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려올 때마다, 이전 시각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려온 것이 바로 조금 전이라고 느껴져, 막 울려온 시각이 또 다른 시각 옆 하늘에 새겨지면서 그 두 금빛 기호 사이에 끼어든 작고 푸른 궁형 안에육십 분이라는 시간이 들어갈 수 있으리라고는 전혀 믿어지지 않았다. 


가끔 때 이르게 찾아온 이 시각은 바로 앞 종소리보다 두 번 더 울리는 경우도 있었다. 내가 듣지 못한 시각이 한 번 더 있었던 것이다. 말하자면 실제로 일어난 일이 내게는 일어나지 않았다. 깊은 잠과 마찬가지로, 마술적인 독서의 이점은 환각에 사로잡힌 내 귀를 속이고, 고요라는 창공의 표면에서 금빛 종을 지워 버린다는 데 있다.  


콩브레 정원의 마로니에 그늘에서 보낸 화창한 일요일 오후들이여, 내가 그대들을 생각할 때면, 그대들은 내 개인적인 삶의 보잘것없는 사건들을 정성스럽게 비워 버리고 대신에 흐르는 물로 적셔진 고장의 낯선 모험과 열망으로 바꾸어 놓았던 그때의 삶을 여전히 환기하고 또 실제로 그 삶을 담고 있도다. 내가 독서를 계속 해 나가고 한낮의 더위가 가시는 동안, 그대들은 조금씩 그 삶을 에워싸면서 무성한 나뭇가지 사이로 서서히 연속적으로변해 가는 그대들의 고요하고도 향기롭고 투명하게 울려 퍼지는 시간의 크리스털 안에 그 삶을 가두어 놓았도다. (15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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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 2021-01-20 16:3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캬 소주를 부르는 문장들입니다!

유부만두 2021-01-20 23:02   좋아요 0 | URL
아니에요. 소주를 마시면 책을 못 읽어서 안 되어요!
그런데 정말 멋진 글 아닌가요? 책 읽는 시공간에서 지워지는 금빛 종소리...

JK 2021-01-20 16: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영화 러브레터 때문에 한번쯤 읽어보고 싶은 책. 그러나 생각보다 많은 분량에 놀라 차마 사지 못했던 책입니다. ㅠㅠ 아직은 구입을 결정하기까지 적지 않은 용기가 필요하지만 언젠가는 읽어보고 싶네요.

유부만두 2021-01-20 23:03   좋아요 2 | URL
러브레터 영화에도 이 책이 나왔었군요?! 전 영화에서 도서관 카드 내용과 눈길만 생각나네요. 책은 12권이니까 용기도 12개월 할부로 내보세요? ^^;;;

JK 2021-01-21 10:3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러브레터 마지막 장면에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가 나와요. 도서관 카드 뒤에 그려진 그림과 책 제목이 보일 때 ‘아~ 주인공이 회상하던 과거가 잃어버린 시간이었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뭉클한 감정이 들었더랬지요. 일단은 용기를 접어두고 찜만 해두겠습니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1 - 스완네 집 쪽으로 1
마르셀 프루스트 지음, 김희영 옮김 / 민음사 / 2012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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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로 많은 시간이 흘렀다. 아버지 손에 들린 촛불의 그림자가 올라오는 것이 보이던 계단 벽이 존재하지 않게된 지도 오래다. 내 마음속에서도 영원히 계속되리라고 믿었던 많은 것들이 파괴되고 새로운 것들이 세워지면서, 당시에는 예측할 수 없었던 새로운 고통과 기쁨이 생겨났고, 그와 더불어 예전 것은 이해할 수 없게 되어 버렸다. 아버지가 ˝녀석하고 같이 가구려.˝ 라고 말하지 않게 된 지도 오랜 시간이 흘렀다. 그러한 시간의 가능성은 두 번 다시는 내게 생기지 않을것이다. 그러나 얼마 전부터 귀를 기울이면, 아버지 앞에서는 억제하다가 엄마하고 단둘이 되고 나서야 터져 나왔던 흐느낌이 다시 뚜렷이 들리기 시작한다. 실제로 그 흐느낌은 결코 멈춘 적이 없었다. 단지 지금은 내 주변 삶이 더 깊이 침묵하고 있어 다시 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마치 낮 동안 도시 소음에 파묻혀 들리지 않던 수도원 종소리가 저녁의 고요함 속에서 다시 울리는 것처럼. (72-73)




