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표지에 큰 글자로 쓰인 홍보문구 "뉴베리 상을 두 번 수상한 로이스 로리의 화제작" 을 읽으면서 콩쿠르 상을 두 번 수상한 불란서 소설가 대신에 백희나 작가 생각을 했다. 백희나 작가의 가족의 의미, 동화, 이야기의 관습을 생각했다. 상을 두 번 탈 정도로 '좋은 이야기'를 만든 로이스 로리가 십몇 년 전에 나온 '윌러비 가족' 이야기의 속편을 썼다고 한다. 올 가을 속편이 나오기 전 서둘러 1편을 읽었다. 제목도 무시무시하게 '무자비한 윌러비 가족'이다. 마침 넷플릭스에 애니메이션 <윌러비 가족>도 올라왔다.

 

이 (어쩌면) 동화는 '옛스러운 동화'의 패러디다. 동화의 흔한 요소들이 모여서 기괴해지고 더 기괴해질 때 가까스로 봉합을 해서 이야기의 형태라도 유지하려면 무엇이 가장 중요할까 ... 요? 라고 독자에게 묻는다. 

 

 

 

아이들이 넷이나 되는데 제대로 챙기지 않는 부모. 무관심하게 그저 방임하다 언뜻 '만약에'를 꿈꾼다. 만약에 아이들이 없다면, 단촐하게 자유롭게 어른 둘만 산다면! 그리고 아이들을 버리고 여행을 떠난다. 보모 하나 급히 구해두고. 아이들은 보호도 없이 무법천지로 놓여있다. 얼결에 집앞에 업둥이가 들어오는데 부모가 내다버리라니 이웃 음산한 저택 앞에 두고 온다. 그중 첫째가 꼴같지 않게 가부장제를 흉내내며 동생들 앞에서 허세를 부린다. 그래봤자 열두살. 아이들은 부모가 없어지기를, 부모가 그들을 없애버리고 싶은 만큼이나 바란다. 동화의 제1요소, 고아.

 

옆집 저택엔 가족을 잃어 슬픔에 빠진 사탕 회사 회장이 산다. 제2 요소, 재벌 이웃과 그의 슬픈 과거. 그리고 이런저런 사고와 극복 다음엔 제3요소, '해피 엔딩'.

 

친 부모와 친 자식들 사이에 보이는 적의, 그리고 살의, '고아'라는 신분을 갖고 새출발 하려는 이들의 이야기가 읽기 쉽지는 않다. 어른들을 향한 복수가 통쾌하고 강렬한 로알드 달보다도 더 수위가 높다. 행복했다고 하지만 옆집 회장님의 가족도 삐걱거리고 있었다. <레모니스켓의 위험한 대결>의 고아 삼남매는 똘똘 뭉쳐서 (가슴엔 친부모를 향한 애틋한 그리움) 부모의 유산을 찾아내고 지키려고 악랄한 법적 후견인과 싸운다. (어느 대통령 유족 이야기 아님) 윌러비 삼, 아니 사남매는 일단 부모가 사라지자 첫째 아들의 우스운 대장 역할은 끝나고 보살핌 받는 경험을 보모를 통해서 시작한다. 아이들이 스스로 세대주가 되는 길을 가지는 않는다. 그래도 보모는 절대로 메리 포핀스가 아니고 애니메이션에선 책과 또 다른 모습이다.  옆집 회장님의 음산한 저택은 윌리 웡카의 사탕 공장이 되어있다. 그나마 딸아이가 둘째로 순서도 바뀌고 말발도 좀 서서 체증이 반은 나았다. 애니메이션이 책에서 한발 더 나아가 동화의 흔한 요소들을 더 흔들어 놓았으면 좋았겠지만 답답한 (행복한) 가족 만화영화로 주저 앉아버려서 아쉬웠다. 부모를 싹 뜯어고치는 <코랄린> 근처도 못간다. 

 

동화의 기본 요소들을 비틀어서 깨닫게 되는 좋은 이야기, 좋은 동화, 이상적인 가족이란 건 무얼까? 있기나 할까? 이렇게 한달 아니 두달 넘도록 집 안에서 복닥거리는 요즈음?

