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돌이 푸우와 이솝 우화 느낌도 나고 어쩌면 명상 잠언집 같기도 하지만, 그림! 그림! 그림! 


더해서 해프닝 같은 과정의 자국과  환상 여행이, 아니 일상과 인생이 담겨있다. 책 서두에 저자의 말처럼 이 책은 여덟 살 독자, 또 여든 살 독자에게도 읽고 생각할 거리를 줄 수 있다. 책 소개에 미리 보기로 그림이 보이기도 하지만 스포일러는 되지 않겠습니다. 직접 확인하세요. (두더지가 귀여울 수도 있다니 놀랍기도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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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여성 소설상을 받은 작품이다. 미뤄두었다가 곧 번역본이 나온다기에 서둘러 읽었다. 햄닛은 열한 살 나이에 전염병으로 사망한 셰익스피어의 아들 이름이다. 북유럽 전설 속 왕자 이름 햄릿/햄닛 만큼이나 아들 이름 햄닛이 그의 슬픔과 함께 작품 명에 녹아있으리라는 가정에서 소설은 시작한다. 


하지만 이 소설은 셰익스피어 보다는 그 부인 앤 해서웨이의 이야기다. 이름이 앤 대신 애거서로 나오는 여인은 (의붓)어머니 잔의 구박을 받으며 '독특한' 인물로 남동생 바톨로미유를 아끼며 성장한다. 그녀의 생모는 16세기 자연치유의 대모 같은 분위기로 그려진다. 애거서가 연하의 책만 보는 샌님 셰익스피어를 만나고 (그의 이름은 소설에 나오지 않는다) 사랑에 빠지고, 결혼 후 그의 폭력적 아버지네 집으로 들어간다. 다행히 샌님은 부인을 아끼지만, 자신의 꿈(문학, 연극)을 장갑 장인이며 여러 문제를 안고 있는 아버지 집에서는 펼칠 수 없다. 이 책은 남편이 런던으로 상경한 후 애거서가 시댁에서 세 아이를 키우고, 보내고, 다시 만나는 이야기다. 

줄거리는 매우 단순하지만 문장이 곱고 예쁘다. 또한 여러 인물의 시점으로 (주로 여성) 이야기가 그려지는데 쌍둥이 남매의 출생과 그들의 애틋한 우애가 인상적이다. 거대한 16세기 작가도 밥해주고 빨래해주는 주변의 여인들이 있었고, 그동안 묻혀서 보이지 않던 그 여인들과 아이들, 가족, 동네 사람들을 이 소설에서는 만날 수 있다. 그 시절의 끔찍한, 차마 그 이름을 말할 수도 없는 전염병 또한 이 책의 주요 인물이다. 햄닛을 죽이는 그 병원균의 발단, 그 시작인 '벼룩의 여행기' 챕터가 이 책의 하이라이트이다. 이번엔 박쥐 대신 원숭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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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1-08-26 09: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진작에 장바구니에 넣어두었는데 미루지 말고 얼른 구매해야겠어요. 읽을 자신은 없지만 구입은 자신 있습니다!!🤗

유부만두 2021-08-26 09:15   좋아요 1 | URL
번역본으로 읽어도 좋죠. 셰익스피어 작품과 연결되는 지점을 번역서가 짚어주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요. 문장은 안 어려운 편입니다.

수이 2021-08-26 09:0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구매했는데 아직도 책장에 모셔두기만 했어요. 9월에는 시작해야겠어요. 밥 하기 싫어요 언니 🤣

유부만두 2021-08-26 09:16   좋아요 2 | URL
아 저도 밥하기 싫어요. 국수 삶기도 질려요.

수이 2021-08-26 09:33   좋아요 2 | URL
파스타 삶기도 지겨워요, 그래도 밥보다는 파스타가 편해요, 한식은 반찬, 국이나 찌개 이러니 넘 복잡해요.

