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깨서 창문 열고, 선풍기 조절하고, 다시 잠깐 졸았는데.... 이 시간이다. 조금 있다가 시댁에 가야해서 서둘러 아이들 아침을 챙긴다. 어제 밤 부터 읽기 시작한 하루키 달리기 책은 생각보다는 재미랄까, 재치가 빠진 글이다. 다만, 일상, 매일 매일의 반복과 꾸준함의 중요성을 작가의 천성 대로 묵묵하게 적어놓았다. 매일 10킬로미터를 달린다는 그. 나는 매일 5킬로미터 정도를 생활도보로 걷고 있으니 5킬로미터 정도 운동으로 (빠른 속도로) 걸어볼까 생각한다. 아, 이런 날씨의 야외는 말고.

 

 

 

 

생각과 상상, 꿈과 짐작으로는 손에 잡히고 눈에 보이는 것을 만들기 어렵다. 무언가 내 몸을, 내 다리와 발로, 내 팔과 손으로 움직여서 짚고 잡아야 한다. 매일매일. 나이 들수록 점점 더 유물론이 가깝게 느껴진다. 더운 날, 시댁 가는 길이 힘들지만, 움직여서 땀 흘리면서 만나야 도리이고 식구. 효심이 가슴 한가득 이더라도 얼굴을 봐야 자식.... 아... 비뚤어질까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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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저녁엔 아이가 수영 강습을 받는다. 저녁 산책 겸 따라 나섰더니 .... 덥다.... 들고 온 책은 운동 테마. 하루키 달리기 책이다. 때늦은 선택인줄은 알지만 마라토너를 존경하기로 했기에 구매 했다.

 

 

하지만 시원한 수영장을 바라보면서 달리기 책을 앉아서 읽자니 뭔가 어색해서, 가방에 넣어간 '도쿄의 부엌'을 꺼냈다. (다들 동네 마실 갈 때 가방에 책 두 권씩은 넣고 다니시죠?!) 살림여왕의 깔끔 화려한 부엌 화보가 아니라 도쿄 지역의 다양한 부엌 50곳을 들여다 보고 사연을 약간 곁들은 책이다. 기대보다 훨씬 좋았다. 다양한 가족 형태, (지만 디자인계통 근무자들의 1인 거주가 많은 편) 오래된 건물의 철거전 낡고 묵은 느낌의 부엌, 냉장고도 스토브도 없는 곤로 하나의 부엌, 노숙 부부의 부엌 까지 여러 '삶'을 보여준다. 저자가 조심하며 최대한 '프라이버시'를 건들지 않으려 하는 노력이 보인다. 몇년 전 여러 사람들의 가방 속 아이템을 보여주는 책이 있었는데 그 책은 정말 지루했던 것에 비해 부엌은 여러 이야기와 모습을 담고 있어 흥미롭다. 내 부엌은 .... 참 특색도 없고, 너저분하다. 긴 부엌 창으로 보이는 길 건너쪽 병원과 하늘. 그리고 쨍한 여름 기운. 보리차를 끓이기에 너무 더운 날씨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나 만들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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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18-07-21 1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두권은 기본이죠~~~ㅋ)

유부만두 2018-07-22 10:04   좋아요 0 | URL
그쵸?!

psyche 2018-08-02 05: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주로 이북리더를...

유부만두 2018-08-02 08:40   좋아요 0 | URL
나도 이북리더기 사고 싶어져요.

psyche 2018-08-02 08:48   좋아요 0 | URL
영어책 읽으려면 킨들을. 나는 누크인데 반스 앤 노블 망할까봐 걱정되 ㅜㅜ

유부만두 2018-08-02 09:00   좋아요 0 | URL
킨들.... 흠...

