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마코스에게 어머니의 재혼은 재산의 분할을 의미한다. 그의 아버지 오뒷세우스가 돌아와 자신의 정당한 위치, 상속권을 확인해줄 때 까지는 어머니의 재혼 가능성, 불청객들의 구애는 위협일 뿐이다. 외가/어머니의 친정 아버지와 오라버니들은 페넬로페의 재혼을 종용하고 텔레마코스는 재물을 내놓아야하는 상황. 어머니라도 여성은 철저하게 재산의 구성요소일 뿐 가족 간의 애정이나 신뢰는 보이지 않는다. 어쩔줄 모르고 슬픔에 젖어 (이미 베틀 짜고 풀기는 들켜버렸고) 두문불출 방에서 울기만 하는 페넬로페는 나약하고 투명한 소품같다.


반면 '고귀한' 돼지치기 에우마이오스는 선량하고 지혜롭다. 의지할 만하고 부지런하며 철학가적 면모도 보인다. 그는 쉬리에 섬의 왕자였으나 (어쩐지) 보모로 일하는 노예 (그녀 자신도 어느 나라 부자의 딸이었지만 납치 당해 노예로 팔려옴)의 간계로 당시의 신분이 되어버렸다. 보모는 자신의 고향땅 포이니케에서 온 '사기꾼' 장사치와 몸을 섞은 후 '홀려서' 주인 왕궁에서 재물을 훔치고, 어린 왕자까지 납치하는 범죄를 저지른다. 그리고 도망가는 배 위에서 보모는 신의 처벌을 받는다. 아르테미스의 활을 맞아 쓰러진 후 물고기 밥으로 던져진다. 어린이/청소년 납치와 노예 매매는 호메로스의 '영웅'들도 숱하게 저지르는 범죄인데 기원전 몇 세기에도 가해자가 여성이고 피해자가 남성일 때에는 이렇게 벌을 받기도 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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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20-03-25 19: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렇군요. 여성이 가해자일 땐 어김없이 내려지는 심판-_-;;;;;

유부만두 2020-03-26 21:36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요.
아, 여기 또 납치와 노예 매매가 있구나, 했더니 바로 즉결심판이더라고요.

전 지금 오뒷세우스의 복수 직전까지 읽었어요. 흥미진진진!!!
 

 

제목이 너무 내 마음이다.


재미있게 (라고 쓰자니 미안하고 부족한 마음이지만) 읽었다. 부산 영화제의 그 사람 처럼 나도 '여름,스....' 의 작가와 박상영 작가를 구분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런.


습관 같은 야식, 은 요즘 슬슬 내 시간을 좀 먹고 있다. 배달음식은 아니지만 과자를 다시 먹게 되었다. 모두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이다. 다시 운동 수업에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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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20-03-25 15: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부만두님^^ 혹시 <여름, 스피드> 김봉곤 작가님 말씀이신가요? 제가 박상영 작가님과 그 분을 헷갈려해서요 두분 작가님들께 죄송ㅎㅎ^^; 저는 밤에 음식은 잘 안 먹는데 술을..-_-;

유부만두 2020-03-25 15:13   좋아요 0 | URL
네;;;; 전 두 분 이름은 따로 알고 있었는데 이 책에서 회사 이야기가 달리 나와서 (김 작가님은 출판사 근무) 어? 엣세이가 살짝 소설인가, 하다가 부산 챕터에서 깜쩍 놀랐어요. 맘으로 사과했고요, 여기서 다시 사과/반성 말씀 드립니다. 제 야식에 술... 도 포함입니다. 반성 추가합니다;;;
 

막내 학교 개학이 언제일지는 몰라도
내 독서에는 다 계획이 있습니다.
물론 계획과 실천은 다른 이야기입니다만.
오뒷세이아 정말 재미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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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20-03-25 0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딸도 오뒷세이야랑 일리아드 너무 좋다고 하더라구요. 저는 축약본으로 읽었;;;;
암튼 저희도 맨날 막내 때문에 그런데 다행히 남편도 학교를 안 가니까
남편이 전담하고 있어욧! 헤헷 (좀 약오르시려나??ㅋ)

유부만두 2020-03-25 08:21   좋아요 0 | URL
아 약오릅니다. ㅜ ㅜ

제 남편은 아직은 출근하는데 매일 조마조마한 마음이래요. 그래서 노트북이랑 자료들을 갖고 다닙니다. 하지만 집에 있으면 제겐 챙겨야 할 사람이 늘어나는 셈이라 그 상황은 상상도 하기 싫어요.


