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한 번만이라도
마스다 미리 지음, 권남희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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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의 뜨거운 밤 뒤에 우리를 지탱해주는 평범한 삶]

 

자칭타칭 저는 공사다망한 사람입니다. 아이들을 낳고나서는 주로 아이들 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더라고요. 주말은 그냥 스쳐지나가는 것. 오히려 직장에 있을 때 더 마음 놓고 쉴 때도 있는 것 같습니다. 매일 정신없이 지나가는 시간 속에서 가끔 한숨이 나올 때가 있죠. 시간이 등 뒤에서 나를 떠밀고 있는 것 같은 기분. 느껴보신 적 있을까요? 나는 천천히 가고 싶은데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시간의 급류 속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듯한 기분이요. 제가 요즘 그렇습니다아! 한 템포 쉬어가고 싶은데 상황이 여의치 않을 때는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글, 소소한 기쁨을 되새겨주는 글들이 좋더라고요,

 

마스다 미리를 좋아하는 독자들도 많은데, 저는 그럭저럭인 편이었어요. 그러던 것이 [엄마라는 여자], [아빠라는 남자]라는 책을 읽고 빠져들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 후로 그녀의 작품은 주로 에세이만 읽어왔던 저에게 마스다 미리의 '소설'이라는 것은 꽤 낯설었어요. 과연 어떤 소설이 탄생했을지 궁금하기도 하고 기대도 되었다가 실망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 아닌 걱정을 했더랬습니다. [딱 한 번만이라도]는 일상을 그저 살아내고 있던 히나코와 야요이가 각자의 일탈을 경험하고 자기 나름대로의 답을 찾아가는 여정을 그리는 작품이에요.

 

요양보호사로 일하는 돌싱인 언니 야요이와 파견회사 직원으로 근무하면서 오랫동안 솔로로 생활해온 동생 히나코. 성격도 살아온 삶의 궤적도 서로 다른 두 사람이지만 딱 하나 공통점이 있지만 현실에 치여 꿈이나 환상을 꿈 꿀 여유가 없어졌다는 것입니다. 그런 두 사람에게 화려한 삶을 사는 이모 기요코가 충격적인 제안을 합니다. 함께 180만 엔이 드는 브라질 패키지 여행을 떠나지 않겠느냐고요! 180만 엔이면 우리 돈으로 1800만원 정도. 그 동안 모아온 돈을 한방에 쏟아부어 브라질 여행을 떠난다? 저는 엄두도 못낼 것 같아요. 무엇보다 브라질이 동경하던 나라도 아니었고요. 히나코는 충동적으로 브라질로 여행을 떠나고, 그런 히나코를 어이없어 하면서도 야요이는 하루하루 예전의 자신이라면 절대 하지 않을 일의 목록을 정해 하나씩 실현해나가기 시작합니다. 서로 다른 장소에 있지만 같은 것을 찾아 헤매는 이들의 일탈은, 과연 어떤 모습으로 끝을 맺게 될까요.

 

두 사람을 보면서 나는 과연 일탈할 수 있을까, 지금 내 상황에서 일탈은 무엇을 의미할까 생각해보게 되었어요. 굳이 해외여행이 아니더라도 옆지기와 아이들만 두고 주말 호캉스를 떠나는 것, 원하는 물건을 앞뒤 재보지 않고 한 달에 하나라도 사보는 것-등이 생각납니다??!! 하지만 그런다고 해서 제 일상에 커다란 변화가 생기지는 않을 거예요. 이 두 자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각각의 경험을 통해 주변 사람들과 엮이면서 핑크빛 미래를 꿈꿔보기도 하지만 현실은 잔혹한 면이 있기에 현실인 거니까요. 오히려 그런 부분들이 현실감을 주면서 독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평범한 현실에서 약간의 일탈만으로도 새로운 기분이 들고, 다시 현실로 돌아와 열심히 이 삶을 살아내는 것. 누구나 다 그런 거 아니겠어요. 누구에게나 각자의 짐은 있는 거니까요. 어쩐지 요시모토 바나나님의 작풍도 느껴지면서, 가벼운 마음으로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소설입니다. 이 책을 읽을 때만큼은 제가 제 시간 속에서 적정 속도로 걷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어요!