아이패드로 읽고 있는데
눈이 시려요. ㅜ ㅜ 노안도 있는데 걱정되고요.

psyche 2018-08-02 09:05   좋아요 0 | URL
아이패드나 타블렛은 눈아파서 안되. 진짜 이북리더로 읽어야지. 킨들이나 누크로. 크레마는 요즘 나온건 괜찮다고 하는데 나는 초창기 크레마가 하도 말썽이었어서 선뜻 사게 안되네
 

Les garcons par Montherlant

 

오래 동안 붙잡고 있던 책이다. 장르도, 스타일도, 또 인물들도 예상을 벗어나는 뭐랄까, 묘한 소설. 제목이 말하는 대로 Les garçons(소년들)의 사춘기 시절의 감정, 그들 주변의 어른들과의 소통을 다루고 있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도 얼핏 생각난다. (영화는 안봤지만, 친구들의 평에 따르면)

 

파리의 가톨릭 학교 파르크. 16살 우등생, 귀족 집안의 알방이 같은 학교 하급생 조르주 (가난한 평민 집안 아이) 를 아끼게 되고 그저 귀여워 하며 갖고 노는 대신 (그 학교 '전통'이라니;;;;)  '바르게 인도' 하려고 마음 먹는다. 하지만 이 작은 변화는 학생들 뿐 아니라 선생님(신부님들)의 반감을 산다. 자기들의 '연애'는 바른 지도 활동이고 다른 관계들은 그저 즐거움을 좇는 하찮은 행동이냐고. 지들도 뽀뽀하고 다 했쟈나? 내로남불? 사실 알방은 가슴을 뜨겁게 채우는 조르주의 매력에 어찌할 바를 모르고 알방을 바라보는 엄마 (얼마전 남편이 사망함)는 자꾸 곁을 떠나는 아들이 아쉬워서 어떡해서든 (일기장을 훔쳐보기까지 하면서) 아들의 마음에 다가서려고 한다. 한편, 학교에서 궁지에 몰리는 알방과 조르주 커플;;;; 도움을 청하려 했던 프리츠 신부는 도리어 알방에게 적대적이다. 왜냐. 실은 프리츠 신부가 조르주를 아끼기 때문에... 조르주에게 다른 사람의 영향을 (질투 아니라고 공들여서 말함) 받아들일 수가 없다.

 

이쯤되면 아, 이건 BL 소설인건가, 싶은데... 인물들의 심리 묘사가 매우 섬세하고, 엄마와 아들 알방의 기싸움이나, 알방과 프라츠 신부, 원장 신부 사이의 팽팽한 대화 장면들은 읽는 재미가 있다. 그래도 이 소설은 계속 어디로 가는지 종잡기 어렵다...가, 알방 엄마가 아프고 죽음을 맞이한다. 계속 엇갈리는듯한 아들과 엄마의 마음과 어설픈 표현들. 사랑에 집착하다가 놓아버리는 알방 엄마, 브리쿨 백작 부인. 20세기 초, 세계대전 직전의 정치적 사회적 혼란과 (여러 계급 아이들을 함께 교육한 학교가 상징적이다) 돈과 명예를 공고히 하려는 결혼시장의 묘사. 열여섯의 알방과 열아홉의 알방, 그 큰 차이를 보게 된다. 하지만 결국 알방은 알방, 그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다른 한켠에는 소년들을 사랑한, 하지만 선을 지킨 (이건 참 애매한 문제) 프리츠 신부가 그만의 신앙심 문제를 품고 있다. 그의 인생에서 사랑은 어떤 의미 였을까.

 

보부아르가 '제2의 성'에서 비판했듯이 저자 몽테를랑은 이 소설에서도 매우 빈약하고 단편적이며 무능한 여성을 보여주며 차별 발언도 아끼지 않는다. 알방의 엄마는 근시안적으로 이기적인 사랑에 매달렸고, 반면 훨씬 반사회적인 인물 프리츠 신부는 아이들을 '사랑'하며 그들 속에서 행복하게, 그리고 끝까지 승리하는 걸로 보인다. 그 옆을 지킨 폴란드 여인도 그의 속내를 파악하지 못한다. 남자들 끼리만 서로를 이해하고 격려하며 인도하지. 쯧. ... 그런데...말입니다. 소설 마지막 부분을 다 읽고 덮자니, 마음이 뜨끈하면서, 아, 인생이란, 아, 사랑이란, 하면서 책 뒷표지를 쓰다듬게 되더란 말이지요. 아, 소설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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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안부를 묻는 열두 살 민규는 지구 밖, 우주에 나와 있다. 때는 2045년. 지금부터 27년 후, 불지옥 같은 여름을 스무 번 넘게 지난 다음의 세상을 사는 아이. 컴퓨터도 전기도 있었던, 좋았던 옛날을 이야기 하는 어른들과는 달리 민규와 동석이는 축구를 하고, 그런대로 놀고, 학교에서 시험도 보는 아이들의 생활을 살고 있었다. 꺠끗하지 않은 지구에서, 배부른 느낌도 모르는 채, 친구와 공놀이를 하던 아이가 얼결에 우주선으로 '끌려'와서 시간의 흐름과 기억을 통제 당하게 된다.

