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자의 숫자
스콧 셰퍼드 지음, 유혜인 옮김 / 하빌리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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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 시나리오 작가의 소설가로서의 면모 발견!!]

 

은퇴가 얼마 남지 않은 형사 오스틴 그랜트. 뛰어난 실력으로 총경 자리에까지 올랐지만 그의 마음 속에는 허무한 바람이 불고 있을 뿐입니다. 사랑하는 아내 앨리슨을 병으로 1년 전에 잃은 데다 뉴욕에 거주하는 하나뿐인 딸 레이첼과는 무슨 이유인지도 모른 채 아내의 죽음을 계기로 소원해지고 말았어요. 아내의 무덤가를 지키는 그에게 들려온 한 통의 전화는 연쇄살인으로 의심되는 세 번째 사건이 발생했다는 소식을 들려줍니다. 시신들의 이마에 숫자가 쓰여 있었던 것과 피해자들의 연관성을 종합해본 바 십계명과 연관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그랜트. 네 번째 희생자를 막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지만, 시신은 미국 뉴욕에서 발견되죠.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뉴욕으로 향한 그랜트와NYPD 소속 형사 존 프랭클의 공조가 시작됩니다!

 

혹시 저처럼 예전에 미국드라마를 즐겨보신 분이라면 <마이애미 바이스>라는 이름을 들어보셨을 거예요. CSI 를 비롯한 수사물에 푹 빠져서 그런 장르의 드라마만 몰아보던 시절에 만난 드라마입니다. 그 드라마를 제작하고 시나리오를 쓴 스콧 셰퍼드의 <오스틴 그랜트 형사>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이 바로 [살인자의 숫자]입니다. 은퇴를 앞둔 런던 총경 오스틴 그랜트와, 미국의 존 프랭클이 힘을 합쳐 범인을 잡는 이야기! 여기에 그랜트의 아름답고 똑똑한 딸 레이첼이 수사에 참여하면서 프랭클과 묘한 관계를 맺는 플롯이 더해집니다. 개인적으로 요즘 출간되는 스릴러에 비해 어딘가 올드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는 소설이지만, 저는 또 오랜만에 느껴지는 그런 올드함이 좋더라고요.

 

이야기에서 의문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당연히 '범인은 누구인가'였고, 다른 하나는 레이첼과 그랜트가 멀어지게 된 이유였어요. 그랜트의 기억 속에는 도무지 존재하지 않는 그 이유. 영문도 모르고 딸에게 없는 사람 취급당하게 된 그랜트의 심정이 어땠을까요. 후에 그 이유가 밝혀지는데요, 전 레이첼의 심리가 잘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 일 자체에는 그랜트의 잘못이 없는데 왜 아버지를 멀리하게 되었을까, 계속 생각해보아도 알쏭달쏭합니다. 읽어나가다보면 어딘가 쎄-한 분위기를 풍기는 인물이 한 명 등장하는데요, 맞아요! 그 사람이 범인입니다! 궁금하시죠??!!

 

분명히 띠지에 <오스틴 그랜트 형사> 시리즈 '첫 번째 작품'이라고 적혀 있는 걸 보니 다음 편도 곧 출간될 것 같은데, 그렇다면 그랜트는 이미 은퇴했으니 평범한 사람의 입장에서 맞닥뜨리게 되는 사건일까요? 아니면 너무나 어려운 사건이라 런던 경찰이 그에게 도움을 요청하게 되는 것인지, 그 다음 전개가 궁금합니다. 레이첼과 프랭클의 관계가 어떻게 진전되었을지도요. 어쩐지 한창 몰입해서 보던 미국드라마들이 떠오르는,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그런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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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래스카 샌더스 사건 1
조엘 디케르 지음, 임미경 옮김 / 밝은세상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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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사건을 둘러싸고 보여지는 사람들의 다양한 모습들]

 

