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7월

 

부부가 함께 하는 게 뭐가 있을까...? 응?

 

같이 애들 혼내고, 서로 청소 미루고, 커피 만들면서 남들 흉보고,

야구 보고, 농구 보고,

신문 받으면서 서로 한겨례를 먼저 보겠다고 싸운다. -.-;;

 

그리고 책 읽은거 가끔씩 (만두 아저씨는 한 달에 한 권이라 속도가 안맞아요)

얘기하기도 하는데 아래 포스팅 처럼은 아니고...

그래서 이번엔 책 한권은 사고 한 권은 도서관에서 빌려서 같이 읽어보기로 했다.

박범신 작가의 신간 <고산자>

 

작가 사인회에서 너무 자상하신 모습에 적잖이 놀라기도 했고 처음 접하는 작품이지만 (지금 70쪽까지 밖에 안 읽었고) 그 울림있는 문장이 좋다. 아, 그런데 우리의 투덜이 만두 아저씨, 한 마디 하셨다.

"야, 한 쪽에서 '반백년'이라는 말이 세 번나오는건 심한거 아니야?

 그리고, 한자 많이 나오던데, 넌 그거 다 읽을 수는 있어? 옥편주랴?"

.... 내가 빨랑 먼저 읽고 끝을 까발겨 주는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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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4-01-06 11: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이 글 지금 봤나요. 왜케 웃겨요 ㅋㅋㅋㅋㅋㅋㅋ
커피 만들면서 남들 흉보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남편한테만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있기는 하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저희집에서도 제가 남편보다 책 더 많이 읽어요. 자기는 에너지 다 쓰고 왔다고, 책 한 권 읽을 기력이 없다고 ㅋㅋㅋㅋㅋ

유부만두 2024-01-06 11:23   좋아요 1 | URL
ㅎㅎㅎ 아니 이 고리곳적 페이퍼에 댓글을!!!
십년도 한참 전에 이런걸 제가 썼군요. 제 남편도 힘들어서 책 못 읽겠다고 투덜대요. 그러면서 가끔씩 제가 강권하는 얇은 책 읽죠. 키건의 ‘맡겨진 소녀‘ 같은거요.
커피 만들면서 남들 흉보고 ... 그런데 흉보면서 스트레스가 더 쌓이는 요즘이에요. 특히나 정치 이야기는 피하는 게 정신 건강 상 좋을 정도. ..네, 이쯤 합시다. 살아 남아야 하니까.

단발머리 2024-01-06 11:26   좋아요 0 | URL
지혜의 말씀이어요. 대강 이쯤 해야지… 안 그러면 진짜 스트레스 만땅 ㅠㅠㅠ
커피랑 짱구에게로 대피합니다!
 

유부만두:거봐, 이렇게 정리하고 보니까 꽤 읽었네? 칭찬해줄께.

         한달에 한 권정도는 읽은거야. 일년에 한 권도 안 읽는 사람도 많다는데.

 

만두 아저씨: 그건, 문맹들 얘기고. 난 그래도 글자 읽잖아. 한자도 너보다 많이 알고.

 

유부만두: 이런! 나의 취약점을 건드리다니! <눈먼자들의 도시> 어땠어? 좋았지? 그치? 내말 맞지?

 

만두 아저씨: 네가 결말을 미리 얘기한 탓에 스토리 전개에는 흥미 반감이야. 다만 상황을 시각적으로 실제로 영상은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 생각하게 되더라. 넌 무섭다고 안 봤지만 실제 영화에서는 중요한 수용소 부분이 상당히 생략되고, 그리고 눈을 뜨는 장면들이 수용소 탈출후 너무 갑자기 나온게 별로 였어. 주인공 여배우는 언제나 어느 영화에서나 miscasting 이야. 비호감.  

 

그리고 바로 이어서 읽은 <로드>는 내가 아빠니까 큰 애 생각이 자꾸 났어. 나와 대입이 너무 많이 되서 읽기가 힘들더라. 작가가 쓴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책으로 읽지 않고 영화로만 봤는데, 과연 <로드> 영화도 노인 영화 처럼 감정을 배제하고 제3자적 관점으로 서술한다면 어떨까 싶었어. 그래도 그 감동이 책을 따라가지는 못할 것 같은 생각이 들어.