소설가가 쓴 책은 꿈과 같은 방식으로, 그러나 우리가 자면서 꾸는 꿈보다 더 선명하고 더 오래 기억되는 꿈으로 우리를 뒤흔들 것이다. 소설가는 한 시간 동안 모든 가능한 행복과 불행을 우리 마음속에서 폭발시키는데, 실제 삶에서라면 그중 몇 개를 아는 데도 몇 년이 걸리며, 또 그중에서도가장 격렬한 것들은 너무도 느리게 진행되어 우리 지각을 방해하기 때문에 결코 우리에게 드러나지 않을 것도 있다.(이처럼 삶에서 우리 마음은 변한다. 이것이 가장 커다란 고통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 고통을 단지 독서나 상상력을 통해서만 알 수 있다.) (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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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1-17 20:5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만두님이 올려주신 부분 저는 김창석 번역본으로 찾아 읽어봤어요.
[ 이 일이 있은지 오랜 세월이 흘러 갔다. 아버지가 손에 든 촛불이 올라오는 것이 보인 그계단의 벽은 이미 오래전에 없어졌다. 나의 몸안에서도 언제 까지나 계속되리라 믿고 있던 허다한 것이 허물어지고 새로운것이 지어져 그것이 그당시에 예상할수 없었던 새로운 고통과 기쁨을 낳았고 그와 동시에 옛것은 이해하기 어렵게 되어 버렸다. ‘이녀석하고 함께 가구려.‘ 하고 아버지가 엄마에게 말하지 않게 된지도 오래다. 그러한 시간이 또다시 내게 생길 가능성은 전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요즘 귀를 기울이면 매우 똑똑하게 다시 들려오기 시작한다. 아버지 앞에서는 기를 쓰고 참다가 엄마와 단둘이 되고 나서야 비로소 터져 나온 그 흐느낌이 실제로 그러한 흐느낌은 결코 멈추지 않았던 것이다. 그것이 지금 나의 귀에 다시 들리는 것은 삶이 나를 둘러 싸고 더욱 깊이 침묵하고 있기 때문에 그랬을 뿐이다. 마치 낮동안에는 거리에 소음에 모조리 덮여 이제는 못 울리게 되었는가 싶었던 수도원 종소리가 저녁의 고요 속에 다시 울리기 시작하듯이] 그 후로 많은 시간이 흘렀다. 아버지 손에 들린 촛불의 그림자가 올라오는 것이 보이던 계단 벽이 존재하지 않게된 지도 오래다. 내 마음속에서도 영원히 계속되리라고 믿었던 많은 것들이 파괴되고 새로운 것들이 세워지면서, 당시에는 예측할 수 없었던 새로운 고통과 기쁨이 생겨났고, 그와 더불어 예전 것은 이해할 수 없게 되어 버렸다. 아버지가 ˝녀석하고 같이 가구려.˝ 라고 말하지 않게 된 지도 오랜 시간이 흘렀다. 그러한 시간의 가능성은 두 번 다시는 내게 생기지 않을것이다. 그러나 얼마 전부터 귀를 기울이면, 아버지 앞에서는 억제하다가 엄마하고 단둘이 되고 나서야 터져 나왔던 흐느낌이 다시 뚜렷이 들리기 시작한다. 실제로 그 흐느낌은 결코 멈춘 적이 없었다. 단지 지금은 내 주변 삶이 더 깊이 침묵하고 있어 다시 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마치 낮 동안 도시 소음에 파묻혀 들리지 않던 수도원 종소리가 저녁의 고요함 속에서 다시 울리는 것처럼] 1955년 플레이아드 문고본과 프루스트 2013년 100주년 기념판과 원문 번역에 차이가 있는듯

유부만두 2021-01-17 21:55   좋아요 2 | URL
그렇군요. 궁금했던 김창석 번역본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

민음사 번역은 확실히 깔끔 매끈하네요. 그만큼 그 아련함, 지워지고 다시 들리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싶어져요. 스콧님, 함께 하실래요?

scott 2021-01-18 09:57   좋아요 1 | URL
만두님 페이퍼에 댓글로 도배될까봐 첫번에 올려주신 발췌본만 올렸어요 소심한 1人 ㅋㅋ
만두님 덕분에 주말에 잃찾사 1권 여러번(김창석 번역본-영어 몽크리프 번역본-불어본) 읽었네요.

