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잉 기억 증후군으로 제목처럼 모든것을 기억하는, 더해서 색과 숫자 등으로 공감각으로 외부정보를 인식하는 남자 주변에서 벌어지는 살인 사건들 이야기다. 전에 뇌과학 책에서 읽은 설명이 생생하게 나온다. 첫부분은 이 남자의 시선을 따라 세세하게 살인 현장을 묘사한다. 주인공 남자 경찰관 데커는 이 참혹한 현장에 있던 부인과 딸, 처남의 주검을 잊지 못한다.
인생을 포기했던 데커가 다시 조금씩 추스리려던 어느 날 살인범이라 주장하는 한 중년남자가 자수했다. 그리고 그날 인근 고등학교에서 총기 테러가 벌어진다. 이 두 사건은 교묘하게 연결되어있으면서 미지의 진범이 데커를 형제라고 부른다. 테러범은 그를 향한 정보와 협박을 남기며 범죄를 이어간다. 그런데 완벽한 기억 소유자 데커의 기억에 그는 없다.
중후반까지 끌려다니며 좌절하는 데커의 추리 장면과 묘사들이 흥미롭다. 범인과의 접점이 너무 늦게 밝혀지는 게 억지스럽지만 데커의 기억 묘사와 시선을 따라가는 수사는 재미있게 읽었다. 형사 추리물이지만 거구의 뚱뚱한 주인공이라 독특한 느낌 (몸치 독자에겐 친근함)을 준다. 시리즈 물인데 한 권 정도 더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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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블루 2023-12-30 15: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재미있을거 같네요

유부만두 2024-01-04 15:38   좋아요 0 | URL
재미있게 읽었어요.

얄라알라 2023-12-30 17: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모든것을 기억하는 것과 반대일까요? 그 옜날 [메멘토]라는 영화가 갑자기 생각나네요.

데커라 하니 [전기양은~~~]도^^

유부만두님 한해 마무리 잘 하시고,내년에는 더 건강히 더 열정적으로 함께 읽어요^^

유부만두 2024-01-04 15:38   좋아요 1 | URL
맞아요. 메멘토 영화 생각하면서 읽었어요. ^^
얄라알라님께서도 건강하고 멋진 새해 2024년을 보내시길 바랍니다.

psyche 2024-01-05 14: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난 처음에 이 책을 읽었을 때 너무 과잉하다라고 느꼈었어. 이유없이 사람을 많이 죽인다고 생각했거든. 근데 이번에 다시 읽으면서는 그러려니 싶더라고. 현실에서 전쟁에 총기 난사에 하도 잔인하고 끔찍한 일들이 많이 벌어지니 그만큼 무뎌진 건가 싶기도 하고. 아니면 읽는 상황에 따라 느낌이 다른 건가 싶기도 했어.

유부만두 2024-01-05 16:24   좋아요 0 | URL
그쵸. 너무 사람이 많이 죽어요. 그런데 범인을 천재 취급을 해놔서 싫더라고요. 그런데 결국 범인의 한 맺힌 사연을 풀어놔서 아, 그럼 그동안 죽어나간 사람들은 뭐야?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기대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번역과 오역 이야기나 오해와 이해 이야기 등. 그간 쌓인 게 많았겠구나 짐작한 부분들도 있었는데 문장과 책 구성은 저자의 명성에 비해 평범하다.


