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언
마리오 리딩 지음, 김지현 옮김 / 비채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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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일종의 '성서 파헤치기' '고문서 탐독하기' 등을 다룬 책은 그리 좋아하지 않는 편입니다. 대부분 살인사건으로 이야기가 시작되고, 그 사건에 휘말리는 주인공과 아름답고 매혹적인 여성의 사랑, 그리고 약간 허무한 결말 등의 구성을 싫어하거든요. 더군다나 성서에 숨겨져있는 내용이나 지구가 멸망하는 지 어쩌는지는 저의 관심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더 그렇답니다. 성서는 해석하는 사람의 입장에 따라 얼마든지 다르게 보일 수 있는 것이고, 지구가 멸망하는 것은, 그렇게 정해져 있다면 그렇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 강하기 때문이랄까요. 그렇기 때문에 이 리뷰에는 저의 개인적인 성향이 강하게 들어가 있다는 점을 양해해 주세요.

1999년이 생각나네요. 그 때 저는 고2였습니다. 노스트라다무스가 예언한, 지구가 멸망할 해라며 시끄러웠던 기억이 나요. 길 위에 나선 광신도들의 믿지 않으면 지옥에 간다거나, 이제 곧 지구가 멸망하니 회개하라거나 하는 말에 어린나이였으나 '훗'하고 콧방귀를 뀌었던 기억도요. 그 때도 지금처럼 '모두 다 멸망한다면 할 수 없지'라는 담담한 마음이었는지 어떤지는 잘 모르겠지만 종말에 대해 그리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9가 세 개 겹쳐 있으니 불길한 해라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숫자 9는 중국에서 가장 좋은 숫자의 의미를 갖는다는 것을 아시나요? 그런 9가 세 개나 모여있던 해니, 누군가에게는 가장 운수 좋은 해가 되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즉, 이를테면 모든 것은 생각하기 나름, 다가올 일은 언젠가 다가온다 그런 의미가 되겠습니다. 

[다빈치 코드] 를 필두로 숱한 '성서 파헤치기' 소설이 발표되었다면, 이제는 어쩌면 이 책 [예언] 처럼 노스트라다무스를 소재로 한 이야기들이 많이 쏟아져 나올지도 모르겠어요. 2012년 종말론을 두고 여기 저기서 의견이 분분한 때, 노스트라다무스가 지구종말의 때로 예언한 해는 1999년이 아니라 사실은 2012년이라는 이야기도 있고, 얼핏 들은 이야기로는  고대 마야인의 달력이 2012년까지라나 어쨌다나 하는 이야기도 있습니다만 진실은 2년 후에나 알게 되겠죠.  

노스트라다무스는 100편의 사행시당 1세기씩 다루어 총 10세기를 예언하는 1,000편의 사행시를 썼고, 그 중 942편만이 남아있는데 나머지 58편은 행방불명이며 오늘날까지 단 한 번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 행방불명된 58편의 사행시를 쫓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바로 [예언] 입니다. 뭐 사실 이야기는 크게 별다를 것이 없어요. 살인사건, 그로 인한 죽음의 위협과 단서를 좇아 사행시를 찾아내려는 주인공들의 험난한 여정, 악당의 죽음, 결말. 그런 거죠. 재미있었던 건 사행시를 좇는 주인공들의 관계와 그들의 대화였습니다. 사비르와 욜라, 그리고 알렉시의 아웅다웅을 보고 있자면 마치 일곱 여덟 살 먹은 아이들 같은 느낌이 강해서 뒤에 갑자기 진지해진 사비르를 대할 때면 괴리감이 느껴지기도 했지만요. 무엇보다 사비르와 욜라가 어처구니없이 맺어지지 않은 점도 마음에 들었고요. 다만 몇 군데서 등장하는 폭력적인 장면은 불편하기도 했습니다. 

