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브 1
모리 에토 지음, 오유리 옮김 / 까멜레옹(비룡소) / 2009년 10월
평점 :
절판


인정합니다. 저는 운동능력도 부족하고 약간 몸치 기질이 있어요. 학교 다닐 때도 체육대회를 위해 반 친구들과 함께 단체 무용 연습을 할 때 간신히 해냈던 기억이 있답니다. 뒤처지지 않기 위해, 창피를 당하지 않기 위해 무조건 열심히 해서 그런지 친구들은 내가 몸치 기질이 있다는 것을 잘 모르지만, 당사자인 저는 암요, 잘 알고 있죠. 뭔가가 어긋나는 것 같은 그런 느낌. 홍홍. 몸도 그리 유연하지 않아서 삐걱거리지만 그런 쪽으로는 욕심이 없어서 그랬는지 그렇게 심각하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은 없없습니다. 

그런데 내 몸이 마음처럼 움직이지 않는 게 참 화가 나는 일이라는 것을 알았어요. 몇 달 전부터 요가를 시작했는데, 워낙 뻣뻣한 몸인지라 강사 선생님들도 헛웃음을 짓곤 하시는데요, 뭐, 그런 건 다 괜찮아요. 약이 오르는 건 내 몸이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는 사실, 그 자체랍니다. 오죽하면 쭉쭉 늘어나는 유연한 몸을 다른 회원에게 자랑하는 꿈까지 꿨을까요. 저도 운동을 잘 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요즘 자꾸 들어요. 특히 이런 감동백배의 스포츠 소설을 읽다보면 스포츠맨들에게 빙의라도 하고 싶어진다니까요. 

성장소설을 좋아하지만 거기에 '스포츠'라는 요소가 들어가면 재미가 배가 되는 것 같습니다. 온갖 시련과 역경을 뛰어넘어 끝내는 원하는 것을 손에 넣는 주인공들. 될까 안 될까, 저기를 뛰어넘을까 못 넘을까, 두근두근 콩콩, 조마조마 하는 느낌이 빵 터질 때의 쾌감. 캬~그건 마치 영화 <국가대표>에서 주인공들이 하늘 높이 날아오르는 모습을 봤을 때의 기분이라고 하면 조금 감이 오시려나요. 여기 나오는 아해들은 다이빙을 하는 '소년'들입니다. 몸은 소년이되 마음과 생각은 이미 어른이 다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무척 성숙한 아해들이죠. 하나의 목표를 향해 무언가를 포기할 수 있는 용기, 그건 그 목표가 정말 절실하지 않고서야 해낼 수 없는 일이거든요. 

혹시 무슨무슨 월드에 있는 어떤어떤 드롭이라는 놀이기구를 타 보신 적이 있나요? 저는 고소공포증도 살짝 있고 무서운 놀이기구에는 이 한 몸 실을 용기도 없는 터라 멀리서 바라보기만 했는데요, 보기만 해도 머리털이 다 뽑혀나갈만큼 공포스러웠습니다. 그런데 이 아해들은 스스로 뛰어내립니다. 높이 10미터, 시속 60킬로미터, 공중에 떠 있는 시간은 1.4초. 저라면 한 1억 정도 준다면 뛰어내릴 것을 생각할까 말까한데 이 아해들은 그 시간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칩니다. 친구, 연애, 추억. 삶의 중심은 다이빙. 오직 그것 하나만 위해 오늘도 뛰어내리고 있습니다. 

딱히 주인공이라고 하자면 다이아몬드 눈동자를 가진 사카이 도모키, 훌륭한 다이빙 선수였던 할아버지를 둔 오키쓰 시부키, 그리고 다이빙 선수였던 부모님을 둔 후지타니 요이치라고 할까요. 이 세 명의 눈으로 올림픽 출전권을 따기까지의 이야기가 그려집니다. 서로를 라이벌로 여기면서도 소중히 대하는 마음, 다이빙에 대한 열정이 고스란히 전해져 와 제 마음을 꽉 잡고 흔들어 놓더라구요. 맨 처음 등장한 도모키를 응원하다가도 시부키의 파트를 읽고 있으면 시부키를, 요이치의 파트를 읽고 있으면 요이치를 응원하는 저를 발견하게 됩니다. 아군과 적군이 뚜렷하지 않은, 그래서 어느 쪽을 응원하면 좋을 지 갈팡질팡 하게 되는 거지요. 하지만 꼭 한 명만 응원할 필요는 없잖아요. 그래서 저는 그냥 세 명 다 응원했습니다. 어차피 각자의 몫은 따로 있는 것이고 그 안에서 그 다음 목표를 향해 나아가면 될테니까요. 

