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든
헨리 데이비드 소로 지음, 정윤희 옮김 / 다연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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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든]의 존재를 알게 된 것은 에이모 토울스의 작품 [우아한 연인]을 통해서였다. 주인공 케이티가 읽었던 그 작품. [우아한 연인] 에 완전 빠져들어서 마치 케이티에 빙의된 양 나도 [월든]을 읽겠다 날뛰었지만, 결국 다른 책들에 치여 미루고 미루다 여기까지 왔다. 법정 스님도 사랑해 마지 않았다는 그 작품, 평생에 한 번은 읽어야 하는 작품이라 평가받는 [월든]을 네이버 독서카페 리딩투데이의 리투어들과 함께 쪼개 읽었다. 사실 1일차를 읽고나서는 리투어들과 같이 읽었으니 망정이지 혼자 읽었으면 포기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상하게 읽을수록 마음이 편안하고 고요해지는 것이 참 신기한 느낌.

 

[월든]은 저자 헨리 데이비드 소로가 매사추세츠 주 콩코드의 월든 호숫가에 손수 지은 오두막에서 최소한의 물품만으로 자급자족하며 생활하는 자연친화적인 삶을 담고 있다. 먹을 것을 마련하기 위해 직접 농사에 뛰어들고, 먹기 위해 일하고 일하기 위해 먹는 다람쥐 쳇바퀴 도는 듯한 생활에서 벗어나 목가적인 생활양식을 지향한다. 겉치레보다는 사람의 진지한 눈빛과 성실한 삶의 태도를 더 가치있는 것으로 여기며 덜 가진 것에 만족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주장한 저자. 2년 동안 직접 경작을 하면서 깨달은 바는 필요한 양만 경작하고, 수확한 농작물을 쓸데 없는 사치품과 교환하려고 하지 않는다면 조금의 땅만 있어도 충분히 먹고 살 수 있다는 것이었다.

올바른 독서, 즉 참된 정신으로 참다운 책을 읽는 것은 고귀한 운동이자 현대인들이 높이 평가하는 어떤 운동보다도 독자 입장에서는 녹록지 않은 운동이다. 이를 위해서는 운동선수가 참고 이겨내야 하는 고된 훈련이 필요하고, 올바른 독서라는 목적을 반드시 이루겠다는 마음가짐을 평생 유지해가야 하기 때문이다. 책은 그 책이 처음 쓰였을 때처럼 조심스럽고 정성을 들여서 읽어나가야 한다.

p141

 

별다른 겉치장이 되어 있지 않은 오두막을 삶의 결정체라 여긴 그는 '자신이 바라는 대로 살고 삶의 본질적인 사실에 직접 부딪혀가면서 인생의 가르침을 터득할 수 있는지 알고 싶어서 숲으로 들어갔다'고 밝힌다. 인생에서 사소한 두려움과 소소한 쾌락은 현실의 그림자에 불과하며 중요한 것은 진실, 시간이 흘러도 절대 늙지 않는 그 무엇이라고 믿었다. 그런 믿음은 그의 독서 취향에도 반영되는데, 짐작하기 어렵지 않듯, 그는 고전이야말로 인류의 가장 고귀한 사상을 기록한 것이라고 찬양한다. 또한 마을 전체가 교육의 온상지가 되어 성인이 되어도 끊임없이 배울 수 있는 평생교육에 대해 이야기하기도 한다. 내면에서 삶의 존재를 찾아야 하고, 고독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사람 사이에는 적당한 거리가 있어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부분은 충분히 공감할만하다.

타인과 교제한다는 행위 자체가 천박하기 짝이 없는 경우도 많다. 너무 자주 만나다 보면 서로를 통해 새로운 가치를 얻을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p187

저자가 월든 호숫가에서 보낸 시간은 2년 2개월 정도. 한 해의 계절을 온전히 느끼면서 겨울 동안의 동물들의 모습, 식물들의 변화, 느긋하게 봄을 맞이하는 숲의 모습까지 묘사하는 후반부는 마치 한 편의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 같은 기분으로 읽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처음 '경제' 파트에서는 '엥?'하는 느낌을 받기도 했지만, 읽을수록 전해져오는 청량함. 문득 우리는 이미 많은 것을 가지고 있고, 더 많은 것을 가지기 위해 늘 달리고 있는데 과연 이 끝은 어디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나도 이 책욕심을 버리지 못하고 있으니.

 

19세기에 쓰여져 문화적 차이를 엿볼 수 있었지만 문장이 매끄럽지 못한 부분도 있어 하나의 문장을 여러 번 읽기도했다. 하지만 저자가 이야기하는 것은 '단순한 삶'. 법정스님이 말씀하시던 무소유와 일맥상통하지 않을까. 이렇게 되고보니 법정스님의 글도 한 번 더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용을 100 퍼센트 다 이해했다는 느낌은 들지 않지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어했는지는 분명히 알 것 같은 [월든]. 언젠가 조용한 호숫가에 앉아 다시 한 번 이 책을 펼쳐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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