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사의 여왕 백 번째 여왕 시리즈 4
에밀리 킹 지음, 윤동준 옮김 / 에이치 / 2019년 4월
평점 :
절판


악마와의 싸움에서 승리하고 타라칸드 제국에 평화를 선물한 칼린다. 살아남은 반란군들은 추방되고, 아스윈 왕자는 라자로 등극하기에 이르렀지만, 왕좌를 내려놓은 칼린다에게는 남은 것이 없다. 친구 자야도, 고향도, 사랑하는 데븐도. 데븐은 악마와의 전투에서 우룩에게 납치되어 저승으로 끌려가버렸다. 살아있는 인간의 몸으로 매일 밤 칼린다의 혼불을 지표삼아 이승으로 돌아오는 데븐. 그러나 밤이 지나면 그는 다시 저승으로 끌려가버린다. 이 상태로는 데븐의 몸과 영혼이 모두 위태로운 상황. 마침내 데븐을 구하기 위한 칼린다의 마지막 여정이 시작되었다.

<백 번째 여왕> 시리즈의 완결편인 [전사의 여왕]이 드디어 출간. 라자 타렉의 백 번째 아내로서 목숨을 걸고 싸움을 계속해온 칼린다는 부타이자 ‘버너’인 자신의 능력을 깨닫고 타라칸드 왕국에 혁명의 깃발이 된다. 처음에는 단순히 자신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시작한 싸움이었지만, 타라칸드 제국의 수도가 반란군에게 점령당하면서 죽은 왕의 아들 아스윈을 찾아 떠난 여정(불의 여왕), 저승에서 풀려나온 악마에게 치명상을 당하지만 결국 그들과의 전투에서 승리한(악의 여왕) 시간들을 거쳐 진정한 버너로서의 능력을 갖추게 된 칼린다. 하지만 아프게도 그녀의 곁에 데븐이 없다.

우룩에게 납치되어 저승으로 끌려간 데븐을 찾기 위한 칼린다의 새로운 모험은, 수메르 신화인 <지하세계로 간 이난나>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이난나는 수메르의 여신으로 이스타르라고도 하며 그 이름은 ‘하늘의 여인’이라는 뜻이다. 이난나가 저승으로 간 이유는 사실 뚜렷하게 밝혀진 바가 없다고 전해지지만, 일부에서는 저승으로 가버린 남편 두무지를 찾기 위해 명계 여행을 결심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 중에서도 끊임없는 권력욕 때문에 최고신의 영역을 차지하고 죽은 자들의 세계까지 장악하기 위해서라는 해석이 가장 지배적이라고 한다. 칼린다가 저승으로 떠난 이 작품은 <지하세계로 간 이난나>에 모티브를 두고 있지만, 소설을 읽으면 알 수 있듯 전체적인 이야기는 신화와는 그 가지를 달리 하고 있다. 칼린다의 목적은 오직 사랑하는 그녀의 남자, 데븐 나익을 되찾기 위한 것이었으므로.

[전사의 여왕]은 크게 칼린다와 아스윈 왕자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새로운 타라칸드를 건설하기 위해 부타들의 존재를 명확히 하고 그들을 보호하고자 하는 아스윈 앞에는, 국민들의 부타에 대한 두려움과 반감이라는 크고도 높은 산이 있다. 그런 그를 옆에서 돕고자 하는 아스윈의 비라지 가미 공주. 저승에서는 칼린다가 불의 신 엔릴의 도움을 받아 온갖 고난을 뛰어넘고 있다. 개인적으로 아스윈의 시점에서 전개되는 이야기가 조금 느리고 답답하게 느껴져 아쉬웠다. 칼린다의 이야기도 모험이나 판타지에 중점을 두기보다 전생에서의 엔릴과의 관계, 그녀안에 존재하는 칼리와의 의식 싸움 같은 것들이 필요 이상으로 길게 끄는 것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시리즈의 마지막이니만큼 두 사람이 또 하나의 벽을 뛰어넘어 인간적인 성장을 이루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전개가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다.

그럼에도 이 시리즈의 마지막이 매력적일 수밖에 없는 것은, 칼린다의 자야를 향한 우정 때문이다. 데븐을 향한 사랑도 사랑이지만 나에게는 자야와의 우정이 칼린다를 지탱해주는 가장 큰 힘이 아닌가 생각된다. 표지의 책등도 전권을 연결하면 1권에서 자야와 나테사가 수도원에서 결투를 벌일 때 자야가 사용했던 할라디가 짜잔 등장하는데, 예전부터 어떤 그림이 완성될 것 같다는 느낌은 있었지만 실제로 보니 마치 내가 칼린다가 된 듯 자야를 향한 그리움이 물밀 듯 밀려왔다.

한때 칼린다의 마음을 의심한 적이 있었다. 전편에서 보여준 칼린다와 아스윈 왕자의 행동은 충분히 데븐을, 나를 실망시키기에 충분했으니까. 하지만 그 누가 사랑을 위해 저승까지 갈 수 있을까. 자신의 목숨을 걸고 연인을 살려달라고 말로는 간청할 수 있을지언정, 저승이라니. 소설 속 인물임에도 그녀의 용기와 행동력에는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녀의 모험은 이제 끝을 맺지만, 수많은 독자들의 마음 속에는 타라칸드 왕국의 칼린다가 오랜 시간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