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기억 1~2 - 전2권 (특별판)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5월
평점 :
품절


대학 때부터 읽어온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작품들. 호불호를 떠나 새 작품이 출간되었다고 하면 일단 읽는다. 매번 다른 주제를 다루는 것 같으면서도 결국 그의 작품이 '인간의 기원'이 아닐까 생각해왔는데, 이번에는 심지어 최초의 인류, 이런 개념도 아닌 '전생'의 삶에 대해 다룬다. 그것도 몇 번이 아닌 무려 111번의 삶. 지금 생의 그 앞도 알지 못하는데 여러 번의 삶과 최초의 자신에 대해 알게 된다면, 그것은 과연 어떤 느낌일까. 그들이 모두 '나'라는 자각이 있을까. 그들의 삶과 현재 내 삶에 과연 연결고리가 존재하는가.

 

고등학교 역사교사인 르네는 같은 학교 동료인 엘로디와 <최면과 잊힌 기억들>이라는 공연을 보러 갔다가, 최면사인 오팔에 의해 전생을 경험한다. 자신에게 보인 수많은 문들은 모두 111개. 고로 이번 생은 112번째라는 깨달음과 함께 111번의 문을 연 르네는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프랑스 군인 이폴리트 펠리시에의 생을 직접 겪게 된다. 전투 도중 자신이 적군을 어떻게 죽이고 어떤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지를 모두 생생하게 경험한 르네. 혼란에 빠진 그는 정신없이 공연장에서 뛰쳐나오고, 마침 거리의 노숙자와 시비가 붙어 의도치 않게 그를 살해, 강에 유기한다. 이폴리트로서의 기억이 자신에게 내재된 폭력성을 일깨운 것이라 생각한 그는 다시 한 번 오팔을 만나 여러 삶을 경험하면서 그 기억들이 거짓이 아님을, 모든 생은 그 전 생의 바람이 내포된 삶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학생들은 지금까지 믿어온 것이 전부가, 진실이 아님을 이야기하는 르네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고, 결국 그는 직장을 그만둔 채 자신의 최초의 삶, 아틀라스인인 게브를 대홍수에서 구하고, 그가 존재했다는 실제적인 증거를 얻기 위해 이집트로 떠난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작품들은 무엇이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허구인지 의심하게 만드는데 그것이 매력이면서도 조금 혼란스럽기도 하다. 신화나 전설로 여겨지는 아틀란티스 대륙, 그 곳에 살았던 80만명의, 지금의 인류보다 10배는 크고 10배는 오래 살았던 사람들, 성경에서 보았던 대홍수와 노아가 만들었던 방주를 게브가 만드는 장면, 살아남은 아틀란티스 사람들이 이집트에 도착해 신으로 추앙받는 내용들은 사실인가 허구인가 갈팡질팡하기도. 그 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지금의 우리로서는 알 길이 없으니 어쩌면 작가의 상상이 맞을지도 모른다는, 그런 생각도 해본다.

 

음. 그런데, 작가의 작품들이 초기작에 비해 그리 엄청 재미있게 다가오지 않는 것은 왜일까. 111개의 전생이라는 소재는 독특하지만 굳이 두 권으로 할 필요가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속도감도 떨어지고, 중간 부분은 약간 지루하기도 했고. 그런데 또 마지막 장면을 보면 우리 삶의 신비함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어서 뭔가 가슴이 먹먹하기도 한, 복잡한 기분이다. 하나 분명한 것은, 그럼에도 작가의 신작이 출간되면 또 읽을 것이라는 것. 마성의 작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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