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기를 슬슬 손에서 놓는 나이, 오학년 막내를 위해 (라고 쓰지만 저는 어린이책, 청소년책 좋아합니다) 동화를 요즘 열심히 찾아보고 있다. 진짜 재미있는 책을, 교훈적이(기만 하)거나 중학교 준비용인 책은 말고, 이야기가 좋은 책을 건네주면 아이도 몰입해서 읽기 때문이다. 읽기도 습관이라 안읽어 버릇하면 책읽기를 그저 숙제나 싫은 것, 아니면 엄마 처럼 심심한 어른들만 하는 것으로 알까봐. 추천을 많이 받은 '사자왕 형제'는 두어 챕터 읽더니 던져놓더라. 왜? 모른다. 나도 아직 안 읽어본 책이라. 읽어보지 않은 책을 건네는 건 옳지 않다고 새삼 생각했다.

 

동화책 추천은 어린이책 평론이나 서점 후기등을 참고하고 있다. '달님 안녕'도 그렇게 만났고 백희나 작가도 마찬가지. 아이를 위하는 책읽기라지만 어쩔 수 없이 어른, 부모의 눈으로 읽고 있고 그런 만큼 세상의 부조리가 더 아프게 보인다. 짧고 쉬운 문장과 그림들 덕에 책 한 권을 빠른 속도로 읽어낼 수 있기에 아이가 빛나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건 덤. "벌써 다 읽었어요?" 아이가 읽은 후엔 함께 이야기 나눌 수도 있다. 흠...한 1분 30초쯤.  

 

알라딘 들어온 김에 동화책 감상을 몇줄 만이라도 남겨야지...

 

착한 이야기가 자연스러운 감동을 불러일으키는데 역시나 이건 엄마의 눈으로 읽은 감상. 아이도 좋아한 책이지만 그 사이사이 숨겨진 주인공의 실생활 디테일은 놓치는 듯.

동구를 만난다면 머리 한 번 쓰다듬어 주고 싶다. 요새도 구슬치기 좋아하니? 라고 물어도 보고.

 

 

 

 

 

엄마들을 위한 개그 그림책. 귀엽고 웃긴 아이.

이런 경험 없이 자라는 아이는 없겠지. 예전 드라마에서 해외입양된 사람이 생모를 찾으러 다니며 자신의 어릴적 기억, 그리고 유일하게 아는 한국어를 말한다. '만세'.... 엄마가 옷 갈아입히면서 했던 말, 만세. 옷 갈아 입히고 씻기고 안아주는 그 셋트의 단어, 만세가 생각났다.

 

 

그러하다. 나는 백희나 선생님을 애정한다. 이 힙하고 쿨하고 뭉클하고 웃기기도 한 이야기를 기쁘게도 내 아이는 아주 영할 때 읽는다. 나랑 같이 읽는데 책장 넘기는 속도는 아이가 더 빨라서 조금 싸웠다.

 

 

 

 

 

 

색연필로 그렸다고 들었다. 수채화나 인형 사진과는 다른 느낌.

혼자 사는 할머니와 강아지. 그리고 다니러온 손자와 며느리.

며느리의 눈으로 읽자니 할머니와 함께 여행하자는 손자의 말이 부담스럽다. 다가오는 5월 연휴를 할머니 댁에서 보내자는 우리집 막내의 말에 '아...할머니 할아버지 힘드셔'라고 나도 말했기 때문이다. 내가 할머니가 된다면. 나는 아주 가끔씩만 손주들이랑 놀고 싶을것 같은데. 아이들이 등교한 월요일이 이렇게 좋은걸 보면. 이 그림책 할머니처럼. 할머니는 혼자서 강아지와 휴가를 즐기신다. 절대 며느리에게 '얘야, 옆집 김여사는 일본 여행을 갔다왔댄다. 아들이 보내줬대." 같은 말은 안한다.

