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1 - 현실 편 : 역사 / 경제 / 정치 / 사회 / 윤리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개정판) 1
채사장 지음 / 웨일북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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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채사장인가, 왜 지대넓얕인가, 그 동안 궁금했었다. 궁금하기는 했는데 '넓고 얕은' 지식이라 하니 어려울까 봐, 혹은 너무 여러 분야를 산만하게 다룰까봐 쉽게 손이 가지 않았는데, 그 동안 이 시리즈를 읽지 않은 나를 칭찬해주고 싶다. 왜?! 너무 재미있어서!! 앞으로 남은 <지대넓얕>을 읽을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신이 난다. 대체 이 사람의 정체는 무엇인가. 어떤 사람이길래 평소 복잡하고 어렵게 여겨온 이 개념들을 알기 쉽게 쏙쏙 설명해주는가. 학창시절부터 하루 한 권의 책을 읽을 정도로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많았던 사람. 문학과 철학, 종교부터 서양미술과 현대물리학, 역사, 사회, 경제까지 그야말로 넓은 세계의 지식을 얕지만 재미있게 조목조목 주입(?)시켜준다. 막 별로 외우고 싶지 않은데 저절로 외워지는 느낌이랄까.

대화하고 소통하기 위해 필요한 건 언어가 아니다. 바로 공통분모다. 지금의 당신과 나뿐만이 아니라 과거와 미래의 사람들까지 아울러서 모두가 함께 공유하는 공통분모. 우리는 그것을 교양, 인문학이라고 부른다. 단적으로 말해서 넓고 얕은 지식을 의미한다.

지적 대화를 위해서 필요한 최소한의 지식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내가 발 딛고 사는 '세계'에 대한 이해다. 세계에 대해 이해하게 되면 그때서야 세계에 발 딛고 있던 '나'를 이해하게 된다. 그리고 깊어진 '나'에 대한 이해는 한층 더 깊게 '세계'를 이해하는 토대가 된다. 나에게 보이지 않고 숨겨져 있던 세계에 대한 이해. 이것이 지적 대화의 본질이다.

p7-8

1권인 이번 책에서는 '현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역사> 파트에서는 역사를 원시, 고대, 중세, 근대, 현대의 다섯 단계로 나누고 세계사의 줄거리를 파악하는데 핵심 개념은 '생산수단'과 '공급과잉'이다. 이 핵심 개념들에 따라 권력의 중심이 어디에 놓여 있었는지, 역사적으로 굵은 사건들의 배경까지 설명해준다. <경제> 파트에서는 다섯 가지 경제 체제를 구분한다. 초기 자본주의, 후기 자본주의, 신자유주의, 사회주의, 공산주의 체제가 '시장과 정부'의 관계에 의해 단순하고 명쾌하게 정리되어 있다. 평소 <경제> 를 어렵고 손에 잡히지 않는 개념들이 난무하는 분야라고 생각해왔는데, 이런 나도 읽으면서 쉽게 정리가 되는 걸 보면 어지간한 독자는 모두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정치>파트에서는 보수와 진보를 구분하고, 민주주의와 엘리트 주의를 구분한다. <사회> 파트에서는 개인과 집단의 갈등, 특히 개인주의와 전체주의가 근현대 역사에서 어떻게 대립했는지를 알려준다. <윤리>파트에서는 누구나 한 번쯤 머리 싸매고 고민해봤을 문제들을 제시하면서 윤리의 이론적 측면과 실천적 측면에 대해 알아본다. 이론적 측면에서는 다시 도덕 판단의 기준으로서 의무론과 목적론의 대립을 확인하고, 실천적 측면에서는 이론적 개념이 사회 정의 문제에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를 빈부격차와 연결해서 기술하고 있다.

 

책에 제시되어 있는 모든 파트가 인상적이지만 <정치>파트를 통해 이제야 보수와 진보의 개념을 제대로 알게 된 것 같다. 나도 지금까지 보수는 안정을 추구하고 진보는 개혁을 추구한다고만 생각해왔는데, 정치란 '경제체제를 무엇으로 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로, 시장의 자유를 추구하면 이를 '정치적 보수', 정부의 개입을 주장하면 '정치적 진보'라 부른다고 한다. 신자유주의를 옹호하고 시장의 자유를 추구하며 세금을 축소함으로써 복지를 축소하려는 입장은 보수로 자본가나 기업이 지지하고, 후기 자본주의나 공산주의를 옹호하고, 시장에 대한 정부의 개입을 추구하며, 세금을 높임으로써 복지를 확대하려는 입장은 진보로 노동자, 농민, 서민 등이 지지한다.

 

저자는 보수와 진보의 선택 문제는 현재의 상황을 고려하여 개인과 전체의 이익에 어느 쪽이 더 부합하는가를 합리적으로 판단해야 하는 문제이며, 욕먹고 비난받아야 하는 사람들은 정치인이나 정당이 아니라, 어떤 정당이 자신을 대변하는지 모르고 투표를 하는 사람들이라고 신랄하게 비판한다. 여기서 나도 머리가 띵! 울렸다. 그 동안 나는 우리나라 정치 상황, 경제 상황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었나 반성도 했고, 앞으로 미디어가 어떤 내용의 기사를 어떻게 보도하는지 주의깊게 지켜봐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게다가-

영국인이 중산층의 기준으로 '자기주장과 신념을 가질 것' '약자를 돕고 강자에 저항할 것' '페어플레이를 하고 부정과 불법을 거부할 것'을 제시한 반면, 한국인은 '부채 없는 30평대 아파트' '월 급여 500만원' '중형차 이상 소유'를 제시한 것은 잘 알려져 있다.

p261

이 부분 읽고 정말 충격! 저자는 경제적 성공을 인생의 최대 가치로 삼고 있는 것은 우리의 욕망 때문이 아니라 우리의 정치 문제일 수도 있다고 설명하는데, 아무리 그래도 충격. 우리는 정말 '잘' 살고 있는 것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책의 내용을 전부 여기에 풀어놓을 수는 없다. 그러면 그냥 책 한 권이 된다. 재미있기도 하지만 책에 실린 내용들이 중점만 다루고 있는 터라 밑줄 그으면서 읽었더니 책 전체를 줄 칠 뻔 했다. 아직 안 읽어본 사람이라면 꼭 읽어보기를. 나도 2권 읽기 전에 다시 한 번 읽어볼 예정이다. 이번에는 메모도 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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