 

친 부모가 두눈 시퍼렇게 뜨고 살아있고, 밥 세끼 아니 다섯끼를 잘 먹고, 사지 멀쩡해도 고아라고 느끼는 아이들이나 어른들도 있을테고, 여기 말고 다른 곳을, 만약에 어쩌면 하고 상상해보는 부모들도 있을테고, 놓쳐버린 가족을 못잊고 울면서 폐인이 된다거나 죽은줄 알았는데 짜잔 돌아오기도 한다거나, 어마어마한 부자가 내 후견인이 된다거나 .... 아 이런건 다 이야기구나. <윌러비 가족>은 동화 패러디로 보기엔 아주 새롭거나 강렬하지 않았다. 하지만 문장 하나하나가 은근 살벌했다. 한마디로 '사랑하지 않아' 에서 출발해 '우리 사랑해요'로 가는 과정이다. 책이나 애니메이션이나 다 그렇다. 동화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그러니까, 고아도 아니고 사랑이었어! 러브!

 

내 눈엔 개인 비행기를 띄우고 갑자기 다섯 아이를 입양하고 수년간 스위스에 구조대를 보내고, 사업도 막 잘하고, 그럴만큼 어마어마한 재력이 필수 요소였던 것 같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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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yche 2020-04-24 0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사진 유튜브 링크인 줄 알고 눌렀다는...ㅜㅜ

유부만두 2020-04-24 15:14   좋아요 0 | URL
ㅎㅎ 넷플릭스에요.
저도 유투브 링크 사진으로 걸고 싶은데 할 줄을 몰라요;;;

라로 2020-04-24 1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러브 이즈 에브리띵. ㅎㅎ
아참! 말씀하신 귀를 기울이면,,,은 여기 넷플릭스에 안 하나봐요. 여러번 찾았는데 없어요.ㅠㅠ
월러비 가족은 하려나?

유부만두 2020-04-24 15:15   좋아요 0 | URL
그렇지요. 러브 이즈 에브리띵... 이프 유 해브 이너프 머니....

윌러비는 매우 미국적인 (그리고 원작에서 각색을 아주 많이 한) 애니메이션이에요.
그런데 원작이 기대에 못미쳐서 애니메이션이 나은 것도 같고요.

psyche 2020-04-25 03:51   좋아요 0 | URL
미국 넷플릭스에는 없더라고요. 저는 옛날 옛날 한국비디오 가게에서 비디오 빌려보던 시절에 빌려 봤었어요. 그리고는 디비디로도 봤던 거 같은데 못 찾겠네요.

책읽는나무 2020-04-24 14: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만두님 서재에서 보고 지난 주말 넷플릭스에서 ‘귀를 기울이면‘ 봤는데요?
미국이랑 한국이랑 다른가 봐요?
이젠 윌러비 가족을 봐야할 시간!!!!
두둥~~~

유부만두 2020-04-24 15:16   좋아요 1 | URL
윌러비 그냥 가볍게 재밌게 보실 수 잇어요.
귀를 기울이면 .... 어떠셨나요? 나무님의 감상이 궁금하네요.

책읽는나무 2020-04-25 14:23   좋아요 0 | URL
중학생 이야기라 중2 둥이들 앉혀 놓고 부러 같이 봤거든요.
얘들도 늘 꿈에 대한 갈망?이 가득해 보여서요.^^
저는 저의 중학시절 학교 도서관에 책 빌렸을때 책에 끼워진 열람카드 그냥 아무 생각없이 들여다 봤었던 기억을 문득 떠올렸었구요.ㅋㅋ
그리고 주인공의 부모도 좀 남다르게 보이더군요.울집에도 수험생이 있잖아요? 아....나도 저래야 하는 걸까?그러면 울집 고3도 알아서 척척 공부를 할까???뭐 그런 생각을~ㅋㅋ
에혀~~하나마나한 고민이다!!!그러기도..ㅋㅋㅋ

근데 진짜 주제곡이랑 지브리랑 참 생뚱맞다!! 생각하다가 계속 듣고 보니까 일본 노래처럼 여겨지더라는~~
영화 보고도 팝송 찾아서 한참이나 들었었어요.이젠 이 팝송 들음 영화 초반부 마을 이미지 배경이 계속 떠오르더라구요.^^
둥이들은 첨 듣는 노래라더군요ㅜㅜ

2020-04-25 15: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4-25 15: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4-25 17: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렇게 심심하면 책이라도 읽으렴. 게임만 하지말고 책을 좀 읽어. 책 안 읽으면 바보된다? 


