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은 사전이지만 사전과 다른 꼬리에 꼬리 물기 식의 단어 설명과 어원 이야기에 귀와 눈이 솔깃해서, 즐겁게, 어쩐지 속는 거 같은데도 기꺼이 넘어가서 읽었다. 이야기가 너무 청산유수라 중간에 끊기가 어려운데 알고 있던 단어 이야기가 나와도 재미있게 표현된 (맛깔난 번역과 상세한 설명) 문장에 지루할 틈이 없다. 영단어 책이라 당연히 영어가 분문의 1/4를 넘는데 부담스럽지가 않아서 기분이 좋다(?) 다 읽고 나서 책을 덮을 때 영어 단어 실력이 엄청 늘어난다고 할 수는 없고 (성인 독자 대상인 책이라 더더욱 청소년 영어 교육 교재로는 부적합) 아주 재미있어서 뭔가 이 책 얘길 하려면 세세한 단어의 계보를 따질 겸, 사이사이 유머를 즐길 겸, 책을 다시 읽어야 한다. (아, 어쩌나, 또 재미를 봐야겠네) 부록으로 영어 단어 퀴즈가 달려 있는데 인물명, 지명은 빵점이고 일반 단어는 2개 틀리고 다 맞았다. 


요즘 방송에서 보이는 인터넷 은어 '존버'나 '띵작' 등의 어원 설명이 이런 식으로 이루어 지겠구나 생각 들기도 했다. 비오는 토요일, 정말 지루하다면, 맨날 지기만 하는 시범경기 조차 우천취소 되었을 때 읽으면 좋은 '알쓸신잡 - 영어 단어편' 이었다. 재치있고 성실한 번역이 인상적이라 번역가 홍한결의 다른 책도 찜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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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가 귀엽고, 서재 친구분들의 추천이 있어서 읽었는데 손에 들고 보니 뉴베리상 수상작이고 (오호?!!!), 올컬러 그래픽 노블이고 (앗싸) 특별한 아이의 이야기라고 했다. 하늘색 표지에서 '원더'를 떠올리게 된다. 


네 살의 시시는 뇌수막염을 앓고 나서 청력을 잃는다. 시시가 보청기를 착용하고, 달라진 자신과 주변 사람들, 소통과 태도의 문제를 하나씩 소재로 삼아 시시의 유치원, 초등학교 입학에서 5학년까지 성장의 이야기를 담는다. 


장애를 가진 상대를 얼마나 '특별'하게 대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장애를 가진 당사자, 그것도 자신의 장애 자체를 받아들이기 부터 해야하는 어린이의 눈으로 그려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마냥 장애를 불쌍하거나 혹은 극복해야할 질병으로 치부하지 않는/않아야 하는 태도의 방법을 제시하고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제목에 드러나 있다. (그런데 나는 눈치채지 못했;;;) 엘 데포, 난청이라는 이름의 '슈퍼 파워'를 가진 히어로.


이 책이 더 '특별'한 이유는 이 책이 저자 본인의 이야기라는 점이다. 





귀머거리 벙어리라는 멸칭은 피해야 한다고 아주 최근 이길보라 감독의 방송을 통해 배웠다. 이 나이에도 다른 사람들에 대해 그 존재 부터 그들의 생활 방식에 대해서 배워야 한다는 사실이 놀랍다. 은근 나는 '깨인' 사람이라고 자부했는데. 아직 멀었어. 


우연하게 읽게 된 귀엽고 강렬한 그래픽 노블. 친구분들에게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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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1-03-26 01: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한국 작가 구작가가 생각나기도 하는군요 구작가는 어릴 때 귀가 안 들리게 되고, 눈까지 안 보이게 된다고 하더군요 이제는 예전보다 더 잘 보이지 않을 듯합니다 구작가가 그린 것도 토끼예요 그래서 생각나는 건지도...


희선

유부만두 2021-03-26 12:16   좋아요 1 | URL
아, 그렇군요.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구작가님 검색해 볼게요.

psyche 2021-03-29 03: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엘 데포가 이런 거였구나! 다른 점이 슈퍼파워가 될 거라는 작가님 이야기를 들으니 가슴이 뭉클해지네. 이 책 찜

유부만두 2021-03-29 16:33   좋아요 0 | URL
저도 몰랐지 뭐에요. 이건 라로님도 강추하신 책이에요. 저도 묻어서 추천을 더합니다.
 

