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키의 신작 '기사단장 죽이기'는 초상화를 그리는 화가가 화자로 나옵니다. 그림 그리는 장면, 모델의 특징을 간파하는 장면, 그림 속에서 살아 숨쉬는 인물 묘사가 좋지요. 나도 연필로 누군가를 그리고 싶다...고 생각만 했습니다. 그리고 아주 옛날, ... 그러니까 팔 년 전, 만 세 살을 한 달 앞둔 우리집 막둥이가 볼펜으로 슥슥 그려준 엄마의 얼굴을 꺼내 봅니다.

저 좋아서 귀까지 올라간 입을 보세요. 귀는 안 보이는군요.... 막둥이의 예술에 놀란 눈과 막 잠에서 깨 뻗친 머리 모양까지 놀랍습니다.

 

 

감동에 젖어 눈물을 흘리는 엄마인가요? 아...누가 못알아볼까봐 두 스케치에다 예술가의 사인 대신 엄마라고 꾹꾹 눌러쓴거 보세요. 이건 사랑이지요? 그렇지요? 이 꼬마는 자라나서 엄마보다 야구를 더 좋아하고 있는거 같습니다만. 전 이런 8년전 증거를 손에 꽉 쥐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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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17-07-28 1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비슷한 증거 있어요!! 저는 녹음을 했지요~~~~~ㅋㅎㅎㅎㅎ

유부만두 2017-07-31 16:17   좋아요 0 | URL
ㅎㅎㅎ 엄마들은 다 이런 애정 증거에 집착하는건가봐요. ^^
 

넷플릭스에서 옥자를 봤다. 따로 결재가 필요없는 컨텐츠였네?

 

 

옥자를 보고 고기 먹기가 불편해지기는 했지만 뭐, 축산 다큐보다는 약한 정도였고. 미자가 영화 내내 뿌루퉁하고 있고 마구 내달리기만 해서 공감하기 어려웠고 여사장님과 과학자는 과장되게 계산한 연기였겠지만 투박하다는 인상이 강했다. 동물해방연대의 스티븐연이 그나마 매끄럽게 영화를 끌어간다는 느낌?

 

감동....을 느끼기에도 부족하고 줄거리 연결도 툭툭 끊어지고 영상미도 강렬하지 않고, 뭣보다 옥자가 귀엽다며? 어디가요? 우리집 모기약 통이 더 귀엽습....

 

 

예전에 봤던 '델리카트슨'이나 다시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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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yche 2017-07-27 1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 내용과는 상관없지만 모기약통이 뭔지 궁금해서... ㅎㅎ 꽂아놓으면 모기 안오게 하는거? 너무 귀여운데 저 돼지!

유부만두 2017-07-27 11:14   좋아요 0 | URL
저 몸통 안에 모기 쫓는 액체있구요, 그걸 전기로 틀어 놓는 거에요 ^^

psyche 2017-07-27 11:17   좋아요 1 | URL
그렇구나. 너무 귀여워. 그건 그렇고 그러면 옥자는 안봐도 되는걸로.

라로 2017-07-28 07: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댓글이 어디로 갔을까요?? 암튼 다시 반복하자면 저도 몇 개의 리뷰를 읽고 기대하고 봤는데 엄청 실망했어요~~~~. 그래서 중간에 짜증나서 건너뛰면서 봤어요~~ㅎㅎㅎ

유부만두 2017-07-31 16:18   좋아요 0 | URL
알라딘 댓글 에러가 종종 나더라구요. ㅜ ㅜ
라로님께서도 실망하셨군요. 저도 엉성한 스토리 라인에 거친 편집...뻔한 전개에 실망했어요.
 

친구들이 추천했고, 빨책 방송도 괜찮아서 읽기 시작했다. 완독이 힘겨웠다. 내용이 내용인지라 각오는 했지만 저자의 '엄마' 입장이 처음부터 끝까지, 그리고 그 아들의 '가해자' 이면서 '피해자'인 상태가 힘들고 아프다. 