무한 반복. 


집에서 심심해서 진짜 몸을 배배 꼬더라도, 의미 없는 유투브 영상을 틀어 놓고 굴러다니다가 괜히 아령을 두어번 들어 보고 푸쉬업을 하.....나.... 두울.... 하고 배의 군살을 확인할 지언정 책은 최후의 보루로 아껴두나 봐? 너무 소중해서? 


막둥아, 안 그래도 되는데. 그냥 착, 펴서 그냥 읽어. 책이 정말 재미있거든. 위험한데 그거 한 번 시작해서 빠지면 정신 없지만. 없는 인물 상상해서 막 울고 그러기도 하고, 엄마 우는 거 많이 봤지? 괜한 상상에 빠져서 꿈도 꾸고 어쩔 땐 잠도 안 오거든. 엄만 연애도 책으로 배웠다. 재미 없니? 그래도 한번 해바바바. 엄마가 너한테 나쁜거 권하든? 다 너 사랑해서 그러거든? 야, 저기 벗어놓은 옷 좀 치워. 


참, 미쿡에서도 애들이 징그럽게 책 안 읽고 그래서, 라기 보다는 집안에 갇혀있어 너무 지루하고 힘들어해서 전 영부인이 나서서 그림책을 읽어주드라. 표정이 정말 재밌지?!!! 그거 영상 여기 8분도 안됌. (클릭이 안된다면 유투브에서 obama reading monday 검색하면 나옴)


https://www.youtube.com/watch?v=WyhgubvRYF4&t=2s




여기 갈색 쥐 한 마리가 어떻게 '상상력'과 깡으로 적들을 물리치는지 세상에 이런 개뻥이? 하지만 정말 재밌어. 언뜻 우리나라 옛 이야기랑도 비슷하단 생각이 들지? 미셸 오바마 발음도 정확하고 따박따박 읽어줘서 좋드라. 한번 바바바. 이렇게 해서 오늘 영어 원서 한 권 읽은거야. 어때? 엄마 말 들으니까 좋지? 책 더 뭐 읽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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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20-04-22 10: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 재밌게 읽었어요.
제가 유부만두 님의 딸로 태어났더라면 엄마좋고 딸좋고 했을텐데...
아들들은 책을 읽는 인연이 늦게 오는 것 같아요.
제 큰아들 엔군은 뭐 이제야 쪼끔? ㅠㅠ
암튼 저 비디오 봐야겠어요.ㅎㅎ

유부만두 2020-04-22 13:23   좋아요 0 | URL
영상 재미있어요. ^^

라로님이 제 딸이라니 상상만으로도 행복해요.
큰딸 라로님, 둘째는 프시케님, (혼자 막 상상) 그리고 엄마인 저는 놀아도 되고 ㅎㅎㅎ

아이들이 책을 안 좋아해서 섭섭하지만 그건 강요한다고 되는 일이 아닌가봐요.
엔군이 멋지게 크는 모습은 부럽고요, 첫째는 이미 넘사벽(이런 표현 아시나요? 절대 넘볼 수 없는 절대적 완벽하다는 의미)이고요. 해든이도 그렇고.
아 남의 집 애들 잘하는 건 차라리 모르고 싶어요.

너무 오래 붙어있으니 아이들이랑 올 봄 사이가 아주 나빠졌어요.

단발머리 2020-04-22 11: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표지랑 미쉘 표정이 똑같아요. ㅎㅎㅎㅎㅎㅎㅎㅎ 아이들도 어른들도 저런 표정으로 읽어주면 완전 집중할 것 같아요^^

유부만두 2020-04-22 13:24   좋아요 0 | URL
네 집중하게 만들어요. 재밌게 읽어주네요.
심지어 전 영부인이고요. ㅎㅎ

psyche 2020-04-24 05: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미쉘 오바마 너무 재미있게 읽어주네! 역시 멋진 미쉘 오바마.