독자는 소설을, 작가의 소설을, 작가의 인생을, 작가의 단어와 문장을, 문단과 인물들을, 행동과 묘사와 사건을 읽는다. 행간과 문단 사이의 공간을, 장 사이의 공백과 틈을 읽는다. 


인문학 석사 과정을 마치고 논문제출일을 마치며 한 학기 동안 NYU에서 교포를 포함한 미국 대학생들에게 한국어 초급 과정을 가르치는 주인공. 그는 한국의 어머니, 여동생, 동창생, (미국에서 다시 만난) 군대 후임 아는 형, 미국에 정착한 사촌 누나네 가족, 옛 여친 등과의 이야기와 수업 진도를 교차하며 풀어놓는다. 자꾸 엇갈리는 한국어와 영어, 다른 상황에서 달라지는 의미. 왜 쓰는가, 의 근본적 질문.


매끄럽고 불량해 보이지만 귀엽게 단정한 소설. 그것이 자신의 한계라고 의식하고 (경고하는) 작가 (아니고 주인공). 장강명 작가가 생각났는데 문지혁 작가는 훨씬 더 매끄럽고 더 순하다. 예측 가능한 결말에 편안하면서 아쉬운 마음이 든다.  


거의 이십 년 전 교포 학생들에게 한국어 수업을 했던 '시간'이 생각나서 (더하기 슬롯 머신 경험) 격하게 공감하면서 읽었다. 그 아이들은 나에게 과자도 카드도 주지 않았다. 그 아이들은 안녕할까. Are you in pe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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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3-29 05: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3-29 16: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오늘 내가 서재에 자주 뭔가를 올리는 이유는... 컴퓨터를 쓸 수 있다는 얘기고, 아이가 줌수업을 듣지 않고 '현실' 등교를 한다는 얘기고, 점심 급식은 피했으며 고로 기분이 좋아서 수다를 떨고 싶다는 이야기. 


하지만 이런 좋은 기분도 엉뚱한 책으로 잡치기도 ...




책과 서점을 소재로 한 sf단편집 <책에 갇히다>에서 염려하며 그려보았던 '책 없는 디스토피아'.


미래의 세상. 학교에선 가상 체험 기기와 개인용 컴퓨터 등을 사용해서 수업을 하지만 '종이책'은 없다. 종이책은 유해한 바이러스를 퍼트려 감염시키기 때문에 금지 되었고 책 소지자는 수용소에 갇히기 까지 한다. 그런데 한 어린이가 '마지막 책'을 줍고 그만 읽어 버린다. 


줄거리는 줄여 놓고 보면 더 이상 흥미진진할 수 없고 리뷰들도 좋아서 나도 낚였지만 ... 막상 책장을 열어 읽기 시작하니 더없이 엉성하고 지루했다. (어쩐지 리뷰가 다 별 다섯에 칭찬이 과했음) 


종이책을 읽어서, 재미있게 읽어서 주인공 시오는 없던 용기가 생겼다고 한다. 그 책은 (다행이다 호머나 성경이 아니었어) 우리의 전래동화집, 호랑이 이야기;;;; 에이...


다행히 어느 박사님 아저씨가 책과 '자연의 금지된 식물'을 되살릴 연구소를 관리하고 있다고 한다. 책 금지 음모는 '로봇'으로 책을 대체해서 돈을 벌려는 배불뚝이 사장님 탓이었다. 얄미운 같은 반 여자 아이 주나는 알고보니 책 결사대의 일원이었고.... 그런데 주나는 가방에 인형만 셋이나 넣어 다니고, 멋 부리고, 수업 시간에는 졸기만 하는데 (알고 보니 책 복구 작업을 밤새 하느라? 피곤했어) 받아쓰기는 왜 빵점인가요. 주나가 중간 위기의 상황에서 주인공 시오를 구하는 상황은 빛났는데 평소의 주나는 그냥 멍청한 여자애, 화나면 얼굴 빨개지는 여자애인가요. 그러니 시오가 '여동생을 구하는' 오빠인 척 용기를 내는거죠. 책 바이러스 이름은 부카 바이러스인데 얘들은 약속이나 맹세는 '원주민에게서 사온 아프리카 전통 반지'에다 대고 하는 이유는 뭘까요. 어쩐지 불편한 기분이 드는 건 독자 아줌마의 편견 탓인가요. 


