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2/400. Mr. Mercedes (Stephen King)

무섭다. 탐정 소설이라기 보다는 공포소설이라는 느낌이 들었는데, 기괴한 행동을 하는 범인도 무섭고 탐정이 조금씩 범인에 다가서며 기싸움을 하는 것이나, 주위 사람들이 피해를 입는 과정이 갑작스레 닥쳐서 무서웠다. 범인이 우리 주변에서 별 의심없이 나의 사생활을 관찰할 수 있다는 설정이 제일 두려웠다. 그래도 너무 흥미진진해서 멈출 수가 없었다. 일요일 밤에 시작해서 화요일 오전까지, 끝장을 봐야만 하는 책이었다. 의외로 범인은 기괴할지언정 전지전능한 악마까지는 아니었다. 탐정이 그를 추적해내는 과정이 너무 깔끔하기는 하지만, 범인이 City Center에서 범죄를 저지르고 나서, 목격자 없이 빠져 나간것이나 콘서트 홀에 어정쩡한 변장으로 들어선 것이 더 어색했다. Holly와 Jerome의 활약에 가슴 콩콩거리며 박수를 치고 싶었다. 끝까지 밉상 진상인 범인 이외에도 등장인물들 사이에 시기와 증오를 툭 까놓고 묘사한 것을 읽으면서 더 으스스해졌다. 이렇게 저열하고 비뚤어진 존재가 인간이다. 그래도, 밭을 갈아야 한다? 킹은 볼테르가 아니지만 깜깜한 지옥에서 소설이 끝나지는 않는다. 영어로 읽었는데 새로운 욕설과 속어를 꽤 배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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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1-03 23: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1-03 23: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381/400. 위험한 독서의 해 (앤디 밀러)

제목과 표지가 달랐다면 이 매력적인 책을 더 일찍 만났을지도 모른다. 다람쥐 챗바퀴 돌듯 의미 없이 하루 하루를 보내며 책을 사는 것으로 독서를 대신하던 어느날, 앤디 밀러는 (본인이 생각하기에도 독서 클럽의 회원치고는 과한 경력을 가진 독서가) 고전 50권을 읽어내기로 결심한다. 긴 출퇴근 시간을 이용하고 틈틈히 하루 50여쪽 (고전의 50여쪽은 다빈치 코드의 50쪽과는 다르다)을 읽어나가며 헤매고, 분노하고, 감탄한다. 그의 자유분방하지만 솔직한 반응과 해석은 내 무릎을 치게 만들었다. 고전 50권을 읽은 후, 그의 인생은 개선되었는가? 그는 여전히 앤디 밀러다. 하지만 결코 같은 인간일 수는 없다.  

인문 독서로 인기몰이를 하는 자기계발서는 책읽기로 '인생이 달라진다'라고 선전한다. 하지만 앤디 밀러가 집중한 것은 책장을 넘기면서 작가의 목소리를 듣고, 그 안에 깔려있는 사회, 역사, 경제의 굴레와 싸우는 인간을 만나는 경험이다. 의외로 폼 재지 않고, 예리한 관점을 쿨싴한 어조로 전달하는 저자가 매력적이다. (하지만 책에 실린 그의 사진은 좀...) 그의 50권 목록 중 내가 읽은 것은 5권. 마침 요즘 내가 하고있는 '떡썰기 프로젝트' 400권(편)읽기에서 "채 다 읽지 않고" 발췌해 훑어 읽었던 두 권을 양심상 목록에서 뺐다;;;; 그 기록은 기록일 뿐, 앤디 밀러 처럼 나도 쓰는(자랑하는) 것 보다 읽는 것에 집중하고 싶다. 책을 사는 것과 읽는 것, 그리고 그 내용을 습득하는 것의 차이를 되새긴다. 새로운 결심이랄까, 나 역시 책장에 묵혀둔 고전들을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저 목침보다 두꺼운 War and Peace 영문판을 포함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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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0/400. 나와 춤을 (온다 리쿠)