유부만두 2021-08-26 09:58   좋아요 1 | URL
전 무조건 한그릇 음식입니다. 기운이 조금 남으면 국/찌개 추가고요. 어휴 그래도 힘들어요. 우리집엔 먹깨비들이 둘이라 ㅠ ㅠ

새파랑 2021-08-26 09:0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실제 셰익스피어의 아내 이름이 앤 해서웨이 였군요. 처음 알게된 사실이네요 😅 저는 글 보고 영화인가? 그랬어요. 앤 해서웨이 사진은...아름답네요 😄

유부만두 2021-08-26 09:17   좋아요 2 | URL
동명이인이죠. ^^ 책 읽을 때 배우 앤 해서웨이를 떠올리니 잘 어울렸어요. ^^

미미 2021-08-26 09: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배우 앤 해서웨이와 얼굴 윤곽부터 많이 비슷하네요?
배우인 어머니가 일부러 이름을 셰익스피어 부인 따라 지었다고 하더라고요ㅎ😉

수이 2021-08-26 09:32   좋아요 3 | URL
더구나 앤 헤서웨이는 영문학도 출신!이더라구요.

미미 2021-08-26 09:38   좋아요 1 | URL
셰익스피어에 관해 배울때 기분이 묘했을것 같아요ㅎㅎ

유부만두 2021-08-26 09:50   좋아요 1 | URL
의도한 작명이었군요!

blanca 2021-08-26 09: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 저 책 안 그래도 팟캐스트에 나와 주문하려다 말았는데 지루할까봐요. 책장은 잘 넘어가나요? 극찬을 하던데 왠지 지루할 것 같아서...

유부만두 2021-08-26 09:50   좋아요 1 | URL
잔잔한 편이에요. (네 좀 졸려요) 여성의 삶에 대한 이야기에선 분노와 탄식도 나오고요.

blanca 2021-08-26 09:53   좋아요 1 | URL
오, 또 마음이 동하네요.주문해야하나 갈등합니다.

유부만두 2021-08-26 09:56   좋아요 0 | URL
아.. 저도 막 강추 까지는 아닌데, 좋은 부분도 많았어요. 흥미진진에 대한 기대는 접으시고 고운 손바느질 같은 문장을 즐기시면 어떨까요. 줄거리도 (벼룩 이야기 빼면) 평이합니다. 고민을 더하는 댓글이죠? ㅎㅎ

단발머리 2021-08-26 10:00   좋아요 1 | URL
블랑카님~~ 사세요! 사셔야 할 것 같아요. 고운 손바느질이래요. 고운 손바느질 같은 문장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는 고운 손바느질 살 거에요^^

수이 2021-08-26 10:03   좋아요 1 | URL
흥미진진 기대 접으라 하시니 지루하면 어쩌지 라는 마음 살짝 품게 되지만 전 이미 질렀어요 블랑카님 함께 읽어요 😊

blanca 2021-08-26 10:15   좋아요 1 | URL
벼룩 이야기 ㅋㅋㅋ 아, 저 솔직히 지금은 못 사요. 양심불량 ㅋㅋㅋ 책탑 쌓여 있으니 좀 소진시키고요. ^^;; 위 댓글 읽고 빵 터져요. 나도 밥 하기 싫다 ㅋㅋㅋㅋ

persona 2021-08-26 23: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궁금했는데 후기 감사드립니다!^^

유부만두 2021-08-27 07:35   좋아요 0 | URL
여성 소설상 소식에 저도 궁금했거든요.

바람돌이 2021-08-27 01: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원서도 읽으시는 유부만두님 존경 존경!
저는 한국어를 좋아합니다. 한국어만.....ㅎㅎ

유부만두 2021-08-27 07:37   좋아요 1 | URL
저도 한국어를 좋아합니다.
외국어는 해외 거주 경험이랑 전공 공부 때문이에요. 다 몸으로 고생한 거라 .... 칭찬해주시면 아주 묘한 기분이 들어요. 근데 책읽기는 일단 (소설의 경우) 그 속으로 들어가면 언어는 이차적 문제가 되는 것 같아요. 거긴 이야기가 있고 또 제가 있고 (...아, 막 이런다 ....) 또 재미가 있으면 끝! 십점 만점의 십점이 되는 거죠.
 