작가는 평생 노스트라다무스 연구에 매달렸다고 합니다. 그러나 제 생각에는 연구 하시고 연구 자료만 발표했다면 더 좋았을 뻔 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소설이 빛날만한 그리 특이한 소재도 아니었고, 탁월한 구성능력도 없었으며, 허술한 결말은 '역시 이런 소설들에서는 이런 결론이 날 수밖에 없는 건가' 라는 생각만 깊게 만들었거든요. 다만 노스트라다무스에 대한 지식의 방대함은 인정하는 바, 오히려 그 동안 연구한 자료들을 모아 심도있게 발표했다면 그 쪽이 더 흥미로웠을 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나저나 만약 2012년에 정말 종말이 올까요? 제 동생은 얼마 전에 영화 한 편을 보더니 저에게 종말의 때 누구와 함께 있고 싶느냐고 물어보던데, 여러분은 누구와 함께 있고 싶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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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킬러 덱스터 모중석 스릴러 클럽 24
제프 린제이 지음, 김효설 옮김 / 비채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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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러 덱스터가 돌아왔습니다! 하지만 그 어느 때보다 이번 작품을 기다린 이유는 사실 다른 데 있었답니다.  바로 덱스터가 연인 리타와 결혼하면서 자신의 아들로 받아들인 코디의 성장(?) 말입니다. 이런 분야(?)에 '성장'이란 단어를 써도 될 지 망설여집니다만, [어둠 속의 덱스터] 에서 코디가 보여준 활약은 실로 놀라운 것이었죠. 부모님의 이혼과 아빠의 폭력으로 어느 새 덱스터처럼 마음 속에 검은 승객을 키워버린 애스터와 코디. 잘 웃지도 않는 코디가 덱스터를 구하기 위해 (아니면 즐거움(?)을 위해;;) 휘두른 칼날의 결과에 만족하며 보여준 미소는 상상만으로도 뭉클함(?)함을 느끼게 했답니다. 네, 저도 압니다. 이번 리뷰에 특히 '?"가 많다는 것을요. 하지만 저의 정신세계도 혼란스럽다구요. 덱스터와 그의 가족들을 좋아하지만, 과연 이것이 올바른(?) 일인가, 내가 덱스터와 코디의 활약(?)을 기대해도 되는 것일까 하는 염려를 무시할 수는 없으니까요. 아마 덱스터 시리즈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틀림없이 저와 같은 딜레마를 겪고 계실 거라 믿습(?)니다! 

이번 편도 늘 그렇듯, 또 다른 위기를 맞이하는 덱스터 되겠습니다. 연인 리타와 결혼하고 애스터와 코디로부터 교육(?)시켜줄 것을 강요당하는 덱스터. 또 늘 그렇듯, 한 건의 사건이 발생합니다. 묘사하기도 힘든, 이번 작품에서 개인적으로 옥의 티라고 생각되는 사건을 저지른 범인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덱스터의 동생 데보라가 공격 당하고 자리보전하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동생을 공격한 놈을 찾아야 해!-라는 낯선 감정과 충동에 휩싸인 덱스터는 또또 늘 그렇듯, 범인이라 생각한 인물과 화려한(?) 밤을 보내십니다. 그.런.데. 그런 덱스터의 모습이 촬영된 동영상이 웹사이트에 올라오고 덱스터와 리타, 코디와 애스터까지 위험에 빠집니다. 더 골치 아픈 것은, 결혼 후 어쩐지 나사가 하나 풀려버린 듯한 덱스터의 우왕좌왕하는 모습으로 인해 그의 정체를 의심하는 인물들이 점점 늘어난다는 사실이죠. 앞에는 괴상한 살인마, 뒤에는 동료였으나 순식간에 적으로 돌변할 수 있는 사람들, 양 손에는 리타와 아이들을 쥔 덱스터의 진땀나는 모험(?)이 시작됩니다아. 

