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어의 눈물
시즈쿠이 슈스케 지음, 김현화 옮김 / 빈페이지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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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어의 눈물에도 이유는 있다!!]

 

거짓 눈물 말이지. 악어의 눈물. 영어로 '크로커다일 티어스'라고 해. 악어는 먹잇감을 포식할 때 눈물을 흘리거든.

p 114

 

동네에서 유명 도자기 노포를 운영하고 있는 구노 가(家). 구노 사다히코와 아키미 부부. 그들의 아들 고헤이가 꾸려나가는 가게는 명성과 전통을 자랑하는 곳입니다. 걱정이라고 한다면 앞으로 이 가게를 아들인 고헤이가 대를 이어 잘 꾸려 나갈 것인가, 재개발 문의가 자꾸 들어오는데 어떻게 잘 거절해야 하는가 정도인 구노 부부에게, 아들이 살해당했다는 경찰의 전화가 걸려옵니다. 망연자실한 부부와 달리 생각보다 침착한 모습을 보이는 며느리 소요코. 게다가 아들을 죽인 범인이 소요코의 예전 남자친구였다는 사실에 경악한 가족들에게, 범인은 소요코가 부탁했다는 말을 남기죠. 가족들 사이에 소요코를 믿지 못하는 불온한 분위기가 퍼지고, 걷잡을 수 없는 의심 속에서 가족 관계는 파국으로 치달아 갑니다.

 

[범인에게 고한다]. [검찰 측 죄인] [염원] 등으로 깊은 인상을 남긴 작가 시즈쿠이 슈스케의 신간이 출간되었습니다. 모두 재미있는 작품들이지만 제가 작가의 진면목을 알게 된 작품은 [염원] 을 통해서였는데요, 사건의 한 가운데에 놓인 인물의 심리를 섬세하게 묘사한 필력에 깜짝 놀라며 감동했었어요. 이번 [악어의 눈물] 역시 의심의 감옥에 갇혀버린 아키미의 심리와 금방이라도 깨질 듯한 살얼음판을 걷는 분위기를 잘 표현해 읽는 내내 한 편의 멋진 심리 스릴러를 읽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인간의 선입견에 대해 이렇게 잘 묘사한 작품은 무척 오랜만인 것 같아요.

 

누구라도 소요코를 의심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그 의심에는 소요코의 미모가 한몫 했을 거고요. '그럴 수도 있다'는 의심은 어느 덧 '그랬을 것이다'로, 이것은 다시 '그랬음이 틀림없다'는 확신으로 변해갑니다. 아들을 잃은 엄마의 입장에서 저는 충분히 아키미의 심리에 공감했어요.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아들이 살해당한데다 그 범인이 하필이면 며느리의 예전 애인이라는 것만으로도 충격인데, 남편을 잃은 며느리가 슬퍼하지 않는 것 같다, 거짓 눈물을 보인 것 같다는 말을 들으면 저라도 소요코를 미워하고 의심했을 거예요.

 

사람의 마음이란 얼마나 간사한지요. 믿고 싶은 것만 믿고, 듣고 싶은 것만 듣게 됩니다. 저는 아키미보다 그녀의 언니가 더 문제라고 생각했어요. 아무리 동생을 생각해서 하는 말이라지만 아키미의 옆에 붙어 근거도 없는 이런저런 말을 들려주며 아키미의 의심에 불을 지피는 그녀의 행동이 무척 밉살스러워 보였습니다.여기에 우연인지 의도된 것인지 벌어지는 다른 일 때문에 소요코를 향한 의심은 깊어져만 가는 상황 속에서, 저 또한 분명 소요코가 연관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습니다.

 

아마 작가님은 이렇게 간단히 소요코를 의심하는 독자들을 보며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지 않았을까요. 아마 많은 독자들이 결말을 궁금해했을 것이고, 공개된 결말 앞에 깜짝 놀랐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마치 눈 앞을 가리고 있던 안개가 사라진 듯한, 쓰고 있던 색안경을 누군가 가져간 듯한 느낌이었어요. 이럴 수도 있구나, 인간이란 참으로 간단히 속아넘어가는 존재구나, 선입견이란 얼마나 무서운 것인가-온갖 생각이 들면서 마치 꿈에서 깨어난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특히 가족 안에서 발생한 마음의 엇갈림이었기에 더욱 깊은 어둠에 빠져들 수밖에 없었던 구노 가(家)의 이야기. 아직 읽지 않으신 분은 과연 이 어둠을 헤치고 진상을 알아보는 혜안을 갖고 계실지 궁금합니다!