뻔하게도 부잣집 아이가 최신형 로봇을 갖고 다른 아이들은 그에 우루루 몰리고, 버릇 없는 로봇과 성질 나쁜 부잣집 아이는 닮았고, 책을 쫓는 북킬러들은 어째선지 공권력이 아니라 로봇 회사 소속 같이 굴고요. 주인공이 그토록 지키려는 책에선 오래된 냄새... 할머니의 된장국 냄새가 난다고...이미 다른 동화책들에서 너무나 흔하게 만났던 공식들이 재탕 삼탕 만탕이 되어서 이게 딱히 미래 같지도 않고요, 요즘 애들도 이런 엉성한 설정은 재미 없어 할 거란 말이죠. 


그리고 계속 주나가 계속 먹어대는 젤리 .... 그게 너무 맘에 걸리는 겁니다. (미래 소설에서 애들한테 알약이나 젤리 먹이지 말아요, 쫌) 정신을 깨우는, 낯빛을 바꾸는 용도 라는데 그 젤리의 성분이나 원래 목적은 끝까지 안 나오고요. 결국 책 복구 프로젝트를 하느라 어린이를 야간 노동에 투입 시키는데 임금은 제대로 줄 거 같지도 않고, 어린이의 보호자와 협의도 없고요. 차라리 종이책을 금지 하는 게 아니라 옛날 책이 엄청나게 귀하게 되어서 서로 차지하려고 겨루는 이야기를 ....아, 이미 <꿈꾸는 책들의 도시>가 있구나요. 어쨌거나 여기 엄마들은 공부 시키고 잔소리 하느라, 혹은 애들 방 청소하고 뒤지는 데는 부지런 한데, 정작 아이가 경찰들 어른들에게 부당하게 공격 당할 땐 애들 편에 서질 않고, 멀찍이서 '갠챤아'만 외치다가 어느새 사라져 버립디다? 엄마는 밥먹을 때만 나오는 밥순이 입니꺄?!!!! (울컥) 


책이 재미도 없는데 디테일 뭉게지게 엉성해 짜증이 나서 이렇게라도 풀어볼라고요. 초등 저학년 용이라는데 애들도 솔직하게 '시시해'라고 할겁니다. 근데 여러 독자님들, 왜이리 리뷰를 반짝이게 별 다섯 개씩 달아주셨어요? 속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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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1-03-23 02: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책 좀 더 재미있는 거였으면 좋았겠네요 그런 책으로 할 만한 게 뭐가 있을지, 하면 바로 떠오르는 건 없네요 책이 없어진 세상이라니, 별로 안 좋을 듯합니다 나무를 생각하면 책을 많이 만들면 안 될 것 같기도 하지만... 오래전에는 부자만 책을 보기도 했는데, 다시 그런 시대가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듭니다


희선

유부만두 2021-03-23 14:46   좋아요 1 | URL
책이 금지된 세상과 경찰/수용소 설정은 ‘화씨 451도‘가 생각났어요. 디스토피아 미래 세계의 한 버전으로 ‘책=자율성‘이 통제되는 세상이 나오는 것 같아요.

마지막 책, 으로 어떤 게 좋을까, 생각해봤어요. 책의 근원이나 시작에 의미를 둔다면 전래동화도 나쁘지는 않겠지만 여기선 너무 뻔한 전개를 해서 재미도 없고, 여러 불편한 부분이 많아서 실망스러웠어요. ... 지금은 부자들끼리만 알고 나누는 정보가 이미 옛날의 책의 역할을 하고 있지 않나 싶어요. 열불 나는 뉴스가 넘치는 매일입니다. 전 그저 조용히 종이책을 즐기고 싶은데 말이에요. ㅜ ㅜ

psyche 2021-03-29 05: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유부만두님의 빡침(?) 이 느껴집니다. ㅎㅎ

유부만두 2021-03-29 16:32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 제 빡침을 알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너무 뻔하고 거져 먹으려는 심뽀가 보이더란 말이죠.
 

프랑스 대혁명은 1800년 후반까지 80년 이상 계속 되고 있었다. 1870년 프로이센 전쟁에 패한 프랑스의 파리는 척박한 폐허로 남았고 이제는 프랑스 '베르사이유' 정부군의 공격 대상이 되었다. 파리 코뮌은 몰리고 몰린 파리 노동자들의 자구적 항쟁으로도 보이지만 인간의 폭력성이 폭발하고 지옥문이 열리는 면면이 보이기도 한다. 이미 150년 전 일이다. 직접적인 발단은 1871년 3월 18일 몽마르트르 언덕에서 시작했다. 그 피의 속죄로 1874년 사크레쾨르 성당이 세워졌다.