이렇게 열정 넘치는 소설을 읽으면 가끔 제 자신이 부끄러워집니다. 나에게도 그런 때가 있었는데, 나도 이거 아니면 안 된다 생각했던 적이 있었는데, 노력하면서 행복했던 시간이 있었는데 하는 생각도 들어요. 그러면서도 저의 하루하루를 소중하게 생각하게 되는 마음을 아시려나요. 그들에게는 다이빙이 전부이듯 저에게는 이 생활이 제가 이루고자 했던 꿈이었으니까요. 그리고 언젠가는 가슴 속에 있는 막연한 다른 꿈을 펼쳐보고자 하는 용기를 얻었답니다. 

꿈이 있는 사람은 아름답다는 생각을, 이 책을 읽으면서 새삼 해보았습니다. 꿈만 있으면 뭐하냐, 하는 분도 계시겠지만 꿈은 미래를 향해 발을 내딛을 수 있게 해 주는 원동력이 될 거라고 믿어요.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소년들과 함께 자신의 열정도 한 번 확인해 보세요. 그냥 슉 빠져서 어느 새 페이지를 슉슉 넘기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걸요. 아웅, 저도 열심히 요가를 해야겠습니다. 1년 뒤 엿가락처럼 흐물흐물해질 유연한 몸을 꿈꾸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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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의 스푼 - 맛있는 인생을 사는 스위트 가이의 푸드 다이어리
알렉스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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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가수이지만, 안타깝게도 '가수' 알렉스보다 요리 잘하는 연예인으로 먼저 다가왔더랬다. 그것도 직접 본 것이 아니라 TV에서 요리하는 모습을 우연히 보신 엄마가 '알렉스라는 사람이 있는데 몸매도 멋지고 요리도 잘하더라' 라고 말씀하셨기 때문이다;; 나이를 먹어서인지 연예인에게 흥미를 잃어버린 나는 '아' 라며 심드렁하게 반응했고 금방 그 일을 잊었는데, <우리 결혼했어요>에 나온 그의 모습은 로맨틱하기도 했지만 조금 느끼한 것도 사실이었다. 

그리고 그의 목소리를 들었다. 올해 초, 라식수술을 하고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하루 종일 잠만 자던 나의 밤을 밝혀준 건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알렉스였다. '푸른밤, 그리고 알렉스입니다' 라는 멘트가 정말로 밤을 푸르고 흥겹게 만들어 주었고 어느새 그의 방송을 기다리는 애청자가 되고 말았다. <우결>에서 보여주었던 모습과는 달리 다소 시니컬하지만 솔직한 그의 말투에 조금 더 호감이 생겼고, 그래서 이 책이 궁금했었나 보다. 그가 소개하는 요리는 어떤 것일지 호기심도 생겼지만, 이제는 푸른밤에서 들을 수 없는 그의 목소리를 다시 한 번 듣고 싶었기 때문이다. 책을 읽으면서 그의 목소리가 전해져오길 바랐다. 

이 책은 요리만을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음식'에 관련된 알렉스의 추억모음집이자 압축된 자서전이다. 그의 가족, 그의 친구, 그의 음악, 그의 사랑에 관한 기억들이 때로는 구수한 곰국과 함께 때로는 달콤한 핫초콜릿과 함께 마음을 두드린다. 카스텔라에 묻어 있는 엄마에 대한 사랑과 유년시절을 향한 그리움, 솔푸드(soul food)라 지칭한 주먹밥과 따뜻한 미역국을 먹으며 함께 했던 산행, 누나와 함께 먹던 떡볶이, 홀로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먹었던 음식과 푸른밤 청취자들과의 우동 번개, 애틋했던 사랑에 대한 설레임들. 