만두님이 오케이 하셨으니
후편도 올려볼께요 ^0^
 

한밤중에 목이 말라 냉장고에 가기 전에, 지금 자신이 어디에 누워있는지, 자기가 누구인지, 잠이 깨기나 했는지 상황 정리가 필요하다. 낮에 읽던 책의 주인공과 싸우거나 친구가 되었더라도, 일단 현실로 내팽겨쳐졌다면 지금이 한밤중인지 새벽녘인지 알아야 한다. 침대 옆에 핸드폰 어딨더라. 현실 귀환 직전 그 짧은 순간에 (내가 경험 했던, 혹은 전설 이야기의) 과거의 시공간을 '경험'하기도 한다. 프루스트는 그 찰나를 아름답고 계속 이어지는 문장으로 몇백쪽에 걸쳐 이야기를, 그것도 시리즈로 남겼다.

 

마르셀 프루스트가 71년생, 올해가 탄생 150주년이고 내년이 그의 소천 100주기다. 펭귄 판 (이형식 역)은 12권 (페이퍼백)으로 완역되었고 민음사 판(김희영 역)은 10권까지 나왔는데 아마 올해 내년에는 완역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래서 올해 읽어보려고요. 이게 아마 서너 번째 시도인데 내 나이도 꽉 찼으니 (넘쳤;;;) 이제 읽어도 뭔 말인지 알 수 있지 않을까. 마가렛 미쳴의 난리 부르스 소설도 읽었는데 그 동시대 유러피언 백인 유산계급 한량의 글이라고 무서워할 건 없지.

 

그 몽롱하고 나긋나긋 우아한 이야기를 따라가기에 나는 너무 무딘 사람인지라 읽은 문장을 몇 번이나 반복해서 읽고 곱씹어야 (물론, 우리말 번역본) 겨우겨우 의미와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프루스트가, 아니 화자가 어디에 (20세기 초, 백년전의 파리 혹은 19세기 말 콩브레 숙모님댁 혹은 몽주뱅 피아노 선생님 댁 뒷 언덕) 있는지 누구를 바라보고 생각하는지 고민했다.

 

1권 스완네 집 쪽으로의 1부 콩브레를 읽었다. 펭귄판으로 2부 스완의 사랑, 까지 재작년에 겨우 읽었고 이번에 다시 처음부터 읽기 시작해서 1부 콩브레는 세 번을 읽었다. 펭귄 판 번역은 어휘나 문장 투가 매우 고풍스러워서 고전문학 수업 교재를 읽는 기분이 들었다. 수많은 쉼표와 하이픈으로 겹쳐지고 더해지는 묘사와 비유에 길을 잃고 미궁에 빠지기도 부지기수. 뭔지 몰라도 그래도 아름다워서 고풍스러움과 우아함에 취해버리는 .... 상상을 하다보면 졸고 있었다. 펭귄 판은 직역을 주로하며 원서의 언어, 비유의 레퍼런스를 꼼꼼하게 - 때론 과하게 - 주석으로 길게 달았고 (거의 강의를 듣는 기분이 들 정도) 민음사 판은 중심 내용 (주어 누구? 동사 뭐? 장소 어디?)에 집중해서 매끈하게 정리해 번역했다. 펭귄에선 엄마가 아빠를 '나의 벗님'이라고 부르고 민음사에선 '당신' 이라고 칭한다. 친인척 호칭도 펭귄은 불란서 식으로 민음사는 책 초반에 중심인물 관계 설명을 하며 간단하게 이 시리즈의 밑그림을 그려두어 독자들을 준비시킨다. 다만 스포가 노골적이다. 물론 우리는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는' 결말이라고 (그러니까 해피 엔딩인가요?) 알고는 있지만 어쩐지 김이 새버린다. 펭귄 판의 주석이 스포의 늪이라면 민음사는 깔끔하게 스포 정리 카드를 달아준 셈. 민음사 판은 주석이 본문 아래에 있어서 (그 양이 펭귄의 반의 반도 안 됨) 훨씬 본문에 집중하게 된다.

