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다 지칠 때 나와주는 중쇄 신간. 이번 6월에 16권이다. 
이번엔 생활의 변화 등의 압력으로 서둘러 연재를 종결한 만화가가 바뀐 환경에서 디지털 작업을 익히며 새로운 스토리와 등장인물들을 연구하고 만들어/만나 가는 이야기.
더해서 특별증보판에서 반응이 좋은 여성 닌자들과 도검에서 출발한 도검백과를 특별한 사이즈와 퀄리티로 만드는 이야기가 나온다. 아무리 가성비의 시대로 들어섰다지만 아름다운 것에 대해 성실함과 의리, 혹은 애정을 간직한 사람들은 아름다운 책에 지갑을 연다. (그 책이 일본도라는 것이 어쩔 수 없이 신경은 쓰인다) 

책만드는 사람들의 책 이야기는 언제나 매력적이다. 벌써 다음 권 기다리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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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3-09-23 22: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열심히 읽다가 언젠가 놓아
버린 시리즈네요.

계속해서 나오고 있군요.

유부만두 2023-09-24 17:02   좋아요 1 | URL
중간에 늘어지는 권이 있어서 저도 놓아버릴 뻔 했어요. 다행히 15권엔 힘이 돌아왔어요.

은오 2023-09-24 19: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이거 일드로 봤는데 일드 원작이 이 만화인가요?! 오...

유부만두 2023-09-24 19:39   좋아요 0 | URL
네 중반 어디쯤 까지 반영됐어요. 원작과 다른 점도 꽤 있는데 배우들 캐스팅을 아주 잘 했어요. 그런데 한국판 (웹툰 시장 중심으로) 드라마는 매력이 반감되어서 아쉬웠고요.

희선 2023-09-25 01: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중쇄를 찍자 지금까지 나온 거 다 보셨군요 예전에 드라마만 봤어요 지난 23일이 2023년 백일 남은 날이었다니... 2023년이 얼마 남지 않았다니, 시간 참 빠르네요 다른 때는 9월만 와도 한해가 거의 갔어 하는 생각하기도 했는데, 이번에는 그러지 못했네요 남은 날동안 글 쓰실 거군요 유부만두 님 즐겁게 글 쓰시기 바랍니다


희선

유부만두 2023-09-25 22:50   좋아요 0 | URL
희선님은 매일 꾸준히 글을 올리시고 계시지요. 저도 단 100일이라도 이어서 책과 영화 감상을 남겨 보려고 합니다.
정말 시간이 빨라요. 다음주가 10월이네요.
 

정보라 작가의 <저주 토끼>의 영역서 번역가 안톤 허의 엣세이. 제목과 표지의 이모지가 짜증을 담고 있는데 그 상황이 책 안에 나온다. 이렇게 까칠한 표지를 만들다니 정말 좀 다른 느낌. 


저자는 (미국이나 영국 대학 나오고 한국은 쪼콤만 아는 교포 살람으로 예상했지만) 한국의 대학에서 복수 전공을 했고, 방송대도 나오고, 서울대 영문과 대학원에서 석사도 취득했다. 책읽기와 쓰기에 대한 애정은 일곱 살에 시작한 인생의 중심이라고. 스웨덴에서 태어나고 외국과 한국을 오가며 초중고를 다닌 것은 아버지 직장 때문이었다. (외고에서 제임스 조이스 읽다가 공부 안한다고 샘한테 맞았대) 게다가 한국 국적에 군대도 다녀오고 큰 부상으로 상이군인이란 이력은 전부 예상을 벗어난다. 


서울대 영문과 대학원 입학시험에서 답안지를 영어로 쓰고 있자니 감독 교수가 한글로 쓰라고 하더란다. 퉁명스레. 하지만 시험지의 가이드 라인엔 한국어로 제한하지 않았고 그걸 표지의 말로 지적했더니 교수가 불쾌해 하더라고. 그런 상황을 저자는 아주 많이 겪었다. 차별과 무시, 그리고 무례함. 그걸 저자는 짚고 넘어가려 한다. 참거나 입닥치고 번역이나 하고 있지 않다. 