이 작품을 처음 접한 건 작년 hulu에서 리즈 위더스푼 주연의 드라마 소식으로 였다. 원작이 중국계 미국인 셀레스트 잉의 두 번 째 소설 Little Fires Everywhere이다. 제목이나 드라마 예고에서 받은 인상은 중산층 가족 내부의 숨겨진 갈등과 상처, 대비되는 서민 가족, 더하기 유색인의 대안 가족 정도였다. 더 매콤하게 만든다면 백인 부촌의 살인사건과 불륜 정도겠고, 비슷한 드라마들이 우리나라의 초고층 고급 아파트에서도 만들어진다. 그래서 별 관심 없다가 .... 어쩌다.... 우연히 읽기 시작했는데 (바람 불던 지난 토요일, 도서관 신간 코너에서 우린 만났어요), 아, 이렇게 재미있을 일인가. 사흘 만에 완독하고 이 드라마를 어떻게 하면 볼 수 있을까, 검색중이다. 






오하이오 주의 한 부촌, 셰이커 빌리지는 20세기 초에 셰이커 교도들이 지상 낙원을 목표로 엄격한 규율과 선행을 바탕으로 건설한 지역이다. 1997년, 이젠 그 종교적 색은 많이 벗었지만 그 이름과 원칙은 남아서 깨끗하고 정돈된 거리 모습을 자랑한다. 아이들의 대학진학율은 높고 범죄나 인종차별은 먼 이야기다. 이들은 원칙적으로 '인종 문제'는 없다고 (백인 주민들은) 여기며 살고 있다. (셰이커 교도들의 별난 규율과 고아나 빈민을 향한 선행은 전에 읽은 Like the Willow Tree 에서도 만난 적이 있다. [알라딘서재]Like the Willow Tree (aladin.co.kr) 


1997년을 기억하는지? 응칠의 그 발랄한 부산 청소년들 말고도 Boyz to Men 이라던가, 르윈스키 스캔들로 클린턴 대통령이 청문회에 서고, 힐러리는 남편을 두둔했던 해. 티비 프로그램으론 ER과 길모어 걸스, 프랜즈가 대힛트 였던 그 90년대. 바로 그 90년대에, 셰이커 빌리지에서 리즈 위더스푼이 분한 엘레나 리처드슨은 로컬 신문사 기자이며 (조사와 과거 캐기가 그녀의 전문) 변호사 남편과 네 명의 십대 아이를 키우는 열혈 엄마이다. 이 지방에서 3대째 큰 집에서 살며 근처 주택을 저렴하게 세놓아 어려운 이들을 '돕는다'는 만족감으로 뿌듯해 한다. 그 셋집에 싱글맘 미아 워렌이 딸 펄(고1)을 데리고 이사온다. 


소설은 '누가 좋은 엄마인가?'를 끈질기게 묻는다. 엘레나 리처드슨과 엇나가는 막내 이지, 부모 뒤에서 사고를 치고 (멋대로) 수습하는 렉시. 미아 워렌과 다정하지만 비밀은 서로 나누지 않는 딸 펄, 가난한 중국계 이민자 베베와 유아 딸, 자식 말고 모든 걸 가진 린다 맥컬리와 중국계 입양아, 대리모를 섭외해서라도 '전통적 방식'으로 아이를 갖고 싶은 뉴욕의 부부. 딸의 인생과 진로에 대해서 조언과 지지를 해줄 방법을 몰랐던 어느 부모. 등등.


