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은 애매하다. 아직 초등학생 태를 벗지 않았는데 덩치는 비율을 무시하며 자라나고 모든 걸 다 알아서 세상이 걱정이다. 세계를 챙기느라 내 물건을 자꾸 흘리고 다닌다. 지구 온난화도 걱정인데 게임 레벨 근심으로 잠이 오질 않는다. 주변의 고민들을 나누려는 마음도 크지만 정작 가족에겐 무심하다. 이 아이들 처럼.
승지는 중1, 바닷가의 소도시에 산다. 셜록처럼 명탐정이 되고 싶지만 성姓이 '맹'이라 안타깝다. 승지 주변 후배(초5), 선배(중3), 친구들의 사건이라기 보다는 고민을 들어주고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해준다. 그 와중에 본인의 고민은 점점 커져만 간다. 이야기 속 가족의 모습이 다양하고 저마다 크고 더 큰 고민들을 안고 있다. 모두 해결을 할 수도, 정답이 하나만 있지도 않다. 승지와 할머니의 쿨시크한 대화는 언뜻 '여름의 책'의 소피와 할머니가 떠오르기도 하지만 승지의 마음처럼 이야기는 널을 뛴다. 읽는 내내 승지의 성격이 신기했다. 정말 사람들이 아이에게 자신의 고민, 부모와의 문제를 상의할까. 특히 마지막 챕터 용우의 고민은 더 세심하게 다루어야하지 않나 아쉽다. 고정관념과 전형적 모습을 벗어나려 애쓴 흔적이 많이 보이지만 그만큼 인물과 이야기 전개 방식이 거칠다. 결국 명문대와 의사, 건물주는 인생의 선택에서 얼마나 수월한가. 앞으로도 승지 가족은 계속 변화를 겪겠지. 승지 본인도 성장할테고.
중1 탐정은 승지 말고 또 있다. 이번에도 여학생, 율무다. 율무는 1학년 2학기에 전학 온 독고솜을 주의 깊게 관찰(탐정의 덕목이자 자세)하고 '여왕' 태희'와 아이들이 솜이를 괴롭히는 것을 알아챈다. 그리고 '사건'에 개입하며 솜이와 친구가 된다. 솜이가 좋아서. 율무는 솜이의 정체와 태희와 얽힌 감정의 타래를 무리해서 풀려 하지 않는다. 결자해지. 태희는 태희대로 솜이는 솜이 대로 이해하고 행동한다. 승지 이야기보다 율무 이야기는 더 매끄럽고 있을 법한 흐름....이기는 커녕 이번엔 마녀가 나온다니까?! 정말로. (프란체스카! 돌아왔는가요?!) 맹탐정 과는 다르게 혼자 일하는 스타일의 율무는 더 세심하게 움직인다. 선뜻 손을 내밀지만 무리하지 않는다. 조용한 친구 영미의 사정을 알듯 말듯 기다린다. 이 이야기에도 가족의 고민, 더 구체적으로는 폭력,이 나온다. 그 해법이 이리 '마술'처럼 생겨나지 않을 건 모두가 안다. 그래도 아이들이 다치지 않으면 좋겠다. 여기엔 설명하지 않고 슬쩍 놓아두는 이야기 조각들이 많다. 그걸 굳이 다 짹짹거리지 않아도 율무나 그 친구들, 그리고 독자 (아줌마)는 다 알고 있지. 아이들이 커플처럼 둘씩 짝지어 움직이는 것도 흥미로웠다. 하지만 여왕, 이라거나 아줌마들의 패거리 '자기야' 문화 묘사는 아쉽다. 스카이 캐슬은 어디나 있는 건가요. 긴장 요소 (태희의 오빠)가 극으로 치닫지않아서 안심했다. 승지네에서도 긴장은 남성 인물이 만들어냈는데 흠.... 그런데 요즘 중학생들이 탐정 놀이를 이렇게 표나게 할까, 싶다. 그게 자꾸 거슬리던데. 하지만 나는 그러니까... 솜이가 손을 잡아준다면 잠시, 어쩌면 1분 기록을 세우면서 내 마음도 편안해지지 않을까. 오늘 아침은 솜이가 좋아하는 고구마.
덧: 사건(고민) 해결 보수로 문화상품권을 받은 승지는 책을 사려고 했던 마음을 바꾼다. 도서관에서 '빌려 읽을 수 있는 책을 굳이 문화상품권을 쓸 필요가 있을까?'라는 생각에서다. 이런 주인공이 나오는 청소년 도서라 더 정이 안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