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기치 않은 사고로 한 아이를 죽음에 이르게 하고 추방당한 파트로클로스를 두고 아킬레우스는 '놀랍다'라고 이야기한다. 빛나는 황금같은 왕자, 여신과 인간의 아들로 태어나 '우리 세대에서 가장 뛰어난 전사가 될 거라는 예언'에 걸맞는 능력을 가진 그 아킬레우스가 파트로클로스를 동무로 지정했다. 어째서 그였는가. 왜 파트로클로스가 아니면 안되었을까. 처음 그 의문을 떠올렸을 때 파트로클로스가 아킬레우스와 모든 면에서 대척점에 서 있기 때문이라고 여겼다. 작고 가냘펐으며 빠르지도, 튼튼하지도 않은 데다 노래 실력도 형편없는 아이. 아버지로부터도 '아들이라면 저래야 하는 거다'라며 비난을 받는 아이. 자신의 아들을 추방하는데도 일말의 망설임조차 느끼게 하지 않는 아이. 그 사고가 있었던 이래 그의 주변에는 항상 죽음의 그림자가 따라다녔다. 하지만 아킬레우스와 모든 것이 다르다고 해도 '놀랍다'라는 말로 파트로클로스를 표현했다는 것에 대한 의문은 풀리지 않았다.
모두가 아킬레우스를 뛰어난 전사로 여겼다. 아리스토스 아카이오이, 그리스의 으뜸. 여신인 어머니 테티스마저 그가 비록 요절하기는 할 것이나 엄청난 명예를 얻게 될 것이라 말했으므로. 사람들 앞에서 아킬레우스는 완벽해야 했고, 그 또한 자신을 그렇게 옭아맸다. 그가 자신의 진짜 얼굴을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단 한명, 바로 파트로클로스였다. 파트로클로스 앞에서만 아킬레우스는 솔직해질 수 있었고, 함께 해변을 달릴 수 있었으며, 아무도 봐서는 안 되는 훈련하는 모습조차 보여줄 수 있었다. 오로지 단 한명, 그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 필타토스.
트로이아와의 전쟁에서 헥토르를 죽이게 되면 자신에게도 금방 죽음이 다가올 것을 알고 있는 아킬레우스에게 명예는 목숨과도 같은 것이었다. 그래서 어리석게도, 더욱 그 명예에 집착했다. 냉정하고 이기적이고 오만했다. 그러나 '놀랍다'고 표현한 것처럼 파트로클로스는 굉장히 다정하고 이타적인 사람이다. 끌려온 여자가 심한 취급을 당하지 않도록 최대한 많이 자신들의 막사로 데려와 보살폈으며, 전투에는 소질이 없는 대신 상처받은 사람들 옆에서 그들을 치료하고 위로했다. 아킬레우스를 비롯한 모든 남자들이 명예와 탐욕에 매달릴 때 그는 오히려 그 속에서도 소소한 것들과의 즐거움을 선택했다. 그래서 '놀랍다'는 것이다.
작품이 파트로클로스의 1인칭 시점에서 쓰였기 때문에 그의 아킬레우스를 향한 사랑이 절절히 느껴지는 데 반해, 아킬레우스의 감정선은 다소 약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