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지 아이들에서 엮은 일곱 명의 작가의 일곱 단편. 정말 아롱다롱 색색가지 이야기들이다. 아주 재미있지는 않음.

 

표제작인 배미주 작가의 '천둥 치던 날'의 환상 장면, 꿈인지 비밀의 장소인지 모를 놀이터 옆이 인상적이다. 그리고 이성숙 작가의 '이건 비밀이야, 비밀'은 살짝 괴기 공포 색깔을 더할 수도 있어서 흥미로웠다. 처음에 실린 김려령 작가의 '앙큼한 일곱 살'은 너무 매끄러워서 앙큼하고 유영소 작가의 '바나나우유 형'은 뭔가 어정쩡했다. 초등 4학년 막내에겐 '이건 비밀이야, 비밀'만 읽어보라 했는데, 역시 그 숨어있는 괴기 코드를 알아보았다. 그런데 그 흰토끼 결국 어디에 있는걸까.

 

현실을 배경으로 초등학생 주인공들이 나와도 작위적인 이야기들은 영 겉도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두근두근 장똥구'는 제일 별로. 예쁜 여선생님의 장난인지 뭔지, 끼부리는 설정이 싫다. 남자 선생님이 이렇게 여학생을 대한다면 구설수에 올랐을테지만 자기가 예쁘고 젊다는 걸 의식하는 여선생님의 모습은, 그 자체로 정형화된 여성이라 작가의 단순한 시선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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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사이에 벚꽃이 만발했는데 안타까운 봄비로 꽃잎이 떨어지는 일요일, 막내와 동네 도서관에 갔다. 막내가 개콘 코미디 책이랑 야구 책을 찾아서 읽는 사이, 나는 다리 쭉 펴고 그림책 방에 앉아서 그림책을 읽었다.

 

 

전형적인 문화 틀에 맞춘 등교길이 아니라 좋다, 고 생각하려는 순간, 케냐 어린이는 등교길에 들판에서 기린을 만나고 미국 어린이는 자동차 안에서 게임을 합니다... 여러 나라의 여러 아이들의 여러 등교 풍경을 보여주려 했겠지만, 국적이 어떤 모습을 이미 가지고 있으니 아프리카 대륙의 아이는 기린을, 오스트리아의 어린이는 스쿨버스에서도 부메랑을, 동남아시아의 어린이는 바나나 농장과 코끼리를 만나야 한다. 그나마 한국의 어린이가 태권도를 하거나 말춤을 추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다.

 

 

서정오 선생님의 우리 설화 그림책이다. 환락궁이에 나왔던 살살이꽃도 나온다. (네, 스포입니다. 죄송합니다.)

십 년 넘게 아이 없는 부부 (천상의 칠성, 땅의 여인 부부)가 지성을 드려 일곱 아들을 얻자 남편은 기겁을 하고 도망가 버린다. (옷없어 못키우고 쌀없어 못키우겠다) 그리고 천상으로 가서 새장가를 가는 막장 드라마를 찍으심. 아이들이 커가다 '후레자식' 소리에 아버지의 존재를 듣게 되고 아버지를 찾아 길을 나서는데 (이때, 이미 이별의 순간에 찢어 두었던 아버지의 옷 자락을 증표로 준비함) 아버지 집앞에선 쌀도, 옷도, 돈도 다 거절하고 (거지가 아니니 필요없지) 칠성을 대면하곤 '우리가 아들들이에요' 라고 보이그룹 스케일의 인사를 한다. 당연 새어머니는 분해서 앓아눕고 아버지의 짧은 사랑을 받는가 싶다가 새어머니의 계략으로 죽으려 숲으로 숨어드는 일곱 아이들. 그러나 선함은 이기기에 아이들은 살아남고 새어머니는 분해서 펄펄 뛰다가 개구리, 뱀, 땅으로 벅벅 기는 두더지가 되어버린다. (네~ 천상에서요.) 그리고 이제 아버지와 일곱 아들은 땅으로 와 어머니를 찾는데, 앗, 어머니는 기다리던 아들들의 소식이 끊기자 강에 몸을 던지셨... ㅠ ㅠ 하지만 효성 지극한 아들들의 기도 덕에 천상의 살살이 꽃, 뼈꽃...등등이 내려와 어머니를 살리고 천상의 전남편도 재결합을 원한다. 일곱 아들들은 하늘로 올라가 북두칠성이 되었습....니다. (이거 우리나라 전래동화 맞습니다. 북유럽신화 혹은 별자리 동화, 아니면 그리스 로마 신화 생각이 떠오르는 건 제 착각일겁니다) 천상과 땅, 신분의 차이르 무릅쓰고 한 결혼에 아이가 일곱 태어나자 책임 지는 대신 도망가서 새장가를 드는 남자. 거기에 찾아오는 아이들과 새부인 사이 중재를 하기는 커녕, 책임 지지 않고 변명만 하다가 새부인을 결국 죽게 만드는 남자. (내용상 이 남자의 재산은 새부인의 집안 재산이었을 듯) 그동안 전부인은 몰라라 하다가 나중에야 만나지만 그 부인의 부활(혹은 재활)은 아들들이 맡았고 뒤에 숨어만 있다가 부인과 재결합 하게되자 아이들은 별자리가 되니 책임질 일은 더 없게되었다. 하, 뭐 이런 인간이, 아니 천상남자가....(칠성...) 네, 어린이용 그림책입니다.