가수가 되기 전에는 요리 공부를 했던 그이기 때문인지 직접 요리를 하는 모습이라든지 여러 음식에 관한 사진들이 다양하게 실려 있다. 간단한 레시피들도. 특히 관심이 갔던 음식은 홍콩에서 그가 먹었다던 망고푸딩과 에그타르트, 그리고 하루의 피곤함을 풀어주었다던 밀크티와 술을 좋아한다는 그의 추천(?)을 받은 소맥(;;)이다. 망고푸딩은 홍콩 최고의 디저트 메뉴라고 하니 달리 설명이 필요없을 듯 하고 에그타르트는 바삭한 타르트 빵 위에 우유와 설탕, 부드럽게 익힌 달걀을 올린 것이라고 한다. 예전부터 좋아하던 밀크티도 놓칠 수 없고, 술은 잘 못하지만 어쩐지 맛날(?) 것 같은 소맥이 한 밤중에 갑자기 먹고 싶어져서 고생했다. 으흐. 

음식과 연관된 추억담이라 그런지 어쩐지 따스한 느낌이 전해져온다. 밥 한 숟갈 먹고 추억 하나, 국 한 번 떠먹고 추억 하나. 그 동안 나는 먹을 때 주로 음식에 집중했었는데, 함께 했던 음식으로 추억을 되새길 수도 있다는 점이 새삼스럽다. 그 동안 나는 뭘 먹었고, 어떤 추억을 가슴 속에 차곡차곡 쌓아두었을까. 나도 하나씩 둘 씩 내 추억을 끄집어내서 그 따스함을 떠올려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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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되고 싶었던 버스 운전사>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신이 되고 싶었던 버스 운전사
에트가 케렛 지음, 이만식 옮김 / 부북스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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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들은 이 책을 어떻게 읽었을 지 궁금하다. 내가 재미있게 읽은 책에 관해서는 다른 사람들의 평에 그다지 신경쓰지 않는 편이다. 물론 내가 감동받았던 것에 대해 다른 사람들도 감동받고, 내가 느꼈던 것을 다른 사람들이 느낄 수 있다면 어쩐지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에 정다움 같은 것이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내가 재미없게 읽은 책에 대해서는 리뷰를 쓰기 전에 다른 사람들의 평은 어땠는지 평소보다 더 궁금해진다. '이거 대단한 책인데 내가 못 알아보는 것은 아닐까, 사실은 재미있는 책인데 나만 재미없다고 느끼는 것은 아닐까' 라는, 음, 불안이라고 표현하기에는 부족한 그런 마음이 들기도 한다. 내가 왜 이런 이야기를 하느냐 하면, 나는 이 책이 재미가 없었기 때문이다. 

'~상 수상'이라는 문구가 표지에 적혀 있다고 해서 그런 책들이 다 나와 맞았던 것은 아니었다. 아무리 권위있는 상을 받았다고 해도 나의 취향과 맞지 않는다면 나에게 있어 그 책은 가치가 없다. 그저 내가 읽었던 책들 목록의 한 켠을 차지할 뿐, 오랜 시간 내 머리와 내 마음을 차지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언론의 찬사를 받았다거나 상을 받았다고 하면 귀가 솔깃해지기는 한다. 그래도 상은 상이니까. 아무 작품에 무턱대고 상을 주지는 않을 테니까, 라는 조그만 믿음이 아직도 마음 속에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새삼 깨달은 것은, 어떤 작가와 작품의 이력이 어떻든 역시 나에게 재미가 없다면 아무 소용없다는 것이다. 

모두 22편의 중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는 단편모음집이다. 사실 맨 마지막 작품인 <크넬러의 행복한 캠프 생활자들>을 제외하고는 기껏해야 두 세장의 짧은 이야기들이다. 처음부터 이 책이 재미없다고 느낀 것은 아니었다. 사실 표제작인 <신이 되고 싶었던 버스 운전사>를 읽고 나서는 느낌이 괜찮았다. 확 다가오지는 않았지만 동화같기도 하고 뭔가 교훈적인 이야기를 따스하게 풀어가는 느낌이 들어서, 가벼운 마음으로 계속 읽기 시작했는데 두 번째 이야기인 <굿맨> 부터 영 마음에 와 닿지 않았다. 이야기가 기발하고 독특하다는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그 뿐. 그것으로 대체 무엇을 전달하고자 하는가가 느껴지지 않는다. 하나하나의 이야기를 읽을 때마다 '그래서, 대체, 나보고 뭘 어쩌라는 거야'라는 기분이 든다고 할까. 심통이 났다. 