자신의 재산과 인맥, 선행이라는 명분으로 행하는 온갖 간섭과 갑질, 자신의 기준과 '편견'이 옳지 않을 수 없다는 곧고 단단한 자만심. 그 온갖 긍정주의의 97년. 미국은 세계의 중심이고 다른 '주변' 나라들의 자잘한 문화는 장식품이 되어 옆에 있으면 그만이었던 97년. 


부잣집 아이와 그 집 도우미의 아이들 사이의 (겉으론) 우정 이야기로 시작하기에 <노멀 피플> 생각도 났고 97년 미국에서 만났던 많은 한국계 입양아 꼬마들 (태극기 그려진 티셔츠를 입고 나이든 백인 양부모 손을 잡고 다니던)도 생각났다. 일부러 내 앞에선 지나치게 천천히 말을 해서 주위 사람들의 눈길을 끌거나 과장된 친절, 혹은 나에게만 건너뛰는 스몰토크 들도 잊히질 않는다. 그 백인 이미지에 너무나 찰떡인 리즈 위더스푼의 엘레나를 보고싶다. 또 보고싶지 않기도 하다. 아시안 대상 범죄 기사를 볼 때 이 책 내용을 겹쳐서 생각하게 된다. 트위터에서 만나는 저자 셀레스트 잉의 분노의 트윗(@pronounced_ing)도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저자의 심정을 상상하게 만든다. 작가의 첫 소설도 챙겨두었다. 이번엔 이민자 가족의 이야기가 중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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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rl, Woman, Other: A Novel (Booker Prize Winner) (Hardcover)
Bernardine Evaristo / Grove Press / 2019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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챕터1에서 스타일, 인물이 낯설어서 힘들었지만 역시 값진 조언 따르길 잘했다. 위아더 월드로 끝나서 좀 아쉽지만 할 말 다 하는 인물들과 많은 사건들로 정신없이 빠져서 읽었다. 커다란 연극 공연(!)을 참관한 기분. 토니 모리슨과 정세랑(?!)이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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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21-03-14 14: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처음에 집중이 안 되어 힘들어서 두 번이나 손에서 놨었는데, 누군가 좋다고 정말 좋다고 해줘서 다시 읽게 됐는데요. 우리 참 잘했다요.ㅋㅋ

유부만두 2021-03-14 23:28   좋아요 0 | URL
그쵸?! 우리 참 잘했죠? 겁먹었던 거에 비해서 ‘착하고 순한‘ 결말이었고요, 미국의 인종갈등과 비슷하면서 다른 느낌을 주는 것 같아요. 무엇보다 역동적인 등장인물들의 파란만장 인생사 문화사에 휩쓸리면서 읽었어요.

바람돌이 2021-03-14 16: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한글로 읽어보겠습니다. 설마 영어로도 읽으시는 분들이 계신데 한글로 못읽지는 않겠죠라고 미리 저에게 용기를.... ㅠ.ㅠ

유부만두 2021-03-14 23:30   좋아요 0 | URL
전 번역본 나오기 전에 사놓고 늦게나마 읽는거였고요;;;; 낯선 형식과 많은 등장인물들에 적응만 하시면 (챕터 2까지 꾹 참고 읽으시면) 복받으십니다. 용기! 내십시요!

단발머리 2021-03-14 19: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영어책 사놓고 한글책 준비해두었어요. 아직 시작 못 했는데 얼른 서둘러야겠어요 ㅎㅎㅎ

유부만두 2021-03-14 23:30   좋아요 0 | URL
네네, 첫 문지방이 높고 험난하지만 (단발님껜 껌일지도) 곧 그 열정적인 이야기에 빠지실겁니다. 고고!

psyche 2021-03-16 03: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도서관에서 차례가 되었다가 딴 짓하느라 못 읽고 반납되었는데... 다시 홀드해 놓아야겠다.
전에 동생집 에 한글책 주문해서 배달시켜 두었는데 도서관 책 기다렸다 안 일고 반납하고 이거 몇 번하다보면 결국 한국 가서 한글책 가져와 읽게 될 듯. ㅎㅎ

유부만두 2021-03-16 07:47   좋아요 0 | URL
ㅎㅎㅎ 다음 번에 대출하셔서 바로 완독해 버리실지도 몰라요.