 

어른인 화자는 어린 시절의 기억을 그 유명한 홍차와 마들렌의 맛에서 되살린다. 그러면서 환하게 번지듯 펼쳐지는 레오니 숙모님 댁, 그 뒷 골목, 콩브레 소도시 전체, 특히 스완네 댁 쪽 방향과 게르망뜨 방향의 두 산책길을 다시 걷는다. 희열을 불러오는, 하지만 뭔지 의미를 모르지만 집중해서 파고들기에는 피곤했던 사물들이 주는 이미지들, 그 이미지들이 겹치고 잊혀지다 어느 날, 어린 시절 마차에 앉아서 써내려간 글, 단어들로 바뀌어 펼쳐지던 이미지들이 주는 행복을 경험한다. 이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펭귄 판은 '시절'이라고 다른 단어를 쓴다) 시리즈는 작가가 맘껏 맛 본 그 행복감을 담고 있는 셈이다. 이미 인물관계도와 주석에서 스포는 당할대로 당해서 스완씨가 화류계 여자랑 결혼을 해서 딸을 하나 두었고 화자가 그 딸을 짝사랑하지만 연애가 쉽지는 않다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큰 줄거리'라는 게 이 시리즈의 전부가 아니다. 산책길의 꽃나무들을 껴안고 이별의 눈물을 흘리는 아이, 아름다운 엄마를 만사 기분파인 아빠에게서 뺏어온 밤, 감정이 북받쳐서 울어버리는 아이가 그 감수성을 많이 덜어내지 않고 - 상상 속의 귀부인과 망상 속의 시골 처녀, 그리고 궁금한 스완씨 딸에 대한 온갖 열정도 키우면서 고개 돌려 저녁 하늘 멀리 서 있는 교회 종탑에 희열을 느끼는 글을 쓰는 이야기니까.

 

뭐라고 나도 덩달아 할 말이 많았는데 그게 뭐였드라....

아, 만연체 화려체 문장도 전염이 되는구나.

 

책에는 마들렌 말고도 여러 음식 이야기가 나온다.

새해 첫날 스완씨가 가져오는 맛밤, 여성 편력이 화려한 아돌프 할아버지가 내주시는 아몬드과자 (massepain)와 귤, 콩브레에서 줄기차게 먹던 아스파라거스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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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1-16 23:3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아돌프 할배가 주는 아몬드 가루로 반죽한 과자보다‘맛‘밤이 쵝오죠 아스파라거스는 유부만두님 손에 어떤맛이 될지 궁금한데요≧◡≦

유부만두 2021-01-17 07:21   좋아요 3 | URL
아스파라거스는 그냥 굽거나 볶을 거 같아요. 스프를 만들려 했더니 귀찮아서요. 한국선 아스파라거스 저렇게 나오는데 프루스트네 하녀는 아스파라거스 다듬다가 천식에 걸려서 결국 일을 그만뒀다고 해서 놀랐어요.

맛밤을 물엿에 조려 볼까봐요. 그래야 진정한 ‘맛‘밤, 마롱 글라세 아니겠습니까...하지만 벌써 맛밤 다 먹어서 없어요. (음식 남기는 게 뭔지 모름요)

하나 2021-01-16 23: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유부만두님 문체전염 너무 즐겁게 보고 있는 1인 ㅋㅋㅋ 야채호빵쇼크 이후로요! 👀

유부만두 2021-01-17 07:22   좋아요 3 | URL
쇼크를 드렸나요, 제가! 감히! 하나님께!

근데요 진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어쩌면 잃어버린 주어와 마침표는 어딨냐, 심정이 될 때가 많았어요. ^^

수이 2021-01-17 02:5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제 시작해요. 프랑스어는 상상도 못하고 민음사판으로 슬슬 조금씩, 맛밤이라니........이 야심한 시각에 아......