 

** 출판사 <빈페이지>로부터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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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 인 더 하우스 보이 프럼 더 우즈
할런 코벤 지음, 노진선 옮김 / 문학수첩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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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밝혀지는 와일드의 출생의 비밀!! 역시 할런 코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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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 인 더 하우스 보이 프럼 더 우즈
할런 코벤 지음, 노진선 옮김 / 문학수첩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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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밝혀지는 와일드의 출생의 비밀!!]

 

어린 시절, 홀로 의식주를 해결하며 살다가 라마포산에서 발견된 소년이었던 와일드. 그로부터 3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와일드는 자신의 진짜 이름, 생일 등을 모른 채 살아가고 있어요. 전작인 [보이 프럼 더 우즈]에서 사이가 각별했던 친구 데이비드의 아들이자 자신의 대자인 매슈의 요청으로 여학생 실종 사건의 진상을 밝혀냈던 와일드가 이번에는 본격적으로 자신의 출생의 비밀을 파헤치기 위해 움직입니다. 혈통을 찾아주는 DNA 사이트에서 자신의 아버지로 추측되는 인물인 대니얼 카터를 발견하고 그를 만나러 간 와일드.

 

한편, 대니얼 카터를 만나기 전 와일드와 가장 비슷한 유전자를 가진 사람이라 밝혀졌던 PB. 그 PB가 도움을 요청해왔으나 한동안 갈피를 잡지 못한 와일드가 뒤늦게 그와의 연락을 시도해보지만, 이미 PB는 자취를 감춘 상태입니다. 매슈의 도움으로 PB가 최근 리얼리티 쇼를 통해 스타가 됐지만 성범죄 스캔들로 나락으로 떨어졌고, 자살을 암시하는 피드를 개인 SNS에 올렸던 피터 베넷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죠. 여기에 무분별한 인터넷 댓글로 사람들을 상처입히는 이들을 처단하는 자경단이 활동을 시작하고, 와일드는 피터의 행적을 좇는 과정에서 예기치 못한 살인사건과 맞닥뜨리게 됩니다. 복잡하게 얽힌 사건 속에서 대체 와일드는 왜 숲 속에 버려진 건지, 그의 부모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이번 편에서는 그 이유가 확실히 밝혀집니다.

 

[보이 프럼 더 우즈] 를 읽고 와일드의 출생의 비밀이 너무나 궁금해서 후속작이 얼른 출간됐으면 좋겠다고 표현했는데, 생각보다 빨리 만날 수 있어 너무 행복했습니다. 예고한 바가 있어 당연히 와일드의 출생의 비밀이 밝혀질 것이라 예감은 했지만 이렇게 많은 사건들이 얽혀있을 줄 상상도 못했어요. 한편으로는 복잡하게 꼬인 실타래 같은 이 사건들이 어떻게 하나로 매듭지어질지 궁금했는데, 역시 할런 코벤!! 개인적으로 그의 장기라 생각하는 반복되는 단타의 반전은 이 <와일드 시리즈>에서는 접어둔 것으로 보이지만, 마지막에 이르러서야 모든 비밀이 풀리는 규칙을 이용해도 끝까지 독자들을 끌어당기는 힘은 여전하다는 생각입니다.

