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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무얼 부르지 ㅣ 민음사 오늘의 작가 총서 34
박솔뫼 지음 / 민음사 / 2020년 5월
평점 :

민음사의 <다시 읽게 될 줄 알았어> 의 세 번째이자 마지막 책은 박솔뫼 작가의 [그럼 무얼 부르지]. 지인들이 난해하다고 이야기했던 이승우 작가의 [지상의 노래]도 무척 재미있게 읽었고, 두 번째 책인 조해진 작가의 [여름을 지나가다]도 인상깊었는데, 강적이 나타났다! 앞선 다른 두 작가와 마찬가지로 박솔뫼 작가의 책 또한 처음이라 기대 반, 걱정 반의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건만, 생각보다 너무 어렵다! 총 일곱 편의 이야기가 실린 단편집인데 제대로 이해한 이야기가 거의 없는 것 같은 느낌. 눈으로 글자는 좇되, 책과 내가 하나됨을 느낄 수 없었던 시간들이었다고 할까.
단편집을 읽을 때는 표제작부터 읽는 지라 <그럼 무얼 부르지>부터 펼쳤다. 샌프란시스코를 여행 중이던 '나'는 버클리 대학 인근에서 한 달에 한 번씩 한국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모여 한국어를 배우는 모임에 참여하게 된다. 카페에서 한국어로 된 책을 읽고 있던 '나'에게 누군가 이런 모임이 있는데 나오지 않겠느냐고 권해서 나가게 된 모임. 그 곳에서 만난 해나라는 여자가 건넨 프린트물. May, 18th 에 관한 자료. 30여 년 전 광주에서 태어난 '나'인데도 어째서인지 프린트물에 별다른 감흥이 없다. 헤어질 때 해나가 건넨 또 다른 종이에는 김남주 시인의 [학살 2]가 적혀 있었고, '나'는 이 시에 대해서 역시 '외국 사람의 시, 게르니카에 대한 글, 1947년의 타이베이에 대한 글' 같은 느낌으로 바라본다. 해나를 다시 만난 것은 3년 후의 광주. '나'는 둘이 들어간 어느 바에서, 역시나 손님으로 들어온 어떤 남자가 '그해에 서울에 있는 광장에서 부를 수 없게 된 노래'를 틀어달라고 요청하고, 역시 손님으로 있던 또다른 어떤 남자가 그 노래를 왜 들어야 하냐고 묻는 질문에 '그럼 무얼 불러야 하지?'라고 중얼거리는 것을 듣고 있다. 지난 3년의 행적을 되돌아보면 순간순간 30년 전의 광주를 연상하게 하는 일들이 몇 있었지만 '나'의 시선은 그 때의 광주에 가닿지 않고, 마치 '몇 개의 장막이 쳐져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뿐이다.
작품 해설을 읽었는데도 그 의미를 알기가 쉽지 않다. 다만 내가 느낄 수 있는 것은 작품 속 '나'와 30년 전 광주에서 일어난 사건 사이에는 '시간'이라는 구분선이 있고, 그 시간의 폭만큼 '나'는 광주의 그 사건에 아무 느낌도 가지고있지 않다는 것 정도. 그에게는 그 사건이 별다른 의미를 주고 있지 않다는 것이었다. 그러니 김남주 시인의 [학살 2]를 읽어도 외국 사람의 시, 다른 나라의 상황과 관련된 글 같은 느낌을 갖게 되는 것이 아니었을까. '몇 개의 장막'이 쳐져 있는 듯한 감각으로, 멀리서, 그야말로 남의 일처럼 광주의 그 사건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어쩌면 많은 젊은이들의 상황. 을 그리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그런 생각.
표제작을 비롯, 작가가 제시하는 메시지를 명확히 파악하기 쉬운 작품이란 그야말로 단 하나도 없었다. <차가운 혀>를 읽으면서 '우웅? 했던 감상은 <안 해>와 <그때 내가 무얼 했냐면>의 이상한 노래방 주인을 만나 정점을 이루었고, <안나의 테이블>에서는 '대체 이런 작품을 쓴 이유'에 대해 고심하게 만들었다. 분명 박솔뫼 작가를 좋아하고 그의 글에 열광하는 독자들도 있을 터인데, 나는 이 [그럼 무얼 부르지]만 접해서는 그의 세계에 빠져들어가기란 힘들 것 같다는 느낌적인 느낌. 그런데도 이상하게 그냥 손에서 놓고 싶지는 않다는 오기. 그 오기로 모든 이야기를 다 읽어냈으니, 일단은 한걸음 내딛었다고, 그리 생각하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