나는 책 읽으란 말은 안 한지 오래...ㅜㅜ 말해봤자 읽지도 않는 데 괜히 서로 인상만 쓰게 되니 그냥 포기했어. 근데 걸어다니면서도 책을 읽던 제이양도 지금은 책 거의 안 읽고, 엔양 역시 안 읽더라. 이번에 내내 집에 있으니 내가 이 책 저 책 추천하면서 도서관 이북까지 빌려서 대령해주었으나 안 읽더라고. 요즘 아이들이 그런 건가...

유부만두 2020-04-24 15:17   좋아요 0 | URL
그쵸. 참 맛깔 나게 읽죠?

언니넨 다들 커서 책 이야기가 안 통하나봐요. 하지만 중딩도 마찬가지에요...
그런데 저도 누가 책 추천해도 막상 제가 읽을 맘이 생길 때 까진 시작하지 않게 되던데요. 무슨 고집인지...^^

psyche 2020-04-25 03:56   좋아요 0 | URL
그건 나도 그래. 추천 받은 책도 읽을 맘이 생길 때까지 시작 안 하지 ㅎㅎ
근데 제이랑 엔은 그런 거 아니고 그냥 책을 안 읽어!!! 엠군 안 읽는 거는 당연하게 받아들이는데 제이양이 책을 안 읽다니??? 엔양도 처음에 지루하네 어쩌고 하길래 집에 책 많잖아? 그거에서 골라보라고 아니면 도서관 이북 읽으라고 도서관 카드까지 내 주었건만 한 글자도 안 읽어. ㅜㅜ
 


조조군에 전염병이 돈 사실은 ‘삼국지’ ‘주유전’과 ‘선주전’에 기재되어 있으며 ‘곽가전’에서는 파구에서 전염병이 돌았다고 이야기한다.(131) 


이중톈의 <삼국지 강의>에서도 (뒷부분에. 난 아직 초반 조조에 멈춰있음;;;) 과연 조조 군대의 배에 불을 붙인 건 누구인가에 대해 설명하면서 이미 역병으로 상당한 군사를 잃은 조조의 상황을 언급한다. 현대 학자들은 조류독감 가능성도 든다고.


모르는 게 너무 많아서 부끄러운 아침이다. 일단 새 책 상자를 정리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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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0-04-21 07: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요즘 엄청 열심히 독서하시네요, 유부만두 님!! >.<

유부만두 2020-04-21 17:03   좋아요 0 | URL
책읽기에 속도가 붙을 때가 있네요.
열심히 읽고 더 열심히 책을 사모으는 요즈음이에요.
또 언제 슬럼프에 빠질지도 모르지만요.

moonnight 2020-04-21 19: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에우리피데스 2권 (만-_-) 저도 갖고 있어용. <박코스 여신도들>만 읽었답니다(자랑이냐-_-) 유부만두님이 부끄럽다 하시면 전..ㅠㅠ; 늘 열심히 읽으시는 유부만두님 존경합니다♡

유부만두 2020-04-22 10:21   좋아요 0 | URL
열심히 읽어서 뭐 할거냐....고 안하시고 사랑을 주시니
넙죽 받겠습니다. ^^

읽는 게 재미있고요, 읽을수록 더 읽어야 할 것들이 쌓여만 가니 답은 없지만
뭐 어쩌겠나요, 그냥 읽고 있어요. 박코스 여신도.. 체크할게요. 감사합니다.

책읽는나무 2020-04-22 09: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는 게 많아질수록 그것에 대한 무지를 깨닫는 횟수가 는다는 것!!!
그것조차 부럽습니다^^
저도 존경합니다.유부만두님^^

온라인 개학 지휘는 잘 되어가십니까?^^
저는 세 녀석 깨우고 감시하고 때맞춰 밥 차려주는 것만으로도 하.....책 읽을 시간이.....핑계를!!!!!ㅋㅋㅋ
암튼 존경합니다.유부만두님^^

유부만두 2020-04-22 10:25   좋아요 1 | URL
온라인 개학 .... 아침에 깨우는 게 제일 힘들지요. ;;;
한달 전에 이비에스 실시간 강의 듣기 시작했거든요. 그래서 조금 낫긴 한데
3시반 까지 다 듣고 과제 업로드 시키려니 은근 바쁘네요
애한텐 별 의미 없는 것 같아 보인다고
게다가 자꾸 에러가 나서 (크롬으로 해야 한다고 합니다)
툴툴대는 중딩 달래고 먹이느라 힘들어요.