매사추세츠주 세일럼 출신인 알래스카 샌더스는 빼어난 미모로 미인대회에서 우승한 후 영화배우를 꿈꾸는 여성입니다. 뉴욕에 에이전트도 생겼고 이제부터 배우로서의 길을 다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 그녀가 살해당해요. 그녀는 왜 곧바로 뉴욕으로 향하지 않고 작은 도시 마운트플레전트에서 살게 되었던 걸까요. 그녀와 함께 살고 있던 남자친구 월터를 그리 사랑하는 것처럼 보이지도 않았던 데다, 둘 사이는 이미 끝난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 그녀의 시신이 발견된 장소에서는 '나는 네가 한 짓을 알아'라는 쪽지가 발견되어 누군가에게 원한을 산 게 아닌가 의심스러워요. 밝고 따스한 미소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았던 그녀는 왜 죽음을 맞이해야 했는지, 그 비밀을 밝히는 사람으로 마커스 골드먼이 등장합니다.

 

조엘 디케르의 작품이라고 하면 이 사람이다!-라고 할 정도로 마커스 골드먼은 작가의 헌신같은 인물이예요. [해리 쿼버트 사건의 진실], [볼티모어의 서]를 통해 대형 작가로 성장한 작가의 신간이 바로 [알래스카 샌더스 사건]입니다. 마커스 골드먼이 처음부터 사건 수사에 뛰어들었던 것은 아니에요. 사건이 발생한 지 11년이 지난 후, 담당 형사였던 페리 게할로우드에게 의문의 메시지가 전달되면서 함께 사건을 수사하게 된 거죠. 앞서 두 작품에 대한 언급이 [알래스카 샌더스 사건] 초반에 많이 등장해서 아마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많으실텐데요, 저 또한 너무 궁금해서 두 작품들을 다시 인터넷 서점에서 검색까지 했어요. 다행히 [해리 쿼버트 사건의 진실]은 예전에 구매해서 소장 중인데, [볼티모어의 서]는 이제 구매하기 어렵게 되었더라고요. 이번 기회에 재출간되면 너무 좋을 것 같아요.

 

안타깝게도 제가 읽은 책은 가제본 도서이고 1권 내용이 전부 실린 것이 아니라서 중간에서 아쉽게 멈춰야 했습니다. 출판사에서 딱 알맞은(?) 곳까지만 가제본 도서로 엮었더라고요!! 알래스카 샌더스를 살해한 범인도 궁금하지만 주변 인물들의 사정이 어떻게 마무리될지도 무척 궁금해요. 인간의 욕망과 시련, 미움과 사랑이 모두 담긴 [알래스카 샌더스 사건]. 그녀를의 죽음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반전. 아무래도 안되겠어서 저는 예약구매를 해두었습니다!! 앞으로 조엘 디케르의 작품은 주저 없이 구매하리라, 마음먹어봅니다.

 


 

** 네이버 독서카페 '리뷰어스클럽'을 통해 <밝은세상>으로부터 지원받은 가제본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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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장소 잘못된 시간
질리언 매캘리스터 지음, 이경 옮김 / 시옷북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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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의 시작과 끝은 결국 사랑이었다]

 

10월 말의 어느 날, 자정이 넘은 밤에 이혼전문 변호사인 젠은 열 여덟살이 된 아들 토드의 귀가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창 밖으로 토드의 모습이 보이는 순간, 낯선 남자가 토드를 향해 다가오고 급기야 토드는 그를 칼로 찌르고 말아요. 주변에서 괴짜라고 불리기는 했지만 똑똑하고 사랑스러운 아들이 왜 그런 일을 벌였는지 절망 속에 잠든 다음 날, 젠은 자신이 사건이 벌어지기 전날로 되돌아왔음을 알게 됩니다. 그 때부터 시작된 과거로의 시간 여행. 젠은 이 시간 여행이 토드가 벌인 일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 밝혀내기 위해 사소한 것 하나도 놓치지 않도록 촉각을 곤두세웁니다. 며칠에서 몇 달, 심지어 몇 년까지 건너뛰어 과거로 향하던 젠은 그 과정에서 아들 토드에 대한 사랑,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 남편 켈리가 감추고 있던 비밀을 깨닫습니다. 과연 젠은 토드를 구하고 평범하고 행복했던 날들로 되돌아갈 수 있을까요?