유부만두 2021-01-17 07:26   좋아요 3 | URL
읽기 진도표를 만들어 볼까, 했는데요,
민음사 기준 한달에 한권 정도면 좋을 거 같아요. 중간에 속도가 조금 붙기도 하는데 매일 매일 읽는 게 중요해요. 하루 쉬면 .... 내용이 기억이 안남;;;;

정말 우아하고 아름다운 묘사와 비유가 넘치고 인물을 기가 맥히게 그려내는데 하루 지나면 어디까지 읽었는지 헤매기도 하고 그 ‘느낌‘ 그 ‘감성‘을 다시 살리는데 시간이 걸리더라고요. 읽을때 설정 이랄까, 폼 잡으니까 도움이 되더라고요? 나 자신도 우아하게 (그러니까... 나 블라우스 꺼내 입고 읽었다?)

앞부분 (90쪽 즈음에)에 마들렌느 까지 읽고 덮은 게 열 번도 넘었을 거에요. 1부 콩브레까지 두어번, 이번에 네 번 읽었네! 와우!!! 수학 정석의 ‘집합‘ 같은거죠.

하루 20쪽쯤? 잡고 매일 읽으세요. 비타민 먹듯, 그렇게. 마들렌느도 드시고 맛밤도 드시면서. 우아하게, 우리, 응?

라로 2021-01-17 07: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스파라거스 저렇게 조금 들어 있다니 너무하네요. ^^;; 저거면 우리집에서는 한사람 접시에 올라갈 정도;;;
암튼, 올해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다 끝내시겠네요!! 미리 축하!!^^

유부만두 2021-01-17 07:28   좋아요 0 | URL
저만큼이 오천원이에요. 하지만 식구들이 좋아하질 않아서 (다행이죠) 저혼자 구워서 볶아서 먹어요. 올해 차분히 읽어서 완독하는게 목표에요. 큰 산 넘었으니 읽히겠죠? 번역 탓인지 펭귄 판은 정말 어려웠거든요. 그리고 작가가 제 나이 때 쓴거라 뭔가 더 알겠는 (착각일지 몰라요) 느낌이 들었어요.

라로님 요새 독서에 불 붙으셔서, 우와 하고 감탄하고 멋지다 우리 언니, 를 육성으로 외치고 있습니다. 코스모스, 라면 길가에 한들한들 꽃 밖에 모르지만 저도 우주로 날아가 볼까나, 하고 책 샀어요.

blanca 2021-01-17 09: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모닝커피에 안성맞춤인 페이퍼네요. 민음사 속도 따라가는데 이 글 보니 빨리 완간해줬으면 좋겠어요. 아, 제가 그 생각을 못 했어요, 읽기 진도표를 만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유부만두 2021-01-17 21:56   좋아요 0 | URL
네, 이야기 중간 중간 살짝 끊어지는 곳이 있으니까요. 먼저 많이 읽으신 블랑카님의 조언이 필요합니다. ^^
 

삼 년 전, 큰 아이를 입대 시키고 허전한 마음에 무어라도 해야겠다 생각했다. 내가 총을 들 수는 없으니 책을 읽겠다고 (무슨 일만 생기면 '대신' 책을 읽겠다는 이 마음, 이건 다른 사람들이 즐기지 않는 - 아, 여기 이곳 서재에서는 반대지만 - 취미를 무슨 고행인양 생색내는 버릇이다) 그것도 이왕이면 길고 지루하고 인기 없는 번역소설을 골랐더랬는데 


기권 


그러는 새 아이는 제대하고 학교로 돌아가 맘껏 복학생 티를 내며 신입생들 앞에서 주름 잡지도 못하고 집안에 머무른지 어언 일 년이 되었다. 시간은 화살처럼 흐른다. 



다시 읽기로 했다. 이런 결심을 세우고 뽐내기 좋은 시기, 연초에. 

알라딘에서 받은 스누피 달력에 하루에 삼십쪽 쯤 계산을 해서 써넣으니 반년을 채운다. 


