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그를 죽였다 현대문학 가가 형사 시리즈 개정판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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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역학을 연구하는 간바야시 다카히로와 시인인 그의 여동생 간바야시 미와코에게는 특별한 사연이 있다. 어릴 때 부모님이 교통사고로 돌아가신 후 각각 다른 친척에게 맡겨진 뒤 다시 만나 같이 살게 된 것이 불과 5년. 너무 오랜 시간 떨어져 있었기 때문일까. 두 사람은 서로에게 마음을 허락하지만 그 앞길이 순탄하지 않을 것임은 불보듯 뻔한 일. 그런 관계를 벗어나기 위해서였는지 미와코는 인기 작가인 호다카 마코토와 연인 사이가 되어 이제 그와의 결혼식을 앞두고 있다. 호다카의 매니저인 스루가 나오유키와 미와코의 담당편집자이자 신랑 신부를 이어 준 유키자사 가오리, 간바야시 다카히로와 미와코, 호다카가 그의 자택에 모여 대화를 나누던 중, 정원에 하얀 원피스를 입은 여성이 등장한다. 그녀를 보고 흠칫 놀라는 호다카와 스루가. 그녀는 호다카가 언젠가 자신과 결혼해 줄 것이라 믿고 품었던 아이마저 낙태한 옛 연인 나미오카 준코였다. 스루가가 호다카를 만나야겠다는 그녀를 설득해 간신히 돌려보내고 일행은 저녁을 먹으러 식당으로 향한다.

 

식사 도중 준코로부터 전화를 받은 스루가는 불안한 예감에 휩싸이고 호다카의 정원에서 자살로 생을 마감한 준코를 발견한다. 호다카와 함께 준코의 시신을 그녀의 맨션으로 옮기고, 남몰래 그녀를 향한 사랑과 호다카에 대한 미움으로 눈물을 흘리는 스루가. 그들을 미행한 유키자사 가오리가 그 모습을 훔쳐보다 스루가에게 발각된다. 한편 간바야시 다카히로는 미와코와 함께 묵게 된 호텔 룸에서 정체불명의 협박범으로부터 한 통의 메시지를 받는다. 마침내 밝아온 결혼식 당일. 힘차게 행진해야 하는 신랑 호다카가 독이 든 캡슐을 먹고 사망하고 이에 용의자로 몰린 간바야시 다카히로와 유키자사 가오리, 스루가 나오유키. 다시 가가 교이치로의 활약이 시작된다!

 

네이버 독서카페 #리딩투데이 에서 함께 읽는 도서로 선정된 히가시노 게이고의 <가가 형사 시리즈>의 다섯 번째 도서인 [내가 그를 죽였다]. 천하의 바람둥이에 인정머리라고는 눈곱만치도 없는 데다, 곧 결혼하게 될 미와코마저 사업적으로 이용할 생각에 골몰해 있던 호다카지만, 그렇다고 그의 목숨을 앗아갈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고 생각한다. 가가 형사가 수사를 진행해나가는 원동력도 여기에 있지 않을까. 아무리 파렴치한 사람이더라도, 아무리 잔인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더라도 사람이 다른 사람의 목숨을 빼앗아서는 안된다는 철칙.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런 원칙도 소중한 사람이 연관되어버리면 아무 소용 없는 것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든다. 간바야시 다카히로에게는 미와코가, 스루가 나오유키에게는 나미오카 준코가 그런 존재였다. 유키자사 가오리의 경우에는, 그 소중한 대상이 '자아'였던 듯.

 

[둘 중 누군가 그녀를 죽였다] 처럼 이 작품도 범인을 특정지어주지 않는다. 사건에서 중요한 단서가 되는 것이 호다카가 먹은 독이 든 캡슐인데, 이 캡슐의 행방을 놓고 역시나 골치 아픈 추리가 계속된다. 이 캡슐을 누가 가지고 있었는지, 누구에게 호다카를 독살할 기회가 있었는지. 열린 결말, 범인을 알려주지 않는 추리소설 정말 싫어하지만, 그래도 이번 작품은 [둘 중 누군가 그녀를 죽였다] 에 비해 이해하기가 훨씬 수월했다-라고는 해도 역시 혼자의 힘으로 추리하는 건 실패. 인터넷으로 검색해보고나서야 그제야 납득했다. 아아, 하고.

 

세 사람의 시선으로 서술되는 추리소설. 비록 이번 편에서 가가의 출현이 다소 적었던 데다, 나의 범인 색출은 또 실패했지만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은 늘 재미있다. 어딘가 유치하고 말이 되지 않는 듯 하면서도 끌려들어가는 이 매력. 역시 추리소설의 제왕다운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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