 

표지와 제목만 보고는 해외 번역 동화인줄 알았는데, 우리 작가의 작품이다. 작은 시골학교, 선생님들이 금방 떠나버리는 학교. 4학년 진경이네는 염소 음식점을, 그위 산에 사는 찬이네는 농장을 한다. 공부 못하는 것 빼고 나무랄 데 없는 (심지어 구릿빛 피부의 훈남) 찬이는 새로 부임한 '연희 쌤'의 넘치는 의욕에 고난을 겪는다. 매일 숙제에 외우기에 시험...밝던 찬이와 아이들은 어두워지고 그 모든 걸 지켜보는 우등생 진경이는 (상처 받은 기억을 안고) 불신만 키운다. 뻔하게 흘러가지 않고 질척거리지도 않아서 좋다. 원래 나쁘지는 않지만 이 천진난만한 노오오력 주장파 초짜 쌤 연희씨. 막둥이 저학년 때 선생님 생각이 나서 쓴웃음이 났다. 하아... 뭐랄까, 이 무경험+무신경함의 자신감 충만은...

 

 

 

이야기책은 아니고, 동물 보호센터에 관한 그림책.

과학의 달을 맞이하여 읽어봄.

 

 

 

 

 

 

6학년 여자아이와 중학생 언니가 있는 4인가족이 겪는 이야기. 농촌에서 경제적 이유로 수원 친척집으로 이사했는데 병원의 출입금지 구역, 직원용 공간의 한 칸 방에 살게 된 진솔이. 자기 공간이 없어서, 학교서나 병원에서나 주눅 들어 산다. 언니는 한창 사춘기라 마음 줄 상대를 찾느라 바쁘고. 상황이나 전개 방식은 섬세한 6학년 여학생이어야 따라가며 읽을 것 같다. 강한 설정도 몇 군데 보이지만 결말은 동화처럼 끝난다. 기대가 컸는지 실망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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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이 일어날듯 하다가 비켜가는데 그 긴장감이 보통이 아니다. 어린아이의 시선으로 보면 커다란 비극일 수도 있고, 어쩌면 사건 자체를 눈치 못챌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야기 속의 아이들은 아주 섬세하고 민감해서 상처받고있다. 화해나 마무리는 독자 몫으로 남았는데 어쩌지, 어쩌지, 하는 기분이 든다.

 

 

 

 

 

 

 

 

 

이렇게 가슴 아픈 이야기를 어린이 주인공으로 (비록 6학년이라 해도 ...) 혼자, 그 짐을 다 지우다니. 힘겹게 겨우겨우 읽었다. 해피 엔딩이긴 한데, 그 이후에도 공주의 삶이 아주 편안하지는 않을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 막내에겐 내년쯤, 아니면 그후에 읽히고 싶다. ... 그런데 아이가 읽어버렸네..아주 몰입해서, 이야기 속에 쑥 빠져 들어서 읽어내려갔다. 독후감 써야 해요? 라고 묻는 아이에게, 아니, 그냥 네 마음에 책 읽은 거 담고 생각 하면 될거야. 라고 해줬다. 그래야 책을 더 마음에 품을 수 있을 것 같아서. 추천하고 싶은 이야기.

 

 

 

 

 

설화를 모아놓은듯 한 동화집. 우리 전래동화와 비교해서 살짝 그 정서가 달라서 조금은 당황하면서 읽었다. 권선징악이긴한데 뭔가 찜찜하고...보은하는 이야기에도 뒷통수를 맞는 기분이랄까....러일전쟁이 언급되어서 찜찜했다. 일본 동화에서 여우는 우리네 보다는 더 사랑받는듯. 장갑 이야기가 제일 좋긴했는데, 역시 변신하는 여우는 으스스하다.