moonnight 2020-03-25 15: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늘 계획이 있으신 유부만두님^^ 오뒷세이아 팬 한 명 더 여기요ㅎㅎ^^ 카산드라도 재미있게 읽었던 (희미한-_-) 기억 있어요. 페넬로피아드는 애트우드 여사님 작품이네요. 몰랐잖앗! 하며 급히 보관함에 넣었더니 2017년에 보관했던 책 아니냐! 다시 넣어주겠다 이 한심한 녀석! 이라는 환청이..ㅠㅠ;

유부만두 2020-03-25 16:18   좋아요 0 | URL
전 사려고 했더니 알라딘이 알려주더라고요. 이미 샀다고;;;;
 

무서운 걸 못 보는 여린 성정인지라 (누가요?) 피해왔던 킹덤이지만 호평이 많아서 1주 늦게 시즌1부터 봤다. 


낮에 핸드폰 작은 화면으로 설겆이 하면서 봤더니 덜 무서웠고 이미 스포는 다 만난 후라 덜 무서웠다. 무섭긴 무서웠지. 몇 번이나 씻던 컵을 떨굴 뻔 했는지 몰라.


왜이리 현실이랑 겹치는 거지? 더 무섭...아니, 덜 무섭잖아. 특히 동래 부사.찌질하고 징징대는데 결국 줄 잘 서서 살아남는 그 사람. 


빠른 전개와 배우들의 호연이 있었지만 너무 급하게 몰아부친 느낌이다. 왜 이리 다 죽였어요? 세련되게 포장한 이야기지만 찜찜한 건 남는다. 그래봤자, 양반 따로 서민 따로. 내 처지에 왕족이나 양반에, 그들의 특권 같은 리더십에 감탄해봤자. 


연달아 봐서 시즌2가 조금 더 한국드라마 같이 보이기도 했다. 대사도 더 많고 더 많이 사과하고 용서하고 사연을 풀어놓고. 좀비들 옷도 좀 달라 보이고. 좀비, 죽어도 죽지 않은 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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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모르고 즐기지도 못하는 내가 에밀리 디킨슨을 읽는다. 그녀의 이름 Dickinson을 처음 들었을 때 찰스 디킨스 Dickens를 생각했다. 성별도 국적도 스펠링도 다른 사람. 디킨스는 좋아했으니 어쩌면, 이라고 생각한 나는 바보. 


그러고도 몇 년이나 (십 년을 몇 번이나) 지났고, 책에서 자꾸 보이는 초상화가 무서워져서 이번에 읽었다. 표지에 혹했는데 새로 한 번역은 아니고 70년대 초판 번역이다. 고풍스럽달까 고개를 갸웃하게 되는 부분은 함께 실린 영어 원시를 살펴 볼 수 있다. 원시를 함께 읽는 것이 도움이 된다. 한 편 씩 읽으면 마음은 차분해 진다. 고독. 홀로 견뎌내는 아니면 즐기는 것. 





영화로 나온 에밀리 디킨슨의 생애를 함께 봤다. 고독을 생각했어야 했는데 그만 작은 아씨들을 떠올리고 말았고 잘못이었다. 그 낙차란.


그녀의 고독과 주변 사람들과의 갈등 그리고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의 우울 보다 더 절실하고 깊은 우울을 만났다. 에밀리 디킨슨이 가진 자신만의 '기준'과 그에 대한 집착은 그녀를 지탱해주면서 파먹어 들어갔다. 영화 초반의 아름다운 화면은 그림 같지만 그만큼 우울을 강조한다. 조카가 태어나는 장면은 나오지만 그 조카와 사이 좋은 관계를 더 보주지는 않는다. 조카와의 일화는 그림책으로도 나와있다. 


영화는 매우 우울했다. 그래서 어젯밤에 폭주하듯 떡볶이 사진을 올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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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20-03-20 15: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는 모르지만 제목에 끌리네요. 영화도 궁금한데 우울하다니 좀 두렵ㅜㅜ 떡볶이사진 보러갑니다~@_@;;;

유부만두 2020-03-23 18:43   좋아요 0 | URL
우울한 영화이지만 예쁜 장면이 많아요 (그래서 우울이 더 강조됩니다?;;;;)
또 묘하게 집중하게 만드는 영화였어요. 인생 뭘까, 고독과 우울은 뭘까... 떡볶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