온다 리쿠여서 겁먹고 시작하며 계속 조마조마 했는데, 짧은 이야기는 조용하고 부드럽다. 어쩌면 나도 경험한 것만 같은 그 무용가 친구와의 일화. 그 때, 그 복도에서, 이상해, 라고 얘기하면서 가벼운 스텝으로 춤을 추던 그 소녀는 나도 아는 그 아이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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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5-10-30 2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커버를 벗겨 보셨나요...?^^

유부만두 2015-10-31 07:31   좋아요 1 | URL
속표지에도 작품! 기발하죠?! ^^

[그장소] 2015-10-31 07:32   좋아요 0 | URL
아...벗겨봐야..알아요. ..^^
 

379/400. 공감제로 (사이먼 배런코언)

흉악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상대를 인격체가 아닌 '사물'로 대하며 공감하지 않는다, 라는 출발점에서 저자의 연구는 시작했다. 그는 뇌의 특정 부분이 '공감'을 행하거나 거절할 때 더 혹은 덜 반응하는 것을 알아냈고 (살아있는 인간의 뇌의 반응을 살피는 방법이 궁금했음, 단순히 뇌파 측정용 전선을 연결하여 3D영상으로 보는건가?) 그 결과 공감이 평균치보다 현저히 떨어지는, 공감제로의 경우, 세 가지 종류의 (해악/부정적) 집단을 분류해냈다. 경계성 성격장애, 사이코패스, 나르시스. 또한 공감능력이 떨어지지만 타인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긍정적 공감제로로는 아스퍼거 증후군, 자폐적 그룹을 규정했다. 저자는 계속해서 이런 공감 제로군들이 환경적으로도 형성될 수 있지만 유전적 결함, 공감 유전자 결핍으로 설명된다고 (설명 하고 싶다고) 주장하며 그 연장선에서 치료도 가능하리라 본다. 하지만 책의 후반부로 가도 저자가 보여주는 수치는 큰 의미를 담기에는 미미하며, 저자도 주장의 한계와 반론을 의식해서 사회적, 환경적 변수와 개인의 책임감, 그리고 '과학적' 공감 유전자 사이를 갈팡질팡한다. 결론은 손에 손잡고 벽을 넘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갈등을 들면서!) 공감 제로군 설명과 공감 유전자 가능성은 흥미로웠지만 그 근거가 부족하고 환자들 사례들도 별 설득력이 없어보인다. 아무리 긍정적, 이라는 설명을 붙였지만 공감능력이 떨어지는 자폐아들이 가계유전 탓이라는 말은 수긍하기 어렵다. 특히 저자가 말하는 '공감제로'는 병적 상태이기도 하다는데 그 주장을 범죄에 적용하면 모두들 '심신미약'이 아닌가. 매우 불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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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15-11-04 15: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을 읽고나서 고른 책이 Mr. Mercedes!

호냥이 2017-04-27 1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제목의 실천을 몸소 보여주는 책이네요. 타인에 공감을 하지 못하는 이야기를 다루면서도 근거의 부족으로 인해 독자들마저도 공감제로라는 책에 공감할 수 없게끔 만드는 아이러니한 상황 ㅎㅎ
 

378/400. 강 (서정인)

시외버스로 세 남자가 지인의 혼례집을 찾아가 얼큰하게 취한다. 우연히 동승했던 여인은 술집겸 여인숙을 하고 있었고, 남자들은 그 여자의 집으로 가 흥을 마저 푼다. 다만 한 사람, 대학생은 피곤한 몸을 시골집 방에 뉘이며 심부름 하는 아이의 반장 완장을 쳐다본다. 눈 내리는 밤, 여자는 잠든 대학생을 살펴주며 소설은 끝을 맺는다. 단순한 구조와 뻔한 사람들 묘사, 같지만 싸구려는 아니다. 심부름 하는 아이의 고단한 삶이 미리 보이는 듯하고, 여자의 축원도 쓸쓸하다. 짧은 소설 안에 여러 층으로 담긴 속이야기들을 상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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