같아요. 우리는 깨닫지 못하지만 어디선가 스쳐 지나가는 인연들. 그 인연들은 어떤 연유로 우리와 묶여 있는 걸까 생각하다보면 어느새 공상 한 가운데로 빠지고 맙니다.

 

우연히 만난 누군가로 인해 다시 한 번 자신의 미래를 생각하게 된 료지의 이야기도 좋았고, 33년만에 재회한 메구와 마유리의 사연도 감동적이었어요. 특히 그녀들의 성숙한 마음에 매료되어 버렸습니다. 나를 뭐라고 생각하든 상관없이, 너무나 좋아하는 친구가 상처받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라니!! 누군가가 저를 이렇게 생각해준다면 저라도 메구미처럼 펑펑 울어버리고 말았을 거예요.

 

아무래도 책을 좋아하는 저로서는 공항의 서점에서 일하는 유메코의 이야기가 가장 인상깊었습니다. 유메코의 할머니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또 얼마나 꿈결같은지요!!

 

책에는 마법의 힘이 있단다. 종이에 인쇄된 그림이나 글을 보기만 해도 여기 없는 세계가 보이다니 신기하지? 마법의 주문이 적힌 것 같지 않니? 책은 틀림없이 마법으로 이루어졌어. 책방에서는 마법을 진열하고 파는 거야.

p 124

 

맞아요! 이 말씀이 곧 제 마음!! 한 페이지만 펼쳐도 우리를 바로 다른 세상으로 연결해주는 책이란, 세상에나, 대체 얼마나 멋진 존재인지요!! 그런 책을 '마법'이라고 표현한 부분에서 그만 마음이 몰랑몰랑 흐물흐물해졌어요.

 

하루만 있으면 저도 공항에 갑니다. 아이들을 챙기느라 분명 정신이 없을 테지만, 이제는 공항을 조금은 다른 눈으로 바라보게 될 것 같아요. 작가님의 시선에 빙의되어, 공항의 따스하고 포근한 기분을 만끽하고 오겠습니다!!

 

**네이버 독서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열림원>으로부터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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