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로운 마을 하야부사를 지켜라!!

하야부사 소방단
이케이도 준 지음, 천선필 옮김 / ㈜소미미디어 / 2023년 4월

 

[평화로운 마을, 하야부사를 지켜라!!]

미마 다로는 도쿄 생활을 정리하고 돌아가신 아버지의 고향인 하야부사 지구로 이사온 미스터리 작가입니다. 도쿄에서의 생활이 얼마나 자신을 좀먹고 있었는지, 잠시 들린 하야부사에서 허망함과 깨달음을 동시에 얻은 다로의 결단이었죠. 생각보다 전원 생활에 잘 적응하고 소설 연재도 원만하게 진행되는 것에 만족감을 느끼고 있는 다로는 지역 소방단에 들어오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습니다. 잠시 망설이지만, 이것 또한 전원 생활의 묘미라 생각하며 흔쾌히 허락하고 하야부사 소방단에 들어갔어요. 그런데 하야부사에서 이어지는 연쇄 방화 사건!! 이것이 단순히 방화 사건이 아닌 검은 계략이 숨어 있다는 것을 눈치 챈 다로의 활약이 시작됩니다!!

<한자와 나오키> 시리즈로 독자들에게 잘 알려져 있는 작가 이케이도 준입니다! <한자와 나오키> 뿐만 아니라 변두리 로켓> 시리즈, 그 외 은행이나 회사 등을 배경으로 시원한 카운터 펀치를 선물해주는 훌륭한 장기를 가진 작가예요. 저에게는 일본의 할런 코벤이라고 할까요. 스릴러의 제왕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만나는 작품마다 깜짝 놀랄만한 반전을 곳곳에 심어두는 할런 코벤처럼, 이케이도 준의 작품 역시 역시 숨 쉴틈 없이 등장하는 반전의 반전으로 늘 기대하며 읽게 됩니다.

그런데 이번 [하야부사 소방단]은 예전 작품들에 비해 스토리의 호흡이 조금 긴 편입니다. 숨 막힐 것 같은 계략과 뒷통수치기의 등장보다 은근하게 깔려 있는 불안과 두려움, 깊이를 알 수 없는 계략이라는 늪에 빠져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요. 평온한 시골 마을을 둘러싼 비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펼쳐지는 음모! 마지막에 가서야 사건의 진상과 범인이 밝혀지는 것은 여느 작가들이 사용하는 기술과 다를 바 없지만, 그래도 역시 이케이도 준만의 재미가 있다고 할까요. 주인공인 미마 다로는 마치 작가의 아바타인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고요!

이 소설은 2023년 여름, 8월 1일에 채널J에서 드라마 방영이 시작되었어요. 저희 집은 아이들 덕분에 케이블 신청은 커녕, TV 도 자주 켜지 않아서 챙겨보기는 어려울 것 같지만 기회가 된다면 인터넷에서 검색해서 꼭 보고 싶어요. 하야부사 마을을 어떻게 표현했을지, 미마 다로 역할을 맡은 배우는 역할에 잘 녹아 들었을지, 하야부사 마을을 감싼 불온한 분위기를 잘 살려냈을지 궁금한 것들이 많습니다! 책을 먼저 읽으시든, 드라마를 먼저 시청하시든 재미 면에서는 크게 차이가 없을 거라 생각합니다!!

**출판사 <소미미디어>로부터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100자평] 이상한 그림

이상한 그림 ㅣ 우케쓰 이상한 시리즈
우케쓰 지음, 김은모 옮김 / 북다 / 2023년 7월

매력 만점 이색 미스터리!!

매력 만점 이색 미스터리

이상한 그림 ㅣ 우케쓰 이상한 시리즈
우케쓰 지음, 김은모 옮김 / 북다 / 2023년 7월

 

[매력 만점 이색 미스터리!! ]