 

아들이 누군가를 칼로 찔러 살해하는 장면을 눈앞에서 목격했다면, 저 또한 젠처럼 절망에 빠졌을 것 같아요. 그리고 정말 절실하게 기도했을 겁니다. 이 모든 일을 되돌릴 수 있다면 무슨 일이든 감수하겠다고요. 젠의 시간여행은 그녀의 그런 절실함에 대한 응답이었을까요. 계속해서 과거로 향하는 젠을 보면서 이 소설이 어떻게 끝을 맺을 지 정말 궁금했어요. 이대로 과거로만 향하게 되는 건가, 다른 사람들이 미래로 향하면서 결국 죽음을 맞게 되는 것처럼 젠은 과거로 향하다가 결국 아기가 되어 태어나기 전의 상태로까지 가게 되는 건가, 그렇다면 이 시간 여행은 젠의 가족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되는가. 이런 저런 생각으로 머리를 굴리다가 저는 그저 작가님이 정해놓은 길을 따라가기로 했습니다. 사실 이런 생각들은 머리를 잠깐 스쳐지나갔을 뿐 금방 사라져버렸어요. 이야기에 푹 빠져 정말 정신없이 읽느라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거든요.

 

토드를 구해내야 한다는 일념 뿐이었지만 과거 속에서 젠이 깨달은 것은 결국 토드에 대한 사랑이었습니다. 젠은 어쩌면 자신과 켈리가 아이를 잘못 키운 것일지도 모른다는, 자신이 워킹맘이라 토드에게 소홀했던 순간 순간이 결국 그런 처참한 사건이 벌어지게 만들었을지도 모른다는 죄책감으로 괴로워해요. 하지만 과거 속에서 그 당시에는 놓쳤던 일들을 곱씹어보면서 아이는 잘 성장했다는 것과 그런 아이에게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물론 세상 모든 범죄에 서사를 부여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낯선 남자가 누구이든 사람을 죽이는 행위는 절대 용납될 수 없어요. 하지만 이런 일반론이 토드같은 상황에 처한 사람에게도 과연 허용 가능할까요? 나라도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을까 생각해보게 됩니다.

 

반전에 반전이 거듭되는 소설 속에서 제가 느낀 것은 마법같은 사랑이었습니다. 사랑을 위해 무언가를 포기해야하는 사람,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 선택을 강요받아야 하는 사람. 모든 것은 결국 사랑으로 시작해서 사랑으로 마무리 되죠. 특히 아들을 사랑하는 젠의 마음이 절절하게 전해져와서, 역시 아들 둘을 키우는 이 엄마는 눈시울을 적시고 말았습니다. 젠이 과거로 돌아가면서 점점 어려지는 토드와 만나는 장면 하나하나가 왜 이리 울컥하게 만드는지. 또 한 번 아이들이 정말 빨리 자란다는 것을, 소중한 시간을 금방 흘러가버린다는 것을, 평범한 일상이 당연한 것이 아니었음을 깨닫습니다.

 

젠의 시간여행과는 별개로 '라이언'이라는 인물의 시각이 중간중간 개입해요. 범죄조직에 위장 잠입한 경찰인 라이언이 대체 젠과 무슨 상관이길래 하는 마음이었는데, 그 역시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모든 것이 설명되는 사람이었습니다. 마치 한 편의 로맨스+스릴러+sf 영화를 본 것만 같은 기분!! 재미있는 이야기를 원하신다면 이 작품, 꼭 놓치지 않으시기를 바라요!!