 

학교에 폭탄을 설치하고 자동발사 장총을 준비하고 여러 달 동안 자살을 꿈꾸고, 가학적인 일기와 작문을 했는데도 부모는 모를 수 있.다. 아이가, 심각한 우울증이나 정신 불안/불안정 상태라면 (저자는 mind 보다 brain 이라는 어휘를 택했다) 자학적인 자살이 밖으로 향한 타살로, 그것도 끔찍한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 개인의 노오력으로 막거나 치유할 성질이 아니다. 자살로 향하는 뇌이상(?)은. 주위에서 지켜보고 북돋고 교훈이나 설교대신 이야기를 듣고 도움이 필요하지만 숨죽여 감추고 죽어가는 청소년들에 대해 연구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끝까지 불편하고 무서운 독서였다. 저자 Sue는 지금도 그 고등학교 동네에 산다. 자신이 괴물을 키운 게 아니며 청소년의 폭력적/자살 성향은 알기 힘들다고 말한다. 폭력적 웹사이트를 미리 알지 못한 건 불찰이며 자녀들을 계속 주의깊게 살폈어야 했다고. 자녀를 너무 믿고 희망적으로 생각한 것은 후회한다고. 여러 희생자들의 유족들에게 깊이 사죄하고 싶고 슬프다고. 그래도 자기는 딜런을 사랑하며 딜런 역시 희생자였다고. 이 강렬한, 어쩌면 뻔뻔한 주장이 계속 반복된다. 독자 입장에선 흉칙한 사고 영상/사진의 기억 속에서 차라리 어느 '책임자' 혹은 괴물을 맞닥뜨리는 게 편할지도 모른다. 지금도 저자는 자살방지를 위해 강연과 연구활동을 한다. 18년전 벌어진 그 일은 바뀌지 않는다. 책을 덮고 나선 컬럼바인 사건 보다 더 '강한' 엄마에 대해 생각했다. 책임은 지겠다만 내 아들은 '심신미약' 상태였다. 하아.... 도돌이표를 찍는 기분이다. 다만 이 끔찍한 상황이 나와 내 가족을 비켜가기만 바랄 뿐.

 

콜럼바인 총기 난사 사건에 대한 책이 출간 예정이라는 소식을 들었다. 가해자, 피해자 측 이야기를 모두 담았다고 하는데, 더 이상 이런 사건이 생기지 않길 바라기에 사건을 기억하자는 의도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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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yche 2017-07-27 1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슨책 출간된대?

유부만두 2017-07-27 11:17   좋아요 0 | URL
david cullen의 Columbine 번역본이 나온대요.

psyche 2017-07-27 11:22   좋아요 1 | URL
아 그렇구나. 저번에 나는 가해자의.. 읽고 그 책 읽었는데. 객관적인 시각으로 어떤일이 있었는지 썼기때문에 저 책 읽을때처럼 힘들지 않고 아 그랬구나 하면서 읽을수있었어. 근데 이게 과거로 갔다 현재로 갔다 이렇게 내용을 배치해서 정신이 좀 없더라구. 앉은자리에서 좍 읽는 그런게 아니다보니 이게 누구였지? 하면서 앞을 뒤적뒤적이게 되고.

유부만두 2017-07-27 11:25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전 당분간 콜럼바인 관련 책 못읽을거 같아요. 이번책 너무 힘들었어요. 겁나고요 슬프고 ...ㅠ ㅠ

psyche 2017-07-27 11:29   좋아요 0 | URL
나는 저 책읽고 너무 힘들어서 우울증에 편집증까지 걸릴 지경이더라구. 그래서 오히려 콜럼바인을 막 팠었다는.

라로 2017-07-28 07: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 분은 대단하십니다. 저는 아직 저런 글을 읽지 못해요~~^^;;

유부만두 2017-07-31 16:18   좋아요 0 | URL
쎕니다. 이 책은 사춘기를 앞 둔 아들을 키우면서 읽자니 더더욱 공포였어요. ㅜ ㅜ

얄라알라 2017-07-29 2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을 참 많이 추천받았는데, 전 인터뷰 동영상만 보아도 너무 무거워서 차마...아직...

유부만두 2017-07-31 16:19   좋아요 0 | URL
준비를 단단히 하고 읽으셔야 합니다. 부모가 된다는 것, 자살 충동과 우울증을 대쳐하는 태도에 대해서 많이 고민하게 되었어요.
 

