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제인간 이야기. 승민은 교수인 아빠와 변호사인 엄마에 비해 자신이 부족하다고 느낀다. 몸은 건강하지만 머리는 평범한 아이. 하지만 부모님은 공부를 강요하지 않는다. 실은 따로 5년전부터 완벽한 두뇌의 복제인간을 준비해 두어서 승민이는 최고의 두뇌를 이식받을 예정이다. 이 계획은 아직 부모님의 비밀이지만 승민이가 아빠의 컴퓨터를 몰래 열어 알게된 사실. (승민이 똑똑한걸?)

 

복제인간 생명권에 대한 이야기는 '네버 렛 미 고' 에서 가슴 아프게 읽었기에 이 아주 짧은 단편의 단순한 외침 '죽이면 안되잖아요' 라는 어린이 말로는 그닥 설득되지 않는다. '마이 시스터즈 키퍼'도 생각나고. 비슷한 설정의 이야기에 몰입하려면 디테일이 필요한데 많이 엉성하고 틈이 보인다. 수학이나 운동을 잘하려고 복제인간을 만들어서 부분을 쓰고 버린다, 90년 이후의 세상에서? 생명권을 언급하기 전에 경제성이 떨어진다. 병원에서의 두 아이를 착각하는 설정도 너무 어설프다. 한 세기 후 세상의 어린이들은 아직도 학교 등수와 공부 경쟁을 신경쓰며 재미 없게 살고 있을까? 복제인간 선택을 못하는 부모들과 아이들은 어떤 모습일까. 왜 승민이만 복제인간 걱정을 하는걸까. 서로를 안타까워하는 승민과 미르. 이 두아이는 마음도 닮아 보인다. 어쩌면 그 마음도 복제가 된 걸까. 복제인간 혹은 쌍둥이 설정이 미래세상도 현재의 세상도 그려내지 못하는 것 같아서 실망이다. 함께 읽은 막내는 나름 반전이라고 놀라며 얼른 자기 왼쪽 겨드랑이를 살폈다. (표지그림처럼) 또다른 복제인간 이야기 봉구도 만나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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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로기 할망'이라고 불리는 진아영 할머니는 제주 4.3 사건의 생존자다. 아직도 그 상처를 안고 살아가면서 음식을 먹을 때도 다른이들과 함게 할 수 없고 물질도, 이야기도 나눌 수 없다. 무엇보다 저녁노을이 붉을 때나 집을 잠시 나설 때도 '그날'이 살아나서 겁에 질려 서있기도 힘들다. 하지만 어린이들에게 구덕에 든 해물을 나눠도 주는 따뜻한 할머니. 그림책은 아름다운 제주가 겪은 아픈 역사를 알려준다. 마음이 무거워서 그림을 오래 보기가 어려웠다.

 

할머니 주위 사람들이 '모로기 할망'에게 계속 손을 내밀고 있다. 이 그림책도, 함께 읽은 우리집 아이도. 사람이 증거고 그 목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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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 다 '저학년용 도서'라고 표시되어 있지만 '지우개똥 쪼물이'와 '조막만한 조막이'는 아주 다른 이야기다. 조막이는 전래 동화를 비틀어서 유머와 다시보기를 시도했고 쪼물이는 생활에 판타지를 가미한 동화다. 쪼물이는 얇고 스토리도 단순해서 저학년이 혼자 읽기로도 적당해 보인다. 그림도 귀엽고.

 

지우개로 쓴 글이나 그림을 지우면 지우개 밥이 나오는데 맞다, 똥. 그걸 모아서 동그랗게 뭉치면 말랑거리고 고무 찰흙 느낌도 나서 뭔가를 계속 만들고 싶어진다. 치우고 훅 불어버리자면 너무 많아 귀찮은데 뭘 만들려고 드니 아쉬운 양이다. 뭘 지워야하고, 뭘 더 그리고 써야 해. 이 과정을 기꺼이 하는, 공부 말고 딴거 다 재밌는 애들 모여바바!!!

 

아이들은 억지로, 꾸중 들으며 지울 때가 더 많다. 숙제가 틀려서, 잘못 그어서, 계산이 틀려서. 눈물도장, 노력도장을 받아서 한숨을 지으면서 지운다. 그런데 그런 지우개 똥은 냄새나고 맛이 없대. 재밌게 그리고 쓰고 놀다 나오는 지우개똥은 향기도 나고. 누가 먹게요? 지우개 똥 인형이요.

 

유진이네 반 선생님은 깐깐하게 아이들의 실수를 다 지적하고 지우게 하고 혼을 낸다. 그리고 칭찬을 아낀다. 아이들은 풀이 죽고 주눅들어 손가락으로 지우개똥을 모아서 쪼물거리다 인형을 하나씩 만들어 위안을 받는다. 또 금세 잊어버리고 자기들 끼리 논다. 그리고 집에 간다. 학교에 남은 지우개똥 인형들, 쪼물이 헐렝이 짱구 딸꾹이 들은 아이들이 시무룩한 원인, 선생님이 칭찬도장 대신 찍어주는 '눈물도장'을 없애기로 결의한다. 하지만 눈물 도장은 엄청 크고 또 힘이 세고 무서워. 게다가 부리는 벌레 부하들까지 여섯이나 있다.