‘투명한 번역‘이란 표현은 니콜라이 고골이 바실리 주콥스키의 『오디세이아』번역에 보냈던 찬사-"투명한 유리같은 역자라서 유리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를, 조르주무냉이 『부정한 미녀들』에서 "투명 유리"로 인용하며 유명해졌다. 혹자는 이 표현을 번역문에서도 ‘원문이 그대로 보이는 충실한 번역‘으로 해석하지만 여기서 조르주무냉이 말하는 "투명"은 그 반대의 의미다. ‘유리(번역자)가 있는 것조차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자연스러운 번역‘이라는 뜻이다. 단어 대 단어, 표현 대 표현으로 정확하게만 옮기는 걸 ‘투명한 번역’으로 알고 있다면 고골과조르주 무냉의 말을 완전히 오독한 것이다.
앞으로 할 이야기에 혼동이 있을 것 같아 굳이 적었다.
지금부터 말하는 ‘투명‘은 번역학에서 말하는 "투명 유리"와 별개로 사전적 의미인 ‘투명(透明)‘을 뜻한다. - P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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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28 15: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12-28 17: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표지의 대도시가 배경은 아니고 조용한 교외지역 주택가에서 벌어진 세 명의 여자( 더하기 한 명)의 실종 사건 이야기다. 실종 후 하루 이틀의 골든 타임이 지나면 생존의 기대는 줄어든다는데 이 소설은 무려 11년 간의 실종 기간을 사이에 두고 과거와 현재를 교차하며 사건의 전/후를 짜집기 한다..... 지만 대부분의 일은 소설 후반부에 와장창 다 벌어진다. 추적과 협박, 학대와 탈출 장면에 집중된 소설이라 영화 보듯 읽었다. 범인이 초반에 별 힌트도 주지 않아서 반전이 억지스럽다. 무엇보다 11년이라니?!?! 


초반엔 여자들이 남자 의사, 배우자, 건축 수리공, 언론, 출산과 육아 등등에게 가지는 기초적 약자성, 거부감 혹은 불편, 공포감을 세세히 나열해 보여주지만 그런 공포감이 ...어디로 어떻게 표출되는가?를 생각하면 소설 마무리가 많이 아쉽다. 그래서 여러 여성 피해자들이 나오는 스릴러물과 크게 다른 것 같지는 않다. 이 소설의 범인이 보여주는 각성/변화도 좀 찜찜하다. 음주운전은 살인, 이라는 건 확실하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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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yche 2024-01-05 14: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나 읽었는데 어떤 내용이었지? 했는데 유부만두 글 읽다보니 생각이 살짝 나네. 반전이 완전 억지였지.

유부만두 2024-01-05 16:25   좋아요 0 | URL
그쵸. 그 범인의 인물이 소설 앞에서 본 것과 너무 다르게 행동하고요. 아니 애초에 11년을 그렇게 할 수 있겠냐고!!! 너무 막 쓰네 싶었어요.
 

긴머리를 만지는 강사라고 초반에 나오지만 61쪽에 여자 강사라고 할 때 까지 남자 운전 강사가 여자 학원생에게 집적대는 줄 알고 걱정했다. 자꾸 개인사 묻고 주행연습으로 산길로 가자고 하니까.


하지만 이 소설은 여자들이 사건을 해결하는 "첩혈쌍녀" 시리즈다. 앞날개의 설명이 나와있는데 나중에 봤다. 소설 설정이 지구(일본) 종말 두어 달 전이라는데 중반까지 너무 잔잔하다. (비교: 눈먼자의 도시) 게다가 짐작하기 쉬웠던 그 놈 악인은 발악하며 폭주해도 모든 게 진부하다. 작가는 벤 윈터스의 <라스트 폴리스맨>에게서 영향을 받아 이 소설을 썼다고 한다. 지구 종말, 세상 끝이라는 설정이 큰 부분인데 그 나날이 제대로 그려지지 않는다. 차라리 그냥 종말이 조금 미뤄지고(?) 이사가와 강사의 활극을 더 보고 싶기도 하다. 아니면 프리퀼이라도. 

"넓게 보자면 지구가 멸망하든 말든 이 세상 모든 것들이 원래 무의미한 거야. 그래도 무의미한 행위를 멈추지 않는 것이 인간이지. 봐, 인간은 언젠가 반드시 죽게 돼 있고 카레를 먹어도 언젠가는 똥이 되잖아. 그래도 우리는 카레를 먹지." - P204