그래서 책을 더 삽니다. 아...... 존경은 당치도 않아요.
제 실상은 그저 밥바라바바밥밥밥... 노안 책 책 책 졸음과 빨래 빨래
생활의 아줌마 입니다. 엉엉엉
 

중학생은 애매하다. 아직 초등학생 태를 벗지 않았는데 덩치는 비율을 무시하며 자라나고 모든 걸 다 알아서 세상이 걱정이다. 세계를 챙기느라 내 물건을 자꾸 흘리고 다닌다. 지구 온난화도 걱정인데 게임 레벨 근심으로 잠이 오질 않는다. 주변의 고민들을 나누려는 마음도 크지만 정작 가족에겐 무심하다. 이 아이들 처럼.

 

승지는 중1, 바닷가의 소도시에 산다. 셜록처럼 명탐정이 되고 싶지만 성姓이 '맹'이라 안타깝다. 승지 주변 후배(초5), 선배(중3), 친구들의 사건이라기 보다는 고민을 들어주고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해준다. 그 와중에 본인의 고민은 점점 커져만 간다. 이야기 속 가족의 모습이 다양하고 저마다 크고 더 큰 고민들을 안고 있다. 모두 해결을 할 수도, 정답이 하나만 있지도 않다. 승지와 할머니의 쿨시크한 대화는 언뜻 '여름의 책'의 소피와 할머니가 떠오르기도 하지만 승지의 마음처럼 이야기는 널을 뛴다. 읽는 내내 승지의 성격이 신기했다. 정말 사람들이 아이에게 자신의 고민, 부모와의 문제를 상의할까. 특히 마지막 챕터 용우의 고민은 더 세심하게 다루어야하지 않나 아쉽다. 고정관념과 전형적 모습을 벗어나려 애쓴 흔적이 많이 보이지만 그만큼 인물과 이야기 전개 방식이 거칠다. 결국 명문대와 의사, 건물주는 인생의 선택에서 얼마나 수월한가. 앞으로도 승지 가족은 계속 변화를 겪겠지. 승지 본인도 성장할테고.

 

중1 탐정은 승지 말고 또 있다. 이번에도 여학생, 율무다. 율무는 1학년 2학기에 전학 온 독고솜을 주의 깊게 관찰(탐정의 덕목이자 자세)하고 '여왕' 태희'와 아이들이 솜이를 괴롭히는 것을 알아챈다. 그리고 '사건'에 개입하며 솜이와 친구가 된다. 솜이가 좋아서. 율무는 솜이의 정체와 태희와 얽힌 감정의 타래를 무리해서 풀려 하지 않는다. 결자해지. 태희는 태희대로 솜이는 솜이 대로 이해하고 행동한다. 승지 이야기보다 율무 이야기는 더 매끄럽고 있을 법한 흐름....이기는 커녕 이번엔 마녀가 나온다니까?! 정말로. (프란체스카! 돌아왔는가요?!)  맹탐정 과는 다르게 혼자 일하는 스타일의 율무는 더 세심하게 움직인다. 선뜻 손을 내밀지만 무리하지 않는다. 조용한 친구 영미의 사정을 알듯 말듯 기다린다. 이 이야기에도 가족의 고민, 더 구체적으로는 폭력,이 나온다. 그 해법이 이리 '마술'처럼 생겨나지 않을 건 모두가 안다. 그래도 아이들이 다치지 않으면 좋겠다. 여기엔 설명하지 않고 슬쩍 놓아두는 이야기 조각들이 많다. 그걸 굳이 다 짹짹거리지 않아도 율무나 그 친구들, 그리고 독자 (아줌마)는 다 알고 있지. 아이들이 커플처럼 둘씩 짝지어 움직이는 것도 흥미로웠다. 하지만 여왕, 이라거나 아줌마들의 패거리 '자기야' 문화 묘사는 아쉽다. 스카이 캐슬은 어디나 있는 건가요. 긴장 요소 (태희의 오빠)가 극으로 치닫지않아서 안심했다. 승지네에서도 긴장은 남성 인물이 만들어냈는데 흠.... 그런데 요즘 중학생들이 탐정 놀이를 이렇게 표나게 할까, 싶다. 그게 자꾸 거슬리던데. 하지만 나는 그러니까... 솜이가 손을 잡아준다면 잠시, 어쩌면 1분 기록을 세우면서 내 마음도 편안해지지 않을까. 오늘 아침은 솜이가 좋아하는 고구마. 


