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몽과 망상 - 어느 인턴의 정신병동 이야기
무거 지음, 박미진 옮김 / 호루스의눈 / 2023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와 배려를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책]

 

똑똑하고 밝은 팡위치. 그의 병명은 해리성 정체감 장애입니다. 처음 그가 병원에 방문했을 때 어머니의 말도 그렇고, 의사들도 팡위치가 동생이자 주인격, 형인 팡위커가 보조 인격이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어딘가 꺼림칙한 어머니의 태도, 팡위치가 남긴 일기 등을 통해 무언가 비밀이 있음을 감지한 인턴 무거입니다. 결국 밝혀진 진실 앞에서 두 아이를 키우는 저는 제 마음이 무너지는 기분이었어요. 엄마의 행복만을 바랐던 아이가 내린 선택 앞에, 결국 큰 사랑을 주는 것은 부모가 아니라 아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실감했습니다. 휴일에 아이들로 마음 상한 일이 있어 또 혼을 냈는데, 그게 정말 그렇게까지 혼낼 일이었나 자책하게 되네요.

 

대학원 시절 인턴으로 일하던 정신병원에서 만났던 환자들과의 일화를 바탕으로 쓴 소설 [악몽과 망상]에는 다중인격 뿐만 아니라 조울증, 미소우울증, 망상장애, 공포증, 애도장애, 강박증, 전환장애 등의 증상으로 고통받는 이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정신적으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고 그로 인해 치료를 받는 것도 낯설지 않은 모습이 된 요즘은 그렇다 쳐도 예전에는 이런 증상을 호소하거나 병원에 다닌다고 하면 나약한 사람이라는 낙인이 찍히기 마련이었잖아요. 그런 인식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세상 속에서 무거의 소설은 이 병은 누구나 앓을 수 있는 것이며 개인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시사합니다.

정신질환이란 생물학적 질병처럼 타인과 완전히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으며, '미친 사람'만 치료해서는 해결되지 않는다. 증상은 타인의 영향으로 더 위중해질 수 있고 유동적이므로 정신질환은 다른 사람과의 관계 속에 놓고 보아야만 한다.

p59

저는 이 부분이 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정신질환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증상을 앓고 있는 사람 뿐만 아니라 가족 관계, 더 나아가서는 사회적으로 관계를 맺고 있는 모든 사람을 들여다봐야 한다는 것은 어쩌면 저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놓치고 있는 부분 아닐까요. 이상증상이라는 생각 때문에 공포심과 두려움을 가지고 바라보던 사람들에게 가졌던 저의 생각이 부끄러워졌습니다. 연극치료를 받고 있는 추페이는 중학교 때 학교 폭력을 경험한 적이 있습니다. 그 때 제대로 토해내지 못했던 감정이 여태 그를 짓눌러와 결국 치료를 받아야 하는 지경에 이른 거예요. 조현병 같은 경우는 유전된다는 말을 듣기도 했는데 어린 시절의 트라우 때문에 발현되기도 한다는 것을 책을 통해 알았습니다. 현대인이 많이 앓고 있다는 스마일마스크증후군도 우울증의 일종이라고 하죠. 직장생활이나 타인과의 교류 때문에 일어나는 이 증후군을, 어떻게 한 사람의 일로만 치부할 수 있겠어요.

 

단순히 등장 인물들의 증상과 치료에 대해 나열한 것이 아니라 그들의 성장과정이나 배경을 이해하려고 하는 무거의 글에는 따스함이 깃들어 있습니다. 치료를 받기 위해 병원을 찾은 이들이 오히려 자신의 마음을 보살펴주었다는 말은 무척 감동이었어요.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갖춰야 하는 이런 직업이 현재 뿐만 아니라 미래에는 더 필요해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야기 자체만으로도 흥미로웠지만 인간을 표면적이 아니라 다각적인 측면에서 입체적으로 바라봐야 하는 필요성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던 책입니다!

 

**출판사 <호루스의눈>으로부터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악어의 눈물
시즈쿠이 슈스케 지음, 김현화 옮김 / 빈페이지 / 2023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악어의 눈물에도 이유는 있다!!]