외국의 책을 우리글로 번역하는 많은 번역자들과는 달리 한영 번역자는 외국의 기획사 몫까지 일을 하며 출판사에 책을 어필하며 적극적으로 출판에 참여한다. 실제 책상의 번역 작업은 그가 하는 일의 절반도 안된다고. 사람들과 부닥치며 자신의 일이 받아야 할 당연한 존중과 보답(돈!!!!!)을 위해 계속 싸우고 있다. 그런데 정작 우리 나라 공공기관과 대학교수들이 한영/한외국어 번역가들의 양성에 힘쓰기 보다는 오히려 언어적 인종적 차별주의를 답습하고 있다고. 저자가 그동안 고생하며 쌓인게 많았구나 알 수 있었다. 해외에 알릴/번역할 작품과 번역가 선정에도 불만을 토로한다. 외국서 팔리고 읽힐 만한 책을 고르는 게 맞다고! 아 당신들은 프루스트나 읽어! 라고 일갈한다. (웃음터짐) 


우리나라 작가들의 멋진 문장과 이야기에 대한 칭송과 작업 이야기(듀나의 책 번역할 땐 맞은 편에 토끼가 앉아있다고 상상 ...) 등은 읽기 즐거웠고 부커상 후보 선정을 둘러싼 우리 언론의 편견에는 함께 한숨이 나왔다. (신경숙 작가 부분이 존경을 담아 여러번 나오지만 표절 시비는 언급되지 않는다.) 마지막 3부는 그가 외국의 대학과 행사에서 한 연설문이 실려있다. 멋진 비유(그 바이링귀얼 뱀이랑 이브 이야기 짱)와 위트와 욕설(딱맞게 쓰니 좋아보이는?;;;) 로 이 책에서 정말 하고 싶었던 말. 그는 진정한 독자고, 번역자고, 작가라는 것. 그에 한치 의심도 부끄럼이나 강제된 겸손을 갖지 않는다는 것. 오우 부라보! 책 읽고 박수쳤잖아요. 


안톤 허 작가는 영어 소설(sf라고 한다 뇌과학 이야기도 나온다는데, 엄머, 나 이 책 읽으려고 뇌과학 책 읽은건가 싶고) 출판 계약도 했다고! 오우 부라보, 어겐! 


다른 번역가 책과는 톤도 색깔도 다르다. 원서를 우위에 두고 따라가기 보다 그 목소리를 다른 언어로 살려내는 창작 작업을 강조한다. 영한 번역가의 일이 더 많은 부분을 담당하기도 하지만 이렇게 강하게 한국번역문화원에 쓴소리를 할 수 있는 건 활동무대가 다르기 때문이리라. 얼마전 벌어졌던 국제적 미출간 원고 갈취 사기극 이야기와 해외 출판계 이야기 등도 재밌게 읽었다. 덕분에 추석을 잠깐 잊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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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3-09-22 21: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따끔한 말을 많이 하네요. 재밌을 것 같아요!!

유부만두 2023-09-23 09:55   좋아요 2 | URL
재미있게 읽었어요. 문장도 좋고요. 추천!
 

정보라 번역의 <거장과 마르가리타>를 읽고 다음 책으로 안톤 허 번역가 앳세이를 집는다. 뒷면의 추천사는 안톤 허가 영역한 소설 <저주 토끼>의 작가 정보라의 글.

이렇게 기막힌 연결로 책 읽기는 계속된다!!
명절 다가오니 불안증+조급증이 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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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수하 2023-09-22 10: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이 분 궁금하더라고요 :)

유부만두 2023-09-22 20:23   좋아요 1 | URL
책 재미있게 읽었어요. 개인사도 독특하고 일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진진진. 그리고 문장이 아주 깔끔합니다.