**출판사 <소미미디어> 로부터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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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에서 두 번째 여름
우메노 고부키 지음, 채지연 옮김 / 모모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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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틋하고 소중했던 그 때의 여름]

 

8년 전 첫사랑인 아마네가 사고로 세상을 떠나고 세상과 단절된 채 살아온 기리. 아마네가 단순 사고가 아니라 자신 때문에 죽었다고 생각하고 그 죄책감으로 모든 것을 포기한 듯 살아온 거예요. 그의 시간은 8년 전 그 날에 멈춘 채 움직이지 않습니다. 어느 날, 기리 앞에 자신이 아마네의 여동생이라고 주장하는 소녀 유키네가 등장해서 아마네는 사고로 죽은 게 아니라 살해당한 것 같다고 말해요. 범인은 소꿉친구들 중 하나라는 충격적인 사실과 타임 리프를 통해 언니를 구해달라는 간절한 부탁까지요. 이게 대체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인가 의심되는 가운데, 유키네의 말대로 거듭 타임 리프 하게 되는 기리. 과연 그는 과거를 바꾸고 현재까지 변화시켜 아마네의 미래를 지켜낼 수 있을까요.

 

사실 작품의 첫 이미지가 전혀 타임 리프스럽지 않아서(그렇다면 타임 리프다운 건 또 뭔가 하는 의문이 생깁니다만) '설마 진짜 타임 리프가 가능하겠어? 유키네가 비유적으로 말한 게 아닐까?'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정말 타임 리프를 하더라고요!! 후회가 남아 있는 순간으로 타임 리프해서 그 후회를 없애고 나면 다시 현재로 돌아옵니다. 하지만 과거를 바꿨으니 돌아온 현재도 바뀌어 있겠죠. 처음에는 아마네의 죽음만을 막기 위해 타임 리프 했던 기리는, 사고 이후 처음으로 자신의 주변을 둘러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돼요. 아마네가 세상을 떠난 이후 절친한 친구들과 멀어지게 된 이유, 자신만 슬프고 힘든 인생이라 생각했지만 누구나 각자의 짐을 짊어지고 살아가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처음에는 정말 과거를 바꿀 수 있을지, 아마네의 죽음을 막고 현재까지 바꿀 수 있을지 반신반의했어요. 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점차 기리와 기리의 친구들인 치아키, 야부코, 못치, 마리나도 응원하게 되었습니다. 이들 중 어느 하나도 상처받지 않았으면 좋겠다, 기리가 과거를 바꾸는 탓에 다른 사람이 희생당하는 현재는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바라게 돼요. 열 여덟, 청춘이기에 모든 것을 내던질 수 있었던 걸까요. 자신 뿐만 아니라 친구들 또한 고통스러웠음을 알게 된 기리가 결국 모두의 행복을 위해 눈물로 거듭하는 타임 리프를 보면서 가슴이 저릿해져왔습니다.

 

'오른쪽에서 두 번째 별'은 바로 피터팬이 팅커벨과 사는 별이라고 하죠. 어른이 되지 않은 채 이대로 게속 친구들과 함께 하고 싶었지만, 사고 이후 어쩌면 원치 않게 훨씬 빨리 어른이 되어버렸을지도 모를 아이들. 그리고 자신만의 세계로 피터팬이 찾아와주길 바랐던 유키네. 모두의 이야기가 하나로 어우러져 진한 감동과 여운을 선사합니다. 신비롭고 애틋한 '오른쪽에서 두 번째' 여름에 일어났던 일. 그 때 그 시간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고 싶지 않으세요??!!

 

**출판사 <모모>로부터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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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궁
허주은 지음, 유혜인 옮김 / 시공사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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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완전히 믿고 읽는 허주은표 역사 로맨스릴러!!]