기사단장이 돈주앙의 인물이었구나. 소설에서는 돈나 안나의 아버지로, 푸슈킨의 희곡 ‘석상손님‘에선 남편으로 나온다. 모자르트의 해석과 영화 아마데우스의 강렬한 이미지를 떠올리....기엔 하루키의 아스키 시대 기사단장은 키가 작다. 그만큼 더 기괴하고. 1권 전체에 공들여 깔아놓은 설정과 사연들이 2권에서 마구 폭발하겠지? ...그런데 선정적 장면이 나올 땐 왠지 짠하다. 할아버지 작가님의 로망 혹은 아집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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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yche 2017-07-27 0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할아버지 작가님의 로망 또는 아집. 책 안읽었지만 어떤 느낌인지 알거 같아. ㅎㅎ

유부만두 2017-07-27 07:53   좋아요 0 | URL
ㅎㅎㅎ 네 딱 그 느낌입니다...

라로 2017-07-27 07: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러시아에서는 톨스토이나 도스토예프스키 보다 푸슈킨을 더 쳐준다고 하네요~~. 저는 푸슈킨 작품 읽은 것도 없는 것 같아요~~~^^;;

유부만두 2017-07-27 07:52   좋아요 0 | URL
라로님 큰따님 러시아 문학 공부한다고하셨죠?! 멋져요!
뉴욕에서 Natasha,pierre and great comet of 1812 뮤지컬 볼 수도 있을텐데 (전쟁과 평화 중반부 나타샤가 아나톨 유혹 받는 부분으로 만든거래요) ..^^ 저도 요새 전쟁과 평화 읽고 있어요 (3, 4권 빨랑 나왔으면~)

유부만두 2017-07-27 07:53   좋아요 0 | URL
푸슈킨 작품 많이는 모르지만 ‘예브게니 오네긴‘ 강추합니다!!!! 아름답고 멋져요.

라로 2017-07-28 07:44   좋아요 0 | URL
차이콥스키 오페라로만 알고 있어요~~~ㅋㅋ 그 오페라를 작곡하면서 차이콥스키가 결혼을 결심하게 되고, 결국엔 자살을 시도하고서야 이혼이 가능하게 된 그 비운의 작품이라고나 할까요?? 그런데 유부만두 님은 저엉말 모르시는 게 없어!!!
아참 딸은 러시아 문학이 아니라 러시아 어를 전공해요. 문학은 더 수준이 높지 않을까요?? 아마 러시아 어 배우면서 문학 책 몇 권은 읽겠죠???ㅎㅎ

책읽는나무 2017-07-27 08: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난번 유행에 뒤처지지 않는 유부만두님이셔 이 책을 읽는다는 글이 뇌리에 남습니다.
아~~저도 유행에 민감해져야겠다고 생각했죠ㅋㅋ
기사단장~~~읽어봐야겠군요.
그리고,푸슈킨도!!^^

유부만두 2017-07-27 09:33   좋아요 0 | URL
기사단장, 재미있어요. 아직 리뷰가 많이 올라오지 않은 상태라 스포도 피하기 쉽고요. 다만,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 라는 생각이 드네요.
예상과 기대, 모두 내려놓고 조용히 작가의 이야기를 따라가는 게 맞나봐요.
2권 시작했습니다. 1권보다 더 쫀쫀한 느낌이고요, 긴장이...두구두구둥...
 

구몬일어 한달 조금 넘기니 일어 문장 연습 들어갔습니다.

ほん を よみます。책을 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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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17-07-26 2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럽습니다.
일어로 책을 읽는다고 상황을 나타낼 수 있다니!!^^
이젠 중국어까지 배우신다면 5개국어 가능하신거죠?
한국어,서울어,영어,일어,(중국어)
ㅋㅋ
홧팅입니다^^

유부만두 2017-07-26 20:01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 서울어!!! 경상어에 도전하고 싶지예~

책읽는나무 2017-07-26 20:07   좋아요 1 | URL
보리문댕이어는 억쑤로 힘들낀데예??
그래도 단디 노력하면 스피킹은 되겠지예!!^^
그럼 중국어를 빼뿌고 경상도어를 낑가 넣어야 겠네예^^

유부만두 2017-07-26 21:23   좋아요 0 | URL
단디 할께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