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악한 자매
카렌 디온느 지음, 심연희 옮김 / 북폴리오 / 2020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자신이 어머니를 총으로 살해하고, 그 충격으로 아버지가 자살했다 믿어 스스로를 정신병원에 가둬놓은 레이첼. 세상에는 아버지가 어머니를 죽인 뒤 자살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자신만은 진실을 알고 있다 생각했는데, 같은 병원에서 생활하는 스코티의 동생이자 특종을 노리는 기자인 트레버로부터 '절대 자신이 어머니를 살해할 수 없는 정황'에 대해 알게 된다. 그렇다면 나는 왜 15년 동안이나 괴로워해야 했던 것인가. 언니인 다이애나와 이모인 샬럿은 이런 사실을 모르고 있었던 것인가. 진실을 찾기 위해 자신이 가장 안전하다고 믿었던, 사랑해 마지 않았던 집으로 향한다. 미시간주 어퍼 반도의 숲속, 생물학자인 부모님이 연구의 근간으로 삼았던, 소중하지만 가슴 아픈 추억이 서린 곳으로.

 

현재의 레이첼의 이야기와 함께 그녀의 어머니인 제니의 '그때'의 이야기가 함께 펼쳐진다. 자신의 집 수영장에서 옆집 아이가 물에 빠져 사망한 그 날, 딸 다이애나는 과연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어디에 있었을까. 딸에 대한 의심을 풀지 못한 채 고통스러운 장소를 떠나 남편 피터의 조부모님이 지은 별장으로 주거지를 옮긴 제니. 자신과 남편은 연구를 계속하고 다이애나를 자유롭게 성장하게 하면, 성마르고 자주 분노하는 아이의 성격이 개선될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어지는 아이의 이상행동은 제니를 불안하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동생을 베개로 눌러 거의 질식에 이르게 해 결국 사이코패스 판정을 받은 다이애나. 죄책감은 물론 감정을 느끼지 못하고,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서라면 무슨 수단이든 불사하는 다이애나도, 부모님이 아기를 돌보는 모습을 보며 공감을 '배울 수 있을 것'이라는 조언을 듣지만, 급기야 작은 동물들을 데려다 해부하기에 이른다. 피터는 어차피 말릴 수 없는 일이라면 본격적으로 박제를 가르쳐보자고 제안하고, 제니는 어쩔 수 없다는 마음에 제안을 받아들이지만 불안한 마음을 가눌 길이 없다.

 

자꾸만 자신이 어머니를 살해하는 장면이 보이는 환상. 그것은 정말 실제였을까, 아니면 왜곡된 기억이었을까. 그 오랜 세월 동안 자신이 가족을 망가뜨렸다는 죄책감으로 살아왔을 레이첼을 생각하면 정말 마음이 아팠는데, 그런 아픔은 잠시, 제니의 기록은 공포로 다가온다. 부모라면 누구나 맞닥뜨리고 싶지 않은 상황이다! 내 아이가 사이코패스라니, 공감 능력이 없다니, 생명을 하찮게 여기고 심지어 동생마저 죽이려 하는 언니라니! 생각만으로도 소름이 돋아 몸이 떨렸다.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그 하루하루를, 그 순간순간을. 다이애나가 사건에 연루되어 있을 것이라는 점은 쉽게 상상할 수 있었는데 마지막 반전이 큰일했다. 제니의 마지막 기록에서는 그만 울컥했는데, 이 책을 읽는 어머니라면 누구나 다 그러지 않았을까 싶다.

 

야생의 숲 속을 배경으로 한 묘사가 섬세하다. 마치 한편의 영화를 본 듯한 기분. 부디 이런 일은 소설 속에서만, 영화 안에서만 끝나기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