 

유부만두: 내가 말려도 읽었던 <영조를 만든 경종의 그늘>은? 별로지?

 

만두 아저씨: 그렇지, 뭐, 이덕일 선생의 아류작.

 

유부만두: 오~ 쎈데? 그럼 이덕일 선생 책은? 난 그거 읽다 말았어. 밀린 책들이 많아서.

 

만두 아저씨: <우리역사의 수수께끼 1>에서 처음 2편 (낙랑국, 왜) 은 신선했지만 나머지는 이덕일의 여러 책 및 신문 연재등에서 너무나 많이 다루어졌던 얘기들이라 식상했지. 2권은 도서관에 없어서 못 읽었지만, 3권은 1권에 비해 두배쯤 되는 작은 얘기들을 다뤘어. 그래선지, 내용면에서 많이 떨어지는 것 같아.. 우리 역사를 보는 다른 관점에서 본다는 게 흥미롭지만, 이덕일의 한겨례 신문 새연재 에 대한 인터넷 독자의 반론글을 보면 또 다른 관점도 존재하는 것을 - 기존 사관과도 다르고 이덕일 사고와도 배치되는 - 알게 되니까, 참 재밌더라.

 

역사를 좋아하고 많이 읽어 왔다고 자부했는데, 내 직업상 아무리 논리적인 사고를 거친 이론이라도 "실험"을 해서 증명을 해야 의미가 있다고 생각이 드니, 여러 가지의 역사학 논증들을 받아들이기가 점점 어려워 져. 직업병인가봐.

 

그리고, 내가 너보다 조금 읽는다고 무시하지 마. 나름대로 나도 "창작" 을 하거든? 과학 논문이라고 쉬운게 아니여요! 나는 뼈를 깎는 고통을 거치는 "작가"로 자부하는데말야. 하긴 마누라 하나도 독자로 포섭하지 못하는 전문영역 글이나 끄적거리니, 네가 존경해 마지 않는 김선생님에 대하겄냐...

 

(정리+검열by 유부만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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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yche 2017-05-01 07: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부간에 이렇게 수준높은 대화를 하다니!

유부만두 2017-05-01 07:44   좋아요 0 | URL
정리하고 포장하고 그런거죠. 그나마 예~전에요.
 

2009년 7월

셋방 하나를 내준 기분이다. 원래 고전을 힘써서 읽던 분인데

(과학자 양반이 인문교양 쌓는게 기특하다)

현대문학에도 눈을 뜨게 하느라 집주인이 힘겹다. - - ;;

절대 자기 손으로는 리뷰는 쓰지 않겠지만

오며 가며 "그책은 그랬지, 저랬지"하고 힌트를 던진다.

그 힌트를 주어서 여기에 담아 놓으련다.

보증금도 없고, 월세도 없다.

그간 남편 만두피가 간간히, 띄엄띄엄 읽은 (최근 1년간) 책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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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연애, 마키 사쓰지/김선영 역, 문학동네, 2011
홀로 남겨져, 미야베 미유키/박도영 역, 북스피어, 2011
절망,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최종술 역, 문학동네, 2011
스프릿 베어, 벤 마이켈슨/정미영 역, 양철북, 2008
행복한 1등, 독서의 기적, 김흥식, 서해문집, 2011
가족의 목소리, 대니얼 고틀립/정신아 역, 문학동네, 2011
지하 생활자의 수기, 도스토예프스키/이동현 역, 문예출판사, 1998
페스트, 까뮈/김화영 역, 민음사, 2011
까마귀의 엄지, 미치오 슈스케/유은정 역, 문학동네, 2011
연금술사, 파울로 코엘료/최정수 역, 문학동네, 2001
지하도의 비, 미야베 미유키/추지나 역, 북스피어, 2010
엄마가 꼭 알아야할 입시교과서, 김혜남, 조효완 공저, 글로세움, 2011  
RPG, 미야베 미유키/김선영 역, 북로드, 2011
꽃의 나라, 한창훈, 문학동네, 2011
첫사랑, 투르게네프/최진희 역, 펭귄클래식, 2008 
소설 읽는 방법, 히라노 게이치로/양윤옥 역, 문학동네,2011
크로이체르 소나타, 톨스토이/이기주 역, 펭귄 클래식, 2008
타라스 불바, 니콜라이 고골/조주관 역, 민음사, 2009
칼과 황홀, 성석제, 문학동네, 2011
초정리 편지, 배유안, 창비, 2007
안나 카레리나 1, 2, 톨스토이/박형규 역, 문학동네, 2009
국어시간에 세계단편소설 읽기 1, 전국 국어 교사 모임, 나라말, 2009 