 

거짓 눈물 말이지. 악어의 눈물. 영어로 '크로커다일 티어스'라고 해. 악어는 먹잇감을 포식할 때 눈물을 흘리거든.

p 114

 

동네에서 유명 도자기 노포를 운영하고 있는 구노 가(家). 구노 사다히코와 아키미 부부. 그들의 아들 고헤이가 꾸려나가는 가게는 명성과 전통을 자랑하는 곳입니다. 걱정이라고 한다면 앞으로 이 가게를 아들인 고헤이가 대를 이어 잘 꾸려 나갈 것인가, 재개발 문의가 자꾸 들어오는데 어떻게 잘 거절해야 하는가 정도인 구노 부부에게, 아들이 살해당했다는 경찰의 전화가 걸려옵니다. 망연자실한 부부와 달리 생각보다 침착한 모습을 보이는 며느리 소요코. 게다가 아들을 죽인 범인이 소요코의 예전 남자친구였다는 사실에 경악한 가족들에게, 범인은 소요코가 부탁했다는 말을 남기죠. 가족들 사이에 소요코를 믿지 못하는 불온한 분위기가 퍼지고, 걷잡을 수 없는 의심 속에서 가족 관계는 파국으로 치달아 갑니다.

 

[범인에게 고한다]. [검찰 측 죄인] [염원] 등으로 깊은 인상을 남긴 작가 시즈쿠이 슈스케의 신간이 출간되었습니다. 모두 재미있는 작품들이지만 제가 작가의 진면목을 알게 된 작품은 [염원] 을 통해서였는데요, 사건의 한 가운데에 놓인 인물의 심리를 섬세하게 묘사한 필력에 깜짝 놀라며 감동했었어요. 이번 [악어의 눈물] 역시 의심의 감옥에 갇혀버린 아키미의 심리와 금방이라도 깨질 듯한 살얼음판을 걷는 분위기를 잘 표현해 읽는 내내 한 편의 멋진 심리 스릴러를 읽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인간의 선입견에 대해 이렇게 잘 묘사한 작품은 무척 오랜만인 것 같아요.

 

누구라도 소요코를 의심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그 의심에는 소요코의 미모가 한몫 했을 거고요. '그럴 수도 있다'는 의심은 어느 덧 '그랬을 것이다'로, 이것은 다시 '그랬음이 틀림없다'는 확신으로 변해갑니다. 아들을 잃은 엄마의 입장에서 저는 충분히 아키미의 심리에 공감했어요.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아들이 살해당한데다 그 범인이 하필이면 며느리의 예전 애인이라는 것만으로도 충격인데, 남편을 잃은 며느리가 슬퍼하지 않는 것 같다, 거짓 눈물을 보인 것 같다는 말을 들으면 저라도 소요코를 미워하고 의심했을 거예요.

 

사람의 마음이란 얼마나 간사한지요. 믿고 싶은 것만 믿고, 듣고 싶은 것만 듣게 됩니다. 저는 아키미보다 그녀의 언니가 더 문제라고 생각했어요. 아무리 동생을 생각해서 하는 말이라지만 아키미의 옆에 붙어 근거도 없는 이런저런 말을 들려주며 아키미의 의심에 불을 지피는 그녀의 행동이 무척 밉살스러워 보였습니다.여기에 우연인지 의도된 것인지 벌어지는 다른 일 때문에 소요코를 향한 의심은 깊어져만 가는 상황 속에서, 저 또한 분명 소요코가 연관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습니다.

 

아마 작가님은 이렇게 간단히 소요코를 의심하는 독자들을 보며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지 않았을까요. 아마 많은 독자들이 결말을 궁금해했을 것이고, 공개된 결말 앞에 깜짝 놀랐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마치 눈 앞을 가리고 있던 안개가 사라진 듯한, 쓰고 있던 색안경을 누군가 가져간 듯한 느낌이었어요. 이럴 수도 있구나, 인간이란 참으로 간단히 속아넘어가는 존재구나, 선입견이란 얼마나 무서운 것인가-온갖 생각이 들면서 마치 꿈에서 깨어난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특히 가족 안에서 발생한 마음의 엇갈림이었기에 더욱 깊은 어둠에 빠져들 수밖에 없었던 구노 가(家)의 이야기. 아직 읽지 않으신 분은 과연 이 어둠을 헤치고 진상을 알아보는 혜안을 갖고 계실지 궁금합니다!