곰곰히 생각해보면 이번 작품에서 덱스터의 활약은 그리 크지 않아요. 살인마를 잡는 살인마-라는 명성(?)에 걸맞게 늘 화려하게 잔악한 무리들을 제거해주었던 덱스터가 어쩐 일인지 계속 허둥대는 모습만 보이거든요. 화려한 밤을 보내는 모습을 범인에게 찍히지 않나, 멍~하게 있다가 툭 내뱉는 말들로 인해 의심을 야기시키지 않나. 범인도 딱히 덱스터가 해결했다고는 말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속된 말로 얻어걸렸다고 해야할까요;; 꼭 결혼 후 삶의 모든 끈을 놓아버린 듯한(?) 모습으로 하루하루를 보냅니다. 그런 덱스터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동생 데보라를 공격한 놈을 잡아야겠다는 애틋함과 서서히 생겨나는 리타를 향한 애정, 귀엽지만 가끔 사악한 미소를 흘려주시는 아이들에 대한 뿌듯함이죠. 네, 어쩌면 작가는 이번 작품에서 덱스터의 킬러로서의 면모보다는 점점 인간으로 변해가는(?) 덱스터의 모습을 그리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피도 눈물도 없이 일을 해치워버리는 덱스터도 나름 매력있지만, 이렇게 사람들 사이에 섞여 부드럽고 맹~한 모습을 보여주는 덱스터도 괜찮네요. 귀엽습니다.

이번 작품에서는 사건 그 자체보다 덱스터의 말장난(?)에 주목하시면 더 큰 즐거움(?)을 누리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현실세계에서는 듣고보기만 해도, 상상만 해도 끔찍할 것 같은 장면과 단어들이 이상하게 웃겨서 킬킬대고 웃는 저를 발견하고 깜짝 놀라곤 했거든요.  게다가 비중은 좀 약했지만 살짝 등장한 코디와 애스터의 범인 공격장면도 귀엽습니다. 역시 현실에서는 무척 무서운(?) 일이겠지만요. 

개인적으로는 코디의 성장(?)을 자세히 다뤄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것도 생각해보면, 현실에서는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올 일이긴 한데, 덱스터의 존재 자체가 이미 큰 문제 아니겠어요? 덱스터를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현실의 도덕문제를 여기까지 끌어들이지는 말자구요!  그냥 의적 홍길동이 21세기에 나타났다 생각하면 불현듯 밀려오는 양심의 가책(?)도 썰물 빠지듯 사라질 겁니다. 덱스터가 앞으로 리타와 아이들에게 어떻게 휘둘림을 당할지 생각만으로도 즐거워지는 걸요, 쿠쿠. 아, 그래도 너무 잔혹한 묘사는 좀 자제해 주세요, 작가님! 들리려나? 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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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걷고 싶은 길 1 : 홋카이도.혼슈 - 도보여행가 김남희가 반한 일본의 걷고 싶은 길 1
김남희 지음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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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씩 나는,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나에게 어울리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무슨 일이든 3년째는 되어야 발동이 걸리는 나로서는 2년밖에 지나지 않았으니 '아직 모른다'는 마음도 있기는 하지만, 사람을 상대하는 일이 가끔 버겁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무슨 일이든 사람을 상대하는 어려움에 크고 작음은 없겠지만 각기 다른 개성을 가진 아이들의 마음에 한결같이 동조해주기란 쉽지 않다. 모든 것을 이해한다는 것, 그리고 그렇게 생각한다는 것, 그 또한 교만함의 증거가 아닐까. 게다가 무엇이든 오랜 시간이 지나야 정을 들이는 내 성격 탓에 섣불리 '난 이 일이 너무 좋아, 너무 재밌어' 라는 말을 입밖에 내는 것이 어렵기만 하다. 정말 내가 이 일을 좋아하는 게 맞는지, 다른 선택은 없었는지 하는 생각에 가끔은 '해보고 싶은 다른 일 베스트'를 꼽아보기도 하는데 그 중 1위는 어쩔 수 없이 '여행하고 책 읽는 일'이었다. 여행하고 책 읽고 감상을 남기는 것으로 평생을 채울 수 있다면 정말 행복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일본의 걷고 싶은 길]은 그 어느 나라보다 가깝지만 먼, 나에게는 친근함과 아련함으로 다가오는 일본의 풍경들을 그려낸 책이다. 2003년 처음 길 위에 서서 지난 2년 동안 일본을 아홉 번 드나들었다는 저자 김남희. 홋카이도에서 오키나와까지 일본의 곳곳을 돌아다닌 시간을 합하면 총 6개월에 이른다고 하니 부러울 따름이다. 잘 알려진 곳보다는 덜 알려진 곳, 도시보다는 자연과 전통이 살아 숨쉬는 곳을 소개하고 싶었다는 그녀의 바람에 알맞게 이 책은 일본의 고즈넉함과 매력으로 가득 채워져 있다. 홋카이도와 혼슈로 채워진 1권, 규슈와 시코쿠로 채워진 2권. 우리나라처럼 계절에 따라 옷을 바꿔입는 일본의 풍경 중에서 내가 가장 집중한 곳은 역시 교토와 나라였다. 

