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켄슈타인 - 200주년 기념 풀컬러 일러스트 에디션 아르볼 N클래식
메리 셸리 지음, 데이비드 플런커트 그림, 강수정 옮김 / 아르볼 / 2020년 9월
평점 :
절판


북극 탐험을 나선 배의 선장인 월튼. 호기심과 열정으로 새로운 업적을 이루기 위해 거침없이 앞으로 나아가지만 가족도 친구도 없는 곳에서 느껴지는 외로움은 자신도 어쩔 수 없다. 어느 날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벗의 존재를 간절히 원하는 그의 눈앞에서 거대한 체구의 기이한 남자가 개썰매를 끌고 얼음 위를 달리는 장면을 목격한다. 그리고 다음 날 얼음이 사방을 에워싸는 바람에 정박해 있던 월튼과 선원들은, 전날 본 것과 비슷한 썰매가 밤사이에 커다란 얼음 조각에 실려 자신들의 배 쪽으로 다가온 것을 발견한다. 위급한 상황에서조차도 월튼의 배가 어디로 향하는 지 묻는 외국인 남자. 북극 탐험에 나선 배라는 말에 마침내 배에 오른 그는 매우 처참한 상태였지만 그의 빛나는 지성과 온화한 품성은 월튼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앞서간 썰매를 찾는 듯한 남자는 빅터 프랑켄슈타인으로 얼굴에는 응어리진 슬픔이 어려 있었는데, 어느 날 월튼에게 과거의 자신과 같은 죄를 저지르기를 바라지 않는다며 자신에게 일어났던 비극적인 사연을 들려준다.

 

빅터는 제네바 출신으로 공화국에서도 손꼽히는 집안에서 태어난 명문 자제였다. 능력있는 아버지와 보기 드문 용기로 역경을 이겨 낸 어머니, 결혼을 약속한 사촌인 엘리자베스와 더없이 행복한 시절을 보냈지만, 어머니의 죽음으로 집안에 어두운 그늘이 드리워지기 시작했다. 예정되어 있던 잉골슈타트의 대학으로 떠난 빅터는 그 곳에서 생리학과 관련된 분야에 몰두했고, 생명의 유래를 밝혀내려는 욕망에 사로잡혀 해부학에도 통달하게 된다. 그는 인체의 자연스러운 분해와 부패를 관찰하기 위해 묘지를 제 집처럼 드나들게 되었고, 급기야 생명이 없는 것에 생기를 불어넣을 수 있는 경지에까지 오른다. 그렇게 해서 창조된 존재. '괴물'이라 지칭하는 그 존재가 깨어나던 밤, 말할 수 없는 공포를 느낀 빅터는 괴물을 버려두고 도망치고, 다시 돌아온 자신의 숙소에서 그 존재가 사라졌음을 깨닫는다. 그리고 벌어지는 비극적인 사건들. 프랑켄슈타인과 '괴물'을 통해 존재에 대해 심오한 질문을 던지는 이 작품은 지학사아르볼에서 200주년 기념 특별판으로 제작되었다.

주변에 찾아봐도 나 같은 사람은 보지 못했고, 들어 본 적도 없었다. 그렇다면 나는 괴물, 인간들이라면 마땅히 도망치고 멀리해야 하는 지상의 오점인 걸까?

p159

작품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들어봤지만 이렇게 제대로 읽어본 것은 처음이다. 고백하자면, 부끄럽게도 나는 '프랑켄슈타인'이 괴물의 이름인 줄 알고 있었는데 이번에 읽지 않았다면 평생 무지를 안은 채 살아갈 뻔 했다. 빅터가 창조해낸 괴물은 분명 오싹하고 괴기스러우며 평범한 사람들에게 두려움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그가 만들어지는 과정이 자세히 언급되어 있지는 않지만 데이비드 플런커트가 만들어낸 이미지는 한 번 보면 쉽게 잊지 못할 정도로 충격적이었다. 약 240센티미터의 키, 그에 맞춘 팔다리, 노란 피부, 칙칙한 눈구멍과 쭈글쭈글한 얼굴, 일직선으로 뻗은 시커먼 입술. 경이로운 생명창조라 여겼던 일이 괴물을 만들어낸 것임을 알았을 때의 두려움과 절망이란! 그러나 인간을 위해서였다고는 하나 제멋대로 괴물을 만들어버린 빅터와 그의 손에서 태어난 괴물, 둘 중 누군가가 진짜 괴물인가 라는 의심을 품을 수밖에 없다.

 인간적으로 빅터의 공포를 이해하지 못한 것은 아니었고 후에 괴물은 용서받지 못할 악행을 저지르지만, 작품을 읽는 동안 괴물이 토해내는 울분과 원망이 너무 절절해서 그를 향한 연민이 짙어졌다. 정상적인 과정 없이 세상에 덩그러니 남겨진 존재. 모든 것이 처음이었던 그를 맞이한 것은 창조자의 경악이었고, 홀로 남겨졌다는 외로움이라는 감정이었다. 사람들은 그를 두려워했고 없애버려야 할 존재로만 간주했다. 그렇다면 나는 누구인가, 나는 왜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인가. 마음 속에 피어오르는 의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괴물이 원한 유일한 한 가지는 타인의 애정과 깊은 교감이었다. 겉모습이야 어떻든 누구나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다는 것, 어떤 생명이 갖는 존재의 의미는 타인이 주는 애정을 통해 규정지어질 수 있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만 같았다.

시중에 수많은 [프랑켄슈타인] 이 출간되어 있지만, 이 책은 매우 특별하다. 200주년 기념 특별판으로 뉴욕 일러스트레이터 협회에서 금메달을 받은 데이비드 플런커트가 디자인하고 그린, 예술적으로 완성도가 높은 그림이 실려 있기 때문이다. 트레싱지에 인쇄된 프랑켄슈타인의 작업 노트, 놀랍도록 무섭고 섬뜩한 괴물을 묘사한 펼침 페이지는 독자들에게 두려움을 안겨줌과 동시에 머릿속으로만 상상하던 것이 실제로 눈앞에 펼쳐져 있다는 놀라움을 선사할 것이다. 소장 가치 100 %의 책!

 

** 출판사 <지학사아르볼>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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