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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아무도 죽지 않았다
시라이 도모유키 지음, 구수영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0년 7월
평점 :

문화인류학자를 자처하며 동남아시아나 오세아니아의 소수민과 함께 생활하면서 그들의 사회나 가족 구조를 관찰해왔던 스즈키 조. 그에게는 또 다른 얼굴이 있었는데 조강지처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각국의 사창가에서 곤란한 처지의 여자를 사서 취직 비자를 내어주고 일본으로 데려온 것이다. 그의 사망 후 발표된 기사에 따르면 조가 숨겨두었던 여자는 스무 명이 넘었다고 하니, 이 남자의 변태성에 입이 떡 벌어질 지경. 오마타 우시오는 그런 스즈키 조와 그가 말레이시아에서 데려온 매춘부의 둘째 아이였다. 세 명째의 아이를 사산한 어머니는 우시오가 초등학교 소풍에 나선 날 아침 수면제를 과다복용하고 사망, 형은 그의 중학교 수학여행날 밤에 교통사고로 사망. 비극적이라고밖에 달리 표현할 말이 없는 그의 인생에 한가닥 희망의 빛이 비춰진 것은, 스무 살 무렵이었다.일용직 일로 입에 풀칠하며 지내는 우시오에게 조의 변호사가 그의 죽음과 함께 우시오에게도 상속권이 있다고 알리면서 받게 된 조의 유품들. 곰팡내 나는 자료들 속에서 미발표된 소설의 원고를 발견한 우시오는, 그것을 자신의 이름으로 발표하면서 일약 인기 추리소설 작가로 발돋움하게 된다.
소설이라고는 써본 적 없는 우시오에게 접근한 미모의 여대생 하루카. 생각이라고는 없는 것처럼 보이는 우시오는 자신에게 접근한 하루카와 호텔로 향하고, 관계 후 잠깐의 실랑이 끝에 하루카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입힌다. 그런데 이 하루카의 모습이 어쩐지 이상하다. 목에 엄청난 상처를 입었음에도 고통을 느끼지 못하고, 피가 아닌 노란 고름같은 액체가 튀어나오는 기이한 모습에 기겁한 우시오는 급히 자리를 피한다. 얼마 후 접한 하루카의 사망소식. 그리고 10년이 지난 지금, 그는 아마키 아야메라는 작가로부터 초대장을 받고 사나다 섬으로 향하고 있다. 초대에 응한 사람은 우시오를 포함해 모두 다섯 명. 모두 추리소설 작가인 그들을 맞이한 것은 거대한 식탁에 놓여진 진흙 인형 다섯 개 뿐이었다. 마침내 사건의 막이 오른다!
***여기서부터는 스포??!!
읽는 동안 내내 '와, 이 소설 뭐지?'라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어쩐지 등장인물들이 차례로 죽음을 맞이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예감은 적중! 심지어 우시오가 먼저 죽음을 맞는 상황이 벌어져 '아, 우시오가 진정한 주인공이 아니었구나'라고 생각하고 다음 페이지를 펼친 순간, 갑자기 그가 되살아난다! '뭐지? 그럼 죽은 게 아니었던 건가?'라고 다시 생각한 순간, 아니다, 그는 죽었는데 다시 되살아났다는 설정. 좀비도 아니고 이런 일이 실제로 가능한지 놀라고 있는데 죽었다가 되살아난 것은 우시오 뿐만이 아니었다. 사나다 섬에 초대받은 모두가 다른 방법으로 살해당한 후 다시 살아나 자신들을 죽인 범인이 누구인지, 그 동기가 무엇인지 밝혀낸다는 것이 진짜 설정이었던 것이다. 하나같이 기괴한 모습으로 돌아다니면서 진범에 대해 토론하고, 그 트릭에 대해 논하는 그들의 모습을 떠올리자니 이것은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잘 모르겠지만 작품 속으로는 확실히 빨려들어갔다. 상상을 초월하는 전개와 등장인물들이 펼치는 추리대결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 어째서 제목이 '그리고 아무도 죽지 않았다'인지, 표지 그림 속 여자의 입가에서부터 흘러내리고 있는 것이 피가 아닌 다른 무엇처럼 보이는지 그 정체를 알게 된다. 작가의 능력에는 깜짝 놀랐지만 장면 하나하나를 상상하면, 음, 마치 온몸에 벌레가 기어다니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와카타케 나나미의 <살인곰 서점의 사건파일 시리즈>로 알게 된 출판사, 내친구의서재. 이 출판사라면 무조건!하고 구매하는 브랜드가 있는데 아무래도 '내친구의서재'도 그 목록에 들어가지 않을까 싶다. 일단 다음 작품이 다시 또 살인곰! 지켜보겠습니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