'그림'이라는 말이 들어가면 일단 호기심이 생깁니다. 저는 사실 책을 읽기 전에 나카노 교코의 <무서운 그림> 시리즈를 상상했었어요. 명화사에서 이상하다고 취급되는 명화가 소개되고 그에 관해 풀어가는 추리소설일 거라 상상했는데요, 상상 이상으로 너무 재미있었습니다! 총 네가지 챕터로 구성되어 있는데 챕터마다 손으로 그린 듯한 그림이 등장하고, 이에 관해 발생되는 사건이 묘사되어 있습니다. 저는 한 편씩 독립된 단편이라고 생각했는데, 읽고 나니 이 모든 작품이 결국 하나로 이어지더라고요! 읽는 내내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는지, 감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맨 처음 등장한 그림은 열한 살 때 어머니를 살해한 A코가 그린 것이었습니다. 어머니로부터 학대를 당한 끝에 결국 어머니를 살해하고 만 A코였으나, 심리학자는 그녀가 그린 그림 중 뾰족한 가지를 가진 나무 안에 작은 새가 그려진 것을 보고 희망을 갖게 됐다고 말하죠. A코가 가지고 있는 공격성이 모성본능과 보호본능으로 다듬어질 거라고요. 그리고 장면이 바뀌어 사사키 슈헤이는 오컬트 동아리 후배가 추천해 준 한 블로그의 글을 읽게 됩니다. 블로그에 올라온 다섯 장의 그림. 그림 속 비밀이 밝혀질 때, 정말 오싹했어요. 뒤를 잇는 사건 속에 등장하는 그림은 사건을 파헤치는 데 훌륭한 단서가 되지만, 안타깝게도 저는 그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추적하지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전혀 아쉽지 않은, 오히려 이런 소설을 읽게 되어 반갑다는 감정이 가득해요.

우케쓰는 일본 내에서도 독특한 작가로 손꼽힙니다. 이름, 얼굴, 경력 등을 비밀로 해서 베일에 가려져 있는 작가를 복면작가라고 하는데요, 우케쓰는 실제로 복면을 쓰고 활동한다고 전해집니다. 온라인 세상에 모습을 공개하고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지만 그 누구도 그의 성별조차 알 수 없죠. 그런 그가 선보이는 완전히 새로운 미스터리의 세계. 각 이야기가 시작될 때마다 그림이 등장해서 시각적인 집중을 높임은 물론, 흥미를 높이는 데도 아주 탁월합니다. 그의 전작인 [이상한 집]은 도면 등이 등장한다고 해서 뭔가 어려울 것 같아 피했는데, 조금 한가해지면 제일 먼저 읽어봐야겠습니다.

 

** 네이버 독서카페 '리뷰어스클럽'을 통해 <북다>로부터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서로 다른 너와 내가 어울려 살아간다는 것

배를 가르면 피가 나올 뿐이야
스미노 요루 지음, 이소담 옮김 / ㈜소미미디어 / 2023년 7월

 

[서로 다른 너와 내가 어울려 살아간다는 것]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를 통해 일본 독자는 물론 국내 독자에게도 인지도를 얻은 작가, 스미노 요루입니다. 이 작가는 특히 '어떤 제목을 사용해야 독자들을 깜짝 놀라게 할까'를 열심히 연구하는 것 같아요.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의 제목을 들었을 때도 '히엑!' 했었는데, 이번에는 심지어 '배를 가르면 피'가 나온다니요. 저는 췌장 쪽 보다는 이번 작품의 제목이 더 적나라하고 잔인한 것 같아 속이 울렁거릴 정도였습니다. 여러분은 굳이 골라야 한다면 어느 쪽 제목이 그나마 낫다고 선택하시겠어요??!!

제목은 그렇다 해도 저는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를 읽고 꽤 깊은 감동을 받았기 때문에 이번 작품도 무척 궁금했습니다. 주인공은 고독한 소녀 이토바야시 아카네. 그녀는 자신의 본심은 숨긴 채 '사랑받고 싶어'라는 일념 하나로 주위의 자극 하나하나에 어떻게 반응할 것인지를 고민하고 행동하는 소녀입니다. 그럴 때마다 괴로운 듯 입술을 깨물죠. 진정한 자신은 마음 속 깊은 곳에 숨긴 채 '자신'을 '연기'하며 살아가는 삶이라니, 얼마나 답답할 지 가늠조차 되지 않아요. 특히 사춘기, 얼마나 인생에 대해 고민이 깊은 나이입니까. 누구도 진짜 자신을 알아봐주지 못한다는 답답함에도 연기를 그만둘 수 없는 아카네는 어느 날 '아이'를 만납니다.