그 책. 작년까지 겨우겨우 1권의 2부까지 읽었던 그 이야기를 처음부터 다시 읽기로 했다. 


우리 안의 질료는, 물질적 요소들은 우리의 사후에도 소멸되지 않고 부유하다 다른 질료나 '오성'을 만나서 시간을 무시하고 기억을 불러낼 수 있다고 프루스트 전공학자인 역자가 서문에 써놓았다. 그 유명한 마들렌느의 맛 이외에도 저 높이 솟은 교회 첨탑, 달큰한 시골집 방에서 맡던 냄새, 책에서 만나는 이야기의 한 꼭지 등은 습관이 무디게 했던 나를 어느 순간, 틈을 파고들어 의식이나 이성 저 너머에 있는 질료들과 연결시키고 순간 이동도 가능하게 한다. 


사회적 카스트를 엄격하게 여기는 (스노비즘 쩌는) 부르주아 가정의 한가로운 부활절 휴가 일상들이 조금씩 보여진다. 섬세하고 민감하고 짜증도 부르는 화자와 그의 엄마, 외할머니의 독특하고 어쩐지 어설픈 모습들. 두번째로 읽으니까 좀 더 친근하게 읽힌다. 지난번에 잘 읽히지 않아서 민음사로 갔다가 어쩐지 길을 잃은 기분이었는데 다시 펭귄이다. 완역되었으니 천천히 나아가봐야겠다. 고색창연한 어휘들이 국어 고전문학 수업 생각도 불러온다. 남편을 '나의 벗님'이라고 부르는 젊은 엄마가 나오는 19세기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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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혜윰 2021-01-06 07: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2권까지 읽다 포기 ㅠㅠ

유부만두 2021-01-06 08:55   좋아요 0 | URL
그래도 저 보단 더 읽으셨네요. ^^;;;

psyche 2021-01-06 08: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복학생 형 노릇을 못한다니 내가 막 안타깝네. 2021년에는 학교에 갈 수 있으려나

유부만두 2021-01-06 08:56   좋아요 0 | URL
글쎄요. 봄학기 절반쯤 등교를 했으면 좋겠는데
전철 타고 통학한다니 걱정도 되고
마음이 복잡해요.

Falstaff 2021-01-06 08: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 교도소에 들어가 읽기에 딱 좋은 책입니다.......라고 무라카미 하루키가 <1Q84>에서 얘기했습지요. ㅋㅋㅋㅋ
전 김창석 번역으로 읽었습니다. 그것도 굉장히 좋습니다. 민음사에서 번역하고 있는 김희영 선생도 김창석 번역을 참고하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동의합니다. 저도 이 책, 완독은 했는데, 죽다 깼습니다. ㅋㅋㅋㅋ

유부만두 2021-01-06 08:58   좋아요 1 | URL
그렇죠... 그런데 저도 교도소 식당 아줌마 입장이라 이미 읽을 준비는 돼있어요.
펭귄은 이형식 선생님 번역인데 문장이 아주 옛스러워요. 그래도 그럭저럭 흐름을 따르려고 노력하며 읽고 있어요.
Falstaff님께서 살아돌아오심을 경축드리오며 ... 전 이제 사지로 떠납....

다락방 2021-01-06 09:3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이참, 세상엔 왜이렇게 도전하고 읽어야 할 책들이 많은가요. 저는 2023년쯤에나 도전해볼까 싶습니다. 2021년에 성경 2022년에 코스모스 예정이라 2023년에야 차례가 오지 않을까 싶어요..

유부만두님 화이팅이요!! 완독을 기원합니다. 빠샤!

유부만두 2021-01-06 10:19   좋아요 0 | URL
응원이 이렇게 많다니!!! 기필코 완독해서 ‘잃어버린 시절/시간‘을 되찾아보겠습니다. 다락방님께서도 성경 완독하시고 구원받으세요? 그런데 그전에 복장 터지실듯...