오사카와 나라, 교토는 예전부터 꼭 가고 싶던 곳이었다. 관광의 개념보다는 내 마음 내려놓을만한 곳이라는 생각에, 한 번도 가보지 않았지만 더운 여름 굳이 가겠다고 고집을 부린 곳. 그 장소들을 이 책에서 발견하니 다시 반가움과 설레임으로 마음이 둥실 떠오르는 것 같다. 저자가 밟았던 그 길 위에서 나도 한껏 일본의 고풍스러운 매력에 취해보고 싶다. 

여행서하면 사진을 빼놓을 수 없는데 이 책에 실린 사진들은 단연 압권으로 과연 실제로 보는 것이 이보다 더 아름다울 수 있을까하는 의심을 들게 할 정도다. 마음을 여유롭게 하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전통의 매력이 뿜어져나오는 듯한 사진들. 오래 들여다보고 있자면 사진 속으로 내 모든 것이 빨려들어가는 듯한 착각이 든다. 이런 마음들을 근세의 마쓰오 바쇼는 '와비'와 '사비'로 표현했던 것일까. 이 책에는 사진 외의 또 다른 매력이 숨어있는데 바로 각 챕터 앞장에 소개되어 있는 '하이쿠'다. 마쓰오 바쇼와 요사 부손, 고바야시 잇사 등 당대 하이쿠 대가들의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이제 내일 모레, 26일이면 나는 일본 오사카로 떠난다. 5년 만의 일본여행. 태어나서 처음 해보는 나홀로 여행이 되겠다. 처음 여행 계획을 세울 때만 해도 두근거림과 설레임 외의 다른 감정은 존재하지 않았었는데, 막상 출발날짜가 다가오니 그 감정 사이를 비집고 두려움이 불쑥 고개를 내민다. 용감해져야해, 자유로워져야지, 라는 생각으로 계획한 여행. 꼭 연수를 떠났던 2003년의 봄처럼 내 마음이 자꾸 뒷걸음치려는 것을 이 책이 꽉 잡아주었다. 어떤 풍경을 마주하게 될까. 어떤 사람들을 만나게 될까. 언젠가 이 책에 소개된 멋진 풍경들을 전부 만나보고 싶다는 소박한(?) 욕심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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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톤헨지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9-4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9
버나드 콘웰 지음, 유소영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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캬~마치 장대한 스케일의 한 편의 영화를 보고 난 느낌입니다. 역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렇겠지만 저도 고대에 흥미가 많은 사람 중 한 명입니다. 특히 스톤헨지는 세계7대 불가사의 중 하나로 알려져 있지 않습니까. 세상에는 워낙 불가사의하고 신기한 것들이 많아 그 '7대'의 기준도 시간이 흐르면서 조금씩 바뀌는 모양이지만, 제가 알고 있는 7대 불가사의에는 이 스톤헨지가 포함되었던 것으로 기억해요. 

영국의 월트셔주 솔즈베리평원에 존재하고 있는 이 스톤헨지는 고대의 거석기념물로 친절한 네이버에 따르면 '지름 114m의 도랑과 도랑 안쪽에 만들어진 제방에 둘러싸여 2중의 고리 모양으로 세워진 82개의 입석()의 뽑힌 자리가 보인다. 중심부에는 2중으로 환상열석과 말발굽 모양의 열석이 둘러쳐 있다. 바깥쪽의 환상열석은 지름이 30m인데 30개의 열석이 늘어서 있고, 그 위에 순석()을 난간처럼 걸쳐 놓았으며 지름 23m의 안쪽 열석에는 순석은 없다. 다시 안쪽에는 두 개의 입석 위에 횡석()을 놓은 5쌍의 삼석탑이 중앙의 제단석()으로 불리는 네모난 돌을 에워싸듯 놓여 있다. 이 석조구축물의 주축이라고 할 동북부에는 바깔 도랑이 잘리어 4각형의 광장이 부설되었고, 그 중간에 힐스톤이라고 불리는 1개의 돌이 있다'라고 하는군요. 잘 이해가 안 되시죠? 네, 저도 그렇습니다  글이 너무 어렵다 하신 분들은 아래의 그림을 참조하시면 되겠습니다.  



