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리가 이번에는 '투명인간'이 되었다. 이번에는. 지난번에는 납작인간이 되었던 스탠리가 다시 사고를 일으켰다. 투명인간 소설은 어찌 되었더라, 어른용 이야기였으니 비극으로 엉망진창이 되었을텐데.

 

스탠리는 동생 아서랑 사이좋게 재미있게 사는 사인가족의 초등학생 맏아들. 투명인간이 되자 비명을 지르거나 울어버리는 대신 엄마와 아빠는 아들 얼굴을 그린 풍선을 준비해서 스탠리가 들고 다니게 한다. 학교도 가도 산책도 하고 일상생활을 유지하려 애쓰는 와중에 동생 아서가 형에게 관심이 쏠려서 소외감을 느낄까 배려한다. 투명인간으로 훔쳐보기나 몰래하기 대신 남을 돕는 스탠리, 알면서도 모르는척 해주는 부모님. 티비 토크쇼에도 나가는데 보이지 않는 형 대신 아서가 귀여운 학예회를 펼친다. (시청자 계시판이 있었으면 터졌을...)

 

클라이막스, 여장 은행강도를 잡는 데 활약하는 스탠리. 아니, 그럼 여자라고 도둑질을 하지못하는 법은 없지만, 이런.... 주작을 하는 남자 도둑넘들!

 

 

그리고 점차 힘들어하는 스탠리를 원래대로 돌려놓으려 애쓰는 가족들. 똘똘 힘을 합치는 가족들이 준비하는 거슨!!!  여러분, 한밤중에 야식 먹지 말아요, 라는 교훈을 남기는 동화책이다. 이 책을 아침에 읽은 것은, 새벽 4시반에 깨어서 물 한 잔만 마시고 다시 잠자리에 든 나님을 칭찬하기 위해서 입니다. 잘했어, 만두! 칭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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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yche 2018-06-22 16: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Flat Stanley 옛날에 엠군이 좋아하던 시리즈!

유부만두 2018-06-23 08:59   좋아요 0 | URL
검증된 책이군요!

전 스탠리네 엄마 아빠가 ‘위기‘에 대응하는 방식이 맘에 들었어요. 절대 흥분 안하고 아이에게 화내지 않아요. 그리고 시침 뚝 떼고 일상을 이어가죠. 이런 부모는 미국 아니라 달나라에도 없을 것 같지만. ^^
 

이현 작가의 단편집에서 골라읽었다. '봄날에도 흰곰은 춥다'. 학기가 시작한 지 한달, 아직도 전학을 갈껄, 후회하는 동민이. 괜한 시비를 거는 반장 창식이가 미워죽겠다. 사소하게 말다툼을 하는데 사정을 모르는 담임은 동민이만 혼내고 벌청소를 준다. 늦게 돌아간 집은 반지하, 아빠는 지친 얼굴로 동민이를 맞는다. 엄마가 보고 싶다. 지방 친척네 식당일을 도우러 떠난 엄마.

 

아빠의 실직과 경제적인 이유로 엄마가 지방으로 일하러 가고, 아빠는 병마에 시달리거나 술을 마시는 반지하 집, 그곳에 홀로 있는 아이.....를 또 만났다. 이런. 어디라도 지붕만 있으면 밥먹고 학교 가니까 공부 잘하고 쑥쑥 커서 의사 판사 될거라고 믿고 싶은 ....의사 판사 아닌 어른들. 임금을 떼어먹히고도 분해서 소리 제대로 지르지 못하는 사람들. 동민이 친구 태식이는 자라서 어른이 되겠지. 동민이 아빠 같은 어른이 되겠지, 퉁퉁한 비곗살 몸에 힘이 없어서 근육통에 시달리며 파스나 붙이고, 밥 대신 라면이나 먹고, 아이에겐 '판사가 되어서 정의를 구현하라'고 하소연 하는 ,고작 그런 흰곰이 되겠지. 새벽 잠결에 부엌에서 소주를 따라마시며 으헉으헉 우는 흰곰을 보고, 그 흰곰의 등짝이 서러워서 동민이도 운다.

 

소설 속 아이의 가난에는 해법이 없다. 아이 주변에 기댈 어른이라도 있으면 다행인데, 초등 5학년 열두살 소년에게 하루 오천원 주는 알바가 고작이다. 엄마가 전화라도 자주 해주면 좋을텐데. 아빠랑 셋이 다함께 그 식당이 있다는 지방으로 가면 안될까요. 할머니 병원을 챙겨야하니 그것도 어렵겠구나. 그것도 아니면 창식이네 지하실 방에서 이사만 나갔으면 좋겠는데, 어른들 사정이 따로 있겠지. 돈이 웬수다. 해도 소용없는 말. 이런 처지의 아이가 이 책을 읽으면 괴롭고 속상할테고, 편한 사정의 아이들이 읽으면 불쌍하기라도 할까. 불쌍하면 그 동정은 뭐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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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yche 2018-06-21 1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도 안 읽었는데 가슴이 답답해져 ㅜㅜ

라로 2018-06-21 15:48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ㅠㅠ

유부만두 2018-06-23 08:59   좋아요 0 | URL
애들 고생시키는 이야기는 읽기 힘들어요.
 