코스모스 책, 저희집에도 곱게 있답니다. ^^

blanca 2021-01-06 09:3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 그런데 저 펭귄판 너무 예쁘네요. 저는 민음사 번역 순서대로 아주 천천히 읽고 있습니다. 이 순서 대로라면 완독 가능할 듯. 2년에 두 권씩 나온답니다. ㅋㅋ

유부만두 2021-01-06 10:21   좋아요 0 | URL
예쁘죠?!!! 원서 권수에 맞추어 7권, 저런 양장본으로 내겠다고 시작해서 겨우 2권 낸 다음에 페이퍼 백으로 바꿨어요. ㅜ ㅜ
민음사 양장본 예쁘던데요. 이제 곧 완간이겠군요.
프루스트는 천천히 아주 천천히 읽어야 할 책인 것 같아요. 그런데 전 일년 안에 판가름을 내려고 지금 두번째 시도를 시작합니다! 으쌰!

수이 2021-01-06 09:3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민음사 번역이 별로예요? 펭귄이 나아요? 민음사꺼 오고 있는데 ㅠㅠ 잘못 샀나..... 저도 유부만두님 따라 갈래요 올해 프루스트 읽기!

단발머리 2021-01-06 10:02   좋아요 0 | URL
이 분 어디서 많이 뵌듯 아이디가 익숙하다 했더니 저랑 버지니아 울프 읽기로 하신 분 아닌가요?

단발머리 2021-01-06 10:03   좋아요 0 | URL
유부만두님, 이러시면 상권 침해로 오인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어마어마합니다. 프루스트 폭풍 어쩌시렵니까?!? @@

유부만두 2021-01-06 10:23   좋아요 1 | URL
아니요, 아니요! 전 번역 비교한거 아니에요.

그냥 펭귄으로 시작해서인지 그 어투가 그나마 나아서 펭귄으로 읽기로한거에요.
그리고 책이 저렇게 예쁜건 두 권이 고작이라 모아놓아서 예쁘지도 않아요. ㅜ ㅜ

민음사 판 번역 좋다고 들었어요. 저 땜에 흔들리지 마세요~

유부만두 2021-01-06 10:34   좋아요 1 | URL
으하하하 그 폭풍을 제가 일으킨 겁니까?!?!!

울프의 <댈러웨이 부인> 칭찬과 뽐뿌를 어젯밤 단발님께 보내드렸더랬지요???? 서재에서 상도덕을 지키지 않고 이 책 저책 마구 읽어대는 그 이상한 아줌마가 저랍니다?!

Falstaff 2021-01-06 10:32   좋아요 2 | URL
민음사의 잃어버린을 선택하지 않은 유일한 이유는, 완역 기다리다가 제가 먼저 숨이 넘어갈까봐였습니다. ㅋㅋㅋㅋ

수이 2021-01-06 11:21   좋아요 0 | URL
아니 왜 이러십니까, 단발머리님 저 지금 열렬하게 올랜도 읽고 있는데 ㅋㅋㅋㅋ 우리 언니 따라 프루스트도 읽자요. 응? 응!

수이 2021-01-06 11:23   좋아요 0 | URL
양장본 탐도 나서 ㅋㅋㅋ 일단 저는 두 권 비교해보면서 읽어볼게요, 김창석 선생님 번역본으로 5권까지 읽다가 중도포기 했는데 이번에 다시 도전! 올해 기다려! 프루스트 할배 기다려!

유부만두 2021-01-06 16:38   좋아요 0 | URL
아니, 여러분들 이미 저보다 더 많이들 읽으셨었군요!
전 ... 깨갱.

scott 2021-01-06 10:1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펭귄판 빛바랜듯한 표지가 넘 예쁘고 유부 만두님 손떼뭍어 있어서 더더욱 프루스트적이게 보이고 ㅋㅋㅋ저는 아주 오랜세월동안 집안에서 먼지 뽀얗게 쌓여 있는 김창석번역판으로 읽었었는데 이번에 유부만두님처럼 1권부터 매일 30페이지씩 스누피 다이어리에 체크해가며 읽어야겠네요.

유부만두 2021-01-06 10:25   좋아요 1 | URL
제가 프루스트 뽐뿌의 중심에 있는건가요? ^^

하지만 저 표지는 절판이고요, 2권까지 밖에 안나왔고요.

스누피와 함께 하는 프루스트 ... 함께 해주신다면 전 영광이에요.
자 보리수 차 한 잔?