"오래 사는 게 행복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어." - P316

가슴에 구멍이 뻥 뚫린 것 같았다. 이게 몇 번째인지 알 수 없지만, 누군가에게 배신당할 때 차가운 칼날이 목에 닿는 느낌은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익숙해지지 않을 것이다. 괴로워 견딜 수 없었다. - P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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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05 14: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1-05 16: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미국의 철도와 마천루 건설에 중국 노동자들이 많이 동원되었다는 것은 세계사 시간에 배웠다. (1865년 노예제 폐지의 영향도 크다) 홍콩 역사 박물관에도 '쿨리'의 역사 전시관이 따로 마련되어있다. 1800년대 후반에는 아이다호 광산촌에 중국인 남성노동자 인구가 많았다고 한다. 1882년 중국인 배제법이 제정되고 백인과의 결혼도 금지되어서 이들 남성노동자 무리는 2차대전 중 모두 사라졌다. 아직도 아이다호 광산촌에서는 중국식 설날을 축하한다고 한다. 켄 리우의 단편 <모든 맛을 한 그릇에 - 군신 관우의 아메리카 정착기>는 1860년대 아이다호시티에 등장한 중국인 광부 무리를 둘러싼 이야기다. 


떠돌이 백인 범죄자 듀오가 화재와 강도질을 하며 아이다호시티를 흔들었다. 심증은 있지만 물증은 없어서 이 백인 범죄자들은 이 지역의 잠재적 위험이다. 하지만 이질적인 외모의 중국인 남자들 무리가 더 도드라져 보인다. 그들은 좁은 공간에 빼곡히 모여살고 텃밭에 이런저런 야채를 키워 먹고 자기들 끼리 이상한 악기를 켜며 노래를 하고 향도 기이한 (하지만 침 고이게 하는) 음식을 해먹는다. 부지런한 이들이 세들어 살아줘서 고맙고 반가운 여관집 주인 잭 시버. 그는 동부에서 교사를 하다가 남북전쟁 후 혼란한 시기에 새로운 인생을 자기 손으로 이루고 싶어 동부에서 처와 딸을 데리고 이주한 사람이다. 한가한 저녁에 딸과 함께 그는 아일랜드 민요 '피네건의 경야'를 부른다. 초등학생 딸 릴리는 편견이 없는 마음으로 중국인 아저씨들을 관찰하고 조금씩 친해진다. 특히 붉은 얼굴에 긴 수염을 가진 거구의 아저씨는 무서운데 은근 친절하다. 사람들은 그 아저씨를 로건, 라오관(관씨 형님)이라고 불렀다. 중국 옛이야기의 관우라고도 했다. 농담이라는데 진담같다. 


혼란한 미국 19세기 말에 중국 삼국지 이야기가 겹친다. 세상의 부조리에 맞서 싸우고 자신의 이야기를 만드는 장생/관우는 새로운 땅으로 온 중국인 노동자들에겐 정신적 구심점이며 신이었다. 미국은 이민자들의 나라이지만 선배들이 (여관주인도 아일랜드 출신) 크리스쳔 문화와 질서를 내세우며 후배들을 착취하고 중국인들을 향한 인종차별은 끔찍하다. 로건은 릴리와 친해지면서 관우와 한나라 해우 공주가 '오랑캐' 나라로 시집가서 적응하는 이야기도 한다. 모두가 새 땅에서 새로운 인생을 개척하는 사람들이다. 릴리와 바둑을 (과일과 채소 씨앗을 돌 삼아) 두면서 로건은 상처를 꿰매기 까지 하는데 얼굴 하나 찡그리지 않는다 (화타가 뼈를 깎던 것 보단 안 아프다며). 릴리는 접질린 발목에 침을 놓는 경험도 한다. 릴리네 가족과 마을 사람들은 조금씩 로건과 노동자들과 가까워지고 그들의 음식을 맛본다. 제목처럼 이 소설은 중국 음식 소개와 중국 노동자들의 미국 이민사를 보정을 많이 넣어 희망적인 결말을 그린다. 작가가 11살에 미국으로 이민한 것을 생각하면 그에게도 중국은 이야기와 음식의 중국이며 미국은 기회와 성공의 땅이 아닐까 생각한다. 


하지만 


지난 7월부터 미국 플로리다 주에서는 연구소 대학에서 중국과 다른 6개 위험 국가에서 유학 온 대학원생과 연구원 고용을 금지했다. 1882년 중국인 배제법과 다를바 없다.