 

1426년 조선, 제주를 배경으로 열 세 명의 소녀가 사라진 사건을 수사하는 민환이의 이야기를 다루었던 [사라진 소녀들의 숲] 의 작가 허주은이 돌아왔습니다. 이번 작품은 조선 영조 치하를 배경으로 벌어진 살인사건을 다루는데요, 아버지에게 인정받지 못하는 서러움과 분노로 광기에 사로잡힌 사도세자 이야기, 정치적인 음모, 주인공 백현과 종사관인 서의진의 로맨스 등 깊이있고 풍부한 이야기를 선사합니다. 살인사건으로 인한 조마조마함, 로맨스를 통한 가슴 두근거림 등 다양한 템포로 뛰는 심장의 박동을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1758년, 혜민서에서 네 명의 여인이 잔인하게 살해당합니다. 혜민서에서 일하다가 내의녀가 된 백현은 은인이자 스승인 정수 의녀가 범인으로 몰리자 진범을 알아내기 위해 은밀히 사건을 조사하기 시작해요. 새로 부임한 종사관과 우연히 만난 이후 함께 사건 해결에 뛰어든 두 사람은 신분의 벽을 뛰어넘어 서로에게 애정을 느끼기 시작합니다. 한편 사건이 세자와 연관이 있음을 알게 된 백현. 궁궐을 감싸고 있는 투명한 막이 걷히면 얼마나 많은 피가 강이 되어 흐를까 두려워하며 목숨을 걸고 진실을 밝히기로 결심합니다.

 

영조와 사도세자의 관계는 역사를 잘 모르는 사람에게도 익숙한 이야기입니다. 영조는 세자에게 대리청정을 맡겨놓고 늘 그의 뒤에 앉아 세자가 어떻게 하는지 지켜봤다고 하죠. 세자가 명을 내리면 왜 네 마음대로 하느냐 혼내고, 자신에게 조언을 구하면 그런 것도 혼자 결정하지 못해 어떻게 왕이 되겠느냐 꾸중했다던 영조. 아비의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 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던 세자의 마음이 어땠을지, 저는 상상만으로도 마음이 아파요. 영조에게 세자는 과연 어떤 의미였을까요. 왕조의 맥을 이어나가기 위한 도구였을까요? 그에게 아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기는 했을지, 진심으로 궁금합니다.

 

그래서 저는 책을 읽으면서 마음이 복잡해졌어요. 여인들이 살해당한 사건의 발단은 세자입니다. 분명 그럴 것이라 생각하면서도 부디 아니기를 바랐어요. 우리는 세자가 어떤 운명을 맞이하는지 알잖아요. 세자를 응원하는 마음 반, 그럼에도 현이 진실을 밝혀 정수 의녀를 구하고 의진과 행복해지기를 기원하는 마음 반이 얽히면서 모두가 안타까웠어요. 심지어 사건의 범인까지도 짠해서 애가 탔습니다. 누구나 소중한 존재를 잃게 된다면 그런 괴물이 되지 않을까, 안타까웠어요. 작가님만의 매력적인 작품 분위기와 뛰어난 스토리텔링 능력은 이번 작품에서도 여전히 빛을 발해, 제가 작품 한 가운데에 서 있는 것만같은 느낌을 전달합니다.

 

세자와 얽힌 사건을 조사해나가면서 아버지에게 인정받지 못한 자신과 세자를 동일시하던 현은, 결국 자신을 둘러싼 벽을 스스로 깨트리며 앞으로 나아갑니다. 자신의 존재 이유에 아버지의 인정은 필요하지 않다는 것, 사실은 생각보다 어머니가 자신을 무척 사랑하고 있다는 것, 세상에 두려워할 일은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성장하는 현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기특하면서도 마음 한 구석이 아려오는 듯 해요.

 

[사라진 소녀들의 숲]에 이어 [붉은 궁]도 정말 만족스럽게 읽었어요. 이제 '허주은' 작가님의 이름만 보여도 아무 망설임없이 선택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2023 에드거 앨런 포 어워드 수상작이라는 이름에 걸맞는 수작이에요. 다음 작품은 과연 어떤 시대를 배경으로 할 지 벌써부터 너무 궁금하고 기대됩니다.