 

** 출판사 <빈페이지>로부터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보이 인 더 하우스 보이 프럼 더 우즈
할런 코벤 지음, 노진선 옮김 / 문학수첩 / 2023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드디어 밝혀지는 와일드의 출생의 비밀!! 역시 할런 코벤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보이 인 더 하우스 보이 프럼 더 우즈
할런 코벤 지음, 노진선 옮김 / 문학수첩 / 2023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드디어 밝혀지는 와일드의 출생의 비밀!!]

 

어린 시절, 홀로 의식주를 해결하며 살다가 라마포산에서 발견된 소년이었던 와일드. 그로부터 3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와일드는 자신의 진짜 이름, 생일 등을 모른 채 살아가고 있어요. 전작인 [보이 프럼 더 우즈]에서 사이가 각별했던 친구 데이비드의 아들이자 자신의 대자인 매슈의 요청으로 여학생 실종 사건의 진상을 밝혀냈던 와일드가 이번에는 본격적으로 자신의 출생의 비밀을 파헤치기 위해 움직입니다. 혈통을 찾아주는 DNA 사이트에서 자신의 아버지로 추측되는 인물인 대니얼 카터를 발견하고 그를 만나러 간 와일드.

 

한편, 대니얼 카터를 만나기 전 와일드와 가장 비슷한 유전자를 가진 사람이라 밝혀졌던 PB. 그 PB가 도움을 요청해왔으나 한동안 갈피를 잡지 못한 와일드가 뒤늦게 그와의 연락을 시도해보지만, 이미 PB는 자취를 감춘 상태입니다. 매슈의 도움으로 PB가 최근 리얼리티 쇼를 통해 스타가 됐지만 성범죄 스캔들로 나락으로 떨어졌고, 자살을 암시하는 피드를 개인 SNS에 올렸던 피터 베넷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죠. 여기에 무분별한 인터넷 댓글로 사람들을 상처입히는 이들을 처단하는 자경단이 활동을 시작하고, 와일드는 피터의 행적을 좇는 과정에서 예기치 못한 살인사건과 맞닥뜨리게 됩니다. 복잡하게 얽힌 사건 속에서 대체 와일드는 왜 숲 속에 버려진 건지, 그의 부모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이번 편에서는 그 이유가 확실히 밝혀집니다.

 

[보이 프럼 더 우즈] 를 읽고 와일드의 출생의 비밀이 너무나 궁금해서 후속작이 얼른 출간됐으면 좋겠다고 표현했는데, 생각보다 빨리 만날 수 있어 너무 행복했습니다. 예고한 바가 있어 당연히 와일드의 출생의 비밀이 밝혀질 것이라 예감은 했지만 이렇게 많은 사건들이 얽혀있을 줄 상상도 못했어요. 한편으로는 복잡하게 꼬인 실타래 같은 이 사건들이 어떻게 하나로 매듭지어질지 궁금했는데, 역시 할런 코벤!! 개인적으로 그의 장기라 생각하는 반복되는 단타의 반전은 이 <와일드 시리즈>에서는 접어둔 것으로 보이지만, 마지막에 이르러서야 모든 비밀이 풀리는 규칙을 이용해도 끝까지 독자들을 끌어당기는 힘은 여전하다는 생각입니다.

 

와일드의 과거도 과거지만 [보이 인 더 하우스]에는 특히 SNS의 화려한 이면을 부각시킨 점이 돋보였어요. 리얼리티 쇼로 얻은 인기를 유지하기 위한 거짓 생활, 대중들에게 잊히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자극을 찾아야 하는 연예인들의 비애와 파렴치한 모습 등을 보며 행복에도 진짜와 가짜가 있음을 다시 한 번 씁쓸하게 깨달았습니다. 여기에 익명성을 방패로 내세워 욕설과 비방을 거리낌없이 행하는 사람들과 그런 그들에게 행해지는 사적인 처단을 보면서, 과연 무엇이 옳은지, 이 세상이 대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또 한번 되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와일드의 사생활에도 진전이 있어 만족스러운 후속작이었는데요, 아무래도 데이비드의 죽음에 무언가 비밀이 있는 것 같아 3부가 또 출간되지 않을까 막연히 희망해봅니다(설마 저만 눈치채지 못한 걸까요??!!). 데이비드의 죽음의 이유가 밝혀진다 해도 라일라와 와일드의 관계는 변하지 않았으면 하는데, 작가님, 부디 이 궁금증도 속시원히 해결해주시고, 핑크빛 러브러브도 계속 지켜볼 수 있게 해주세요!!