청소년 책의 숲에서 길을 찾다, 류대성, 인더북스, 2010

한밤의 아이들 1, 2, 살만 루슈디/김진준 역, 문학동네, 2011

키워드 인문학, 안광복, 한겨레 에듀, 2011

글쓰기 홈스쿨, 고경태, 한겨레출판, 2011

법의관이 도끼에 맞아 죽을 뻔했디, 문국진, 알마, 2011

지상아와 새튼이, 문국진, 알마, 2011

죽은 혼, 고골/이경완 역, 을유문화사, 2010

소울푸드, 청어람 미디어, 2011



<영화>
수영장
안경
남극의 쉐프
논짱 도시락
카2
마당을 나온 암탉
스머프
트루맛 쇼
사랑을 카피하다
최종병기 활
해리포터, 죽음의 성물2
별을 좇는 아이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
호노카아 보이
톨스토이의 마지막 인생
미드나잇 인 파리
완득이

세 얼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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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상반기는 도스토예프스키 덕에 묵직하고 즐거웠다.
먼저 읽기 시작한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은 부친의 죽음과 살인 사건 공방이라 간단하게 요약되는 줄거리와는 다른 내용과 인물들의 심리를 따라가느라 힘겨웠다. 하지만, 역시나 걸작은 걸작. 처음 몇 백 쪽의 단단한 고개를 헉헉대며 넘어가면 어느새 그 다음 산 등성이들은 지팡이를 휘두르며 내달리게 된다. 줄거리로, 아니, 리뷰로도 간단히 이야기 할 수 없는 인간 드라마 파노라마, 라고나 할까. (너무 진부하지만)

곧바로 구입해 둔 <죄와 벌>을 뒤이어 읽을 수는 없었다. 가쁜 숨을 몰아쉬고, 그간 이런저런 속세의 일도 좀 처리하다 보니 19세기 러시아 대문호는 나를 조금, 한 두어달, 기다려주었다. 그러다 다시 만난 도스토예프스키, 이번엔 그의 초기 작품이기도 했지만 <죄와 벌>은 그 글의 흐름이 훨씬 빨라서 사흘 안에 끝낼 수 있었다. 마지막 장면은 무슨, 미니 시리즈 같은 장면이 그야말로 '파노라마 처럼' 펼쳐지면서 내 눈 앞에 두 손을 맞잡은 로쟈와 소냐가 보였다. 로쟈는 내가 멋대로 생각했던 것 보다 더 나약하고, 더 낭만적이고, 더 20세기, 아니 더 21세기 바로 지금 이 세상을 살고있는 젊은이 처럼 생생했다. 그의 고뇌와 치기를 마냥 미워할 수는 없었다. 아, 그러고 보니 알라딘의 <로쟈>가 이 '로쟈'였구나!
8월, 그의 도스토예프스키 강의가 한겨례 문화원에서 열린다는데. 어째 운명이라는 생각이든다.

<도스토예프스키 커넥션>
http://blog.aladin.co.kr/mramor/4869255

 

 

 

 

 

 

 

 

 

 

도스토예프스키가 존경한다는 세르반테스의 <돈 키호테>를 시작했다. 완역본이라는데 삽화도 좋고, 묵직한 도서관 장정에 벌써 손목이 흔들려서 들고 읽는 대신 배를 깔고 엎드리기로 했다. 돈 키호테를 읽는 내가 기사 이야기에 취해있던 그 주인공과 뭐가 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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