막내에게 추월당했다. 나보다 먼저 어슐러 르 귄 소설을 읽다니. 얕보고 훈수 두었던 일을 반성한다. 르귄의 동화라니 고양이, 한 마리도 아니고 네 마리에게 (그리고 한 마리 더) 날개를 달아놓다니. 이런 판타스틱한 이야기가!

 

그런데! 판타지를 향한 내 기대를 꺾듯이 이 날고양이들은 의외로 현실세계에서 산다. 비현실적으로 보이는 것이라고는 고양이들 등에 달린 날개뿐. 도시의 쓰레기통 옆에서 태어나 길고양이로 사는 고달픔, 엄마의 다정함, 그리고 적대적인 다른 동물들과 인간들 모두 현실세계에서 나왔다. 여느 고양이처럼 날개 없는 제인 부인 고양이는 훨훨 날아서 힘든 도시 생활을 벗어나는 '태몽'을 꾼 후에 날개를 단 네 아이 고양이를 낳았다. 철새가 아비라는 둥, 시덥잖은 이웃들의 농을 무시하고 살뜰하게 아기들을 키운 엄마 제인 부인. 아기들에게 이제 멀리 떠나라고, 독립하라고, 도시를 벗어나 살라고 말한다. 어설픈 날개짓과 통통한 몸의 네 마리 고양이들은 도시를 건너고 공장 지대를 지나 숲으로 들어간다. 하지만 숲이라고 마냥 고양이들을 환영할 리는 없다. 고양이들을 거부하고 공격하는 이들이 있다. 다행히 '다정한 손'을 만나서 발라당 누워버리는 행복을 찾는 고양이들. 그러다 엄마가 보고 싶어져서 도시로 가는데 ...

 

네 마리의 날고양이들 외에도 검은 날고양이 제인과 혼자 잘난 집고양이 알렉산더도 나온다. 고양이 시선을 어린이 독자들이 감당할 만한 긴장과 흥미 수준을 지키며 그려내고 있다. 어린 제인이 겪는 트라우마와 후반부 모험담이 꽤 흥미롭지만 현실세계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인간은 괴물이기도 천사이기도 하고 날고양이들은 게으를만큼 '안락'에 쉽게 정착해 버리지만 이야기 흐름은 세련되게 독자를 이끈다. 모험은 그치지 않는다. 하지만 편안함과 가족의 사랑을 희생할 필요는 없다. 안전한 모험담, 고양이가 함께 한다, 야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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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18-06-16 1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다 읽어보고 싶어지는군요! ㅎㅎ

유부만두 2018-06-16 13:12   좋아요 0 | URL
귀엽고 재미 있는 모험담입니다. 저희집 아이는 다양성 포용이라는 주제 숙제로 읽었는데 재미가 주제를 이겨버림;;

psyche 2018-06-19 0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catwings! 전에 한인 학부모회에서 북클럽 만들때 추천도서로 골랐던 책이었는데. 반갑네~

유부만두 2018-06-23 09:01   좋아요 0 | URL
언니도 알고 계신 책이네요. 전 이번에 르귄이 동화도 쓴 걸 처음 알았죠.
대가는 동화도 잘 쓴다! 감탄했어요. (라지만 어른용 소설도 사두기만 했...)
 

이현 작가의 단편집 제일 앞에 실려있는 '우리들의 움직이는 성'을 읽었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 애니매이션이 자동 연상되는 제목은 6학년 봄,자신은 '지극 평범' 그 자체라고 생각하는 현경이의 이야기다. 2학년때 전학갔던 아이 상우가 5학년 2학기때 돌아오고 지금은 한반이다. 예전의 울보꼬마는 없어지고 키도 크고 듬직하며 책도 읽는 멋진 아이가 되어있다. 그런데 상우가 '사귀자'며 문자를 보내고 엉겹결에 그러기로 했다. 둘이서만 비밀로.