 

 

별자리 신화에서 막장 드라마를 읽고 분노하다 현실적 소재의 그림책을 펼치고는 다시 웃을 수 있었다. 엄마 아빠 둘다 일하는 가족. 아이를 맡길 데가 없어서 셋을 다 안고 업고 오토바이에 타서 일터로 집으로 다닌다. 엄마 등에 매달린 셋째의 뚱한 표정이 너무 사랑스럽다 (앗, 부님의 예쁜 아가 사진이 떠올랐습니다) 아빠가 한동안 건설현장에 가있는 동안 오토바이는 서있고 아빠 걱정이 되지만 아빠가 다시 오시자 환한 엄마 아빠 표정에 색색 풍선이 날리면서 온가족은 처음으로 노동 현장이 아닌 나들이를 간다. 하루하루가 어렵지만 이 아빠는 가족을 책임지려하고 엄마도 함께 일하며 아이들은 부모를 믿고 사랑한다. 이 아빠는 도망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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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미경 작가의 단편집이다. 맨 처음에 실린 <혀를 사왔지>를 작년에 읽고 뜨악한 마음에 얌전히 책꽂이에 두었다가 김지은 선생님의 평론집 <거짓말 하는 어른>에 소개된 다른 이야기를 읽으려고 다시 열었다. 표제작인 <돌 씹어먹는 아이>는 <혀~> 보다는 덜 무서웠지만 역시나 강렬하고도 멋진 이야기다. 하지만 왠지 우리집 4학년 어린이에게는 조금 어렵지 않을까, 싶기도 한데, <자구는 동그랗고> 와 <나를 데리러 온 고양이 부부>를 읽고 나서는 역시나, 이 책은 막내가 아니라 바로 나를 위한 책이라고 결론내렸다.

 

이야기는 깊고 진하고 멋지다. 잔인하고 강한데 나를 흔들기도 했다. 단순히 동화라는 틀에서만 생각하기에는 너무나 큰 폭을 보여주는 이야기인데 등장하는 어린이들이 덤덤하고 쿨하게 생활하고 있어서 놀랍다. 이 이야기가 어떤 비밀의 문을 열어버리는 기분이 들어서 막내에게 권하기가 조심스럽다. 그냥 나 혼자 가끔씩 몰래 읽어야겠다. 멋져서 나 혼자만 알아 두고싶다. 송.미.경.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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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yche 2016-03-14 2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떤 책인지 궁금해. 한번 읽어보고싶다.

유부만두 2016-03-15 07:16   좋아요 0 | URL
여름에 가져갈게요~

psyche 2016-03-15 07: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짜? 고마워!!
 

과거로 돌아가 끔찍한 사건을 막아낼 수 있다면, 그 끔찍한 일이 일어나기 직전으로 돌아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구할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시간여행 관련 영화나 책을 볼 때면 종종 상상하곤 한다. 내가 했던 멍청한 결정들, 그래서 벌어진 끔찍한 일들. 하지만 이젠 어쩔 수 없지.

 

이 책에서 네 명의 초등 6학년 어린이들은 신기한 고양이 그림이 그려진 시계를 받고, 과거로 돌아간다. 그 끔찍한 일이 막 벌어지려는 순간에. (스포는 나쁩니다요) 어린이가 주인공이니 고민도 어린이의 수준에 맞추었겠지만, 초등 3학년생인 우리집 막내가 흥미진진해 하며 읽는걸 보니 6학년생들에게는 조금 시시할지도 모르겠다. 자기 잘못이라는 생각, 어린이들이 가족 문제에 갖는다는 죄책감이 유난히 강조되는 이야기들이다. 아이들이 무슨 죄가 있고 무슨 힘이 있다고 6학년 아이들이 더 어릴 적 자신의 행동을 곱씹는다. 부모의 눈으로 읽자니 울컥하게 되는 부분이 많다. 특히 희주 이야기. 하지만 세은이의 경우, 왕따, 라는 문제는 조금 더 세심한 접근이 필요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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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 따개비 한문숙어 1
오원석 지음 / 늘푸른아이들 / 2002년 11월
평점 :
판매완료


표지가 찢어지고 수선한 책인데 '새책 같다'고 표시가 되어있다. 내용이 좋고 아이 마음에 들어서... 반품하지 않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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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15-10-06 18: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내용은 별 넷인데.... (억지 설정이 많음)

알라딘고객센터 2015-10-13 18: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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