A new state law is thwarting faculty at Florida’s public universities who want to hire Chinese graduate students and postdocs to work in their labs.

New Florida law blocks Chinese students from academic labs | Science | AAAS


얼굴이 벌건 그 중국 사내는 일하는 동안 거치적거리지 않도록 텁수룩한 수염을 길게 접은 손수건으로 묶은 다음, 손수건 공지는 셔츠 속에 넣은 모양새 였다.

로건의 왼쪽 어깨가 터져 나갔다. 손홍색 피 보라가 등 뒤로 흩날렸다. 따가운 햇살 때문에 릴리의 눈에는 로건의 등 뒤로 장미가 피어나는 것처럼 보였다. [...] 시간이 정지한 것만 같았다. 피 보라는 공중에 아로새겨진 채 흘러내리지도, 퍼지지도 않았다.

"어릴 적에 나는 세상에 오로지 다섯 가지 맛만 존재한다고 배웠다. 그래서 세상 모든 기쁨과 즐거움은 그 다섯 가지 맛을 서로 다르게 섞은 것인 줄 알았지. 나중에는 그게 사실이 아니란 걸 알았다. 모든 곳에는 그곳만의 새로운 맛이 있어. 그리고 미국의 맛은 위스키야."

"이야기라고 다 지어낸 건 아니다."

대접에 든 밥 위에는 빨간 소스로 덮인 깍둑깍둑 썬 두부와 돼지고기, 그리고 파와 얇게 썬 여주를 곁들여 구운 검은색 고기가 올려져 있었다. 뭔지 모를 매콤한 향신료에서 풍기는 냄새에 릴리는 눈과 입에 동시에 물기가 돌았다. [...] 릴리는 두부를 조금 더 씹다가 "으아악" 비명을 질렀다. 얼얼한 느낌이 갑자기 조그맣고 뜨거운 바늘 수천 개로 변해 혀를 온통 찔러댔다. 콧속에 콧물이 가득한 느낌이 들었고, 눈앞은 눈물 때문에 뿌예졌다. [...] "그건 마라 라는 맛이다. 촉 땅의 이름을 중국 전역에 알린 얼얼한 매운맛이지. 조심해라, 그 맛은 사람을 살살 꼬드겨서 먹게 해 놓고는 입안 가득 불을 질러 댄다."

섣달그믐 이틀 전, 아옌은 설날 당일에 먹을 만두 수천 개를 만드는 작업에 모든 중국인을 투입하고 지휘했다. 판잣집 거실이 만두 공장의 조립 라인으로 변신하여 몇 명은 한쪽 끄트머리에서 밀가루를 반죽했고, 몇 명은 다진 돼지고기와 새우와 잘게 썬 채소에 참기름을 살짝 쳐서 만두소를 버무렸으며, 나머지는 만두소 한 숟가락씩을 만두피로 싸서 입을 다문 조개 모양으로 조물조물 빚었다. 다 빚은 만두는 양동이에 꽉 채우고 말린 연잎으로 덮어서 추위에 꽁꽁 얼도록 바깥에 내놓았다. 펄펄 끓는 물에 넣어 익힐 설날 전야를 기다리며.

"나는 여기서 마침내 세상의 모든 맛을 찾았다. 그 모든 단맛과 쓴맛, 위스키 맛과 고량주 맛, 거칠고 아름다운 남자들과 여자들, 그들이 지닌 야성의 흥분과 불안, 아직 사람의 손을 타지 않은 대지의 평화와 고독... 한마디로 말해 정신을 고양시키는 짜릿한 맛, 그게 바로 미국의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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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yche 2024-01-05 14: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진짜 저 법이 말이 되는 것인지! 진짜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내년 아니 올해 대통령 선거도 걱정이고 ㅜㅜ

유부만두 2024-01-05 16:26   좋아요 0 | URL
정말 저 뉴스보고 가짜 뉴스인가 싶었어요. 플로리다 정말 우리나라 대구경북이다.
근데 미국 걱정 할 때가 아님니다. 저 하도 복장 터지는 날들이 이어져서 그냥 뉴스 안보고 살려고 노력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