거대한 돌들이 하늘에 닿을 듯 우뚝 서 있는 사진을 볼 때마다 누가 어떻게 무슨 이유로 이런 건축물을 만들어냈을 지 궁금하곤 했습니다. 그저 고대 건물이니 신과 자연과 연관이 있지는 않을까 막연히 추측할 따름이었죠. 그 스톤헨지에 얽힌 비밀과 역사가 대영제국훈장까지 받은 작가 버나드 콘웰의 손에 의해 되살아났습니다. 

이야기는, 4천년 전 한 이방인이 라사린 부족의 땅에 들어오면서 시작됩니다. 자신의 부족에서 금을 훔쳐 달아나 라사린 부족의 땅에 발을 들인 이방인은 부족의 족장인 헨갈의 장자 렌가에 의해 죽음을 맞죠. 태양신 슬라올을 숭배하는 부족답게 신을 위해 신전을 짓기로 결정한 헨갈. 그는 전쟁보다는 평화와 부족의 안전에 더 주의를 기울이는 자애로운 사람이지만, 장자인 렌가는 그런 아버지를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결국 그의 자리를 빼앗기에 이릅니다. 자신의 자리를 확고히 하기 위해 배다른 동생인 사반을 죽이려 하지만 마법사인 둘째 카마반의 충고에 의해 세 형제는 굴절된 형태로 신전을 짓는 일에 매달렸습니다. 누군가는 자신을 위해, 또 누군가는 온전한 신을 위해 시작된 스톤헨지의 건설. 그것이 현재까지 우리가 사는 세상에 존재하고 있는 저 웅장한 거석기념물입니다. 

고대부족을 소재로 한 작품답게 환상적인 요소들이 많이 등장하는 책입니다. 마법사, 제사장, 부족들끼리의 전쟁과 연인에게 닥치는 수난, 모험, 고난을 이겨내고 얻게 되는 영광. 전 이런 요소들이 현실세계에 등장하는 것보다 우리가 알지 못했던 시대를 배경으로 펼쳐지면 더 흥분되는 것 같아요. 눈 앞에 있는 것이 전부가 아닌, 먼 옛날에도 인간의 삶과 사랑이 계속되고 있었다는 생각을 하면 정말 내 존재는 우주의 먼지에 다름 아니구나 라는 생각에 괜시리 가슴이 먹먹해지고 제 존재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고 할까요. 

버나드 콘웰은 그런 저의 성향에 잘 맞게 4천년 전의 모습을 완벽 재현해주었습니다. 방대한 분량에 짧지 않은 세월과 스톤헨지의 건설을 그리고 있으면서도, 허술하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 꼼꼼한 묘사와 굉장한 상상력을 앞세워 책을 읽는 내내 저를 꼭 붙잡고 놓아주지 않았으니까요. 무엇보다 스톤헨지의 건설과정, 돌을 어떻게 깎고 다듬었으며, 어떻게 인간의 키보다 높이 돌을 세웠는지에 대한 묘사가 멋집니다. 공간지각능력이 부족한 저에게는 두 번 세 번 되풀이해서 읽을 정도로 좀 어려운 장면이긴 했지만요. 

스톤헨지의 뒤를 이어 다른 불가사의에 관한 상상력도 발휘해주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또 시원찮은 작품들이 되려나요? 으훗. 버나드 콘웰의 [윈터킹]은 재미가 없는 건 아니었지만 이 [스톤헨지] 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영화로 만들어져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정말 재미있는 책이었어요. 오랜만에 완전 몰입해서 읽을 수 있는 책을 만났더니 기분이 좋습니다. 아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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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몽
야쿠마루 가쿠 지음, 양수현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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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몽 : 사실과 다른 꿈. 실제로 일어나지 않는 일을 꿈으로 꾸는 것. 