 

** 출판사 <시공사>로부터 지원받은 가제본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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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교실은 명화 미술관 - 명화로 배우는 통합 교과 지식
이든 지음 / 해와나무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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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를 통해 다양한 시각을 가질 수 있어 만족스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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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교실은 명화 미술관 - 명화로 배우는 통합 교과 지식
이든 지음 / 해와나무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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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로 연결되는 세상]

 

저는 명화 책 읽는 것을 무척 좋아합니다. 결혼하기 전에도 박물관이나 미술관 전시를 종종 다니고 책도 즐겨 읽었는데, 결혼하고 아이를 낳은 후 코로나가 퍼지면서 미술관 관람은 꿈도 못꾸게 되었었죠. 그 시간이 얼마나 답답했는지 몰라요. 뮤지컬과 연극도 좋아했는데 잘못된 생각이란 것은 인식하면서도 아이들 때문에, 혹은 코로나 때문에 제 손발이 다 묶인 것 같은 기분이 들었었어요. 그 시간을 채워주었던 것이 명화 책들이었습니다. 당시는 휴직했을 때라 아이들을 재우고 조심조심 나와서, 때로는 자다가 3-4시 경 일어나 정말 닥치는대로 책을 읽었던 것 같아요. 엄마 욕심에 아이들용 미술 전집도 몇 질이나 구매했습니다. 물론 집중하고 앉아서 읽기를 원했다기보다는 슬쩍슬쩍 조금이라도 눈에 담아주길 원했기 때문이었어요.

 

그런데 얼마 전 첫째 아이가 학교 방과후 시간에 배웠다면서 샤갈의 그림들에 대해 이야기해주더라고요. 때는 이 때다!하며 미술 전집 중에서 샤갈 책을 꺼내 들이밀었습니다. 그 뒤로 제가 다른 일을 하느라 끝까지 읽는지는 모르겠지만 관심이라도 가져준 게 어딥니까. 요즘 저의 고민 중 하나는 어떻게 예술에 더 깊이 관심을 가지게 할 것인가예요.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명화책도 들이밀고 클래식도 자주 들었는데 저도 바쁘고 아이들도 바쁘니 점점 소홀해지더라고요. 첫째가 초등 5학년, 둘째가 초등 3학년 되면 방학 때 프랑스와 이탈리아로 박물관 투어 가려고 막연히 예상하고 있는데 마침 [우리 교실은 명화 미술관]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명화로 배우는 통합 교과 지식>이라는 부제에 걸맞게 다양한 주제로 명화를 들여다볼 수 있어요. 명화로 만나는 국어, 사회, 수학, 과학, 창의적 체험 활동-이라는 주제 아래 제가 알고 있던 그림들이 새로운 시각으로 구성되어 있어 저도 즐겁게 읽었습니다. 그 포문을 여는 첫 작품이 피터르 브뤼헐의 <네덜란드 속담>입니다. 요즘 학교에서 속담을 배우는지 하나씩 속담을 얘기하기 시작한 첫째에게 딱 안성맞춤인 그림이었어요. 우리나라의 속담과 뜻이 통하는 네덜란드 속담들이 그림에 담겨 있어 하나하나 이야기하며 찾기 좋더라고요. 그 외 피터르 브뤼헐의 작품이 두 점 정도 함께 실려 있어 화가의 작풍을 어렴풋하게나마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스 로마 신화'를 좋아하는 아이들에게는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만큼 좋은 그림이 없겠죠??!! 자크 루이 다비드의 <나폴레옹 1세와 조제핀 황후의 대관식>을 통해서는 역사의 흐름도 알 수 있고, 그 유명한 다빈치의 <모나리자>를 통해서는 황금비율에 대해서도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빈센트 반 고흐의 <해바라기>에서는 그의 그림 뿐만 아니라 해바라기 씨앗의 비밀까지 알 수 있었어요. 수학에 문외한인 저로서도 우와 소리가 절로 나오는 '피보나치수열'을 그림을 통해 함께 배울 수 있다니 얼마나 좋은 시간이에요!! 김홍도의 <씨름>을 통해서는 마방진을, 신사임당의 <수박과 들쥐>를 통해서는 풀과 곤충에 대해 살펴 볼 수 있답니다.

 

이 책을 읽다보니 다시금 명화에 대한 애정이 깊어짐과 동시에 아이들과도 그림을 보는 시간을 꼭 함께 하고 싶다는 욕심이 활활 불타오릅니다. 그림을 통해 세상을 보는 눈이 얼마나 깊어질지 생각하면 벌써 가슴이 벅차오르는 것 같아요!!

 


 

**네이버 독서카페 '리뷰어스클럽'을 통해 <해와나무>로부터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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