라로 2021-01-06 1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미 읽으신 줄 알았어요. 한참 읽으실때 제가 왔다가 또 사라져서 그랬나봐요. 저는 아예 읽을 엄두를 안 내고 있으니 혼자 안심합니다. 이런 포기는 잘하고든요. 그나저나 제 눈에 들어오는 것은 책이 아니라 에어파드! 이름 새겼어요??? 저는 이름 새겼는데. 큰아들에게도 이름 새겨서 크리스마스에 선물했어요. 가장 잘 사용하는 선물이라고 하던데 정말 넘 좋죠!!😅😅😅

유부만두 2021-01-06 16:27   좋아요 0 | URL
그때 포기했어요. 띠엄띠엄 생각날 때 읽으니까 별 재미도 없고 너무 힘들어서요. 다른 책 읽다가 잊었어요. 이번엔 조금씩 양을 정해서 끊지 않고 읽어보려고요.
전 에어팟에 이름 안 새겼는데요. 이름 새기기도 하는군요.
이게 한 쪽씩 꽂을 수가 있어서 헤드폰 보다 훨씬 쓰기 편해요. 걱정한 것 보다 착용감도 좋고요. 만족해요. ^^

반유행열반인 2021-01-06 1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웃님의 홍보? 덕에 올재클래식에서 권당 2900원이라는 엄청난 가격에 김창석 선생님 번역본을 재작년에 영입했는데 유부만두님 페이퍼 보며 사놓고(그렇죠 이년 간 장식품..)처음 펼쳐 보았습니다. 그리고 다시 살포시 덮었습니다... ㅋㅋㅋㅋ

유부만두 2021-01-06 16:31   좋아요 1 | URL
ㅎㅎㅎ 그러셨군요.
전 요란스레 읽겠다고 설치다가 삼년전 흐지부지 되었고요, 실은 그 이전에도 몇번의 시도가 더 있었고요. 뭐 이젠 나이도 나이인지라 눈이 더 나빠지기전에 읽어야겠다는 서글픈 이유가 있어요. ;;;

반유행열반인 2021-01-06 16:40   좋아요 1 | URL
차분차분 천천히 읽어가셔요. 번역도 30년이 걸렸다 하니 저도 그만큼 잡아놓고 느리게 읽어볼까 합니다 ㅎㅎㅎ

유부만두 2021-01-06 20:28   좋아요 1 | URL
아...30년...그땐 저 책 들 힘도 없을거에요. 호로로롤

하이드 2021-01-06 1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한 달에 한 권씩 읽을거에요. 지금 3권까지 사뒀음! 같이 가요! 다음주부터 읽을거에요. 막 계속 물어봐야지. 프루스트 얼마나 읽었어요?

유부만두 2021-01-06 22:34   좋아요 1 | URL
원서는 7권 짜리인데 펭귄은 (예전 하드커버는 1, 2권이 페이퍼백 1-4권) 12권으로 나왔더라고요. 원서 1-5권이 두권씩 분권되어 나오고 6,7권은 그대로 한 권씩이고요.

1권의 1부, 반쯤 읽은 것 같아요. (130쪽쯤) 마들렌느 이야기, 콩브레 교회 종탑 이야기, 아돌프 숙부(외할아버지의 형제) 댁에 약속 없이 갔다가 숙부의 애인을 보게되는 이야기 까지 읽었어요. 빙빙 돌려말하는 사람들 대사랑 비꼬는 말들, 넘쳐나는 비유와 묘사에 정작 지금 뭘 얘기하는지 헷갈리는데 ... 그게 묘미겠죠? ^^

저도 하이드님 독서 기록 보면서 읽겠습니다. ^^
실은 전에 새해에 프루스트 이야기 꺼내주셔서 용기냈어요.
 

방역선을 창설한 사람은 아드리앵 프루스트, 마르셀의 아버지.
‘콜레라 시대의 사랑’의 우르비노 박사가 그의 제자로 나온다고. 그는 열심히 씻고, 비누가 없다고 부인을 타박까지 한다. 코로나 시대에는 마스크 문제가 더해지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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