유부만두 2021-03-16 07:15   좋아요 0 | URL
이 책은 여러 얼굴의 페미니즘 이야기를 이야기하는 중에 ‘엄마-아이‘ 관계를 비중있게 다뤄요. 그 관계가 비극인 경우가 많지만 아이를 갖고 낳고 키우고 버리고(?!) 하는 그 모든 게 얼마나 중요한지 계속 생각했어요. 혈연, 가족, 인연이 모여서 역사와 문화를 만들겠죠.

그나저나 언니 미나리 봤어요? 전 울거 같아서 (난 지금 한국에 살지만, 윤여정 배우가 우리 외할머니 많이 닮았거든요) 못 보겠어요. 스티븐 연이랑 윤여정 상탔으면 좋겠어요.

2021-03-16 08: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주인공인 댈러웨이 부인보다 주변 사람들의 속으로 하는 독백들이 더 흥미로웠다. 햇살이 부서지고 바람이 흩날리고 런던 거리를 공원을 11시, 11시반, 오후 2시 등 시계종이 울리고 이층 버스가 지나가는 초여름 6월을 상상했다. 런던, 지금은 락다운 이라는데. 


삼십 년 전, 전원 주택에서 친구들과의 추억을 떠올리고 생파를 준비하는 꽉채운 만 오십일 세의 (심장병 이력있는) 고위직 공무원의 사모님 클래리사 댈러웨이. 그녀의 파티에 옛친구들과 현재의 지인들, 남편 직장 동료에 심지어 수상까지 온다. 늦은 밤 바람에 커튼이 흔들리고 지친 댈러웨이 부인은 만족하며 하루를 마무리 한다. 그녀가 속물이라고 주위에서 비난하지만 그녀의 속내는 하루에도 순수의 들판을 달리기도 가족과 친구들을 염려하고 챙기기도 하느라 바쁘기만 했다. (난 아직 늙지 않았어, 라는 말에 읽으면서 나도 덩달아 울컥) 


그리고 한 남자는 생을 마무리 했다. 그가 겪는, 그가 혼자 듣고 보고 겪고 괴로워하는 생은 사랑하는 부인도 어찌할 수가, 그럴 틈이 없었다. 셉티무스, 마음이 아픕니다. 그의 곁에는 속물들이 있었다. 그런데 그 속물들이 절대적 악인이냐, 는 또 다른 문제이고요. 


더하기, 어디에나 있는 나이값 못하는 남자. 오십일세 육개월 먹고도 자기 나이의 절반되는 스물다섯의 유부녀와의 새인생을 꾸려볼까 궁리하면서 또 다른 백일몽을 꾸느라 어느 낯선 젊은 여자 뒤도 따라가고 주머니칼을 꼼지락 거리고 옛애인 앞에서 울기도 하는 피터. 무엇보다 식민지 인도에 가서 거들먹 거리면서 인생 허비했을 넘 피터. 어쩐지 이 사람이 낯익기도 한 느낌은 착각은 아니겠지요.


무엇보다 사랑. 여러 가지 모습과 빛깔과 의미의 사랑들이 매 장면마다 끼워져 있어서 반짝거린다. 향긋하고 뿌듯하고 투박하기도 한 다양한 사랑들. 그 사랑을 다시 생각하다가 .... 방금 떡볶기 먹으면서 읽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하권의 레트와 스칼렛의 격정 애로와 비교도 해봅니다. 이 ㅈㄹ 맞은 소설 얼렁 읽고 치워야지, 원. 