이 책을 읽기 전 '통합실조증(정신분열증)'을 가진 범죄자에 대한 저의 입장은 확고했었습니다. 아무리 정신적으로 결함을 가지고 있다 해도 자신이 저지른 일에 대한 책임은 져야 한다는 것. 자신에게만 관계된 일이라면 상관없지만, 누군가의 생명을 빼앗고 한 가정을 파멸로 몰아간 책임은 져야하지 않을까. 만약 통합실조증을 이유로 제대로 된 죗값을 치르지 않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생활한다면 피해자 가족의 입장에서는 얼마나 억울할까. 또한 인간의 마음을 인간이 어디까지 들여다보고 어떤 기준으로 통합실조증이라 판단할 수 있는 지 의문이 생겼습니다. 다른 입장은 생각할 것도 없었죠. 범죄는 범죄, 떠나버린 사람은 돌아올 수 없고 모든 고통과 슬픔은 남아있는 사람들의 몫이 될 것이니까요. 

사와코는 하얀 눈이 예쁘게 쌓인 어느 겨울, 사랑하는 딸 루미를 잃었습니다. 통합실조증을 앓고 있던 편의점 아르바이트 생 후지사키에게. 루미와 함께 놀이터에서 놀고 있던 사와코는 등에 상처를 입고 딸이 죽어가는 모습을 봐야 했으며 그 일로 심각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앓고 남편 미카미와 이혼하기에 이르죠. 미카미 또한 사랑하는 아내와 딸을 지켜주지 못했다는 자책감에 시달립니다. 사건이 일어난 후 4년. 길에서 우연히 후지사키와 마주친 사와코. 루미를 죽인 범인이 아무렇지 않게 길을 걷고 있는 모습은 충격 그 자체. 또 다시 소용돌이치는 사와코의 마음. 처벌받지 않은 가해자 앞에서 사와코와 미카미는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요.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일본드라마 <브레인>을 떠올렸습니다. 사고로 머리를 다친 한 남자가 뇌의 한 부분이 활성화되어 그 능력을 활용해 사건을 해결하는 내용인데요, 에피소드 중 하나가 이 책과 설정이 아주 비슷하거든요. 그 드라마에서는 범인이 다중인격자인 척 가장하고 자신을 납치한 사람들에게 복수하는 내용이 펼쳐졌는데, 결국 주인공이 그 범인이 다중인격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내버린 겁니다. 결국 그 범인은 체포당하고 형을 살게 되죠. 그 드라마를 보면서도 그랬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형법이라는 것이 참 허술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네요. 책에도 나와 있는 것처럼 사람이 사람을 죽일 때의 상태 자체가 정신이 온전치 못하다는 것인데, 어떤 기준으로 '완전한' 심신상실자를 정의할 수 있는 것인지 궁금할 따름입니다. 

심신상실자라고 해도 엄격하게 처분을 내려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세상에는 아무리 좋은 마음으로 생각하려해도 간교하고 잔혹한 사람들이 있다는 것도 알지만, 심신상실자로 등장한 후지사키에게 연민과 동정의 마음이 생기는 것은 어쩔 수가 없습니다. 그의 진심과는 다르게 세 명을 죽음으로 몰아가고 아홉 명에게 부상을 입혔다는 사실을, 그는 과연 어떻게 받아들일까요. 현실에서 숨쉬고 있는 또 다른 후지사키들은 어떤 생각으로 이 세상을 살아가는 건지 생각할수록 안타깝고 답답합니다. 

중간과정이 조금 늘어진다 싶지만 속도감이 굉장한 작품이에요. 사회파 미스터리를 좋아하는 저에게 이것저것 생각할 거리도 던져주었고, 무엇보다 반전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도 아주 굉장하다 싶지는 않지만 꽤 괜찮았습니다. 형법의 헛점을 찌르는 반전이라고 할까나요. 이 작가, 야쿠마루 가쿠의 [천사의 나이프]는 [허몽]을 능가하는 수작이라고 하던데 책장에서 꺼내 펼쳐줘야 할 것 같습니다. 무더운 여름밤 한 순간 더위를 잊기에 알맞은, 마지막을 향해 치달아갈수록 '허몽'이라는 작품의 의미가 가슴 깊이 들어오는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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