 

6학년인 우리집 막내는 지난 겨울방학 이후로 키가 쑥쑥 크고 있다. 형 제대 전에 형보다 더 커버릴것만 같아서 일등병은 나라 지키느라 동생 견제하느라 바쁘다. 손과 발이 비율에 맞지 않게 커서 우스꽝 스럽기도 하지만 (하지현 샘 책 '지금 독립하는 중입니다' 에 보면 그렇게 크는거라고 나옴) 변성기 목소리로 '엄마....' 할 땐 징그럽기도, 섭섭하고 아쉽기도 하다. 아, 이 아이도 이렇게 크는구나. 그럼 그 다음엔.... 중2병과 미친 사춘기구나. 수염도 올라오고 있으니 ... 걱정과 고민이 늘어나지만 안그런척, 아이가 혼자 태블릿 기계로 유툽을 볼 때면 옆에서 슬쩍 엿보거나 나중에 검색기록을 뒤진다. 아이야, 네가 자라는 것이 당연하지만 더럽고 지저분한 걸 네 눈과 머리에 넣지 말아줘.

 

'하울의 움직이는 城'에서 하늘을 걷는 하울과 소피처럼, 그날 오후 소파 위에 나란히 앉은 현경이와 상우. 그리고 깜짝 놀랄 사건. 우리들의 움직이는 性. 엄마와 성애 언니의 참견과 눈치도 힘들고, 변해버리는 자신과 상우의 모습과 관계도 버거운데 봄날 우수수 떨어지는 벚꽃잎 처럼, 한바탕 웃음으로 현경이는 '울보 땅꼬마' 상우를 기억해낸다. 하울이 소피의 모습을 알아봐준 것 처럼. 푸른 봄, 계속 자라나는 아이들, 그 안에 작은 꼬마를 불러낼 수 있다면 그리고 지금 훌쩍 큰 덩치와 만나게 해 준다면 다들 덜 힘들지도 모르겠다. 현경이나 상우의 고민은 해결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건 이 아이들 몫이다. 쑥쑥 크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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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12 16: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6-13 07: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psyche 2018-06-19 0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집 J양이 동생 N양이 쑥쑥 자랄때 그랬었지. 너 크려면 나보다 확 커. 어설프게 1인치 이정도 차이나지 말고. 그랬는데 결국 J 랑 N의 키차이가 딱 1인치 ㅎㅎ
이상하게 동성의 형제가 있으면 둘째가 첫째보다 큰 경우가 많더라구. 나도 그렇거든.
중2와 미친 사춘기...그분은 왜이리 자주 오시는지 흑 할말이 많아 ㅠㅠ 딸들이 얼마나 착했는지 뒤늦게 깨닫는 중

유부만두 2018-06-23 09:04   좋아요 0 | URL
하아......사춘기는 ... 네버 엔딩인가요....
이제 시작인 막둥이를 어찌 감당할지 엄두가 안 나요. ㅜ ㅜ
일단 싸우려면 체력을 길러야 합니다.
 

벌써 삼년 전.... 애니매이션 '어린왕자'를 보면서 서점에 들러 책을 샀다. 영화는 어린왕자 그 이후의 이야기, 노인이 된 비행사 옆집에 사는 소녀가 등장한다. 공부 공부 공부로 빡빡하게 시간표 대로 성공을 향해 살아가는 아이. 우연히 옆집 (미친) 할아버지와 함께 비행기를 타고 모험에 나선다. (아, 여기서 엄마니까 불안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고요)

 

 

 

어린왕자가 들렀던 별들의 주민들은 여전한, 혹은 더 심한 어른의 모습으로 쩔어있고, 어린 왕자도 예전의 그 순수한 마음과 외모, 심지어 자신의 아이덴디티도 잊고 매일 매일 살아가고 있었다. 소녀는 그를 원래의 신분/마음/의미로 돌이킬 수 있을까. 있지, 아무렴. 영환데. 그리고 소녀도 꾿꾿하게 학원이랑 과외 시간표를 부숴버린다. 그리고, 그 이후엔? 자신을 믿고 순수함을 지키며 재미있게 사는 인생을 만들겠지.

 

 

영화 스틸컷을 이용한 책은 원작의 글을 실어 '오리지널'을 만든다. 아름다운 사진. 이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선 엄마의 눈으로 발견하는 '어린왕자'의 낭만적인 비극성. 그 책임감 없는 심미주의. 아이는 결국 자기 별로 갔을까. 반짝이는 빛, 노란 뱀. 모래 가득한 사막. 왜 비행사는 아이를 내버려두었는지. 양 굴레를 그려주겠다는 약속도 지키지 못한 비행사. 그가 야간비행을 하다 폭풍우 검은 구름 위, 저 창공에서 다시 그 빛을 만날 것을 이미 알았는지도 몰라.

 

 

책 내용과 그림을 음미하며 덮을....때, 파본인지 저자/역자 명이 거꾸로 인쇄된 면을 만났다. 아, 마지막이 중요한데 말입니다.

 

 

자리에서 일어나서 어린왕자의 별처럼 생긴 병아리콩을 삶는다. 몸이 좀 가벼워져야 별엘 가든, 계단을 오르든 할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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