 

아이들은 칭찬을 먹어야 힘이 나고, 지우개 똥 인형들은 지우개 가루를 먹어야 힘이 난다. 지우개 가루를 더 만들려고 쪼물이와 일당들은 샤프심을 하나씩 들고 낑낑 그림을 그려놓는다. 아이들이 그 위에 더 그림을 이어 그리고 글도 쓰고 또 지우면서 지우개 가루가 생긴다. 잘못 써서 혼나며 지우는 게 아니라 좋아서 놀면서 지우개 가루가 생긴다. 쓸모 없는 똥이 아니라 다른 의미가 주어지는 것만 같다. 아이들 집에도 따라가는 지우개 인형들. 아직 아이들과 교류가 없지만 아이들 대로, 쪼물이들 대로 다녀서 귀엽다.

 

어제 4월 15일은 '지우개의 날'이었다고 한다. 영국의 화학자 조셉 프리스트리(Joseph Priestley)가 고무의 지워지는 성질을 알아낸 날. 지우개의 날. 나는 어릴적에 지우개똥으로 뱀을 만들었었는데. 회색빛 뱀. 또아리를 틀어놓으면 똥처럼 보였.... 그런데 지우개를 닳도록 쓰는 아이들은 없다. 쪼개거나 잃어버리거나 지우개 따먹기로 빼앗기거나. 그 많은 지우개들은 어디에 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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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막만 한 조막이 휴먼어린이 저학년 문고 5
이현 지음, 권문희 그림 / 휴먼어린이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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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얼굴 비유로 쓰이는 말, '조막'은 주먹의 옛말이다. 주먹만큼 작은 아이, 조막이 이야기를 읽었다. 우리나라 판 엄지공주 같달까, 하지만 다른 동화책의 조막이 보다 이현 작가님의 조막이는 조금 더 크다. 다행히. 서당에 다닐 만큼, 친구 심부름을 다닐 만큼, 도적떼가 주머니에 쏙 넣는 대신 다른 걸 덮어 씌워 잡아갈 만큼, 새가 채 가거나 소가 먹어버리지 않을 만큼, 그리고 입던 옷이 작아져서 소매가 쑤욱 배가 빼꼼 나올 만큼. 그리고 세상이 심심해서 꾀를 쓰고 장난을 칠 만큼.

 

조막이가 아이들보다는 엄청 작지만 그나마 키가 큰 비법은 '잠'이었다. 자고 또 자고 게으르게 뒹굴거리고 밍그적 거리는 이 잠뽀가 어쩐지 낯 익었어.... 지금 군대 가 있는 우리집 큰 애...키도 친구들 보다 작아서 맘이 짠했는데 잠도 많고 침대에서 늘 뒹굴어서 Bed Boy 였던 아이가 새벽에 일어나고 보초도 선다고 한다. 네 손에 우리 나라 국방이 달린게냐. 남북 관계가 '봄이 온다'지만 이 엄마는 잠이 잘 안온다. 이등병 잘 해야 한다.

 

세상에 나온 방식도 별나고 산골의 저 깊은 곳에서 부모 사랑 담뿍 받다가 슬픈 사연 안고 마을로 내려와 고생하며 사는 조막이네 가족. 뻔하세요? 흔한 전래동화, 조막이의 용기와 모험, 효도와 보은 이야기 같다구요? 아닌데요? 이건 .... 페미니스트이며 미래학자인 서당 훈장과 동네 아이들, 학교 내의 권력 관계 재고찰, 평범한 마을 사람들의 평범치 않은 심리극, 박첨지와 결탁된 비리 공권력 패주기, 토지공개념과 아나키스트 재해석, 증시의 선물교환과 경제 교실 이야기, 고정관념의 위험성에 대한 걸랑요? 그렇고 그런 어린이 주인공이 나쁜 사람 혼내주고 성공해서 부모 어깨 뽕 넣어주는 전래동화로 아셨구나. 촌스럽게. 그런 이야기를 읽는다고 애들이 깨달아서 스스로 공부하고 효도할 ... 리가 없잖아요. 아시면서. 그냥 재밌고 많이 똑똑한 이야기를 읽게 하는 게 더 나아요. 똘똘한 조막이, 남과 다른 조막이, 그런데 기죽지 않고 건강한 조막이 이야기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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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4-16 00: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4-16 07: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172쪽 표현 고쳐줍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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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한엄마 2018-04-12 08: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고 다 넘어갔다는게..

유부만두 2018-04-12 20:04   좋아요 0 | URL
그쵸?....

북극곰 2018-04-19 18: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옳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