 

우주선의 지도부는 의심스러운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새로운 거주지 행성 '에덴'을 찾아 가는 중이다. 발랄라라한 분위기로 시작하는 민규의 편지, 혹은 일기는 점점 혼란스러워지고 우주선 안의 변화를 하나씩 적는다. 그 안의 어쩌면, 새로운 문화, 아니면 긍정의 힘으로 이어보려 애쓰는 '인간성'의 노끈. 여러 나라에서 각각의 문화와 언어가 서로 다른 나이대의 사람들로 나오고 그 이야기가 만나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그러니까, 이 이야기는 어쩌면 긍정적인, 대책없는 정신 승리가 아니라 지금, 여기에서 함께 시작하자는 작은 손짓인지도 모른다. 포기하고 버리고 '실용성'을 기준으로 선을 긋는 대신 천천히 함께 걷자는 이야기.

 

 

지구는 .... 잘 있을거다. 민규야. 동석이는 네 생각을 많이 했지. 너네 할아버지를 매일 찾아뵙고. 너네 아버지는 그 술 마신 날 밤을 몇번이고 이야기 하셨어. 그때 잠결에 푸른 빛을 보았지만 그게 꿈이라고 술을 하도 오랫만에 마셔서 헛것을 봤다고 생각하셨대. 하지만 어른들은 워낙 하루하루가 바쁘니까 그리고 너무 슬퍼지는 게 무서우니까 그날 밤 이야기는 안해. 그리고...너네 학교는 그 주 시험을 치르지 않았어. 종이 사용 제한법이 생겨서 이젠 공립학교에선 쓰기나 그리기가 금지 되었어. 그대신 선생님들은 아이들에게 직접 말로 표현하게 하시지. 그런데 신기하게도 아이들은 학교에 가는 걸 싫어하진 않아. 집에선 사실....너무 심심하잖아. 동석이는 다른 아이들과도 놀고, (공놀이는 못했어. 공을 찾을 수도, 다시 구할 수도 없었어. 종이도.) 아파트 뒤의 공터에서 죽은 나뭇가지들을 모아서 기묘한 모양의 본부도 만들면서 시간을 보냈어. ... 민규야, 동석이는 이제 지구 나이로 스물한 살이야. 키는 예전 보다야 컸지만 여전히 '작은 편'이고 네가 살던 아파트 자치구 보안 담당이야. 그런데 근래엔 매주 수요일이면 어디론가 가서 사람들을 만나는 낌새야. 수요일의 그 모임은 매우 비밀스러운데 ... 아 맞다, 그 모임 이름이 '지구'라고 했던 것 같아. 아직도 동석이는 네 생각을 많이 해. 우주는.... 잘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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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엔 막내를 데리고 큰 서점에 갔다. 많이는 아니고, 그저 소소하게 몇 권 골랐다. (많이 참은 나, 칭찬) 인터넷 서점과는 또 다른 서점의 매력. 막내의 선택 '스탠 리 회고록' 만화책이 제일 비싼 책이다. 다시 안 읽을 것 같던 이기호의 새 소설도 포함해서 쉬엄쉬엄 읽을 엣세이와 단단한 엄마의 책 추천 도서도 골랐다. 정작 마감이 코앞인 일거리는 덮어놓았던 하루. 주말엔 일이 밀렸어도 쉬어야 하쟈나요.

 

 

 

 

스무디 아니고 토마토 주스. 쨍하게 머리 속까지 얼려주는 얼음과 채소의 힘!

