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4/400. 오르는 것은 모두 한데 모인다 (플래너리 오코너)
표제작의 제목, 은 딸려있는 주석을 읽어보아도 어렵다. 모든 것의 '얼' 이 모이는 '오메가 포인트'가 있다는 것인데, 인간의 진화가 거듭되면 물질과 정신이 한 곳에 모인단다. 그래서, 더 모르겠다.
이번에 읽는 플래너리 오코너 단편집은 꽤 두껍다. 그 안엔 전에 읽었던 '좋은 사람' 에 실렸던 작품도 보인다. 하지만 이미 제대로 충격을 받은 후라 이번 단편들에선 계속 반복되는 패턴이 지루하기만 하다. 시절이 바뀌고 상황이 달라졌는데도 옛날의 가치관을 고집하는 사람들. 그들의 왕년은 화려했다지만 편협하고 낡은 그 세계는 이미 문이 닫혀 사라졌다. 그 세계의 끈을 붙잡으려는 '어머니'를 비웃듯 바라보는 아들은 이런 저런 상상놀이를 하며 어머니와 자신을 떨어뜨린다. 하지만 그 역시 새로운 세상에서 제자리를 찾지 못해 허우적대는 처지다. 어머니가 '같은' 모자를 쓴 '다른' 어머니에게 한 대 얻어맞고 정신을 놓아버리자, 당황해서 '엄마!'를 외치는 아들은 상상 속에서나 의사, 변호사 흑인을 친구로 삼았다. 이런 알량한 먹물놀이, 그의 위선이 역시나 다른 작품에서도 반복된다.
불만을 품고 있는 인물이 분노를 차츰 키워나가고, 짜증을 쌓는다. '무지한' 상대 인물은 도저히 화자의 말을 들으려고도 이해하려고도 애쓰지 않는다. 화자가, 아니면 상대가 '과거'의 자신, 모든걸 제대로 알고 있는 자신을 힘껏, (상상 속에서만) 주장하지만, 그는 결국 "한 방" 얻어맞는다. 그러나 이어지는 건 깨달음 대신 넋놓음. 그 다음 단편에서도 시작은 비슷한 불만스런 인물이 나와서 짜증을 부린다. '좋은 사람'에선 폭력이나 큰 사건으로 충격적인 결말로 쌓인 짜증을 해결했다면 이번 책엔 그 많고 많은 짜증이, 불만이, 쌓여 '오르는 것은 모두 한데 모'이기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