사료들을 충격을 줄만큼 충실하게 시각화 해 놓은 그림은 흑백이지만 화약과 피냄새가 진동한다. 기록은 실존 인물들과 가상의 중심인물들을 따라가는데 많은 부분 대문호 빅토르 위고의 이야기에 업혀있다. 수양딸 잔의 살인범으로 억울하게 20년 옥살이를 하던중 가석방되어 새로운 신분, 경찰 정보원으로 살고 있는 오라스 그롱댕. 거구에 힘이 장사인 그는 진짜 살인범일 수양딸의 전약혼자 타르파냥을 좇고 있다. (레미제라블과 파리의 노트르담의 여러 요소들을 떠올릴 수 밖에 없다. 두 소설 모두 파리의 격동기, 민중의 궐기를 다루고 있다. 또한 클로드 프롤로도 등장한다.) 오라스 그롱댕의 과거를 의심하며 박쥐처럼 코뮨파와 정부/경찰쪽을 오가는 기회주의자 경찰 이폴리트는 정의 보다는 자신의 이익만을 계산하기 바쁘다. 타르파냥은 잔과 헤어졌지만 정의를 따르고 솔직한 성격, 게다가 미남자라 따르는 여자들이 많다. 정부군으로 시민들과 대치하다 코뮌쪽으로 돌아선 타르파냥은 폭력단 우르크 파의 두목 에드몽 트로카르의 정부 가브리엘라와 사랑에 빠진다. 그 사랑에 대한 폭력단의 보복으로 (파리 코뮨 와중에) 죽을 위기에서 가까스로 도망쳐 계속 헤어진 가브리엘라의 행방을 찾는다. 두목이 사창가로 보내버린 가브리엘라는 인생을 포기하며 살아가다 어린 소년병 (사진가 테오필의 조수)을 만나 부상병을 치료하며 코뮌군을 돕는다. 

전투와 방어전, 화염병과 총알이 오가는 거리, 스치듯 가브리엘라와 타르파냥은 만나고 헤어지기를 몇번이고, 복수심에 칼을 갈고 갈던 오라스 그롱댕은 잔의 진짜 살인범을 알지 못한 채 정부군의 총을 맞는다. (이 둘이 파리 지하도로 가는줄 알았....) 거의 모든 인물들이 사망하고 코뮌군의 두 젊은이만이 '총은 버린 채' 담을 넘어 파리를 벗어난다. 


파리 코뮌 역사의 중요한 여성 혁명가 루이즈 미셸을 언급하고는 있지만 ( Louise Michel : 1830년 5월 29일-1905년 1월 9일)은 프랑스의 무정부주의자, 교육자, 의료노동자이며, 파리 코뮌의 요인이었다. "몽마르트르 언덕의 적처녀"(red virgin of Montmartre)라는 별명으로도 알려져 있다.사창가와 벗은 여인들, 특히 쿠르베의 '세상의 기원' 그림과 그 작업 장면 등을 필요 이상으로 묘사하고 성적이며 폭력적인 대사와 묘사를 넘치도록 실어놓았다. 여성은 그저 피를 뿌릴 대지, 아니 거름쯤으로 취급하고 있어서 불쾌한 마음이 들었다. 여성은 거의 상의를 벗은 상태로 나온다. 어머니라 젖을 먹이거나 창녀라 성을 팔고 있거나, 그도 아니면 들라크루아의 혁명의 이미지로 (붉은 처녀;;;; 무슨 홍대 여신 처럼) 깃발을 휘둘러야 한다. 제대로 옷을 입고 말하고 싸우는 모습의 중심 여성이 없어서 매우 안타깝다 못해 분노한다. 역사적 이야기를 엮기 위한 도구용 서사라 인물들의 행동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하지만 파리 시내의 묘사와 역사 자체가 주는 힘은 크다.  

파리 코뮌 종식 두 달 후인 1871년 7월, 파리의 부촌 16구에서 프루스트가 태어났고, 코뮌파의 대 방화를 살아남은 노트르담 대성당은 2019년 화재로 무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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