 

덧: 사건(고민) 해결 보수로 문화상품권을 받은 승지는 책을 사려고 했던 마음을 바꾼다. 도서관에서 '빌려 읽을 수 있는 책을 굳이 문화상품권을 쓸 필요가 있을까?'라는 생각에서다. 이런 주인공이 나오는 청소년 도서라 더 정이 안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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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20-04-20 0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솜이 이메일 주소로 저주 주문 보내볼까?;;;

라로 2020-04-20 09:51   좋아요 1 | URL
앗! 제가 사용하는 찜기랑 너무 비슷해요!!
어쨌든, 저희집 중 1은 탐정 이야기에는 관심이 없고
좀비나 유령이야기가 더 재밌나봐요.
학교 숙제로 빈집이라는 소설을 썼는데,,,뭐 그랬다고요.
맹탐정,,,난감하네요.ㅎㅎ

솜이에게 이메일은,,,

유부만두 2020-04-20 14:48   좋아요 0 | URL
이 책의 아이들은 탐정으로 활약을 하거든요. 특이하게요.
승지는 책은 안 읽나봐요. 애거서 크리스티는 물론 셜록의 저자도 몰라요. ;;;

 

이제 진짜 적벽대전! 바람, 불, 물이 어우러져 폭발하는 역사의 한 장면! 


난 분명히 이 영활 본 것만 같은데 아니었다. 왜냐하면! 


조조 군내에 아픈 사람이 하나 둘 늘더니 심각한 전염병으로 되고 사망자가 늘어났다. 시신 처리를 고민하다 조조는 배에 시신을 실어 주유 진영으로 보내버린다. 적군의 시신이 실려오자 의아해 하면서 주유 진영에선 뭍에 내리고 (만지고) 모아두고 (만지고) 살피고 (만지고) 그러다 전염되고 (이제야 코와 입을 두건으로 가리고) 아픈 병사들을 따로 두고 (격리하고) 치료하며 시신들은 적군이지만 모아서 화장을 시킨다 (방역 처리하고). 삼국지에 이런 장면은 없었다. 잠깐, 적벽이 우한하고 가까운 곳인데 말이야....
(추가: 검색해보니 조조의 패인에는 당시의 역병이 있다고 한다. 좀 더 찾아 읽어봐야겠다.)




이 영화는 삼국지 내용을 충실하게 전달한다기 보다는 주유의 절대음감, 나빌레라 춤사위, 화염병 던지는 감녕, 높이 뛰기 선수 조운, 그리스엔 없는 야간 전쟁, 절세미인 소교의 (어쩌면 중국의 헬레네) 용기와 기지, 손상향의 용기와 .... 다 필요 없고 배신인듯 아닌듯 작전,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제갈, 배신자의 즉결처분, 안개와 휘장의 과한 미쟝센, 찾을 땐 없더라 화타, 망아지 이름을 '멍멍'이라고 지어서 한국 관객에게 혼란을 주는 소교 등을 만날 수 있다. 그에 더해서, 참패한 조조의 상투가 끊어지고 머리는 산발일 때, 아, '군도'의 강동원이야 말로 소교와 헬레네를 뛰어넘는 미모였구나, 다시 깨닫게 만든다. 


그러고 나니까, 조조를 공들여 해명하며 안타까워하는 이중톈 선생의 책이 조금 시들해졌다. 시댁 다녀오는 길에 동묘역을 지나면서 그래, 관우, 누가 뭐래도 관우가 최고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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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20-04-20 09: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관우요!! 죽는 장면 읽으면서 울었어요!!ㅠㅠ 삼국지 하면 관우!!

유부만두 2020-04-20 09:39   좋아요 0 | URL
관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