사실 '아이'는 아카네가 읽은 소설 속 주인공의 이름이었어요. 하지만 아카네는 '아이'를 만난 순간, 그가 바로 '아이'임을 알아챕니다. 그 '아이'는 정작 아카네가 읽은 책을 읽은 적도 없지만요. 그는 그저 여장을 하는 남자, 하지만 소설 속 '아이'와 행동이나 말투가 비슷한 그를 통해 아카네는 변화를 시도합니다. 소설 속에 있었던 일을 현실에 재현해보면서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될지도 모른다고 기대하면서요. 여기에 아이돌로서 보여주기 위한 스토리를 준비하는 주리아, 아카네의 '음울한' 소꿉친구가 등장하면서 다양한 청춘들의 모습이 묘사되어 있습니다. 과연 이렇게 다른 이들이 하나의 세상에서 어울려 살아갈 수 있는 것일까요??!!

sns 사용이 늘어나면서 그 어느때보다 '보여주기'식 삶의 이야기를 많이 접하게 되는 요즘입니다. '보여주기 위한 나'와 '진정한 나'의 차이는 과연 어디에 있을까요? 피드에 올리는 이야기는 현실일 수도 현실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현재의 나는 불행한데 행복한 척 글과 사진을 올리는 것은 아무 소용도 없는 일이죠. 사랑받고 싶다면, 다른 이들과 소통하고 싶다면 어떻게 살아가야 할 지, 청소년 뿐만 아니라 성인도 충분히 고민할만한 내용이었습니다. 표지에 꽃으로 둘러싸인 소녀가 그려져 있길래 포근포근한 이야기일줄로만 알았는데 의외로 성숙한 이야기를 만날 수 있었던 이야기입니다.

**출판사 <소미미디어>로부터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독특한 소재, 속도감 있는 전개, 재미는 덤

듀얼 - 전건우 장편소설
전건우 지음 / 래빗홀 / 2023년 8월

 

[독특한 소재, 속도감 있는 전개, 재미는 덤]

잔혹한 수법으로 스무 건이 넘는 살인을 저지른 '리퍼'. 오랫동안 그를 추격해온 프로파일러 최승재는 단서를 쫓다 마침내 리퍼와 마주합니다. 하지만 리퍼는 이미 최승재의 아내와 딸을 납치한 상황. 공포와 두려움 속에서 최승재는 리퍼의 목을 조르지만, 그 순간 번개가 떨어져 최승재와 리퍼 모두 죽음을 맞이하게 됩니다. 눈을 뜬 최승재는, 여동생이 강간 살해 당해 복수를 저지른 우필호의 몸으로 환생해 있었고, 그는 믿을만한 후배 형사 조우리에게 자신이 최승재임을 증명하면서 도움을 청하죠. 자신이 환생했다면 우필호 또한 환생했을지도 모를 상황에서 우필호의 목을 조여오는 사람들. 과연 최승재는 우필호의 모습으로 리퍼도 잡고, 우필호의 원한 또한 풀어줄 수 있을까요?

'전건우' 작가님 작품이라면 무조건 챙겨보는 저는, 이번 소재에 환호했어요. 연쇄살인마와 프로파일러가 모두 환생해 또 다시 서로를 쫓는 내용이라니, 너무 흥미진진하지 않습니까. 하지만 역시 희생자들에 대해 묘사한 부분은 마음이 아팠습니다. 특히 리퍼가 최승재의 아내와 딸을 해하는 장면은, 마지막을 예감한 모녀가 얼마나 고통스러웠을지 충분히 상상이 되어서 몸서리가 쳐질 정도였어요. 아마 리퍼가 누구로 환생했을지 다른 독자 분들도 무척 궁금하실 텐데요, 저는 혹시나 우필호가 복수해야 하는 대상, 돈 많고 권력 있는 그 사람으로 태어나지 않았을까 짐작했는데 여러분의 선택은 누구였을까요!

사람이 사람을 해하면서 '자신은 신에게 선택받은 인간이다'라고 주장할 수 있는 근거는 대체 무엇일까요? 저는 속된말로 미쳤다는 표현밖에 생각나지 않아요. 사람이 미치지 않은 이상 어떻게 사람이나 숨이 붙어 있는 모든 것에 해를 가할 생각을 할 수 있는 걸까요. 저로서는 상상조차 되지 않는 일을 아무렇지 않게 저지르는 사람들이 요즘들어 부쩍 늘어난 것 같아 더 무섭습니다.

속도감 있는 전개, 심금을 울리는 내용으로 무척 재미있게 읽었어요. 다만 한 가지, 마지막 장면은 조금 아쉬웠습니다. 나쁜 녀석만 벌을 주지 왜...!! 가족을 잃은 최승재가 얼마나 고통스러웠을지 짐작이 되어서 그의 선택에 공감은 하지만, 마지막이 의미심장합니다. 혹시나 그들이 다시 또...? 우리 모두 삶에서 '자연재해처럼 임하는' 악인들을 만나지 않기를 바라봅니다.

** 출판사 <래빗홀>로부터 지원받은 가제본 도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