 

 

 

 

 

 

 

말 못알아 듣는 엄마, 때리는 엄마, 혼내는 엄마, 바빠서 비오는 날에 마중오지 못하는 엄마.....그래도 깡총거리는 아이들. 아빠보다 엄마를 더 찾는 저학년용 이야기라서인지 엄마들이 던지는 그림자가 짙고 크다. 그래도 아이들은 자란다. 무럭무럭. 엄마들은 그 원망을 먹는다. 꾸역꾸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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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실직 후 집을 나가고, 소년은 임신 중인 엄마와 모텔로 거처를 옮긴다. 소란하고 가난한 사람들, 두렵고 거친 사람들 사이에서 불안한 생활을 이어가던 어느날, 엄마 마저 사라져 버린다. 소년은 근처 공원으로 가서 노숙자들과 몇주 생활하는데 그 묘사가 어린이용이라고 여기기 어렵게 아프고 춥다.

 

다행히 소년은 큰일을 겪지않지만 종이 한 장 차이로 인종차별, 폭행, 죽음이 비켜갔다. 엄마를 다시 만나는 결말은 다행스러웠다. 하지만, 씁쓸하게 냉정한 마음으로 어른이 되는 준비를 하는 소년. 이 아이의 심리묘사는 저자의 경험에서 우러나왔기에 어른독자도 감동시키기 충분하다. 하지만 어린이 독자는 몹시 힘들어하겠지. 이런 어두운 세상의 모습을 아이에게 보여주어야할지 어쩔지 고민이다.

 

 

'잘못 뽑은 반장'을 재미있게 읽었던 아이의 요구로 대출했다. 먼저 읽기 시작한 아이는 입을 삐죽거리면서 이야기 속의 등장인물들이 별로라고 투덜댔다.

노골적으로 '갑/을'을 임대아파트와 부유한 사람들을 갈라놓고 이야기를 시작한다. 주인공은 5학년이니 아파트 평수나 자동차 종류에 따라 갈라선다고 보기엔 어색한 나이다. 토요일 레고 수업도 저학년용이고 이런저런 디테일이 뭉개진 상태로 빈부의 적대감만 높이려는 저자의 급한 마음만 읽힌다. 자주 어른의 어휘가 어린이 입에서 나오고 스테레오타입의 인물들이 줄줄이 그려진다. 마치... 심심풀이로 욕하며 본다는 막장드라마처럼. 그 안의 선악구조가 명백하다해도 차별의식이 더더욱 도드라지는 느낌. 아이들이 진정한 화해를, 성장을 했는지....아니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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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7-03-15 09: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폴라 폭스는 제가 들어본 작가 이름 같은데 저 작가 이름으로 검색해보니 제가 읽은 건 없네요. [별이 빛나는 밤에]를 읽어보고 싶어졌어요.

유부만두 2017-03-15 09:32   좋아요 0 | URL
전 얼마전 부고를 읽고 생각나서 읽었어요.... 어른의 눈으로 읽어서 그런가 거리의 삭막함과 가난의 묘사가 절절하네요.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귀여운 삼둥이를 보며 웃다가도 돌아서면 왠지 씁쓸했다. 드림 하우스...의 새로운 집 모습을 보며 환호하다가도 ...등장하는 가족들의 모습에 짠한 기억. 그 모두를 유은실 작가는 매끄러운 글솜씨로 풍자의 그릇에 담아 냈다.

 

곰 가족 이야기라서 너무 어린이 용인가 싶다가, 담긴 내용의 깊이에 이건 고학년이라야 이해하겠지 싶어서 조심스러워 지는 책. 4학년 아이가 겉에 나오는 곰 이야기 보다 결손가정, 빈부차이, 방송소비에 대해 생각하게 될까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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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한 표지에 시원한 전개.
뻔해 보이는 인물들이 나오지만 일단 바다와 배가 나오니 갑갑하지않네요. 오늘 산 책인데 아이 보다 먼저 뺏어 읽고 있어요. 아, 여름방학에 딱 어울리는 책.

아... 다 읽었다.
바다나 배를 모르는 나도 시원한 바다 바람, 항해의 긴장감을 느끼며 읽었다. 이 책은 아이들보다 바다가 주인공이다. 뻔한 결말인데도 시시하지 않다. 부산에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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