눈이 펑펑. 창문 잠깐 열어서 달아오른 오십일 세 아줌마의 두 볼을 좀 식혀야겠습니다. 아, 사랑이 문제야.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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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staff 2021-01-06 21:0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 전 댈러웨이는, 내용보다 문장이 문장을 엮어내는, 말 그대로 의식의 흐름이, 울프의 것이 조이스의 것보다 절대 뒤지지 않는다는 증거로 읽었는데요. 많이 읽지는 않았지만 울프의 작품 가운데 (우라질) 의식의 흐름 기법을 제일 많이 사용한 작품 같았습니다. 그래서 제가 제일 좋아하는 울프이기도 합지요. ^^;; (아쒸, 또 잘난 척했나벼. 에휴..... 이거 죽어야 고쳐.....)

유부만두 2021-01-06 21:12   좋아요 4 | URL
그쵸. 문장이 우아하게 읽히고 이미지들이 매끄럽게 이어져요. 제가 이거 읽고 제 의식도 꽤 잘 흐른다 깨달았어요. 그래서 프루스트 재도전! 하는거지요. 잘난척 하세요! 그러셔도 됩니다!

scott 2021-01-07 10:1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팔스타프님 잘난척은 대환영!! 조이스보다 훌륭하다는 말에 동감!영화가 원작에 깊이를 담고 있지 못했는데 울프에 작품은 올랜도를 비롯해 세기를 뛰어넘는 작품을 써낸 천재중에 천재라고 생각합니다.

유부만두 2021-01-07 08:46   좋아요 1 | URL
올랜도, 를 읽어볼 용기가 생기네요. ^^

Falstaff 2021-01-07 09:39   좋아요 1 | URL
에휴... 과찬이십니다.
울프 여사가 조이스보다 훌륭하다고는.... 안 했는데요, ㅋㅋㅋㅋ 스콧 님께서 울프 여사를 많이 좋아하시는 모양입니다. ^^
조이스하고 울프가 거의 동시에 소위 의식의 흐름이란 걸 사용하기 시작했는데, 누가 먼저냐는 건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게 제 생각입지요.
마치 미분법을 최초로 사용한 것이 뉴턴이냐 라이프니츠냐, 따지는 일이 불필요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제가 늘 주장하는 바입니다. ㅎㅎㅎㅎㅎ

비연 2021-01-07 01: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중학교 때 읽었는데.. 과연 제가 다 이해하고 읽었나 문득 궁금해지는. 격정 애로라는 유부만두님의 글을 읽고 나니. 흠..

유부만두 2021-01-07 08:48   좋아요 1 | URL
뭐 그런 로맨스 부분에 제가 그 책을 붙들고 있는지 모르겠어요;;;;
사회 정치 묘사 부분은 심하게 백인우월주의로 가득차 있거든요.
어제/오늘 미국 국회의사당 점거 뉴스 보면서 소설이 다시 떠올랐고요.

욕하면서 읽는다, 뭐 그런 심정입니다.

psyche 2021-01-07 10:1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진짜 오늘 일은...내가 미국에서 이런 일을 볼 줄이야. 정말 한심하고 화나고 속상하고 창피하고.ㅜㅜ 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읽지 말아야겠다. 넘 열받을 거 같아

유부만두 2021-01-07 12:02   좋아요 2 | URL
정말 어쩌다 이런 시기에 이 책을 제가 읽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하아.... 이 책에서 ‘남군‘의 명예를 위해서 어쩌고 하는 이야기를 읽다보면 오늘 뉴스의 그 폭도를 보는 것 같아요.

페넬로페 2021-01-08 12: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유부만두님은 책을 다 원서로 읽으시는거예요?
아, 친구하기 싫어요~~

유부만두 2021-01-08 17:17   좋아요 2 | URL
몇 권만 그래요. .... 그럼 친구 되나요? (두근두근)

페넬로페 2021-01-08 17:20   좋아요 2 | URL
ㅍㅎㅎ~~
벌써 친구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