 

**네이버 독서카페 '리뷰어스클럽'을 통해 <문학수첩>으로부터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무슈 파랑
기 드 모파상 지음, 송설아 옮김 / 허밍프레스 / 2022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짧지만 강렬한 네 편의 이야기]

 

어린 시절 기 드 모파상의 <목걸이>를 읽은 뒤로 그의 작품을 읽은 뒤에는 늘 기대를 하게 됩니다. 책을 좋아하는 독자로서는 그야말로 감사하고도 즐거운 기대인데요, 그의 글에는 미스터리물이 아닌데도 반전이 숨어 있고, 삶의 깊이를 맛보게 해주는 문장과 절묘한 묘사들이 보석처럼 반짝이고 있어요. 이번에 만난 [무슈 파랑]은 생각보다 책의 두께가 얇아 살짝 당황스러웠지만, 기 드 모파상다운 필력은 여전해서 짧다고 불평할 수도 없을 정도였습니다.

 

표제작인 <무슈 파랑> 이야기부터 해볼까요? 주인공인 파랑씨는 부유하지만 매우 선량하고 아내와 아이를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특히 아들인 조르주를 사랑하는 마음은 너무나 크고 깊죠. 하지만 아내인 앙리에트는 그런 파랑을 조롱하고 경멸합니다. 파랑의 행동과 말들이 자신을 짜증나게 한다며 그를 비난하는 앙리에트의 모습은 저에게 철없는 어린 아이처럼 보였어요. 그렇다면 그들의 아이, 조르주에 대한 책임감은 대체 어디로 가 버린 거죠??!! 닥쳐온 파국 앞에 아내는 파랑을 가장 상처줄 수 있는 말을 굳이 꺼내고, 그 말은 파랑의 남은 생애를 지배하게 되는 지경에 이르러요.

 

파랑의 남은 생애를 상상하면서 제 마음은 파랑과 같이 무너지는 느낌이었습니다. 그의 끝없는 고통과 처절한 분노에 물들지 않는 사람이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아들을 빼앗긴 아버지의 아픔은 그의 이름의 의미를 알게 되먼서 한층 깊어지는 듯 했는데요, 주인공에게 Parents라는 이름을 붙인 작가의 의도가 엿보이는 작품이었습니다. 마지막 부분은 통쾌함과 동시에 허무함 비슷한 감정이 느껴졌는데, 그 순간을 파랑은 상상하며 살아온 것일까요. 그의 삶이 한 없이 가엾게 여겨졌습니다.

 

다른 작품들도 흥미롭기는 마찬가지예요. <사랑>은 사냥터의 새를 통해 사랑의 의미를 재조명함과 동시에 섬세한 묘사가 돋보이는 이야기입니다. '바위가 쩍 갈라질 정도의 추위' 같은 표현이나 암컷의 곁을 떠나지 못하는 수컷의 모습에서 사랑의 본질을 그리는 표현이 무척 감탄스러웠습니다. <위송 부인의 장미 청년>과 <테오듈 사보의 고해성사>는 물질 앞에서 너무나 쉽게 무너지는 인간의 신념을 그리고 있어요. 두 작품 속에도 묘사는 훌륭하지만 무엇보다 그 풍자와 해학에 웃음이 나면서도 한편으로는 씁쓸함을 느꼈습니다.

 

짧은 이야기들이지만 그 깊이와 재미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특히 그동안 국내에서는 만나보지 못했던 작품들이었던만큼 더 뜻깊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한편 한편 끝날 때마다 아쉬움을 금치 못했는데, -기 드 모파상 단편선 1-이라고 하는 걸 보아 분명 2도 있다는 뜻이겠죠! 분명 다음 작품들도 준비되어 있을 거라 믿으며 출간될 그 날을 기다리겠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