다른 사람들이 이 책이 재미있었다고 해도 어쩔 수 없다. 나에게 재미없었던 것을 재미있다고 거짓말할 수는 없으니까. 어쩌면 유심히 살펴보고 분석해보면 내가 찾지 못한 생각이 담겨있을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좋은 책이란 쉽고 재미있게 독자를 이해시킬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재 이스라엘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가장 인기 있는 작가 중 한 사람으로 꼽힌다고 하는데, 나는 한국인이라서 그런가. 이야기가 기발했다는 정도만 기억에 남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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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노스케 이야기 오늘의 일본문학 7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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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을 함께 한 이 아이, 그 이름은 요노스케올시다~대학 진학을 위해 나가사키에서 도쿄로 상경한 소년입지요. 아니군요. 열 여덟인 데다 이제 대학에 입학했으니 소년보다는 청년이라는 단어가 더 어울릴 듯 합니다. 뭐 그래봤자 저에게는 아기일 뿐입니다만. 훗훗훗.

요코미치 요노스케. 일본 근대문학사에 이름을 남긴 사람 중 '이하라 사이카쿠'라는 작가가 있습니다. [호색일대남] 등의 호색기를 쓴 작가로 요 [호색일대남]의 주인공이 바로 요노스케였답니다. 저도 시험 공부를 하면서 살짝 읽어보려 했으나, 작가와 작품 외우는 것만도 벅차 그 좋은 기회를 놓치고 말았네요. 그런데 그 요노스케와는 달리, 이 요노스케의 이미지는 그야말로 '호빵'입지요. 김이 모락모락 나지 않는다는 것만 제외하고, 투실투실하고 어쩐지 허연 몸뚱이의 소유자일 것 같은 그런 소년, 아니 청년이랄까요. 영화 <고스트 버스터즈>에 등장하는 머쉬멜로우맨 같기도 하구요. 표지의 저런 청년을 생각하시다가는 책을 읽으면서 고개를 갸우뚱갸우뚱 하실 겁니다. 

자, 이 [요노스케 이야기]는 그야말로 요노스케의 이야기입니다.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 상경한 시점부터 1년 여의 시간을 그리고 있습니다. 뭐 특별한 점이라도 있느냐, 하고 물으신다면, 저는 다시 고개를 갸우뚱할 거에요. 글쎄요. 그러고보니 그다지 특별한 점은 없었던 것 같네요. 여느 대학생들처럼 당연히 학교에 다니고 있고, 아르바이트도 하고 있으며, 친구들도 몇 명쯤은 있거든요. 조금 특이한 점이라고 한다면 삼바 동아리의 회원이라 세탁을 하면서 허리를 살랑살랑 흔든다는 것과 ,약간 요상한 말투를 쓰고 검은색 최고급 자동차를 타고 등장하는 쇼코라는 여자친구가 있다는 정도일까요. 흠. 이렇게 쓰고보니 정말 평범한 청년이네요. 

그런데 말이죠. 요노스케에게는 말로 다 표현 못 할 매력이 분명 있었다는 겁니다. 그게 뭘까, 곰곰히 생각해 본 결과 전 그 매력에 '빈틈'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이 책에 등장하는 교코라는 여성은 그 '빈틈'을 다르게 명명했는데요, 한 번 들어볼까요?




   맞아, 그렇게 어중간하지 않으면 그땐 정말로 요노스케 군이 아닌거지. 그 부분을 잘 간직해야 해. -p388



이런. 그녀의 말을 찾는 도중 '빈틈'이라는 글자가 눈에 들어오고 말았습니다. 제가 이름 붙인 줄 알았는데 교코가 '빈틈' 역시 언급했었던 거군요. 뭐, 아무렴 어떻습니까. 어쨌거나 요노스케의 매력은 빈틈과 어중간함이라는 거죠. 그 매력을 어떻게 말로 자세히 표현할까 고민했습니다만, 굳이 제 말을 들으려고 하세요. 그냥 읽어보면 될 것을. 흥. 

요시다 슈이치의 작품은 처음이 아니에요. 그런데 이 작가의 책은 읽고 나서 리뷰를 남길 수가 없었어요. 왜 그런 기분 있잖아요. 할 말은 많은데 가슴으로 넘쳐나는 게 너무 많아서 차마 말로 다 할 수 없는 기분. 이 작가의 이야기는 저에게 그런 기분을 느끼게 해요. 이 책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이번에는 그의 강점인 감성적인 문체 뿐만 아니라 유쾌한 분위기까지 함께 느낄 수 있는 데다 구성적인 뛰어남도 같이 맛볼 수 있었습니다. 페이지가 다 하기 몇 장 전, 가슴이 콱 막히는 그 기분은, 아웅. 