 

 

집에서 받는 택배도 있는데 '모스크바의 신사'는 영문말고 번역본으로 샀고, 요즘 식단에 신경을 쓰기 때문에 다이어트 식단 책을 더 사고 있다. 핑계도 좋지. 하지만 성장기 어린이 저녁을 위해선 살치살 스테이크를 구웠다. (사진은 두번 째 판) 레삭매냐 님 덕분에 '새벽의 약속'을 떠올렸다. 하지만 난 남은 기름을 먹는 엄마가 아님. 내 스테이크도 크게 구웠다. 먹고 나서 마음과 배가 무거울 땐 다이어트 책을 읽는다.

 

하지만 어제 읽은 책은  다이어트 책 아니라 boon 이라는 잡지. 일본 문화 잡지라는 데 처음 사서 읽어보는 중이다. 벌써 25호. 이다혜 기자가 쓴 기사도 있고 꽤 알차게 일본 여행과 소설, 엣세이, 작가 등을 소개하고 있다. (참아야 해! 책은 ...그러니까, 낮 최고 기온이 25도 아래가 될 때까지 그만 사기로 하자고!)

 

 

라로님의 5년 일기장을 따라서 나도 샀는데, 생각보다 너무 작은 사이즈라 몇줄 못쓰는 게 아쉽다. 5년후의 나에게...라는 부제. 생각보다 5년은 금방 흐른다. 그때, 아이는 고등학생. 실은 이 '기록장'은 막내를 위한 것. 아이의 학습/게임을 기록하려고 ..(나름 치밀한 엄마임. 스테이크도 주고 덫도 놓는다)

 

 

오늘도 덥다. 언제쯤 낮 기온이 25도로 내려갈까. 밀린 일거리, 오늘은 마무리 할 수 있겠지?! 끝이 안 보이는 일도 조금씩, 매일 하니까 하게 된다. 집이 너무 더워서 얼릉 짐 챙겨서 동네 커피집으로 나가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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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8-07-18 1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름 치밀한 엄마임. 스테이크도 주고 덫도 놓는...ㅋㅋㅋ

유부만두 2018-07-19 09:04   좋아요 0 | URL
기록을 해 두어야 엄마 말을 조금이라도 듣더라고요.
‘넌 맨날 게임만 해‘ 라고 할 순 없으니까요. ^^;;

레삭매냐 2018-07-18 1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정오의 스테이키 ~

<모스크바의 신사>는 호기 좋게 읽기 시작했는데
그놈의 로맹 가리 읽기에 정신이 팔려 그만
매조지를 짓지 못했네요.

이러다 못 읽는 건 아닌지.

그렇죠, 아무리 바빠도 쉴 적에는 쉬어야 합니다.
그렇고 말고요.

유부만두 2018-07-19 09:05   좋아요 0 | URL
모스크바의 신사, 는 명성만큼 책이 폼이 나더라고요!
언제 시작할지, 언제쯤 완독할지는 저도 모르고요. ^^

요즘 레삭매냐 님의 로맹 가리 정주행, 응원합니다!
(저도 집에 꽤 있더라구요, 로맹 가리 .... )

목나무 2018-07-18 14: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막내가 엄마의 5년 일기장을 5년 후에 보면 자기 보물이라고 할지도 몰라요. ㅋㅋ
무더위 날려줄 책보따리~~ 굿 초이스입니다! ^^

유부만두 2018-07-19 09:06   좋아요 0 | URL
보물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무더위엔 책! (꽃피는 봄이나 낙엽의 가을, 군고구마의 겨울에도 책!)

라로 2018-07-19 17: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제 생각만 했는데 제 아들 것도 하나 사야할듯요. ㅎㅎㅎㅎ
모스크바의 신사는 원서로 읽으세요. 강추
그리고 제가 읽은 salt to the sea 라는 책도 추천요!!(이렇게 강력하게 추천하고서는 주저합니다. 아시죠? ㅎㅎㅎㅎ)

유부만두 2018-07-20 09:05   좋아요 0 | URL
라로님 추천하신 것 봤어요. ^^

네, 그 맘 알아요! 내 애정 책이 모든이에게 좋을 수는 없으니까요.
알면서도 상처받;;;;;
제게 맞을지 아닐지, 궁금해서라도 읽어보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