 

와일드의 과거도 과거지만 [보이 인 더 하우스]에는 특히 SNS의 화려한 이면을 부각시킨 점이 돋보였어요. 리얼리티 쇼로 얻은 인기를 유지하기 위한 거짓 생활, 대중들에게 잊히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자극을 찾아야 하는 연예인들의 비애와 파렴치한 모습 등을 보며 행복에도 진짜와 가짜가 있음을 다시 한 번 씁쓸하게 깨달았습니다. 여기에 익명성을 방패로 내세워 욕설과 비방을 거리낌없이 행하는 사람들과 그런 그들에게 행해지는 사적인 처단을 보면서, 과연 무엇이 옳은지, 이 세상이 대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또 한번 되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와일드의 사생활에도 진전이 있어 만족스러운 후속작이었는데요, 아무래도 데이비드의 죽음에 무언가 비밀이 있는 것 같아 3부가 또 출간되지 않을까 막연히 희망해봅니다(설마 저만 눈치채지 못한 걸까요??!!). 데이비드의 죽음의 이유가 밝혀진다 해도 라일라와 와일드의 관계는 변하지 않았으면 하는데, 작가님, 부디 이 궁금증도 속시원히 해결해주시고, 핑크빛 러브러브도 계속 지켜볼 수 있게 해주세요!!

 

**네이버 독서카페 '리뷰어스클럽'을 통해 <문학수첩>으로부터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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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슈 파랑
기 드 모파상 지음, 송설아 옮김 / 허밍프레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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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지만 강렬한 네 편의 이야기]

 

어린 시절 기 드 모파상의 <목걸이>를 읽은 뒤로 그의 작품을 읽은 뒤에는 늘 기대를 하게 됩니다. 책을 좋아하는 독자로서는 그야말로 감사하고도 즐거운 기대인데요, 그의 글에는 미스터리물이 아닌데도 반전이 숨어 있고, 삶의 깊이를 맛보게 해주는 문장과 절묘한 묘사들이 보석처럼 반짝이고 있어요. 이번에 만난 [무슈 파랑]은 생각보다 책의 두께가 얇아 살짝 당황스러웠지만, 기 드 모파상다운 필력은 여전해서 짧다고 불평할 수도 없을 정도였습니다.

 

표제작인 <무슈 파랑> 이야기부터 해볼까요? 주인공인 파랑씨는 부유하지만 매우 선량하고 아내와 아이를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특히 아들인 조르주를 사랑하는 마음은 너무나 크고 깊죠. 하지만 아내인 앙리에트는 그런 파랑을 조롱하고 경멸합니다. 파랑의 행동과 말들이 자신을 짜증나게 한다며 그를 비난하는 앙리에트의 모습은 저에게 철없는 어린 아이처럼 보였어요. 그렇다면 그들의 아이, 조르주에 대한 책임감은 대체 어디로 가 버린 거죠??!! 닥쳐온 파국 앞에 아내는 파랑을 가장 상처줄 수 있는 말을 굳이 꺼내고, 그 말은 파랑의 남은 생애를 지배하게 되는 지경에 이르러요.

 

파랑의 남은 생애를 상상하면서 제 마음은 파랑과 같이 무너지는 느낌이었습니다. 그의 끝없는 고통과 처절한 분노에 물들지 않는 사람이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아들을 빼앗긴 아버지의 아픔은 그의 이름의 의미를 알게 되먼서 한층 깊어지는 듯 했는데요, 주인공에게 Parents라는 이름을 붙인 작가의 의도가 엿보이는 작품이었습니다. 마지막 부분은 통쾌함과 동시에 허무함 비슷한 감정이 느껴졌는데, 그 순간을 파랑은 상상하며 살아온 것일까요. 그의 삶이 한 없이 가엾게 여겨졌습니다.

 

다른 작품들도 흥미롭기는 마찬가지예요. <사랑>은 사냥터의 새를 통해 사랑의 의미를 재조명함과 동시에 섬세한 묘사가 돋보이는 이야기입니다. '바위가 쩍 갈라질 정도의 추위' 같은 표현이나 암컷의 곁을 떠나지 못하는 수컷의 모습에서 사랑의 본질을 그리는 표현이 무척 감탄스러웠습니다. <위송 부인의 장미 청년>과 <테오듈 사보의 고해성사>는 물질 앞에서 너무나 쉽게 무너지는 인간의 신념을 그리고 있어요. 두 작품 속에도 묘사는 훌륭하지만 무엇보다 그 풍자와 해학에 웃음이 나면서도 한편으로는 씁쓸함을 느꼈습니다.