단발머리 2023-09-22 18: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부커상 후보되었을 때 정보라 작가님과 둘이 티셔츠 맞춰 입었다 해서 저는 일단 그 때부터 이 분을 눈여겨 봐왔습니다요 😜😜😜

유부만두 2023-09-22 20:23   좋아요 1 | URL
그럼 이 책 읽어보세요! 눈도장 확실히 찍으시는 걸로.
 

떡볶이보다 김겨울 저자의 문장이, 당분 절제된 건강함이 보인다. 책엔 여러 떡볶이 추억, 단짠과 극도의 매운맛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지만 어쩐지 풍기는 분위기는 불량식품/소울푸드와 거리가 있다. 책 말미의 비건 이야기는 반가웠고 (나도 6년차 비건 지향) 그만큼 떡볶이 충동이 약해서 섭섭했다.

맛있는 떡볶이집은 끝이 없고 인생은 하릴없이짧다. - P71

처음 이 프랜차이즈를 만든 대표가 철학과 출신이라던데, 이 목록만 보면 서양철학을 편애했던 것이 틀림없다. 떡볶이 프랜차이즈 소개글부터 전공자의 포스가 풍긴다. "떡볶이의 이데아, 네 맛을 알라." - P113

[오디오북 녹음을 할 때] 가장 먼저 한 일이 떡볶이를 끊는 것이었다. 떡볶이만 안 먹어도 일단 어느 정도 목소리를 유지할 수 있다. 그리고 또 하나 한 일이 커피를 끊는것. 일상을 지켜주는 두 가지를 기꺼이 중단하고 최선을 다해 녹음했다. 출판사와 제안한 회사 모두 만족했지만, 나는 성우라는 직업이 괜히 따로 있는 게 아니라고 다시 한번 절감했다. - P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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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해설 빼고 664쪽 소설의 194쪽까지 읽었다. 아직 거장도 마르가리타도 안 나왔다. 작품을 안 태운다는 (태우나??? 아직 모름) 웅장한 예술 거장 대신 버스 값 잘 챙겨들고 버스 타(려고 시도하)는 통통한 검정 고양이는 나온다. 이 고양이는 악당 삼/사 인조에 속해서 직립보행에 말도 하면서 사람도 팬다. 작가 불가코프의 “개의 심장”의 개-인간이 자연스레 생각났다. 2년 전에 읽으면서 곧 거장을 만나겠다고 했었네? https://blog.aladin.co.kr/yubumandoo/12476900



예수아와 빌라도의 선문답 장면, 부동산 사기와 뒷거래, 정신병원, 텔레포트가 현란하게 (뻔뻔하게 마법 같은 장면들도) 펼쳐진다. 그런데 환상적 리얼리즘보다는 블랙유머 포함한 현실 풍자 느낌. 빌라도 장면이 더 건조하게 그려진다는 게 흥미롭다. 작중 현대인 1920년대 러시아는 (작가는 1940년 사망할 때까지 수정을 계속하지만 출판 허가를 받지 못하고 책은 1962년에야 나온다) 처음부터 문인협회장 모가지를 자르고 주택조합장 목도 따버린다. 방금 읽은 익숙한 교훈 하나, 중요한 서류 들고 가는 길에 절대 공공 화장실에 들르지 않는다.

얼마전 본 영화 <오토라는 남자>에서 여주인공(dvd커버의 여자 아님)이 기차 플랫폼에서 떨어뜨리는 책이 바로 이 <거장과 마르가리타>이다. 민음사 책은 총 695쪽 짜리라 들고 가다 흘리고 모를 수가 없다. 영문판 페퍼백은 절반 두께인듯. 아직은 생판 남인 (책 안 읽는) 남주인공(젊은 시절의 오토- 톰 행크스의 아들이 연기함)이 공식처럼 책을 주워주며 둘은 연결되는데… 그가 책 읽는 사람이라 이 책 내용을 알았더라면? 책 건네며 어떤 말을 했을까? 아 이 영화에도 고양이 나온다. 말은 못하지만 엄청 귀여운 야옹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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