책을 읽고 났더니, 갑자기 요노스케가 제 친구인 양 느껴집니다. 나에게 이런 친구가 있었지 하는 그리운 기분이랄까요. 실제의 그는 당연히 어디서도 만나지 못하겠지만, 요렇게 책으로 또 한 명의 친구를 사귀었네요. 이래서 제가 책을 좋아할 수밖에 없다니까요. 요노스케의 투실한 뱃살을 떠올리며 저도 간식을 먹어야겠습니다. 요노스케가 좋아했던 달콤한 귤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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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트>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보트 Young Author Series 1
남 레 지음, 조동섭 옮김 / 에이지21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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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보트피플'에 대해 알아야 한다. 월남의 패망을 전후하여 해로를 통하여 탈출한 베트남의 난민을 가리키는 단어, '보트피플'. 표지와 제목만 보고는 그저 단순한 성장소설 쯤으로 여겼다. 색감이 따뜻해서인가, 제목이 여가생활을 나타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인가.  하지만 자세히 보면 바다 위에 떠 있는 배 밑으로 가라앉아가는 사람들의 형체가 보인다. 순간 그리 쉬운 소설은 아니겠구나 하는 생각이 불쑥 떠올랐었지만, 솔직히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음. 전체적인 느낌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잘 이해가 되지 않는 그런 작품이었다고 할까나.
 
편견이지만, 단편집이라고 하면 손이 잘 가지 않는다. 단편집임에도 손이 가는 작가는 몇 되지 않는데 이 책은 우연한 기회에 품에 들어왔다. 베트남 작가의 소설은 처음이기도 하고, '보트피플'이라는 단어에 약간의 호기심도 생겨서 읽기 시작했지만, 느낌을 적기가 무척 애매하다. 모두 일곱 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작가인 주인공이 전쟁을 겪은 아버지의 이야기를 소재로 쓴 작품을 그 아버지가 태워버리는 <사랑과 명예와 동정과 자존심과 이해와 희생>부터 , <카르타헤나>, <일리스 만나기>, <해프리드>, <히로시마>, <테헤란의 전화>, 표지 그림의 대상인 <보트>까지.
 
콜롬비아 빈민가에서 테헤란의 거리, 뉴욕에서 아이오와, 오스트레일리아의 조그마한 어촌에서 남지나해를 표류하는 배까지 배경과 등장인물들이 가지각색이지만 그들은 하나같이 공허하고 쓸쓸하다. 처음으로 등장하는 <사랑과 명예와 동정과 자존심과 이해와 희생>부터 예사롭지 않은 분위기를 풍긴다.  분명 이 작가만의 독특한 분위기도 있는 것 같고, 그 분위기가 싫지만은 않은데 글자를 읽어내려간다는 생각만 들 뿐 작가가 나타내고자 하는 의도가 분명히 파악되지 않는다. <카르타헤나>와 <일리스 만나기>의 분위기가 가장 마음에 들고, 어느 정도 내용을 이해하기는 했지만 단순히 그 뿐. 작가가 이 작품들로 우리에게 어떤 질문을 하고 있는지 확실히 알 수가 없었다. 밖으로 나오기보다 자꾸만 안으로 침잠해 들어가는 작가의 모습이 그려지는 듯한 느낌. 어쩌면 이 책에 등장하는 사람들이 갈 곳을 잃고 이리저리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는 것에서 그런 이미지를 떠올렸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래도 가장 인상적인 작품을 꼽으라고 한다면 역시 <보트>이다. 전쟁이 끝나고 보트와 어선을 통해 다른 나라로 탈출하는 베트남 난민의 모습을 열 여섯 소녀의 눈을 통해 보여준다. 병든 사람들은 살아남은 사람들에 의해 바다로 던져지고 매일매일 누군가는 죽어나가며 식수가 부족해 물 한 방울에도 갈등이 일어난다. 그러나 새로운 땅을 눈 앞에 두고 죽음을 맞은 트렁. 아이가 수장되는 동안 희망의 땅을 바라보며 소녀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죽음과 희망이 맞닿아 있는 그 모습이 오히려 더 큰 애처로움으로 다가온다.
 
익숙하지 않은 소재와 작가여서 더 어렵게 느껴졌던 책이다. 독특한 분위기는 호기심을 불러일으키지만 이제부터 만나볼 그의 작품은 조금 더 그의 모습을 발견해낼 수 있고,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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