 

현재 출판사 공식계정에서 반전과 관련된 '환불이벤트'도 진행 중이니 한 번 참여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 출판사 <시옷북스>로부터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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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몽과 망상 - 어느 인턴의 정신병동 이야기
무거 지음, 박미진 옮김 / 호루스의눈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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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와 배려를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책]

 

똑똑하고 밝은 팡위치. 그의 병명은 해리성 정체감 장애입니다. 처음 그가 병원에 방문했을 때 어머니의 말도 그렇고, 의사들도 팡위치가 동생이자 주인격, 형인 팡위커가 보조 인격이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어딘가 꺼림칙한 어머니의 태도, 팡위치가 남긴 일기 등을 통해 무언가 비밀이 있음을 감지한 인턴 무거입니다. 결국 밝혀진 진실 앞에서 두 아이를 키우는 저는 제 마음이 무너지는 기분이었어요. 엄마의 행복만을 바랐던 아이가 내린 선택 앞에, 결국 큰 사랑을 주는 것은 부모가 아니라 아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실감했습니다. 휴일에 아이들로 마음 상한 일이 있어 또 혼을 냈는데, 그게 정말 그렇게까지 혼낼 일이었나 자책하게 되네요.

 

대학원 시절 인턴으로 일하던 정신병원에서 만났던 환자들과의 일화를 바탕으로 쓴 소설 [악몽과 망상]에는 다중인격 뿐만 아니라 조울증, 미소우울증, 망상장애, 공포증, 애도장애, 강박증, 전환장애 등의 증상으로 고통받는 이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정신적으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고 그로 인해 치료를 받는 것도 낯설지 않은 모습이 된 요즘은 그렇다 쳐도 예전에는 이런 증상을 호소하거나 병원에 다닌다고 하면 나약한 사람이라는 낙인이 찍히기 마련이었잖아요. 그런 인식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세상 속에서 무거의 소설은 이 병은 누구나 앓을 수 있는 것이며 개인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시사합니다.

정신질환이란 생물학적 질병처럼 타인과 완전히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으며, '미친 사람'만 치료해서는 해결되지 않는다. 증상은 타인의 영향으로 더 위중해질 수 있고 유동적이므로 정신질환은 다른 사람과의 관계 속에 놓고 보아야만 한다.

p59

저는 이 부분이 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정신질환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증상을 앓고 있는 사람 뿐만 아니라 가족 관계, 더 나아가서는 사회적으로 관계를 맺고 있는 모든 사람을 들여다봐야 한다는 것은 어쩌면 저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놓치고 있는 부분 아닐까요. 이상증상이라는 생각 때문에 공포심과 두려움을 가지고 바라보던 사람들에게 가졌던 저의 생각이 부끄러워졌습니다. 연극치료를 받고 있는 추페이는 중학교 때 학교 폭력을 경험한 적이 있습니다. 그 때 제대로 토해내지 못했던 감정이 여태 그를 짓눌러와 결국 치료를 받아야 하는 지경에 이른 거예요. 조현병 같은 경우는 유전된다는 말을 듣기도 했는데 어린 시절의 트라우 때문에 발현되기도 한다는 것을 책을 통해 알았습니다. 현대인이 많이 앓고 있다는 스마일마스크증후군도 우울증의 일종이라고 하죠. 직장생활이나 타인과의 교류 때문에 일어나는 이 증후군을, 어떻게 한 사람의 일로만 치부할 수 있겠어요.

 

단순히 등장 인물들의 증상과 치료에 대해 나열한 것이 아니라 그들의 성장과정이나 배경을 이해하려고 하는 무거의 글에는 따스함이 깃들어 있습니다. 치료를 받기 위해 병원을 찾은 이들이 오히려 자신의 마음을 보살펴주었다는 말은 무척 감동이었어요.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갖춰야 하는 이런 직업이 현재 뿐만 아니라 미래에는 더 필요해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야기 자체만으로도 흥미로웠지만 인간을 표면적이 아니라 다각적인 측면에서 입체적으로 바라봐야 하는 필요성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던 책입니다!

 

**출판사 <호루스의눈>으로부터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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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어의 눈물
시즈쿠이 슈스케 지음, 김현화 옮김 / 빈페이지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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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어의 눈물에도 이유는 있다!!]