 

짧은 이야기들이지만 그 깊이와 재미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특히 그동안 국내에서는 만나보지 못했던 작품들이었던만큼 더 뜻깊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한편 한편 끝날 때마다 아쉬움을 금치 못했는데, -기 드 모파상 단편선 1-이라고 하는 걸 보아 분명 2도 있다는 뜻이겠죠! 분명 다음 작품들도 준비되어 있을 거라 믿으며 출간될 그 날을 기다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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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없는 자들의 목소리
황모과 지음 / 래빗홀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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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목소리를 통해 이제는 하나의 말을 해야 할 때]

 

2023년은 9월 관동대지진 조선인 학살이 일어난 지 100년이 되는 해입니다. 1923년 9월 1일 리히터 규모 7.9의 위력을 지닌 지진이 일본 관동 지방을 강타한 후, 자연재해보다 더한 지옥도가 펼쳐지죠. 지진으로 입은 직접적인 피해는 말할 것도 없지만, 무엇보다 비극적인 것은 지진을 계기로 무차별적인 조선인 학살이 벌어졌다는 점입니다. 마치 지진 자체가 일어난 것이 조선인 탓인 것처럼. 조선인 학살의 직접적인 원인은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탔다', '조선인이 폭동을 일으켰다'라는 소문 때문이었다고 전해지며, 이는 경찰 등 공권력의 개입에 의해 퍼진 것이라 알려져 있습니다. 내부의 두려움을 외부인에게 집중해 폭력을 동원해 쏟아내며 일본인들이 일치단결하는 모습은, 이미 과거를 통틀어 여러 번 보여주고 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황모과 작가님의 [말 없는 자들의 목소리]는 관동대지진 조선인 학살 100주기를 맞이하여 더욱 의미있게 다가오는 작품입니다. 아무 이유 없이 학살당한 사람들, 그 사라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작가님이 앞장서 들어주셨고, 이제는 우리 독자들에게 들려주고 계십니다. 이 책을 통해 아마도 많은 이들이 말 없는 사람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될 겁니다. 설사 삶에 치여 그들의 목소리를 또 한 번 잊게 된다 해도, 한 번 들려온 그 목소리는 우리 마음 속 어딘가에 남아 분명 계속해서 울리고 있을 거라 믿어요.

 

관동대지진 이후 벌어진 잔혹한 학살 위에 작가님은 SF 장르를 도입해 민호와 다카야라는 인물을 덧입힙니다. 조선인 유족을 대표하는 민호와 달리, 다카야는 관동에서 그런 학살은 벌어지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단체의 후원을 받아 과거의 현장을 관찰하기 위해 투입되었어요. 싱크로놀로치 채널을 통해 과거로 갈 수 있게 된 민호는 할 수만 있다면 학살 피해를 조금이라도 막아보고 싶다고 생각하죠. 그런 민호의 바람과는 달리 역사는 쉽게 바뀌지 않고, 민호 또한 역사 속 한 명이 되어 비참한 죽음을 반복할 뿐이에요.

 

분명 역사는 변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민호의 개입으로 인해 당시 사람들이 조금씩 변화하기 시작해요. 민호의 목소리가 그들의 등을 떠밀고, 선량한 일본인들이 조선인 학살을 막아보려 움직이는 데 힘을 실어주죠. 선조가 히로시마 원폭 사고를 겪어 그 후유증으로 대를 이어 고통스러워했고 피해자이자 가해자였으나 피해자의 입장에서만 관동대지진을 바라보려 했던 다카야 또한 변화하기 시작합니다.

 

역사는 변하지 않겠지만 그 역사를 바라보는 시각을 바뀔 수 있지 않을까요. 말이 없다 해서 잔혹한 학살을 묻어버리려고만 하는 들리는 목소리에 저항할 수 있습니다. 어쩌면 작가님은 우리가 말 없는 자들의 목소리를 듣기만 원한 것이 아니라, 모두 함께 이 역사에 관심을 가지고 앞으로의 우리는 하나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말씀하시는 듯 합니다. 학살과 혐오의 시간을 벗어나 손을 맞잡은 민호와 다카야처럼요.

 

**<래빗홀>로부터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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