 

거짓 눈물 말이지. 악어의 눈물. 영어로 '크로커다일 티어스'라고 해. 악어는 먹잇감을 포식할 때 눈물을 흘리거든.

p 114

 

동네에서 유명 도자기 노포를 운영하고 있는 구노 가(家). 구노 사다히코와 아키미 부부. 그들의 아들 고헤이가 꾸려나가는 가게는 명성과 전통을 자랑하는 곳입니다. 걱정이라고 한다면 앞으로 이 가게를 아들인 고헤이가 대를 이어 잘 꾸려 나갈 것인가, 재개발 문의가 자꾸 들어오는데 어떻게 잘 거절해야 하는가 정도인 구노 부부에게, 아들이 살해당했다는 경찰의 전화가 걸려옵니다. 망연자실한 부부와 달리 생각보다 침착한 모습을 보이는 며느리 소요코. 게다가 아들을 죽인 범인이 소요코의 예전 남자친구였다는 사실에 경악한 가족들에게, 범인은 소요코가 부탁했다는 말을 남기죠. 가족들 사이에 소요코를 믿지 못하는 불온한 분위기가 퍼지고, 걷잡을 수 없는 의심 속에서 가족 관계는 파국으로 치달아 갑니다.

 

[범인에게 고한다]. [검찰 측 죄인] [염원] 등으로 깊은 인상을 남긴 작가 시즈쿠이 슈스케의 신간이 출간되었습니다. 모두 재미있는 작품들이지만 제가 작가의 진면목을 알게 된 작품은 [염원] 을 통해서였는데요, 사건의 한 가운데에 놓인 인물의 심리를 섬세하게 묘사한 필력에 깜짝 놀라며 감동했었어요. 이번 [악어의 눈물] 역시 의심의 감옥에 갇혀버린 아키미의 심리와 금방이라도 깨질 듯한 살얼음판을 걷는 분위기를 잘 표현해 읽는 내내 한 편의 멋진 심리 스릴러를 읽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인간의 선입견에 대해 이렇게 잘 묘사한 작품은 무척 오랜만인 것 같아요.

 

누구라도 소요코를 의심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그 의심에는 소요코의 미모가 한몫 했을 거고요. '그럴 수도 있다'는 의심은 어느 덧 '그랬을 것이다'로, 이것은 다시 '그랬음이 틀림없다'는 확신으로 변해갑니다. 아들을 잃은 엄마의 입장에서 저는 충분히 아키미의 심리에 공감했어요.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아들이 살해당한데다 그 범인이 하필이면 며느리의 예전 애인이라는 것만으로도 충격인데, 남편을 잃은 며느리가 슬퍼하지 않는 것 같다, 거짓 눈물을 보인 것 같다는 말을 들으면 저라도 소요코를 미워하고 의심했을 거예요.

 

사람의 마음이란 얼마나 간사한지요. 믿고 싶은 것만 믿고, 듣고 싶은 것만 듣게 됩니다. 저는 아키미보다 그녀의 언니가 더 문제라고 생각했어요. 아무리 동생을 생각해서 하는 말이라지만 아키미의 옆에 붙어 근거도 없는 이런저런 말을 들려주며 아키미의 의심에 불을 지피는 그녀의 행동이 무척 밉살스러워 보였습니다.여기에 우연인지 의도된 것인지 벌어지는 다른 일 때문에 소요코를 향한 의심은 깊어져만 가는 상황 속에서, 저 또한 분명 소요코가 연관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습니다.

 

아마 작가님은 이렇게 간단히 소요코를 의심하는 독자들을 보며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지 않았을까요. 아마 많은 독자들이 결말을 궁금해했을 것이고, 공개된 결말 앞에 깜짝 놀랐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마치 눈 앞을 가리고 있던 안개가 사라진 듯한, 쓰고 있던 색안경을 누군가 가져간 듯한 느낌이었어요. 이럴 수도 있구나, 인간이란 참으로 간단히 속아넘어가는 존재구나, 선입견이란 얼마나 무서운 것인가-온갖 생각이 들면서 마치 꿈에서 깨어난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특히 가족 안에서 발생한 마음의 엇갈림이었기에 더욱 깊은 어둠에 빠져들 수밖에 없었던 구노 가(家)의 이야기. 아직 읽지 않으신 분은 과연 이 어둠을 헤치고 진상을 알아보는 혜안을 갖고 계실지 궁금합니다!

 

** 출판사 <빈페이지>로부터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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